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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14 21:31:5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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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파와 사파의 구조는 굳이 따지자면 봉건제와 비슷하다. 각 지역을 지배하는 문파가 있고, 그들 중 세력이 가장 강대한 몇몇을 십육명문이니 칠사흑문 따위로 부른다.
마교는 조금 다르다. 마교의 경우 전제군주제와 비슷하다. 모든 마인의 위에 마라가 있으며, 마라의 대행인 천마가 천산을 다스린다.
그런 까닭에 마교와의 전쟁은 필연적으로 총력전이 될 수밖에 없다.
간단한 이유다.
정파나 사파의 경우 그 형태가 각 문파들의 연합에 가까운 만큼 수비해야 할 곳이 많다.
중앙만을 지키겠답시고 어디 북해빙궁쯤 되는 곳을 뚝 떼어주기라도 했다가는 연합이 그대로 흩어져버리는 수도 있다.
허나 마교는 다르다. 그들은 천마전만 지키면 된다. 다른 지역들이야 부서지건 말건 알 바가 아니다.
거의 모든 전력이 천마전에 집중되어 있는 만큼, 그곳을 뚫으려면 당연히 그를 상대하는 집단에서도 상응하는 전력이 필요하다.
화경이란 화경은 죄다 박박 긁어모아서 쳐들어가야 한다는 소리다.
당연히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이다. 마교가 느닷없이 마라를 하계에 강림시키겠다는 원대한 포부를 품지만 않으면 그럴 일은 없다.
그리고 그런 마교의 전력 대부분(당연히 천마는 제외하고)을 차지하는 것이 칠마다.
마교에서 가장 강한 일곱 명의 대마두들.
마인 전체를 줄 세워본 것은 아닌지라 정확한 서열은 아니지만, 그게 아예 근거 없는 명칭은 아니다.
어디 은둔하고 있는 마인들을 제외하면 대충 열 손가락 안에 꼽히는 강자들은 맞다는 거다.
그리고 서준은 이번에 무려 그들 중 절반을 봤다. 신녀까지 포함하면 네 명. 놀라운 일이다.
남궁진천이 감탄했다.
“허어…. 이런 말 하기 조금 그렇지만…. 정말 용케도 살아돌아왔군….”
춘봉은 경악했다.
“이, 이 새끼가 정신이 나가가지고…! 도대체 뭘 하고 돌아다니는 거야! 너 목숨이 한 서너 개쯤 되냐!?”
“안 죽어봐서 모르겠눈뎅….”
“으끼야아아악…!”
머리를 쥐어뜯은 춘봉이 달려들었다.
“오늘 한 번 죽어보면 알겠네! 목숨이 몇 갠가 좀 세보자 이 새끼야!”
죽어랏 이서준…!
우다다다! 춘봉 러쉬에 얻어맞고 있자니 남궁진천이 서준을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일순 남궁진천의 눈이 빛났다.
“그래도 대단한 성취를 이룬 모양이군….”
“아, 맞다. 보여드린다는 걸 깜빡했네.”
발작하는 춘봉을 품에 끌어안아 가둔 서준이 씩 웃었다.
“잘 봐라, 금춘봉. 이게 미래천마 천서준이다.”
천마신공을 운용하는 것과 동시에 의식이 아득해진다. 드높이 치솟은 영혼이 세계를 인식하고, 전능감에 가까운 감각이 전신에 차오른다.
“후우….”
가볍게 숨을 내쉬자 가주전 내부가 조용해졌다. 품에 안긴 춘봉이 히끅-! 딸꾹질을 했다.
“뭐, 뭐야….”
서준의 겉모습이 크게 바뀐 것은 아니었다. 단순히 관자놀이에 커다란 뿔이 한 쌍 자랐을 뿐이다.
하지만 그의 기운이, 묘한 압력이 일대를 짓누른다. 그저 보는 것만으로 몸이 위축되는 듯한 느낌.
춘봉은 떨리는 손을 뻗었다. 서준의 눈이 그 손을 따라갔다. 마침내 춘봉의 손이 목적지에 닿았고,
“으엇…?”
서준의 몸이 움찔 떨렸다.
춘봉이 서준의 뿔을 세심하게 매만졌다.
“와, 와아…. 이거 뭐지…?”
