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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14 21:31:5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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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닷없이 항주 여행을 가는 데는 다 이유가 있었다.
항주가 속한 절강성에는 해벽문(海壁門)이라는 문파가 군림 중인데, 들어본 적도 없는 문파명과 같이 세력 역시도 그저 그렇다는 모양이다.
나름 하나의 성을 지배하는 만큼 초절정 고수가 있긴 하지만 딱 그 정도.
어딜 어떻게 봐도 십육명문에 비벼볼 만한 문파는 아니다.
그런데 그런 절강성에 사흑련 놈들이 쳐들어왔단다. 그것도 바다를 통해서.
해벽문 입장에서는 말 그대로 발등에 불이 떨어진 셈이다. 당연히 그들은 가장 가까운 십육명문인 남궁세가에 후다닥 지원을 요청했다.
안휘와 가까운 절강에는 남궁세가에서 갈라져 나온 문파가 여럿 존재한다.
방계가 따로 가문을 세우거나, 남궁에 몸을 담고 있던 무인이 허락을 받고 새로운 문파를 세운 것이다.
아는 사람들도 있겠다, 절강과 가장 가까운 것도 남궁이겠다, 마침 지원 요청까지 들어왔으니 지원을 보내지 말아야 할 이유가 없었다.
남궁세가는 해벽문의 지원 요청을 받아들였다.
그리고 그 지원 요청을 들은 서준이 냉큼 고개를 끄덕였다. 중원에 와서 바다를 본 적이 없지 않은가?
북해빙궁에 갔을 때는 워낙 바빠서 북해를 볼 생각도 못 했던 만큼, 이번에 약혼자들을 데리고 바다 구경이나 갈 생각이었다.
“절강성? 나 거기 가봤어.”
게다가 춘봉이 말하길, 그곳에는 금가의 자랑이 있단다.
“어릴 때 아버지랑 잠깐 갔다 왔는데…. 거기 할아버지가 남긴 검흔이 있거든.”
“검흔?”
“응. 바다에 있어. 그래서 거기 바다 이름이 검인해(劍印海)야.”
춘봉이 아련한 표정으로 어딘가 먼 곳을 바라보았다. 가족 생각을 하는 듯했다.
서준은 그런 그녀를 번쩍 안아들어 무릎 위에 앉혔다.
“그러면 가는 김에 검인해도 한 번 들르자. 새 가족도 생겼겠다, 신고식 느낌으로.”
“새, 새 가족….”
오빠 한정 쉬운 여자 금춘봉이 뺨을 발갛게 붉히며 좋아했다.
“으흐흐…. 좋아!”
아무튼 그런 느낌으로 항주 여행이 결정됐다.
*
약혼식까지는 시간이 꽤 있다.
하지만 서준의 경험상 이 미친 중원에서는 하루가 멀다 하고 별의 별 사건들이 터진다. 시간 여유는 넉넉할수록 좋았다.
그런 까닭에 항주까지는 서준 항공이 여행객들을 모실 예정이었다.
“자자, 꽉 잡으시고.”
춘봉과 남궁수아가 각각 서준의 팔을 한 쪽씩 붙잡았다.
천마신공을 운용한다면 그냥 허공섭물로 들고 갈 수도 있겠으나, 정파의 영역에서는 조금 자중하는 편이 낫다.
‘오히려 좋지, 뭐.
양쪽에서 꽉 껴안아주겠다는데. 굳이 허공섭물을?
콰아아아앙────────!!
적당한 속도로 혼원보를 펼치니 거센 바람이 얼굴을 때려댄다.
“흐에엑…!”
춘봉이 기겁하긴 했지만, 얼마 안 있어 입을 쩍 벌리며 감탄했다.
구름을 벗 삼아 하늘을 가로지르는 경험은 어지간해서는 할 수 없다.
“오오…! 사람들이 개미만 해!”
“그래, 금춘봉. 미천한 우민들을 발밑에 두어라.”
“뭐라는 거야.”
춘봉은 그러면서도 저 아래 땅을 내려다보며 히죽댔다. 가슴 속에 차오르는 우월감에 심장이 쿵쿵 뛴다.
“언젠가 중원을 금가의 발밑에….”
“뭣.”
춘봉의 사상이 조금 위험한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 같지만, 아무래도 좋다.
중원 사람들도 춘봉이 발에 밟히면 좋아하지 않을까?
“다 왔다.”
즐거운 시간은 금방 끝이 나고, 얼마 되지도 않아 항주에 도착했다.
“항주까지 그래도 거리가 꽤 있는데….”
남궁수아는 흐트러진 머리칼을 정돈하며 주변을 살폈다. 확실히 항주가 맞다.
이렇게까지 금방 올 수 있을 줄이야.
서준이 어깨를 으쓱였다.
“누나도 수아신공을 어느 정도 익히면 비슷하게 할 수 있을걸?”
“정말?”
“응. 애초에 남궁세가 무공이 하늘에 번개까지 담았으니까.”
나중에는 스스로 번개가 되어 하늘을 가로지를 수도 있을 거다.
