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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Authored-By: Claude Opus 4.5 <noreply@anthropic.com>
2025-12-14 21:31:57 +09:00

13 KiB

호기심이 고양이를 죽인다.

보면 안 된다는 건 알고 있었다.

하지만 한 번쯤이면 괜찮지 않을까?

“후우...”

덜덜 떨리던 남자의 손이, 봉인지를 들춰 내부를 엿보려던 순간이었다.

“하지 말게.”

“헉!”

불쑥 들어온 철 장갑이 남자의 행동을 단호하게 막아섰다.

화들짝 놀란 남자의 곁으로 다가온 기사가 단호하게 말했다.

“그, 그게 저는...”

“말하지 말게.”

남자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단지 입을 꾹 다물고 불길하고 위험한 무언가를 계속해서 옮길 뿐.

남자의 귓가에 기사의 경고가 들렸다.

“날 죽이고 싶은 게 아니라면.”

침묵 속에서 남자는 계속해서 무언가를 옮긴다.

인간으로서는 감히 어쩔 수 없는 무언가.

이는 오직 주딱만이 해결할 수 있었으니.

그들은 침대가 가득한 방문을 열었다.

“그것을 내려두게.”

남자는 기사의 말대로 천천히 침대 위로 그것을 내려두었으니.

그때 그것을 봉인해둔 봉인지가 흘러내렸다.

그리고 남자는 그것을 확인하고 말았다.

“허, 헙...!”

“쉿!”

다급히 기사가 남자의 입을 가로막는 것으로 소음을 막아낼 수 있었다.

그것은 주변의 소음에 깨어난다.

그것은 달라진 환경에 눈을 뜬다.

절대로 그것의 주변에서 소란을 피워서는 안 된다.

“헤엥.”

봉인지, 극세사 이불이 약해진 탓일까.

곧 그것이 햇살에 눈살을 찌푸렸다.

기사의 심장이 거칠 게 뛰었다.

하지만 초인적인 인내력으로 아주 살며시 이불로 얼굴을 다시 덮었다.

“흐에엥.”

그러자 언제 그랬냐는 듯 그것은 다시 곯아떨어졌으니.

“허, 허억.”

기사와 남자는 식은땀을 흘리며 속으로 안도했다.

나태는 이불에 둘둘 말린 채, 주카데미 기숙사에 그대로 봉인되었다.

“이게 되네.”

나태가 봉인당했다.

이불을 마구 떨어뜨려봤는데, 먹힐 줄이야.

쳐다보거나 접촉하지 않으면 나태가 옮겨지진 않는 모양이었다.

그러나 문제가 해결된 건 아니었다.

[제목: 오늘은 좀 쉬고 싶음]

(집 거실에 늘어져 있는 짤)

왜 그렇게까지 아등바등 살려고 발악했는지 모르겠음

어차피 내일도 나아질 건 없는데

노력의 유무는 중요한 게 아니었음

어차피 똑같이 일은 안 구해지고, 내일의 내 생활도 나아질 게 없음

[추천12] [비추천41]

  • 일단 창문부터 열고 생각하셈 ㅇㅇ

  • 맞말추

  • 근데 저거 부엌에 불나는데?

ㄴ 작성자) ㅇㅇ 그렇네

ㄴ 글쓸 때가 아닌데 ㅅㅂ 미친놈아

[제목: 게으르게 살기 vs 악착같이 살기]

(피폐한 몰골의 농민 개구리 짤)

뭘 고민함?

어느 것을 선택하든 어차피 니 미래는 똑같음

나도 방금까진 악착같이 살았는데

그냥 갑자기 현타 빡시게 오네 ㅇㅇ

[추천10] [비추천21]

  • 아니 갑자기 갤 상태 이상하누

  • 이런 글 있긴 했는데 빈도가 이상하긴 하네요 ㅇㅇ

  • (하얗게 불태운 엘프 콘)

나태함이 빠르게 번져가고 있었다.

“이상하다, 질투도 이 정돈 아니었는데.”

영향력이 이상할 정도로 심했다.

왜인가 생각해 봤더니, 멸망 중세 배경이 한몫한 게 컸다.

무기력, 권태감, 포기.

이런 것들이 나타나기에 지금보다 적합한 때가 없었던 것이다.

  • 근데 팩트는 다 맞는 말이란 거임 ㅇㅇ

ㄴ 어째 발버둥칠수록 피폐해지냐

ㄴ (오열하며 하늘에 활질하는 개구리 콘)

그리고 우울감은 번져나간다.

멀쩡했던 갤럼조차, 우울글에 휩쓸렸다.

도파민과 활력으로 가득해야 할 갤러리가 눅눅해지고 있었다.

“이건 안되는데.”

이세계 우울증 갤러리는 안 된다.

그래서 페니를 불렀다.

같은 칠죄종이니까 아는 게 있지 않을까?

“나태? 쟤가 여기 왜 있어?”

페니는 갤러리 속 나태를 보자마자 눈을 동그랗게 뜨며 굳었다.

“나태에 대해 아는 거 있어?”

