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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14 21:31:5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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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경.

극마와 비견되는 그 경지는 신의 비대를 이루어 주변 공간을 스스로의 영역으로 삼는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신의 비대다. 신(神). 무인의 의념이니 정신과도 연관이 있는 그 영역은 과연 무엇일까.

단순히 따진다면 상단전이라 할 수 있고, 조금 더 넓게 보자면 정신적인 활동과 관련된 모든 것이라 할 수 있다.

서준은 검신의 말을 기억했다.

  • 신이 무르익는 데 필요한 시간. 네가 화경에 이르기 위해 부족한 것은 그뿐이다.

요즘 들어 이 사람 말을 믿어도 되는 걸까 하는 의문이 들긴 하지만, 어찌 됐건 현경을 넘어 등선까지 해낸 신선이 바로 검선이다.

극마야 뭐, 전문분야가 아니라서 헷갈렸을 수도 있지.

아무튼 검신이 말하길, 자신에게 부족한 것은 시간이라 하였다.

그러면 그 시간이라는 것이 무엇이냐?

나무에 매달려 있는 과일이라면 몰라도, 인간은 멍하니 시간만 때운다 해서 신이 무르익지는 않는다.

가만히 앉아 참선하며 깨달음을 얻을 수는 있겠으나, 검신의 말에 따르자면 서준에게 그런 종류의 깨달음이 필요한 것도 아니었다.

‘인간은 시간이 흐름에 따라 다양한 경험을 쌓는다.

그러니 검신의 말은 곧 조금 더 다양한 경험을 쌓아야 한다는 말과 같다. 그가 말하는 시간은 경험과 같은 말인 것이다.

서준은 확신했다. 무학적으로 보았을 때 자신의 경험은 이미 화경에 오르기에 충분하다. 전투 경험 역시 양은 몰라도 그 질은 차고 넘칠 수준이다.

그렇다면 부족한 경험 역시 일목요연하다. 그냥 평범한 경험. 다르게 말하자면 삶의 경험이다.

도대체 그런 것이 경지와 무슨 상관이 있는 것인지 의문이 들기도 했지만, 정파가 지향하는 무(武)가 무엇인지를 생각해보니 얼추 짐작이 갔다.

그들이 생각하는 무공은 단순히 사람을 죽이는 기술이 아니다.

위대한 존재로 거듭나기 위한 길이며, 스스로를 갈고 닦는 수련의 한 방식이다.

‘한마디로 여행이나 다니는 게 결국 경지를 위한 수련이다, 이 말이네.

다양한 삶의 경험? 그거 완전 여행이잖아.

마침 잘 됐다. 춘봉이와 수아 누나가 초절정에 오르지 않았는가.

그 둘이 강기만 어느 정도 다룰 수 있게 된다면, 정파의 영역에서 돌아다니는 정도로 위험할 일은 거의 없다고 봐도 좋았다.

만약의 상황이 생기더라도 눈 딱 감고 화마경 한 번 꺼내면 되는 거니까.

“그런고로 우리는 수련을 합니다.”

서준의 말에 춘봉이 머뭇머뭇 고개를 끄덕였다.

“으, 응….”

그런 춘봉과 눈이 마주친 서준 역시 괜히 턱을 긁적였다.

남궁수아는 조용히 웃음을 삼켰다. 약혼 사건 이후로 둘 사이의 분위기가 굉장히 묘했다.

조만간 무슨 일이 생겨도 크게 한 번 생길 것처럼.

“어…. 일단 무인이 초절정에 올랐을 때 그 무력이 크게 올라가는 이유는 다들 알지?”

남궁수아가 손을 번쩍 들었다.

“네~. 강기 때문이죠?”

“정답.”

“상은 안 주시나요?”

남궁수아가 제 입술을 톡톡 두드렸다. 괜히 주변을 살핀 서준이 그녀의 입술에 쪽- 입을 맞췄다.

“음. 아무튼. 지금 둘이 초절정에 오르고도 강기를 제대로 다루지 못하는 이유는….”

번쩍-!

춘봉이 힘차게 손을 들었다.

“저, 정답! 신을 담을 틀을 마련하지 못해서!”

“춘부이 대단해!”

“으, 응!”

고개를 끄덕인 춘봉이 눈을 꾹 감은 채 입술을 삐죽 내밀었다. 서준은 그녀의 입술에도 쪽- 입을 맞췄다.