뿔을 콩콩 두드려보기도 하고, 손가락으로 뽀득뽀득 문질러보기도 하고, 혀로 핥아 한 번 맛을 보고는 으음? 묘한 소리를 내다가, 마침내는 앙- 하고 뿔을 깨물었다.
“억…! 야야야…! 잠깐…! 이, 이거 뭔가 이상한데?”
“우믐…. 뭐가?”
“원래 뿔에도 감각이 있나?”
굉장히 뭔가 뭔가 이상하다. 느낌이 막…! 아무튼 상당히 거시기하다.
“아니, 뿔 이거 되게 튼튼한데 왜 이러지?”
농담이 아니라 뿔로 강철도 뚫을 수 있다. 싸울 때 몇 번 뿔로 검을 막아내기도 했는데, 그때는 딱히 통증 같은 것도 없었다.
춘봉이 어깨를 으쓱였다.
“나모 모으디(나도 모르지).”
“갸아악…! 씹지 맛…!”
어쩐지 평소와 관계가 역전된 듯한 기분이다. 서준이 제 머리의 뿔을 소중하게 감싸 쥔 채 후다닥 뒤로 물러났다.
그들을 흐뭇하게 바라보던 남궁진천이 말했다.
“정말 대단한 성취를 이뤘군…. 아직 사위도 스스로의 몸이나 능력에 대해 자세히는 모르는 듯싶은데…. 맞나…?”
“아, 네. 맞아요. 이제 막 오른 경지라서 조금 연구를 해봐야 될 것 같더라고요.”
“음…. 본래 경지가 높아질수록 몸을 움직이는 수련보다는 스스로에 대한 고찰이 중요한 법이지….”
“그럼 저도 앉아서 명상 같은 거라도 하는 게 좋을까요?”
남궁진천이 미간을 찌푸리더니, 잠시 침음을 흘리며 고민했다.
“그건…. 사위가 알아서 하는 편이 좋겠네….”
“넹?”
“지금껏 성장이 막힌 적이 있나…?”
“아뇨?”
“그럼 그냥 알아서 하게…. 내가 봤을 때 사위는 그냥 마음 가는 대로 하면 알아서 성장할 것 같네….”
“아하….”
서준은 자꾸 달려드는 춘봉을 품에 꽉 끌어안아 제압했다.
“아, 그보다 장인어른.”
“음…?”
“저번에 이기어검 한 번 보여주셨잖아요.”
“그랬지….”
“이번에 칠마랑 싸우면서 느낀 건데, 제가 이기어검을 조금만 더 잘 썼어도 훨씬 편해졌을 것 같더라고요.”
“확실히 이기어검이 다수를 상대할 때 유용한 면이 있지….”
“그래서 말인데…. 혹시 조금 배울 수 있을까요?”
서준이 묻자 남궁진천이 작게 웃었다.
“물론이네…. 내 주력이라 할 수 있는 것이 이기어검인 만큼, 자네에게도 알려줄 수 있는 것이 많겠군….”
품에 안긴 채 가만히 얘기를 듣던 춘봉이 번쩍 고개를 들었다.
“그러면 하는 김에 나 그것도 보여줘.”
“그거? 그게 뭔데?”
“저번에 시혈만천 때 그거. 팔 막 여러 개 달린 거.”
“마인화? 그걸 왜?”
왜냐는 물음에 춘봉이 오히려 서준을 이상하다는 듯이 쳐다봤다.
“왜냐니. 간지 뒤지잖아! 개멋있어!”
춘봉의 눈이 은하수를 품은 듯 반짝인다. 서준의 표정이 묘해졌다.
“우리 춘봉이, 취향이 좀 이상하구나?”
“뭐? 아니, 다른 사람들한테 물어봐! 솔직히 다들 멋있다고 할걸?”
서준이 남궁진천을 바라보았다. 그가 어깨를 으쓱였다.
“나는 본 적이 없어서 잘 모르겠네….”
*
“으음…. 확실히 범상치 않은 취향이로군….”
남궁진천이 슬쩍 서준에게서 몇 걸음 멀어졌다. 의외로 남궁진천은 징그러운 것을 질색했다.
살짝 상처받은 서준이 제 팔을 가지고 노는 춘봉을 번쩍 안아들어 목마 태웠다. 춘봉이 꺄르륵 웃으며 좋아했다.
“와! 팔이 여섯 개!”
“그래, 너 좋으면 된 거지.”