“응. 알긴 하는데...”

페니는 믿기지 않는다는 듯 몇 번이고 나태의 얼굴을 확인했다.

발까지 내려오다 못해 질질 끌리는 흑발의 긴머리.

어딘가 빛이 바래버린 회색, 잿빛의 몽롱한 눈동자.

마지막으로 저 보기만 해도 흐느적거리는 몸짓과 눈까지.

“아마 침공하러 온 건 아닐 거야.”

나태는 절대 제 의지로 나올 위인이 아니다.

“그럼?”

“...쫓겨났을까?”

그나마 유추한 건 쫓겨난 것.

나태는 칠죄종 중에서도 가장 도움이 안 되는 존재였다.

아니, 오히려 골칫덩어리였다.

“주변을 다 나태하게 만들어. 적군도 아군도.”

걸어다니는 수면 폭탄.

게다가 바깥은 환경이 그다지 좋지도 않았다.

수면을 위한 장소를 찾아다니기라도 하는 날엔, 그 일대는 초토화되기 일쑤.

“그리고... 분노가 되게 싫어했어.”

“분노? 다른 칠죄종?”

“응. 화를 내야 하는데, 옆에 있으면 방해가 되는 모양이야.”

무엇보다 애초에 나태는 이쪽 세상을 싫어하지 않았다.

“적대적이려면 감정이 나야 하잖아?”

“그렇지?”

“감정이 동요하는 것도 귀찮아 했거든.”

귀찮아서.

정말 나태 그 자체의 이유였다.

“그건 그렇고... 곤란하네.”

페니가 인상을 찌푸리며 턱을 짚었다.

어찌되었든 나태 덕분에 몇몇 사람들에게 번진 나태가 갤러리로 퍼졌다.

“어떻게 해결 방법은 없나?”

“마음 속에 피어난 나태심을 어떻게든 자의로 딱 한 번만 이겨내면 돼.”

나태를 억누르는 것.

고작 한 번이여도 된다.

하지만 말이 쉽지, 노력하는 게 쉬울 리가 없었다.

마수조차도 어찌못할 나태를, 평범한 사람들이 감당할 수 있을 리가 없으니까.

하지만 나는 그다지 동요심이 들진 않았다.

“해결할 수 있을 거 같은데?”

“정말?”

페니는 놀란 눈치로 날 바라봤다.

같은 칠죄종들도 어찌 못한 게 나태였으니.

무엇보다 멸망 중세의 배경에 감회되어 사람들은 더 강렬히 나태해졌다.

그러나 이를 이겨내는 의외로 쉬울지도 모른다.

“불판...”

“응?”

“불판이랑 고기면 되겠는데?”

매일 같이 굶주린 중세의 사람들.

마침 딱 좋은 해결 방법이 떠올랐다.

“자네, 안에 있나? 들어가겠네.”

남자는 몇 번의 노크 이후 문을 열었다.

그러자 낡은 문은 저항 없이 외부인을 받아들었다.

내부에 보인 건 우중충한 분위기와 타버린 부엌, 거실에 늘어진 건 집주인이었으니.

“생각보다 더 심각하군.”

폐인도 이런 폐인이 없다.

집주인, 프랭크의 오랜 친구였던 남자는 인상을 찌푸리며 안으로 들어갔다.

이게 다 균열의 영향이라고 했던가.

성실했던 프랭크가 한순간에 폐인이 되었으니, 못 믿을 말도 아니었다.

시체처럼 늘어진 프랭크를 보며, 남자는 가져온 물건들을 꺼냈다.

“식사는 해야 하지 않겠나?”

“...”

“옆에서 요리 좀 하겠네. 자네도 들게.”

자루에서 휴대용 가스버너를 꺼냈다.

부탄 가스라는 이름의 마나 매개체를 연결하고, 사각 불판을 위에 얹었다.

남자는 몇 번이고 신중히 갤러리를 들여다보며 사용법을 익혔다.

그리고 끝내 버튼을 돌리는 순간.

-타다닥

“오오!”

마법의 마 자도 모르는 남자의 손에 의해 고운 불길이 솟구쳤다.

그야말로 놀라운 일이었지만.

“...”

프랭크의 시선은 여전히 무감각하기만 했다.

남이 집에 들어오든, 주딱의 마법을 활용하든 뭘 하든.

모든 의욕과 목표를 잃은 채 대꾸도 하지 않았다.

“여전히 그렇게 있는가? 뭐... 괜찮네.”

여기까지도 주딱에게 들은 그대로였다.

남자는 묵묵히 다음 일을 시작했다.

비닐 봉지라고 부르는 투명하고 부드러운 얇은 천에서 고기를 꺼내들었다.

[1++ 소고기, 특수부위 모둠 한 판]

평범한 고기가 아니었다.

장터에 올라온 적 없는 특별한, 귀족도 못 먹을 오로지 맛을 위해 길러진 소.

-치이익!

그걸 불판에 올리자, 귀가 즐거워지고

난생 맡아본 적 없는 냄새가 퍼졌다.

