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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14 21:31:5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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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약혼식 있잖아…?”
서준의 머리가 그 어느 때보다도 빠르게 돌아갔다.
‘설마 아무리 그래도 내가 약혼식까지 까먹었다고?
스스로를 그렇게까지 멍청한 놈이라 생각해본 적은 없다. 분명 들은 적이 없는 것 같은데….
아무튼 여기서는 말을 잘 해야 한다.
우선 잘 듣고, 무난하게 괜찮은 대답을 내놓으면 중간은 간다.
“조금 갑작스럽긴 한데, 그, 다들 식은 언제쯤 올리냐며 여쭤보시더라고. 그래서 말인데 혹시….”
“응, 맞지. 빨리 올리는 것도 괜찮은 것 같아.”
“저, 정말…?”
남궁수아의 낯이 화악 밝아졌다. 꽃망울이 개화하듯 눈부신 미소였다.
“다행이다…. 너무 갑자기 약혼식 같은 얘기를 꺼내서 당황할 줄 알았는데.”
그러니까 그 말은 자신이 약혼식을 까먹은 게 아니라는 말이렷다?
서준은 스스로가 그렇게까지 병신은 아니었음을 증명하였음에 크게 기뻐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약혼식도 하고 혼례도 올리면 좋은 일이 두 번인 건데 오히려 좋… 지.”
멈칫, 서준의 말이 멎었다. 문득 춘봉이 떠올랐다.
‘잠시만….
위잉-! 위잉-! 서준의 머릿속에 다시 한 번 비상 경보가 울렸다. 진짜 존나 큰 비상 경보다.
남궁수아와의 약혼. 그리고 훗날 올리게 될 혼례.
뺄 생각은 없다. 애초에 빼고 자시고 남궁수아는 중원제일의 신붓감을 자처해도 되는 여인이다. 서준은 살면서 이만한 현모양처의 자질을 본 적이 없었다.
그런 그녀와의 결혼은 하늘에 큰절을 올리면서 감사를 부르짖어도 모자라다.
하지만 큰 문제가 하나 있다. 우리 춘봉이. 자기랑 살자고 그런 대담한 고백까지 했는데, 갑자기 자신이 약혼식을 올려버린다?
춘봉이 충격 받고 그대로 주화입마에 들어도 이상하지 않다.
만약 상황이 반대가 된다면 서준은 그대로 천마로 각성할 자신이 있었다.
‘좆됐다.
이거 어떡하지?
약혼식을 무를 수도 없다. 그랬다가는 춘봉이 대신 수아 누나가 상처받을 뿐이다.
저 싱글벙글 만개한 미소를 좀 보라. 서준은 남궁수아가 저렇게까지 환하게 웃는 모습을 본 적이 없었다.
저렇게 기뻐하는 사람한테 ‘아, 다시 생각해보니 약혼식은 좀…. 히히…. 하는 쓰레기 같은 발언을 할 용기?
일단 서준은 그걸 용기라 칭해야 하는지조차 의문이 들었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그냥 미친놈이다.
“후후,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해?”
꽤 격렬한 고민이었으나, 남궁수아는 서준의 고민을 알아차리지 못했다.
그의 연기가 능숙해진 탓도 있지만, 남궁수아는 지금 인생을 살며 가장 들떴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상태였다.
헤프게 올라가려는 입꼬리를 꾹꾹 눌러 붙잡고, 들썩이려는 어깨의 움직임을 흠칫 정도로 억누르는 데 모든 신경을 쏟아붓는 중이었다.
스스로를 다스리는 데 여념이 없어 차마 서준의 상태를 알아차리지 못했다.
“어, 아니 그냥. 별거 아니야.”
서준은 우선 진정했다. 급해서는 안 될 문제다. 조금 차분하게 생각해보자.
쪼르륵-
서준의 잔에 술을 따라준 남궁수아가 자신의 잔을 내밀었다.
“짠?”