‘이게 뭐지.

슬쩍 이 판을 짠 남궁수아를 바라보니 뭐가 그리 재밌는지 쿡쿡 웃어대고 있다.

아니, 좋긴 한데. 이게 이래도 되는 건가 싶기도 하고.

“…강기라는 건 결국 기에 신을 깃들이는 기예야. 신, 즉 심상이라고도 할 수 있는 별을 담아내기 위해서는 토대가 되는 기가 충분히 튼튼해야겠지?”

서준이 손 위로 내공을 뿜어냈다. 화염처럼 일렁이면서도 얼추 기다란 형상을 갖춘 상태다.

“지금 둘의 상태가 이런 느낌이야.”

틀이 대략 잡히긴 했지만 충분히 튼튼하지 못하다.

“그리고 제대로 된 강기를 다루려면 이런 느낌이 돼야 해.”

슷-, 황금빛 내공이 순식간에 검의 형상을 갖췄다. 남궁수아가 감탄했다.

“창천검이구나?”

남궁세가의 무력대가 주로 쓰는 검의 모양이다. 그 장식 하나하나가 뚜렷하게 구현되어 있어 단번에 알아볼 수 있었다.

서준은 괜히 콧대가 높아지는 기분에 한 걸음 더 나아갔다.

“나중에는 이런 것도 할 수 있어.”

화악-! 서준의 손 위에 생겨난 검의 형상에 색이 깃든다.

본래 내공의 색은 익힌 심법에 따라 달라진다. 품은 심상이나 체질에 따라 변화가 생기기도 하지만, 그 역시 그 상태로 고정이 될 뿐이다.

내공심법을 바꾸지 않는 한 어지간해서 내공의 색은 결코 바꿀 수 없었다.

허나 서준은 달랐다. 그는 다양한 내공을 다룰 줄 알았고, 그에 따라 그 색 역시 달라졌다. 이제는 내공의 색 정도야 그냥 마음대로 바꿀 수 있는 경지에 이르렀다.

그 결과가 무엇이냐.

“어…?”

춘봉과 남궁수아가 입을 쩍 벌렸다. 창천검이다. 내공으로 만든 창천검이 아니라 진짜 창천검이 저곳에 있었다.

“아니, 이게 뭔….”

당황한 춘봉은 부끄러워하던 것도 잊고 서준의 손 위에 떠있는 창천검을 매만졌다.

팅-, 검신을 손으로 튕겨보니 청아한 소리가 울려퍼진다. 살짝 차가운 감촉과 매끈한 검면까지 그야말로 정말 금속으로 이루어진 듯한 검이었다.

“각 부위마다 내공의 성질을 약간 다르게 하면 금속의 느낌이나 가죽의 느낌 같은 것도 구현할 수 있어.”

“아니, 왜…?”

“응? 뭐가 왜야?”

“이런 게 왜 되는 건데…?”

납득이 안 된다. 저게 정녕 인간의 능력이 맞다는 말인가?

무에서 유를 만들어내는 것은 인간의 능력이라 할 수 없다. 이건 정말로 창조의 영역이 아닌가!

‘흠, 그 정돈가…?

남궁수아와 춘봉의 감탄에 서준은 조금 머쓱해졌다. 이렇게까지 반응할 건 아닌데.

‘나중에는 분신술 같은 것도 할 수 있으려나.

문득 떠오른 생각을 기억 한구석에 잘 쑤셔박아둔 서준은 손 위의 내공을 흩어냈다.

“아….”

남궁수아와 춘봉이 아쉬워했지만 하루 종일 구경만 하고 있을 수는 없는 법이다.

“자자, 아무튼 이제 뭘 해야 되는지는 알겠지?”

절정 수준에서는 방금처럼 내공을 뚜렷한 형상으로 유형화시키는 것이 불가능에 가깝다.

허나 초절정에 올라 기에 신을 깃들일 수 있게 된다면, 기와 신은 상호 보완을 통해 서로를 더욱 굳건히 만든다.

“여기서 잠깐만 연습하고 있어.”

“자, 잠깐만…!”

“응?”

춘봉이 손 위로 내공을 뿜어냈다. 하지만 당연하게도 검의 형상을 갖추는 것은 불가능했다.

“내공만으로 허공에 검의 형상을 만들라고? 그게 기검(氣劍)이잖아.”

강기도 제대로 못 다루는 수준에서 넘볼 기예가 아니다.

