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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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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마와 비견되는 그 경지는 신의 비대를 이루어 주변 공간을 스스로의 영역으로 삼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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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중요한 것은 신의 비대다. 신(神). 무인의 의념이니 정신과도 연관이 있는 그 영역은 과연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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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히 따진다면 상단전이라 할 수 있고, 조금 더 넓게 보자면 정신적인 활동과 관련된 모든 것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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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준은 검신의 말을 기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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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이 무르익는 데 필요한 시간. 네가 화경에 이르기 위해 부족한 것은 그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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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들어 이 사람 말을 믿어도 되는 걸까 하는 의문이 들긴 하지만, 어찌 됐건 현경을 넘어 등선까지 해낸 신선이 바로 검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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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마야 뭐, 전문분야가 아니라서 헷갈렸을 수도 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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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검신이 말하길, 자신에게 부족한 것은 시간이라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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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 그 시간이라는 것이 무엇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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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에 매달려 있는 과일이라면 몰라도, 인간은 멍하니 시간만 때운다 해서 신이 무르익지는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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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만히 앉아 참선하며 깨달음을 얻을 수는 있겠으나, 검신의 말에 따르자면 서준에게 그런 종류의 깨달음이 필요한 것도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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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시간이 흐름에 따라 다양한 경험을 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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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 검신의 말은 곧 조금 더 다양한 경험을 쌓아야 한다는 말과 같다. 그가 말하는 시간은 경험과 같은 말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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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준은 확신했다. 무학적으로 보았을 때 자신의 경험은 이미 화경에 오르기에 충분하다. 전투 경험 역시 양은 몰라도 그 질은 차고 넘칠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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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부족한 경험 역시 일목요연하다. 그냥 평범한 경험. 다르게 말하자면 삶의 경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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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그런 것이 경지와 무슨 상관이 있는 것인지 의문이 들기도 했지만, 정파가 지향하는 무(武)가 무엇인지를 생각해보니 얼추 짐작이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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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이 생각하는 무공은 단순히 사람을 죽이는 기술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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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존재로 거듭나기 위한 길이며, 스스로를 갈고 닦는 수련의 한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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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디로 여행이나 다니는 게 결국 경지를 위한 수련이다, 이 말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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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삶의 경험? 그거 완전 여행이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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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 잘 됐다. 춘봉이와 수아 누나가 초절정에 오르지 않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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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둘이 강기만 어느 정도 다룰 수 있게 된다면, 정파의 영역에서 돌아다니는 정도로 위험할 일은 거의 없다고 봐도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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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의 상황이 생기더라도 눈 딱 감고 화마경 한 번 꺼내면 되는 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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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고로 우리는 수련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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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준의 말에 춘봉이 머뭇머뭇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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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 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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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춘봉과 눈이 마주친 서준 역시 괜히 턱을 긁적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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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궁수아는 조용히 웃음을 삼켰다. 약혼 사건 이후로 둘 사이의 분위기가 굉장히 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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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만간 무슨 일이 생겨도 크게 한 번 생길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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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일단 무인이 초절정에 올랐을 때 그 무력이 크게 올라가는 이유는 다들 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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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궁수아가 손을 번쩍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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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강기 때문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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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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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은 안 주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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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궁수아가 제 입술을 톡톡 두드렸다. 괜히 주변을 살핀 서준이 그녀의 입술에 쪽- 입을 맞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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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아무튼. 지금 둘이 초절정에 오르고도 강기를 제대로 다루지 못하는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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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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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봉이 힘차게 손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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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정답! 신을 담을 틀을 마련하지 못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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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부이 대단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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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 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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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개를 끄덕인 춘봉이 눈을 꾹 감은 채 입술을 삐죽 내밀었다. 서준은 그녀의 입술에도 쪽- 입을 맞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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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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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쩍 이 판을 짠 남궁수아를 바라보니 뭐가 그리 재밌는지 쿡쿡 웃어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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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좋긴 한데. 이게 이래도 되는 건가 싶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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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기라는 건 결국 기에 신을 깃들이는 기예야. 신, 즉 심상이라고도 할 수 있는 별을 담아내기 위해서는 토대가 되는 기가 충분히 튼튼해야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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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준이 손 위로 내공을 뿜어냈다. 화염처럼 일렁이면서도 얼추 기다란 형상을 갖춘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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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둘의 상태가 이런 느낌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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틀이 대략 잡히긴 했지만 충분히 튼튼하지 못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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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제대로 된 강기를 다루려면 이런 느낌이 돼야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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슷-, 황금빛 내공이 순식간에 검의 형상을 갖췄다. 남궁수아가 감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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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천검이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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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궁세가의 무력대가 주로 쓰는 검의 모양이다. 그 장식 하나하나가 뚜렷하게 구현되어 있어 단번에 알아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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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준은 괜히 콧대가 높아지는 기분에 한 걸음 더 나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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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중에는 이런 것도 할 수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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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악-! 서준의 손 위에 생겨난 검의 형상에 색이 깃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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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래 내공의 색은 익힌 심법에 따라 달라진다. 품은 심상이나 체질에 따라 변화가 생기기도 하지만, 그 역시 그 상태로 고정이 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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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공심법을 바꾸지 않는 한 어지간해서 내공의 색은 결코 바꿀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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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나 서준은 달랐다. 그는 다양한 내공을 다룰 줄 알았고, 그에 따라 그 색 역시 달라졌다. 이제는 내공의 색 정도야 그냥 마음대로 바꿀 수 있는 경지에 이르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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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결과가 무엇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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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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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봉과 남궁수아가 입을 쩍 벌렸다. 창천검이다. 내공으로 만든 창천검이 아니라 진짜 창천검이 저곳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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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이게 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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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황한 춘봉은 부끄러워하던 것도 잊고 서준의 손 위에 떠있는 창천검을 매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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팅-, 검신을 손으로 튕겨보니 청아한 소리가 울려퍼진다. 살짝 차가운 감촉과 매끈한 검면까지 그야말로 정말 금속으로 이루어진 듯한 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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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 부위마다 내공의 성질을 약간 다르게 하면 금속의 느낌이나 가죽의 느낌 같은 것도 구현할 수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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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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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 뭐가 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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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게 왜 되는 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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납득이 안 된다. 