“짠.”
술잔이 부딪히고, 술잔을 비웠다.
가벼운 요리와 함께 술을 즐기는 남궁수아는 미소를 감출 줄 몰랐다. 쿡쿡, 몇 번이고 흘리는 웃음소리와 함께 향긋한 주향이 편운정에 퍼졌다.
“길일을 정하는 건 아버지께 맡기는 게 좋겠지?”
“응. 장인어른이면 천기를 읽는 건 어렵지 않겠지.”
“그러면 날을 잡고…, 식은 조금 화려하게 올릴까?”
“합비에 있는 사람들이 전부 볼 수 있을 만큼?”
“응. 그거 좋다.”
평소보다 말이 많아진 남궁수아는 재잘재잘 이야기를 늘어놓다가 또 쿡쿡 웃음을 흘렸다.
“왜?”
“아니, 그냥. 너무 들뜬 것 같아서.”
“좋은 일이니까.”
“그래두. 조금 바보 같지 않아?”
“바보 같기는.”
여기 진짜 등신 머저리가 있는데. 서준은 머리를 벅벅 긁다가, 술잔에 든 술을 단번에 들이켰다.
여기서 계속 고민만 하는 건 멍청한 짓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미 벌어진 일 아닌가? 당장은 이 시간을 즐기고, 이후에 어떻게든 해결 방안을 찾는 것이 맞다.
‘그래, 저렇게 좋아하는데.
저리 밝은 웃음을 보니 마음이 조금 편해진다.
서준은 의식적으로 고민에서 눈을 돌린 채 남궁수아와 술잔을 주고 받았다.
그렇게 술이 들어가 달아오른 분위기 속, 남궁수아가 빈 상을 옆으로 치워내고 몸을 앞으로 기울였다.
불쑥 다가온 남궁수아의 얼굴에 서준이 옅은 미소를 지었다.
“취했어?”
“아니이?”
얼굴이 발갛게 물든 남궁수아가 무릎 걸음으로 다가와 서준의 목을 폭 끌어안았다.
“술은 누나가 더 잘 마시는 거 몰라?”
“여기서 자존심을 건드리네. 오늘 누가 센지 한 번 봐?”
“으응, 그건 다음에.”
어느새 높이 뜬 달이 정자를 비춘다. 하녀들까지 모두 물려 고요한 밤, 귓가를 간질이는 소리라고는 찌륵거리는 풀벌레의 울음소리뿐.
코앞에서 눈을 맞추는 남궁수아의 발간 뺨을 달빛이 은은하게 쓰다듬었다.
“저번에 있잖아?”
“저번?”
“응.”
톡톡, 남궁수아의 손가락이 서준의 입술을 두드렸다.
“입 맞췄을 때.”
그 말에 기억이 선명하게 살아났다. 조금 농밀했던 남궁수아와의 첫키스.
“다시 생각해보니까, 너무 갑작스러워서 조금 아쉬웠거든.”
남궁수아는 그 푸른 눈동자를 드러낸 채 희게 웃었다.
“만회하고 싶은데, 괜찮… 흡!?”
남궁수아의 눈이 부릅 뜨였다. 동그란 눈이 파르르 흔들린다.
먼저 입을 맞춘 서준은 그녀의 허리를 끌어안았다.
얇은 허리가 품에 들어오고, 맞닿은 입술 사이로 떨리는 한숨을 내쉰 남궁수아가 서준에게 몸을 기댔다.
겹쳐진 몸이 쓰러진다. 서준의 품에 안긴 채 위에 올라탄 그녀는 어색한 입맞춤을 이어가다 살며시 고개를 뒤로 했다.
“흐으….”
입술이 떨어지며 은빛 실이 서로를 잇는다. 남궁수아는 빨갛게 물든 얼굴로 숨을 몰아쉬었다.
이리저리 흔들리는 푸른 눈동자. 서준이 웃었다.
