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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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웬 흑발 여자가 날 끌어안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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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완전 라노벨 도입부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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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핏 고양이처럼 날카로운 외모를 가졌으나, 하는 행동은 댕댕이가 따로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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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가운 냉미녀 속성의 히로인이 알고보니 속은 세상 순둥순둥한 귀여운 댕댕이, 이거 완전 럭키 주딱이잖아! 라고 생각하고 싶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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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품속에 쏙 안긴 흑발 여자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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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촉? 곤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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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주딱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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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갤러리와 연애하고, 갤러리와 결혼했으며 갤러리와 살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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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접촉은 곤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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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에 살았을 시절, 무려 초미래 국가에서 공인한 방법대로 현명히 대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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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돼요, 싫어요, 하지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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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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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이 아주 장사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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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발 여자의 힘은 놀라울 정도로 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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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을 준다면, 아마 내 허리가 활처럼 반으로 접힐 만한 괴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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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사람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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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악의를 가지고 내게 찾아온건가 싶었지만, 그렇게 보이지도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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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아무리 떼어내려 해도 힘만 줄 뿐, 억지로 나를 조르거나 하진 않았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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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으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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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아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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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을 가슴팍에 묻고는 강아지처럼 열심히 좌우로 비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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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관 별개로 등에 식은땀이 흐르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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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 허리가 접혀도 이상할 게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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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치 념글 다 못 봤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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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릿속에 오만가지 생각이 스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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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행 중 다행인 건, 여긴 켈리어튼의 중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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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골목길 도입부라지만, 주의만 기울이면 광장에서 누구나 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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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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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 광장거리를 순찰하던 기사와 눈이 마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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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가 누구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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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한계를 초월한 존재들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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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분위기의 심각성 또한 인지하는 속도가 빨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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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는 충격을 받은 표정으로 날 노려보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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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흐흠... 대낮부터 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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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 고개를 홱 돌려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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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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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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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자 길을 걷던 젊은 연인이나 노부부가 놀란 눈으로 우리를 힐끔힐끔 쳐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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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어머 세상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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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이어이, 선남선녀 보기좋잖아 젠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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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상황의 심각성을 모르는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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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들 낯뜨거운 표정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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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딱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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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조기를 빼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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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 가게에서 나온 건조기와 눈이 마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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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 건조기라면 내 상황을 이해하고 도와줄거라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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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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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건조기는 세상을 잃은 표정으로 들고 있던 책과 꽃을 떨어뜨릴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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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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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해는 생각보다 빨리 풀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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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배신당한 표정을 하던 건조기는, 곧 상황의 심각성을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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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여전히 나는 붙잡힌 상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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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행 중 다행으로, 나를 붙잡은 흑발의 여자는 내 말을 잘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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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만 놔줄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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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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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손 잡을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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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조건만 갖추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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떨어지기 싫어하니, 손을 잡는 식으로 바꿀 수는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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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딱님 어떻게 이런 대낮에 그런 야한 말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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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조건조기야 제발 가만히 있어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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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발의 여자는 내 말에, 마지막으로 얼굴을 비비곤 내 손을 꼭 잡고 나란히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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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벙커까지 온 게 지금 상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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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길에서 주웠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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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실 내부, 페니가 팔짱을 낀 채 흑발의 여자를 노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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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확히는 주웠다기보단, 잡혔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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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말을 어떻게 믿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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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잠깐 말문이 막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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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니도 건조기도 다 주워왔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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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니는 분쇄기 카세트 음량을 키우고는 크게 심호흡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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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친 곳은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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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보니까 처음부터 따로 다친 곳은 없던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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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여자 말고, 말파이트 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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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말에 나는 팔과 몸을 한 번 살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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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야 괜찮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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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다행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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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니는 흑발의 여자를 쳐다보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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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저 여자는 다시 밖에 두고 올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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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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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해, 인간도 아니고. 언제 너를 공격할지 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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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니의 말은 다 맞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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벙커에 같이 둘 수 있는 사람은 어지간히 믿을 수 있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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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창기때부터 날 위기에서 도왔던 건조기나, 힘없던 시절부터 함께한 페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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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 여자는 그런 경우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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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밖에서 너를 강제로 안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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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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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 어디로 튈 줄 몰라. 저 여자가 하루 전에 살인을 저질렀을지 누구도 모르는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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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디로 조심해서 나쁠 것 없다는 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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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단적인 예시지만, 맞는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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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나는 고개를 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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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그럴 필요까진 없겠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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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파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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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말에 페니가 불안한 표정으로 외쳤지만, 나는 믿는 구석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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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안전의식은 당연히 누구보다 내가 높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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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런 말을 하는 이유는 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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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아는 사람이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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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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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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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낯이 익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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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멀리서 봤을때부터 묘하게 어디선가 많이 봤다는 기분을 숨길 수 없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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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충동적으로 다가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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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긴 순간에는 당황해서 제대로 못봤지만, 벙커로 돌아오면서 눈치 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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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죽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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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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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죽어도흡혈, 내 파딱이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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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흑발에 세상 착한 눈망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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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상과 외형이 조금 달라져서 몰랐는데, 다시 보니 확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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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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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품에 안길 때 거의 확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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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내 파딱, 곧죽흡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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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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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감금되어 