“화경쯤 되면 무리 없이 할 수 있겠네.”
“…놀리는 거야?”
“진심인데용.”
화경 그거 뭐, 어려운 건가?
서준이 낄낄 웃어대자 남궁수아가 그의 옆구리를 손가락으로 푹 찔렀다.
“억…!”
입술을 삐죽인 남궁수아가 엄살을 피우는 서준의 팔을 붙잡고 이끌었다.
“빨리 가자. 기다리시겠다.”
“오히려 지금 가면 놀랄 것 같은데.”
아직 지원 요청을 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았다. 해벽문 입장에서는 오는 데 어느 정도 시간이 걸릴 것이라 생각하고 있을 터.
원래 사단장이 부대에 방문할 때는 미리 예고를 하고 가는 게 최소한의 도리다.
느닷없이 투스타가 부대에 방문한다? 간부들이 심장마비로 쓰러져도 이상할 것이 없다.
‘재밌겠는데?
당장 해야지.
서준이 발걸음을 서둘렀다.
*
“이리 오너라!”
해벽문 정문 앞에서 서준이 외쳤다.
문을 지키던 무인들이 눈을 끔뻑였다. 춘봉은 양손으로 얼굴을 가린 채 한숨을 내쉬었다.
“어디 내놓기 부끄러운 새끼….”
“네 남편이야, 금춘봉.”
“뭣….”
춘봉의 몸이 흠칫 굳었다. 효과가 끝내준다.
“남궁… 세가에서 오셨습니까?”
서준의 옷에 새겨진 문양을 눈치챈 무인이 물었다.
“네. 지원 부르셨죠?”
“어어….”
무인이 얼을 타자 옆에 있던 사내가 그의 머리를 잡고 내리눌렀다. 완벽한 구십 도 인사다.
“어서 오십시오! 문주께 안내해드리겠습니다!”
이게 권력의 맛?
서준은 가벼운 발걸음으로 안내를 따라 문주에게로 향했다.
기별을 넣고 얼마 지나지 않아 문주를 대면할 수 있었는데, 그는 서준과 양옆의 여인들을 한 번 훑고는 인상을 찌푸렸다.
“지금은 전시요.”
“아는데요?”
뭐 어쩌라는 거지? 어깨를 으쓱인 서준이 춘봉과 남궁수아를 소개했다.
“여기는 회룡봉 금희. 여기는 단뢰봉 남궁수아.”
“으음….”
“방해될 일 없으니까 표정 풀어요.”
서준은 대충 근처의 의자에 걸터앉았다. 어째 문주의 표정을 보니 지원을 그리 반기는 것 같지는 않았다.
‘알 바는 아니지.
자신이야 일만 해결하고 떠나면 그만이다. 헛짓거리만 안 하면 딱히 뭐라 할 생각도 없었다.
“…소개가 늦었군. 해벽문의 문주 여운적이오.”
“남궁세가의 장로 이서준.”
여운적이 코로 크게 숨을 내쉬며 물었다.
“전황은 알고 계시오?”
“어느 정도는요.”
사흑련의 무인들이 배를 타고 빙 돌아 절강 동쪽에 침투했다.
현재 무림맹은 중원 서쪽에 힘을 집중하고 있는 상황. 사흑련이 나름 빈틈을 노렸다고도 할 수 있지만, 절강에 침투한 것이 사실상 정파 자체에 큰 영향을 끼칠 수는 없는 전력이라 별 신경은 쓰고 있지 않았다.
하지만 그건 무림맹의 입장이고. 당장 코앞에 적이 들이닥친 해벽문 입장에서는 여간 골치 아픈 일이 아니었다.
“상대의 수가 그리 많지는 않소. 기껏해야 수십 정도뿐.”
“초절정이 셋이라면서요?”
“그렇소. 어떻게든 상대하고는 있으나…, 피해가 누적되고 있는 상황이지.”
초절정 하나는 여운적이 상대한다고 하나, 나머지 둘을 막기가 곤란하다.
타 문파의 문주들 중 초절정에 가까운 이들이 합공하여 하나를 막아서고, 남은 하나는 어떻게든 전력을 쥐어짜 막아내고 있으나 시간이 흐를수록 이쪽의 전력만 깎여나가는 중이다.
‘초절정 셋이라.
솔직히 서준은 삼 대 일로 싸워도 이길 자신이 있었다. 화마경은커녕 그냥 대충 싸워도 압도할 수 있다.
새삼 감회가 새로웠다.
지금 절강성이 초절정 셋에 쩔쩔매고 있다는 것은 서준 혼자서도 절강성을 초토화시킬 수 있다는 말이 아닌가?
‘국가권력급 무인 다 됐네.
중원에서 한 개 성이면 나라 하나라고 봐도 된다. 그런데 아무리 봐도 절강성 이거, 마음 먹으면 며칠 내로 함락이 가능해 보인다.
딱히 그럴 이유가 없으니 실천에 옮기진 않겠지만.
“초절정 무인들은 한 곳에 모여 있어요?”