심통이 난 듯 코를 찡긋거린 남궁수아가 얼굴을 바짝 붙여왔다. 달뜬 숨이 입가를 간질인다.
“깜짝 놀랐잖아….”
“한 번쯤은 내가 먼저 해야지.”
“한 번만?”
쿵, 쿵, 남궁수아의 심장이 크게도 뛴다. 서준이 웃음기를 머금은 채 입술을 달싹이자, 말보다 먼저 그녀가 입술을 붙여왔다.
“으응….”
전보다 조금 진해진 입맞춤.
달빛이 내리고, 옅은 바람이 뜨거운 열기를 식힌다. 채 식히지 못한 열기가 서로의 입과 입을 오갔다.
감았던 눈을 살며시 뜬 서준은 입맞춤에 열중하는 남궁수아의 얼굴을 보았다. 긴 속눈썹에 달빛이 맺혀 부서진다.
‘가족이라….
심장이 어느 때보다도 아프게 뛰었다.
*
혼인이라는 것은 말처럼 간단하지 않다.
본디 혼례는 납채, 문명, 납길, 납징, 청기, 친영의 과정을 거치는데, 서준의 경우 납채가 필요 없었다.
납채란 신랑 측에서 신부 측에 혼인의 의사를 전하는 절차로, 흔히 생각하는 프로포즈와는 조금 다르다.
중매인을 보내 혼담을 건네는 방식이다.
프로포즈야 따로 한다고 치더라도 서준이 굳이 납채라는 절차를 거칠 이유가 없었다.
문명은 신부 측에서 신부의 부모, 조부, 증조부 등 근친의 이름과 관직, 재산, 생년월일 등을 적어 보내는…, 어쩌고 저쩌고.
이 또한 굳이 알 필요 없었다. 남궁세가는 그런 예식에 집착하지 않았다.
그 다음 절차인 납길의 경우 혼인의 흉길을 점치는 것인데, 이는 남궁진천이 단언했다.
“흉길에 얽매이지 말게…. 설령 이 혼인이 흉하다 한들 내가 하늘을 고쳐 쓸 터이니….”
그리 말하는 남궁진천의 표정은 아주 밝았다. 그의 표정이 읽히는 일은 그리 흔하지 않은데, 이번 경우 누가 봐도 남궁진천이 딸의 혼인을 기대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서준은 숨이 턱 막혔다. 며칠간 생각해온 해결법. 그 얘기를 과연 이 자리에서 꺼내는 게 맞는 걸까?
얘기를 들은 남궁진천이 당장 검을 뽑아들어도 딱히 할 말이 없었다.
‘아니, 이건 일단 춘봉이 의사를 먼저 묻는 게 맞다.
장인어른께서 검을 뽑을까 봐 쫄아서 그런 건 아니다. 어차피 언제가 됐건 결국에는 말을 해야 하는 일이다.
이건 그냥 상식적인 결정이다.
춘봉의 인생에 커다란 흔적을 남길 만한 일이니, 당연히 그녀에게 먼저 의사를 묻는 것이 옳다.
그런 이유로 서준은 남궁수아와 함께 오늘도 수련에 열심인 춘봉을 찾아갔다.
“오빠!”
우다다 달려온 춘봉이 서준의 품에 안겼다. 서준의 둥기둥기를 잠시 즐긴 춘봉은 후딱 땅에 내려서 제 성과를 자랑했다.
“이거 봐!”
화아악-! 그녀의 검에 백금빛 강기가 깃들었다. 찬란히 빛나는 별빛처럼 춘봉의 입가에도 밝은 미소가 그려졌다.
잠시 빛나던 강기가 이내 흩어졌다. 아직 긴 시간을 유지하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이제 어느 정도 감은 잡았어. 실전에서 쓰려면 문제가 조금 있긴 한데…. 그래도 이게 어디야!”
“맞지, 우리 춘봉이. 춘부이 대단해!”
“이게 나야!”