서준은 여섯 팔로 춘봉과 놀아주며 이기어검을 펼쳐 마검을 뽑아들었다.
가주전을 벗어나 남궁세가와 조금 떨어진 곳에 펼쳐진 널따란 평야.
서준과 남궁진천은 그중 살짝 솟아있는 언덕에 서있었다.
서준의 이기어검에 맞서 남궁진천 역시 이기어검을 펼쳤다.
우웅-
남궁진천의 검이 검명을 흘린다. 남궁진천이 고개를 끄덕였다.
“사위가 쑥쑥 자라는 것 같아 뿌듯하다는군….”
“엇, 장모님이요? 이거 오랜만에 뵙는 것 같은데.”
남궁진천이 쓰게 웃었다. 얼굴의 거죽만 움직인 듯한, 이질적인 표정이다.
“어쩌면 이제 시간이 별로 남지 않은 것일지도 모르지….”
데굴-, 서준의 눈이 굴렀다. 그는 몇 번 입을 뻐끔대다 그냥 꾹 다물었다.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남궁진천이 이번에야말로 작게 웃었다.
“그리 신경 쓰지 말게…. 순리대로 흘러가는 것뿐이네….”
“어…, 장인어른? 제가 그, 만마종주의 싹이라고…. 뭐냐. 그…, 역천의 대표주자 같은 거거든요?”
장인어른의 검에 정말로 장모님이 깃들어 있는 것인지는 몰라도, 자신이 무언가 도울 수 있는 일이 있지 않을까 싶었다.
하지만 남궁진천은 고개를 저었다.
“아니…. 그러지 말게…. 하늘이야 어찌 됐건 아내에게 못 할 짓이야…. 너무 내 욕심만 부렸다가는 그녀가 실망할 걸세….”
하기야. 바란다면 이미 남궁진천이 스스로 해냈을 일이다.
하늘을 품은 남궁세가의 검이 되려 그 하늘을 향한다면, 고고한 하늘을 찢어발겨 떨어뜨리는 것이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닐 테니까.
누구보다도 정파다운 검을 다루는 남궁이지만, 그 방향이 조금만 틀어져도 역천을 이루는 검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실제로 서준 역시 천마신공의 많은 부분을 남궁세가의 무공에서 참고했다.
잠시 눈을 감고 있던 남궁진천이 이내 쓰게 웃었다.
“미안하네, 사위…. 혹시 다른 날에 계속해도 되겠나…?”
“아, 네! 당연하죠!”
“고맙네….”
옅게 웃은 남궁진천의 모습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화마경에 오른 지금에 와서도 쉬이 좇을 수 없는 속도다.
서준은 데굴 눈을 굴렸다. 얼떨결에 춘봉과 단둘이 남았다. 무거운 분위기가 어깨를 짓누른다. 팔을 가지고 놀던 춘봉 역시 눈만 데굴데굴 굴리며 굳어 있었다.
서준이 어렵게 입을 뗐다.
“뜌, 뜌땨…?”
“우땨따…?”
춘봉과 눈이 마주쳤다. 동시에 고개를 끄덕인 둘은 다시금 남궁세가로 향했다.
일단 돌아가서 쉬든가 할 생각이었다. 생각해보니 이제 막 남궁세가에 도착한 것 아닌가? 좀 쉬는 게 나을 것 같았다.
춘봉을 목마 태운 채 경공을 펼치던 서준은 새어나오려는 한숨을 애써 눌러 참았다.
‘내가 장인어른께 해드릴 수 있는 게 없나?
천하제일에 가장 가까운 사내의 뒷모습은 생각했던 것만큼 커다랗지 않았다.
*
화제를 돌리기 위해 고심하던 서준은 나름 적절한 화제를 떠올리는 데 성공했다.
“너 그건 어떻게 됐어? 폐관한다고 했던 거.”
“응? 뭐…. 나쁘진 않아.”
딱히 좋지도 않은 듯한 반응이다. 손을 잡고 쫄랑쫄랑 따라오는 춘봉을 빤히 바라보자 그녀가 슬쩍 눈을 돌렸다.
“아니, 조금 막혔는데…. 네가 오는 것 같길래? 그냥 나왔지…?”
“그래?”
“응.”
“뭐 어때. 천천히 하면 되지.”
“그렇지?”
