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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노가 태어나 처음으로 마주한 건, 형체 없는 거대한 악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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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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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걸 마주하자마자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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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무언가가 바로 자신을 만들어낸 존재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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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 자신을 이루는 근원이란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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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짜증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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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어나고 바깥에 던져진 이후로, 분노는 모든 것에 악의를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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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중충한 잿빛 하늘과 폐허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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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생기고 비틀어진 마수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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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불쌍한 제 처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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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노는 그저 바깥이 바라는대로 모든 생명에 대한 적개심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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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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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야 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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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딱*: 이녀석 맛이 어떠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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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주딱이라는 존재한테는 이상하게도 화가 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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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한테 뭘 먹인 거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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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노는 소리치면서도 의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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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랄까... 화를 낼 동력이 없어지는 것만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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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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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딱의 존재 자체가 이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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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적막의 공간 속에서, 평생을 살아온 듯한 이질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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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로 존재하는 외로움과 모두와 함께하는 유대감이 함께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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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야말로 모순적인 존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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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 속에 존재하는 호의가 분노로서는 견디기 힘들 정도로 낯간지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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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딱*: 사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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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게 뭐지? 독극물 같은 거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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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노는 입에서 빼낸 사탕을 바닥에 던져버리려다 멈칫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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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에서 맴도는 이 달콤한 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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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을 마수 살점, 썩은 음식만 대충 먹다가 느낀 현대의 달콤함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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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어라 표현할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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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실한 건 절대 땅바닥에 내던질 종류의 것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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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 맛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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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딱*: 롤리팝 사탕임 더 줄 수도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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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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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노는 무해한 사슴처럼 올려다보다 뒤늦게 정신을 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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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아냐 웃기지 마! 나는 너랑 싸우려고 여기 왔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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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노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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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표정을 와락 구기며 허공을 향해 소리쳤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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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노의 적색 눈동자는 처음처럼 불길하게 이글거리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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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열린 창틈으로 칼바람이 불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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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노는 창문을 닫고 총총걸음으로 돌아와 담요를 몸에 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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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가 안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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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노는 좋은지 짜증나는지 모를 표정으로 입술을 비쭉 내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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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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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크 초콜릿 바’ 1개가 배송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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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몬드 초코볼’ 1개가 배송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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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공에서 가지각색의 디저트가 우르르 쏟아지기 시작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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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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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노는 어깨를 화들짝 움츠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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척 보기에도 맛있어 보이는 것 투성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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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귀한 것을 그저 이렇게 쏟아낸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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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분노는 집어먹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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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바닥에 오만원이 있으면 웃으며 줍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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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오만원권 다발이 들어찬 검정색 돈가방이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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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면 내게 과시하는 거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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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히 의심부터 들기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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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노는 초콜릿에서 눈을 떼지 못하면서도 할 말은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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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딱*: 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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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바깥보다 뛰어나다고. 그러니까 날 포섭하려는 게 아니냐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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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친절한 척 위장해도 넘어가지 않을 거라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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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세상에 공짜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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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자는 약자에게 먹을 것을 나눠줄 힘이 생기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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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그러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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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도 그렇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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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인적인 인내심으로 참아낸 분노가 그렇게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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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딱*: ㅇㅇ 맞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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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주딱은 딱히 숨기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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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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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치 못한 답변에 표독했던 분노는 벙찌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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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딱*: 널 포섭하려는 건 맞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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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 역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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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딱*: 근데 그건 너가 불쌍한 엄벌기라 그런거고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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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딱*: 딱히 힘이 필요한 건 아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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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불쌍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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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벌기는 모르겠지만 충격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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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쌍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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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마 자신이 그런 말을 들을 줄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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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딱*: 배고프고 추워서 벌벌 떠는 여자애한테 뭘 얻겠다고 도와주겠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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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벌 떠는 여자애...? 