“그렇지는 않소. 한 놈은 배를 지키며 바다와 항구를 오가고 있고, 나머지 둘은 각각 흩어져 불시에 기습을 가하고 있지.”
그렇다면 일단 퇴로 차단이 우선이다.
서준에게나 초절정이 우습지, 원래 초절정쯤 되면 걸어다니는 재앙이다.
그 중 셋을 잘라먹을 수 있는 기회를 놓치는 건 아쉬운 일이다.
“바로 항구로 가죠.”
여운적 역시 비슷한 생각인지 고개를 끄덕였다. 허나 춘봉과 남궁수아가 자연스레 서준의 뒤를 따르자 미간을 찌푸렸다.
“이보시오. 그대들이 귀한 신분인 것은 아는 바이나, 오히려 그렇기에 전시에는 방해가 되오. 전쟁은 소꿉놀이가 아니외다.”
춘봉이 픽 코웃음을 쳤다. 저 여운적이라는 사람, 눈빛이 영 꺼림칙했다.
“알아서 할 테니 신경 끄시죠.”
“절정경의 무인이 전장에서 도움이 되는 것은 알지만, 그들은 단 한 번의 전투에서조차 셀 수 없이 희생되오. 그쪽이 다치면 곤란해지는 건 이쪽이란 말이오.”
앞장선 채 다른 이들이 따라오길 기다리던 서준이 고개를 돌렸다.
아주 틀린 말은 아니지만 기본이 안돼 있다.
“기감 수련을 조금 더 열심히 하셔야겠네.”
느닷없는 말에 여운적이 미간을 찌푸렸다.
“무슨 뜻으로 하는 말이오?”
“절정은 무슨. 누가 봐도 초절정이구만.”
원래 기세를 드러내지 않는 한, 척 보고 경지를 가늠하는 것은 어렵다. 경지가 엇비슷할수록 더욱 그렇다.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절정과 초절정을 헷갈리다니?
“남궁의 일은 남궁이 알아서 하지. 그쪽은 심기를 감추는 연습부터 조금 해야겠어.”
“…….”
“뭐가 불만인지는 모르겠는데 그걸 기운에 드러내지는 말아야지.”
아까부터 피부를 간질이는 기운이 영 깔끔하지 못하다. 왠지 몰라도 계속 이쪽을 경계하고 있었다.
“혹시 이 일을 빌미로 남궁이 절강성에 개입할까 우려하는 것이라면….”
서준이 픽 웃었다.
“어차피 알아도 못 막을 테니 그냥 마음 편히 있도록.”
*
“완전 개판이네.”
서준은 항구를 둘러보았다.
본래 사람이 가득해야 할 항구에는 쥐새끼와 까마귀밖에 없고, 온갖 파편들이며 시체 따위가 바다 위를 둥둥 떠다닌다.
이래서야 사흑련을 치워낸다고 해도 피해가 이만저만이 아닐 터.
처음 보는 중원의 바다는 그다지 관광에 적합해 보이진 않았다.
혀를 찬 서준은 저 멀리 수평선 끝자락에 보이는 배 한 척을 유심히 바라보았다.
“누나, 춘봉아.”
“응?”
“수련은 실전처럼이라는 말 알지?”
남궁수아가 고개를 끄덕였다.
“알지?”
“마침 교보재도 생겼겠다, 자리는 마련해줄 테니까 한 번 싸워봐.”
안전이 보장된 초절정 고수와의 생사결(생과 사는 정해져있는)이다.
여운적이 서늘한 눈으로 그들을 노려보았으나, 그 누구도 그를 신경 쓰지 않았다.
파츠츳-! 서준이 씩 웃으며 손가락 사이사이에 전류를 휘감았다. 푸른 전류가 물처럼 흐르며 서준의 손가락 사이를 노닌다.
천뢰폭(天雷爆).
서준이 가볍게 손을 휘두르는 것과 동시에,
우르릉─────────!!
저 먼 바다 위에서 벼락이 하늘로 솟구쳤다.
거대한 함선조차 버틸 수 없는 일격이었으나, 배는 간신히 가라앉는 것을 면했다.
쩌엉-! 거대한 낫을 든 사내가 벼락을 어떻게든 막아낸 까닭이다.
끄아아아…!
허나 모두 막아내지는 못해 몇몇 무인들이 감전되어 죽었다.
바다 위로 둥둥 떠오른 물고기들. 서준이 픽 웃으며 이번에는 반대편 손을 휘둘렀다.
우르릉────────!!
쩌억-! 끝내 배가 절반으로 쪼개지며 가라앉는다. 수장되는 배에서 튀어나온 사내 하나가 분노에 가득 찬 고함을 내질렀다.
“어떤 씹어먹을 새끼냐…!”
서준이 활짝 웃으며 그를 삿대질 했다.
“이제 쟤랑 둘이 번갈아 가면서 싸우면 돼.”
한 번에 이기기는 힘들 테지만, 춘봉과 남궁수아라면 끝내 승리를 쟁취해내리라고 믿는다.
신록환을 섭취하며 내공이 말도 안 되게 늘었으니 결코 불가능한 일은 아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