눈치를 보던 춘봉이 히히 웃었다. 그래도 신경이 쓰이긴 했는지 방에 도착하자마자 수련을 조금 하겠다며 검을 들고 연무장으로 향했다.
“춘부이 화이팅!”
주먹 쥔 손을 번쩍 치켜든 춘봉의 뒷모습이 멀어져간다. 서준은 픽 웃으며 방에 들어섰다.
‘그나저나 누나는 어디 간 거지?
어째 모습이 보이질 않는다. 평소 같았으면 슬쩍 나타나 웃으며 반겨주었을 텐데.
“음?”
이제 보니 방바닥에 웬 종이가 하나 놓여있다. 아니, 편지인가?
뭔가 싶어 펼쳐보니 감탄이 나올 만큼 정갈한 글씨체로 짧은 글이 적혀있었다.
요약하자면 잠시 편운정(編雲亭)으로 와줄 수 있겠냐는 글이었다.
편운정이라 함은 남궁세가 내부에 있는 여러 정자 중 하나로, 꽤 큼지막한 연못까지 딸려있는 곳이다.
‘누난가?
별 생각 없이 편지를 품에 넣은 서준은 편운정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적당히 경공을 펼치며 이동하니 편운정까지는 금방이었다.
서준이 남궁세가에 도착한 게 그리 이른 시간이 아니었던지라 어느새 해가 져 은은한 어둠이 깔렸다.
정자 주변에 핀 새하얀 수국들을 감상하며 도착한 편운정. 그 지붕 아래 남궁수아가 등을 돌린 채 서있었다.
“누나?”
서준의 부름에 반응한 듯 그녀의 고개가 움직였다.
“왔어?”
이내 활짝 핀 미소와 함께 남궁수아가 몸을 돌렸다. 그런데 차림새가 평소와 꽤 다르다.
푸른 계열의 옷인 건 같지만, 요대나 귀걸이, 목걸이까지 더해진 차림이 상당히 화려하다.
머리 모양도 바뀌어서 평소 하지 않던 비녀를 꽂았는데, 전체적으로 화려한 차림임에도 남궁수아의 고요한 분위기 탓인지 정숙한 아름다움이 느껴진다.
서준은 순간 대답도 잊고 가만히 그 모습을 바라보았다.
그러다 문득 의문이 들었다.
‘잠깐. 비녀?
분명 미혼 여성이 저런 화려한 비녀를 하는 건 무슨 행사가 있을 때 정도 아닌가? 무슨 일이라도 있나?
서준이 굳은 채 입을 다물고 있자 남궁수아가 묘한 표정으로 그에게 다가섰다.
“어때? 이 옷.”
아름답다. 빈약한 어휘력으로는 뭐라 표현하기 힘들 만큼.
이런 칭찬을 해본 적이 거의 없어 말문이 막혔지만, 서준은 일단 떠오르는 대로 대답했다.
“예쁘네. 누가 꽃인지 모르겠어.”
남궁수아가 쿡쿡 웃었다.
“그런 말은 도대체 어디서 배워오는 거야?”
“연애 소설?”
스스로 생각해도 좀 모자라 보이는 대답이었는데 좋아해주니 다행이다.
“그런 것도 봐?”
“예전에 잠깐 봤지.”
서준이 정자 안에 들어서자 남궁수아가 기다란 끈에 매달린 종을 울렸다.
딸랑-, 종소리와 함께 기의 파동이 너울너울 퍼져나간다.
그게 무슨 신호였는지 곧 남궁세가의 하녀들이 편운정에 간단한 술상을 차렸다.
상 앞에 다소곳하게 앉은 남궁수아가 웃음기가 걷히지 않은 낯으로 물었다.
“조금 갑작스럽긴 한데…. 뭐 하나 물어봐도 돼?”
“응? 당연하지.”
“우리 약혼식 있잖아…?”
그 한마디. 서준의 머리가 어느 때보다도 빠르게 돌아갔다.
‘약혼… 식?
그런 걸 들은 기억은 없는데…? 설마 자신이 약혼식을 까먹을 정도로 병신이었단 말인가?
아니, 아무리 그래도 그 정도는 아니다. 농담이 아니라 진짜 처음 듣는다.
그러면 진짜 뭐지?
‘비상…!
삐용-! 삐용-! 머릿속 좆됨 경보가 아주 우렁차게 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