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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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노는 자신의 정체성이 부정당한 기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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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깥에서 분노는 모든 마수들이 두려워하는 칠죄종, 그것도 분노였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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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노는 저도 모르게 담요를 치우고 소리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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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분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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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딱*: 배고프고 벌벌 떠는 여자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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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분노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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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딱*: 센 척하는 표독한 사춘기 여자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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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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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딱*: 엄 벌 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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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으으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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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노는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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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싸움으론 절대 저 존재를 이길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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납작 엎드린 채 부들부들 떨고 있으니, 정수리에 톡 하고 무언가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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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노가 고개를 들어보니, 독특한 외형의 무언가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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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눈물 방울을 예쁜 비단에 감싸놓은 듯한 화려한 생김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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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콜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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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이 무엇인진 모르겠지만, 분노는 본능적으로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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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세스, 모르는 사람이 없는 유명한 초콜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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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양만 봐도 먹어보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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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돼! 참아야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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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노는 입술을 꾹 깨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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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걸 먹으면 화가 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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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노의 힘의 원천이 약해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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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노의 눈동자가 유혹에 이리저리 흔들릴 때, 분노의 눈앞에 글귀가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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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딱*: 근데 화내서 좋은 게 뭐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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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걸 질문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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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딱*: 그러니까 분노인 건 알겠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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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딱*: 장점이 뭐냐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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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딱*: 보아하니까 너도 단 거 좋아하고 따뜻한 곳에서 행복 느끼던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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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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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노는 주딱의 말에 눈을 부릅 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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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만 부릅 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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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아무말도 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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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껏 생각해낸 답변도 자신이 분노니까, 그게 전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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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딱*: 다른 칠죄종들은 그렇다 쳐. 근데 넌 이득이 뭐가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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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죄종은 모두 자신을 지칭하는 죄목에서 힘을 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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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만, 탐욕, 질투, 색욕, 식욕, 나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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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같이 자신의 이름대로 움직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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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에서 힘과 즐거움을 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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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딱 하나, 그러지 못한 게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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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딱*: 분노 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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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딱*: 개 재 미 없 잖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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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으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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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딱의 말대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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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노는 분노에서 재미를 얻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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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초에 분노는 욕구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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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를 내면 낼수록 더 화만 날 뿐, 그곳엔 어떠한 즐거움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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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나는 분노에서 힘을 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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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일까, 분노는 괜히 항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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듣기 싫으면 무시해버리면 그만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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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마 그러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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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냐하면 그 말이 정곡이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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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긍해버리면 자신의 처지가 너무 불쌍해지지 않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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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딱*: 힘을 얻으면 뭐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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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깥에서 누구도 내게 대적하지 못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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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딱*: 대적하지 못하면 뭐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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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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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딱*: 대적하지 못하게 하고, 차지할만한 케이크라도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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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크가 뭔지는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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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분노는 분명 이 디저트만큼이나 맛있는 거란 걸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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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 달리 말하면, 바깥에서 아무리 강해봤자 케이크 한 조각 얻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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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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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이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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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노는 거기에 의문을 품어본 적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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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자신은 그러려고 태어났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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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이제와서 그렇게 말한다 한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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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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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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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분노의 정수리에 초콜릿 바가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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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을 찔끔 흘리며 정수리를 쓰다듬던 분노는 무릎 앞에 떨어진 초콜릿을 응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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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딱*: 드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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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노의 손이 제멋대로 초콜릿 바에 닿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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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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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딱*: 먹지마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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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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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노의 볼이 빨개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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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자길 놀리는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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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채 따지기 전에 새로운 채팅이 날아왔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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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딱*: 그걸 먹는 게 맛있고 행복하다면, 먹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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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딱*: 그걸 먹는 것보다, 무의미하게 분노하고 생명을 해치는 게 즐겁다면 먹지 마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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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노의 손이 꼼지락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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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 즐거운진 이미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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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몇 세기동안 이어진 정체성에 의문을 가지고 부정하는 일은 쉽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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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는 분노의 앞에, 주딱의 채팅이 다시 나타났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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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딱*: 바깥으로 다시 돌아가는 건 너 자유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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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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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딱*: 하지만 돌아갈거면 그건 생각해. 다신 이걸 먹지도 누리지도 못할 거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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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노는 잠깐 주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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잿빛의 황량한 폐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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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달콤하고 아늑한 이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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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노는 잠시 주저하다, 곧 두 눈을 부릅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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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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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주 주딱! 용 나타났다용!!! 