“당연히 아니지. 그냥 검 위에 검기를 조금 더 뚜렷하게 만들어보라는 건데?”

“아, 아하….”

머쓱해진 춘봉이 고개를 끄덕였다.

“열심히 하고 있을게.”

“춘부이 화이팅! 어디 좀 갔다 올 테니까 누나도 열심히 하고 있어.”

“응. 최선을 다할게.”

“굿.”

만족스레 고개를 끄덕인 서준이 걸음을 옮겼다. 목적지는 천약당이었다.

꽤 오랜만에 찾아온 천약당은 한산했다.

연단을 쉬는 건 아닌지 묘한 냄새가 코끝을 간질이긴 했지만, 그럼에도 천인신단을 만들 때처럼 아주 바빠보이지는 않았다.

‘하긴. 매일 그렇게 살면 단명하겠지?

그 시절, 천약당주 남궁영보가 얼마나 죽는 소리를 해댔던가.

서준은 작은 웃음을 흘리며 연단실의 문을 두드렸다.

“저 왔어요.”

그 한 마디. 동시에 내부에서 우당탕탕-! 요란한 소리가 울려퍼지며 즉시 연단실의 문이 열렸다.

“아이고…! 오셨습니까 도련님…!”

남궁영보가 환하게 웃으며 허리를 꾸벅꾸벅 접어댄다.

이제는 익숙한 모습이다. 서준은 자연스럽게 인사를 받아주며 연단실 내부에 들어섰다.

“어떻게 되고 있어요?”

남궁영보 대신 천약당의 당원 양송백이 답했다.

“작업 자체는 끝이 나긴 했습니다만…, 정말 이걸 순수한 기로 바꾸실 수 있다는 말씀이십니까?”

그 불경한 말에 당장 남궁영보의 불호령이 떨어졌다.

“이 쓰레기 같은 놈! 감히 도련님을 의심해? 이단이로구나!”

“아니, 솔직히 당주님도 궁금하지 않습니까.”

남궁영보가 슬쩍 눈을 굴렸다. 그리고는 서준을 바라보며 헤헤 웃었다.

“그, 혹시 저희가 도련님의 작업을 옆에서 견식해도 되겠습니까? 물론 숨조차 쉬지 않고 조용히 지켜보겠습니다!”

“거 숨은 쉬셔야죠.”

서준은 픽 웃으며 남궁영보의 안내를 따라 미리 맡겨둔 물건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그 물건은 다름 아닌 녹소평의 뿔.

녹용을 보관해둔 상자를 열자 묘한 압박감이 일대를 짓눌렀다.

“준비는 다 됐다 그랬죠?”

“예. 녹용에 깃든 기운이 순수한 기로 치환되었을 때를 계산해, 그 효용에 맞춰 알맞은 재료들을 전부 준비해뒀습니다.”

녹용에 깃든 기운만 순수한 기로 바꿔낸다면 터무니없는 영약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소리다.

물론 순도 높은 마기를 다른 기운으로 바꿔내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다.

허나 그건 서준에게 있어 딱히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녹소평의 뿔? 물론 대단하긴 하지만 청화목에 깃들어 있던 마기에 비하면 그렇게까지 많은 양도 아니다.

잠시 고민하던 서준은 이내 천마신공을 운용했다.

화악-!

순식간에 화마경을 이루며 주변에 묘한 압력이 가해졌다. 일순 몸을 비틀댄 남궁영보의 눈이 부릅 뜨였다.

“아니, 도련님…!”

녹용으로 만들 영약의 효능을 조금이라도 더 높이기 위해 화마경을 드러냈다. 남궁세가의 사람들을 믿기에 내린 결정이었으나, 내심 긴장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 모습은…! 연단에 최적화된 형태로 진화를 이루셨군요…!”

물론 이런 반응을 예상한 건 아니었다.

“예?”

“과연…! 뿔의 형태를 보아하니 주변 기의 흐름에 아주 민감하게 반응할 것 같습니다!”

“어…, 그건 맞죠.”

“대단하십니다! 그런 경지를 이룬다면 마기에 물든 재료 역시 한결 수월하게 다룰 수 있겠죠!”

맞는 말이긴 한데…. 이게 참….

“예, 뭐. 아무튼 시작할게요.”

“옙…! 두 눈 부릅 뜨고 배우겠습니다…!”

어찌 됐건 연단 고수 이서준의 귀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