저게 정녕 인간의 능력이 맞다는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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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에서 유를 만들어내는 것은 인간의 능력이라 할 수 없다. 이건 정말로 창조의 영역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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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흠, 그 정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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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궁수아와 춘봉의 감탄에 서준은 조금 머쓱해졌다. 이렇게까지 반응할 건 아닌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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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중에는 분신술 같은 것도 할 수 있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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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떠오른 생각을 기억 한구석에 잘 쑤셔박아둔 서준은 손 위의 내공을 흩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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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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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궁수아와 춘봉이 아쉬워했지만 하루 종일 구경만 하고 있을 수는 없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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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자, 아무튼 이제 뭘 해야 되는지는 알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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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정 수준에서는 방금처럼 내공을 뚜렷한 형상으로 유형화시키는 것이 불가능에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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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나 초절정에 올라 기에 신을 깃들일 수 있게 된다면, 기와 신은 상호 보완을 통해 서로를 더욱 굳건히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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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잠깐만 연습하고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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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잠깐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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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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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봉이 손 위로 내공을 뿜어냈다. 하지만 당연하게도 검의 형상을 갖추는 것은 불가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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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공만으로 허공에 검의 형상을 만들라고? 그게 기검(氣劍)이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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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기도 제대로 못 다루는 수준에서 넘볼 기예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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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히 아니지. 그냥 검 위에 검기를 조금 더 뚜렷하게 만들어보라는 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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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아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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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쓱해진 춘봉이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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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심히 하고 있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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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부이 화이팅! 어디 좀 갔다 올 테니까 누나도 열심히 하고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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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 최선을 다할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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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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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족스레 고개를 끄덕인 서준이 걸음을 옮겼다. 목적지는 천약당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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꽤 오랜만에 찾아온 천약당은 한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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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단을 쉬는 건 아닌지 묘한 냄새가 코끝을 간질이긴 했지만, 그럼에도 천인신단을 만들 때처럼 아주 바빠보이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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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긴. 매일 그렇게 살면 단명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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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시절, 천약당주 남궁영보가 얼마나 죽는 소리를 해댔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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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준은 작은 웃음을 흘리며 연단실의 문을 두드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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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왔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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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한 마디. 동시에 내부에서 우당탕탕-! 요란한 소리가 울려퍼지며 즉시 연단실의 문이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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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고…! 오셨습니까 도련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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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궁영보가 환하게 웃으며 허리를 꾸벅꾸벅 접어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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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익숙한 모습이다. 서준은 자연스럽게 인사를 받아주며 연단실 내부에 들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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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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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궁영보 대신 천약당의 당원 양송백이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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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업 자체는 끝이 나긴 했습니다만…, 정말 이걸 순수한 기로 바꾸실 수 있다는 말씀이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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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불경한 말에 당장 남궁영보의 불호령이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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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쓰레기 같은 놈! 감히 도련님을 의심해? 이단이로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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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솔직히 당주님도 궁금하지 않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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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궁영보가 슬쩍 눈을 굴렸다. 그리고는 서준을 바라보며 헤헤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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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혹시 저희가 도련님의 작업을 옆에서 견식해도 되겠습니까? 물론 숨조차 쉬지 않고 조용히 지켜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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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 숨은 쉬셔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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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준은 픽 웃으며 남궁영보의 안내를 따라 미리 맡겨둔 물건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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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물건은 다름 아닌 녹소평의 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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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용을 보관해둔 상자를 열자 묘한 압박감이 일대를 짓눌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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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비는 다 됐다 그랬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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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 녹용에 깃든 기운이 순수한 기로 치환되었을 때를 계산해, 그 효용에 맞춰 알맞은 재료들을 전부 준비해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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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용에 깃든 기운만 순수한 기로 바꿔낸다면 터무니없는 영약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소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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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순도 높은 마기를 다른 기운으로 바꿔내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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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나 그건 서준에게 있어 딱히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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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소평의 뿔? 물론 대단하긴 하지만 청화목에 깃들어 있던 마기에 비하면 그렇게까지 많은 양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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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고민하던 서준은 이내 천마신공을 운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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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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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식간에 화마경을 이루며 주변에 묘한 압력이 가해졌다. 일순 몸을 비틀댄 남궁영보의 눈이 부릅 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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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도련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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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용으로 만들 영약의 효능을 조금이라도 더 높이기 위해 화마경을 드러냈다. 남궁세가의 사람들을 믿기에 내린 결정이었으나, 내심 긴장하지 않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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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모습은…! 연단에 최적화된 형태로 진화를 이루셨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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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이런 반응을 예상한 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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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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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뿔의 형태를 보아하니 주변 기의 흐름에 아주 민감하게 반응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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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그건 맞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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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단하십니다! 그런 경지를 이룬다면 마기에 물든 재료 역시 한결 수월하게 다룰 수 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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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는 말이긴 한데…. 이게 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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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 뭐. 아무튼 시작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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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옙…! 두 눈 부릅 뜨고 배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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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찌 됐건 연단 고수 이서준의 귀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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