그러자 처음으로 시체처럼 늘어져 있던 프랭크의 고개가 돌아갔으니.

남자는 보란 듯 그의 앞에서 모락모락 피어나는 소고기를 입에 쏙 넣었다.

“이런 씨발. 아, 아니 미안하네.”

그야말로 욕설이 나오는 맛.

혀와 미각이 난생 처음 맛보는 육즙과 고급스런 식감에 비명을 질렀다.

질감이 어떻고, 맛이 마치 어떻고 저떻고

그냥 존나 맛있다.

이외에는 설명할 방법이 없었다.

“자네...”

그때 처음으로 프랭크가 입을 열었다.

“역시 먹고 싶은가? 그럼 와서 앉게! 앉아서 직접 집어먹기만 하면 되네!”

뭘 해도 시체처럼 늘어졌던 프랭크의 반응에 남자가 신이 나 말했다.

단 한 번의 노력.

그것만이 이 나태병의 해결 방법이라고 주딱이 말했으니까.

하지만 돌아온 대답은 달랐다.

“그것에 무슨 의미가 있지?”

“...응?”

“먹어도, 어차피 다시 배고파질 거네.”

아무리 맛있는 걸 먹어도.

아무리 좋은 옷을 입어도.

모든 것은 찰나에 불과했다.

“어차피 세상은 이 지경이야. 나를 보게, 앞으로 뭐가 달라질 것 같은가?”

혐오와 이기주의로 가득 찬 세상.

마수가 들이닥쳐도 변하는 건 없다.

프랭크는 평생을 발버둥쳐왔으나, 여전히 그의 인생은 밑바닥이었다.

남자는 반박하지 못했다.

아무리 열심히 일한다 한들, 나아지는 게 없는 건 명백한 사실이었으니까.

“고기는 도로 가져가게.”

프랭크는 눈길을 돌렸다.

나태한 게 죄라도 되는가?

발악해도 나아지는 게 없다면, 그저 늘어져 있는 게 나을지도 모른다.

이대로 해와 밤이 반복되는 걸 창밖으로 구경하다, 생을 마감하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

모든 의욕을 잃은 그때였다.

“정말 그렇게 생각하나?”

프랭크의 면전으로 갤러리가 불쑥 들이밀어졌다.

[공지: 주카데미 합격자 발표 ㅇㅇ]

작성자: 주딱*

(1차 합격자 명단)

  • 아!!!씨!!!빨!!!

  • (엉덩이를 흔드는 개구리 콘)

  • 씨발 쎾쓰!!!!!!

환호와 절망의 도가니.

“...어?”

프랭크의 무기력한 눈이 동그랗게 떠졌다.

프랭크.

합격자 명단에 자신의 이름 세 자가 박혀 있었으니까.

“어떻게 이럴 수가...”

하루 일감도 못 구해 굶는 게 일상이었는데, 합격? 채용?

프랭크의 입술이 덜덜 떨렸다.

그때 귓가에 처음으로 남자의 목소리가 선명히 박혀왔다.

“세상은 변하고 있네.”

“변한다고?”

“그래. 그리고 만약 불합격이면 뭐 어떻나?”

  • 아 이런 씹 ㅋㅋㅋㅋ

ㄴ ㅋㅋㅋㅋㅋ 안봐도 결과가 보이누

ㄴ 나는 합격이다 합끼얏호우!!!

ㄴ 아 ㅋㅋ 딱 기다려라 2차 합격간다 ㅋㅋ

다시 도전하면 된다.

-치이이익...

“아이고 씨발 내 사랑스런 고기가!”

남자는 말하다 말고 다급하게 타고 있는 고기를 건져 먹으며 말했다.

“그리고 뭐 다시 배고파지면 어떤가?”

장터와 갤러리는 그대로 있었다.

다시 맛있는 거 먹으면 된다.

“맛있는 거 또 먹으면 되지.”

50%는 무의미하고 40%는 힘들고 괴로워도

10%를 즐기려고 아등바등 사는 거 아닌가?

적어도 남자는 그랬다.

“그렇지만 세상은...”

“정말 그대로인 것 같나?”

프랭크의 말을 끊고 남자가 반문했다.

그때 프랭크의 눈에 프랭크가 쥔 고기가 눈에 들어왔다.

평민은 꿈도 못 꿔볼, 주딱 대마법의 산물.

저 고기 자체가 희망의 증거인 것이다.

“그러니까 헛소리 말고 앉아서 고기나 먹게.”

-치이익...

육즙 가득한 고기를 눈에 담으며 프랭크는 생각했다.

목표는 만들기 나름이었다.

돌이켜보면, 1경단을 겨우 벌어 참치캔을 까먹을 땐 세상을 다 가진 것 같았으니까.

주딱이란 희망이 생기고 세상은 더는 이전처럼 흘러가지 않는다.

“으음...”

프랭크는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자리에 앉아 잘 구워진 소고기를 한 입 베어무는 순간.

“맛있네 씨발...”

프랭크의 눈에서 눈물이 천천히 흘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