본 적이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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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아카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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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죽흡의 고성에 갇힌 적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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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마득한 시간동안, 곧죽흡의 방 침대에 눕혀 마치 송장처럼 지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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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지금과 다를 바 없는 삶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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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종일 내 옆에 찰싹 달라붙어 있던 곧죽흡을 제외하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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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본능적으로 알아차린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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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발의 여자가 나를 안는 순간부터 나는 묘한 익숙함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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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내가 아는 곧죽흡의 외모는 흑발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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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아니 많이 다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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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린 백발에 적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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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창백한 피부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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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흡혈귀를 연상케 하는 외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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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는 피처럼 짙은 드레스도 입고 있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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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곧죽흡mk2의 얼굴을 잡고 빤히 바라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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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으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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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음이 뭉개지면서도 내 손길에 얌전히 고개를 이리저리 돌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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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물처럼 짙은 흑발에, 생기가 가득한 뽀얀 살색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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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니까 헷갈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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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와 눈색은 숨겨도 기본적인 외모가 어디로 가는 건 아니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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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시절 곧죽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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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유하자면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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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접하기 어려운 존재였던 이전보단 더 친근해진 분위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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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성격도 바뀌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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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른하지만 주도적이던 이전과 달리, 지금은 의존적인 성향이 강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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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지고 있는 괴력에 비해 겁도 많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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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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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죽어도흡혈’ 갤로그를 탐색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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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측할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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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상적인 사용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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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러리에서 검색이 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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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태껏 갤러리에서 검색되지 않던 갤럼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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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러리에서 사용자가 사라지는 법, 그건 오직 죽는 것외엔 없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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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걸 어디 물어볼 수도 없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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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여기가 어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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똥글만큼이나 정보글도 가득한 갤러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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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나 싶어 갤러리에 글을 남겨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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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많은 똥 사이에서 찬란한 황금을 찾는 것, 그것이 갤러리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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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진짜 적당히 하래도 좋게 말하니까 못 알아듣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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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주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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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가 정면을 빤히 바라보는 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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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갑자기 바뀔 수도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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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누굴 만났는데, 아예 다른 사람 같음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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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수도 줄고 분위기도 둥글둥글해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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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낯설어졌는데 아는 갤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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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9999+] [비추천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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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니 왜 이러시는 건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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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세계 주딱이 분탕치는 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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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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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 대마법산데, 이거 분열 같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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ㄴ 주딱*)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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ㄴ 서로 상이한 성질이 과하게 충돌하는 나머지 두 개로 쪼개져 나온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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ㄴ 하지만 나도 직접 본 적은 없음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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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그럴싸한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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ㄴ 대마법사는 그런 말투 안 써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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ㄴ 방구석 대마법사 납셨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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ㄴ 어휴! 엄마 속 그만 썩이고 나와서 밥이나 먹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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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신빙성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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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믿지 않을 이유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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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러리 댓글창에 대마법사가 나타나 친절히 이론을 설명해줄 확률 v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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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빙의자가 이세계에서 벙커를 지어 서큐버스, 색욕과 동거할 확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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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도적으로 전자가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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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저 말대로 지금 눈앞의 곧죽흡은 완전히 개냥이나 다름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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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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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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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을 달라고 하자 턱을 손바닥에 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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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 곧죽흡은 절대 이럴 리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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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성격적으로 매우 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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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 먹을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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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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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무려 피를 싫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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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내 피가 아니라 그런가 싶어 어깨를 보여줘도 끌어안기만 할 뿐, 마시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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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의심되는 일은 하나 더 있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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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 좀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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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자군 원정 당시, 우디 숲에서 발견했던 거대 좀비들이 먼저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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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 마수가 득실거려야 하는 숲에 거대 좀비들만 있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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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지어 그것들은 마수도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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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석도 없었고, 베어도 베어도 죽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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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곧죽흡의 열화판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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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열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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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분히 그럴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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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만에 하나 정말 분열이 맞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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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나머지 한 쪽은 어디로 간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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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발의 적안, 창백한 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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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를 좋아하는 흡혈귀로서의 곧죽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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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어디로 간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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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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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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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콰아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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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할 필요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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벙커 위쪽에서부터 거대한 폭음이 들렸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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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래도 가까운 왕성에서 문제가 일어난 모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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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목: 주, 주딱 도와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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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참치캔여왕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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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성 정문이 반으로 잘려 날아가는 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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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들이 맥없이 튕겨져 날아가는 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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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연기 사이로 천천히 걸어 들어오는 곧죽흡 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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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습격이 일어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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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들 나서서 막아주곤 있는데, 우리 힘으로는 역부족일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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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어떻게든 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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ㅇㄹ,ㅇ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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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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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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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502] [비추천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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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니 이게 또 무슨 일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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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떻게 마수가 왕성까지 쳐들어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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ㄴ 마수는 아닌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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ㄴ 마수들이면 기사들이 저렇게 맥없이 날아갈 리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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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니 잠깐만 쟤 파딱 아니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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ㄴ 아니 진짜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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ㄴ 눈빛이 뭔가 이상한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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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빛이 어딘가 은은히 돌아 있는 곧죽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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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곧죽흡이 왕성 내부에서 깽판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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