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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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어둠조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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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색 용이 입구 주변을 서성이는 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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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프보다 큰 금안을 들이밀며 무어라 중얼거리는 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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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자에 숨어 파들파들 떠는 다크엘프 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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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주딱 도와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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딴 건 다 참겠는데 이건 진짜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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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따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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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7431] [비추천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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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와 존나 섬뜩하네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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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떻게 눈이 입구보다 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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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습하면 이길 가능성 몇 퍼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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ㄴ 정보) 용의 눈동자는 종에 따라 비늘보다 단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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ㄴ 오 ㄱㅅㄱ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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ㄴ 로엔) 지금 죽겠는데 너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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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근데 저거 실례합니다. 라고 하는 거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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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러리에 다급한 글이 올라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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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야, 흔한 헬프콜이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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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헬프콜을 친 종족이 무려 엘프도, 인간도 아닌 다크엘프라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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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립심이 강한 드워프보다 더 내게 도움을 요구하지 않았던 종족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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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렇게 다급하게 도움 요청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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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아해서 들어가보니, 용이 도시 주변을 서성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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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크엘프들은 당연히 사색이 되어 어쩔 줄 몰라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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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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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랑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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켈리어튼 마탑 최상층에서 용용이와 함께 동거중인 골댕이, 아니 골드래곤 말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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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알기로 루멜린과 켈리어튼 거리가 꽤 되는 걸로 아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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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왜 저기까지 날아간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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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마 다크엘프와 과거에 사이가 안 좋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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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사냥꾼 전설이 있다고 얼핏 들은 것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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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마 싶었으나, 곧 당사자가 글에 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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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말랑) 앗, 그건 아니에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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ㄴ ㅋㅋㅋㅋ 앗 이러고 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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ㄴ 로엔) 그, 그럼 왜 여기까지 찾아온 거냐?... 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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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에 인지부조화가 온 로엔이 컨셉이 깨지면서까지 존대말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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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랑이가 루멜린까지 간 이유는 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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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말랑) 주딱님께서 보석을 협곡 밑바닥으로 버리셨다고 해서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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ㄴ 로엔) 그 그렇다.인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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ㄴ 말랑) 혹시 실례가 안된다면 잠시 내려가볼 수 있을까 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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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랑이가 최대한 예의를 갖추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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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용의 친절한 목소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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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아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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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으르렁거리는 공포스런 하울링이 되어 협곡 사이사이를 누볐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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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ㄴ 로엔) 히에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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ㄴ 헤에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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ㄴ 흐에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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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크엘프들이 앓는 소리를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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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히 쉽게 거절할 수도 없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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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렇다고 수락할 수도 없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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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나설 때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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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내가 직접 중재에 나서는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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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딱*) “소코마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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ㄴ 말랑) 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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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나서자 눈에 띄게 당황하는 말랑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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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오기 전에 허락을 받으려고 했던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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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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ㄴ 주딱*)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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ㄴ 말랑)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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ㄴ 주딱*) 실례가 안 되겠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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ㄴ 말랑) 힝규ㅜ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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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히 일이 커지기 전에 진압에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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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 갤러리를 안 보니 별의별 일이 다 생기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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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44.404: 주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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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마침 분노에게서 연락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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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딱*: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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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44.404: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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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정했다는 짧은 채팅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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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보단 금방 결정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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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말을 따라 여기서 머무를지, 아니면 균열로 넘어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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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 대부분이 저쪽 너머에 붙잡혀 있다고 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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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노는 어떤 이유로 인해 힘 대부분이 바깥에 묶여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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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 여기 남으려면 힘을 포기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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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딱*: ㅇㅇ 말해주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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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어떤 결정을 내릴지는 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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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남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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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잿빛 세상 바깥에는 아무것도 없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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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남는다고 하면 착하다고 사탕이나 더 줄까. 그런 생각을 할 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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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44.404: 바깥으로 돌아갈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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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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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혀 예상치 못한 대답이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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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것도 없는 바깥으로 돌아가겠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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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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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정을 이해 못하던 그때 채팅이 또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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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44.404: 아 맞다 그리고 하나 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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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딱*: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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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44.404: 주딱, 네 옷도 필요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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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딱*: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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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44.404: 그러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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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44.404: 당장 벗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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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노가 기어코 돌아간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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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당히 내 옷까지 벗어 내놓으라고 따지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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