양손을 번쩍 치켜든 춘봉이 자신만만한 미소를 머금었다.
그녀를 보며 입술을 질근질근 깨물던 서준은 결국 눈을 딱 감고 질렀다.
“춘봉아.”
“응?”
“우리 잠깐 얘기 좀 할까?”
“얘기?”
서준의 표정을 살핀 춘봉이 긴장했다. 처음 보는 표정이었다. 이서준이 긴장이라는 걸 할 줄 안다고?
침을 꿀꺽 삼킨 춘봉이 고개를 끄덕였다.
“응….”
*
연무장에서 할 만한 얘기가 아니었던 탓에 서준은 춘봉, 수아와 함께 방에 들어섰다.
그는 앞에 놓인 차를 홀짝였다. 과연 대남궁세가의 하녀. 차를 우리는 솜씨가 훌륭하다.
“무슨 얘기를 하려고 이렇게 뜸을 들여?”
잠시간의 현실 도피가 춘봉의 한마디에 끝났다.
어떻게 말을 꺼내는 게 좋을까. 고민은 길었고, 실행에 옮기는 것은 빨랐다.
“춘봉아.”
“어.”
“오빠 약혼해.”
“어?”
춘봉이 픽 웃으며 귀를 긁적였다.
“또 뭔 이상한 소리를 하려고 그래?”
그런데 뭔가 이상하다. 원래 이쯤이면 오빠가 말을 받아치면서 어처구니 없는 농담이 튀어나와야 하는데, 그럴 기미가 없다.
춘봉의 입꼬리가 파르르 떨렸다.
“진심이야…?”
“응.”
“아…. 그, 그래…?”
춘봉의 눈이 바쁘게 움직였다. 왠지 모르게 눈가가 시큰거린다.
생각도 못 한 일이 느닷없이 닥쳤다. 멍한 정신이 말뜻을 온전히 받아들이는 데는 시간이 필요했다.
그리고 끝내 그 말을 완전히 받아들였을 때, 그녀는 눈가에 맺힌 눈물방울을 떨어뜨리지 않으려 부단히도 애썼다.
‘이렇게 갑자기….
숨이 턱 막힌다. 온갖 생각이 다 들었다. 아니, 단편적으로 뭉개진 생각들이 뒤엉켜 오히려 머릿속이 새하얘졌다.
“축하해….”
춘봉은 결국 서준을 축하해줬다. 약혼은 기쁜 일이니까.
그리고 힘껏 입꼬리를 끌어올려 웃었다.
“뭐, 나는…. 응. 두 번째도 좋아!”
생각해 보면 당연한 일이다. 멸문한 금가의 후손인 자신보다야, 남궁세가의 직계인 남궁수아가 첫 번째가 되는 게 맞는 거지.
“아니, 무슨 소리야?”
서준이 당황해 손을 저었다. 춘봉의 눈이 파르르 떨렸다.
“아, 아니야…?”
결국 눈물이 흘러내렸다. 애써 짓던 미소가 무너졌다. 춘봉이 혼이 나간 듯한 얼굴로 울었다.
“나는, 두 번째도 안 돼…?”
꾹 눌러참은, 숨 죽인 울음소리가 조용히 흩어진다.
전혀 예상하지 못한 상황에 서준도 멘탈이 나갔다. 일단 수습부터 해야 한다.
원래는 남궁수아와 함께 차근차근 얘기를 나눠볼 생각이었지만, 지금은 그럴 상황이 아닌 것 같았다.
준비해둔 말이고 뭐고 그냥 결론부터 내뱉었다.
“약혼식, 셋이 같이 하자.”
일단 내뱉고 남궁수아의 반응을 살폈다. 그런데 반응이 영 예상과 다르다.
남궁수아가 순수하게 감탄한 듯 눈을 크게 떴다.
“아, 그런 방법이…?”
“응…?”
“나는 당연히 금 매가 먼저일 줄 알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