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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14 21:31:5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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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 위에 선 서준을 보며 녹요가 입을 쩍 벌렸다.
“새, 새아빠다요…?”
그녀는 서준의 머리에 돋은 뿔을 빤히 바라보았다. 그러다 두 쌍이 된 자신의 뿔을 살살 매만졌다.
자신은 뿔이 네 개. 새아빠는 뿔이 두 개.
곰곰이 생각하던 녹요가 깨달은 듯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보니 내가 새엄마다요?”
그런 녹요가 귀여운 듯 그녀를 훌쩍 안아든 녹소평이 뜨거운 눈으로 서준을 바라보았다.
“역시나….”
일순 녹소평과 눈이 마주친 서준이 걸음을 옮겼다. 가볍게 옮긴 한 걸음에 공간이 접히며 서준이 녹소평의 코앞에 섰다.
“뭐가 역시나라는 거지?”
“역시 만마종주의 싹이 맞았구나, 라는 거죠.”
서준의 눈이 가늘어졌다. 날카로운 시선을 마주한 녹소평이 마른 입술을 핥았다.
서준이 말했다.
“전부터 알고 있었다는 말 같은데.”
“그럼요. 보자마자 알았는 걸요.”
“어떻게 알았지?”
녹소평이 키득키득 웃었다.
“그런 순수한 마기를 대놓고 드러내시니 모를 수가 있나요? 신녀조차 그런 순수한 마기는 가지지 못해요.”
“…이런.”
그건 생각을 못 했다. 서준이 미간을 찌푸리자 녹소평이 대뜸 얼굴을 가까이 가져다댔다.
“그거 아세요?”
서준이 한 걸음 물러섰다.
“…뭐를 말이냐.”
“신녀가 당신을 찾고 있어요. 신명이 내려왔거든요. 만마종주의 싹이 천산의 땅을 밟았다고.”
전에 했던 얘기의 연장선이다. 하지만 교에서 서준에게 관심을 가질 사람이 많다는 것과, 정확히 신녀를 지칭하며 신명까지 입에 담는 것은 전혀 얘기가 다르다.
“무슨 생각이지? 이건 배교 행위에 가까워 보이는데.”
“숨기고 있는 것들을 전부 솔직하게 털어놓으라 하셨잖아요?”
“그거 참 고맙군.”
서준이 헛웃음을 흘리자 녹소평이 묘한 미소를 지었다.
“한낱 짐승도 은혜를 아는데, 영물인 제가 은혜를 몰라서야 안 되죠.”
“오히려 한낱 짐승이기에 순수한 은혜를 아는 것이지. 머리가 트이면 생각이 많아지기 마련이야.”
“그럼 제가 짐승이라 은혜를 안다고 치죠.”
“…….”
서준이 입을 다물자 녹소평이 커다란 눈을 가늘게 접어 눈웃음을 지었다.
“그러고 보니 제가 인간을 상대로 뭘 할 생각은 없다 했던가요?”
“…….”
“이제 보니 딱히 인간은 아니신 것 같은데, 보답으로 저는 어떠세요? 저 나름 능력 있는 사슴인데.”
“거절하지.”
“이런. 아쉬워라.”
흑흑, 녹소평이 눈물 훔치는 시늉을 했다. 서준은 그녀에게서 한 발짝 더 물러나며 물었다.
“그래서, 이런저런 핑계를 대며 나를 붙잡아 놓았던 것은 내가 만마종주의 싹임을 알아보았기 때문인가?”
“맞아요. 정확히는 고민 중이었죠. 일단 녹요를 구해주신 은혜가 있으니까요.”
녹소평이 마교에 속한 이상 마라의 신명을 모른 체하는 것은 아무래도 그리 쉬운 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만마종주의 싹을 찾으라는 것은, 정확히 말하자면 신녀의 명이다. 신녀의 명쯤이야 녹소평에게 그리 대단한 의미를 가지지 못했다.
“그리고…. 당신의 그 내단.”
녹소평의 손가락이 서준의 가슴 어림을 가리켰다.
“아까 경지를 넘을 때 얼핏 알아차렸어요. 인간임에도 내단을 품고 있다고. 아마 제가 그것 때문에 묘한 동질감을 느꼈던 거겠죠.”
사실 이게 가장 큰 이유다.
“궁금하잖아요? 도대체 왜 이런 느낌이 드는가. 그래서 붙잡았죠.”
녹소평이 키득키득 웃으며 말을 이었다.
“결과는 대성공. 제 혜안이 빛을 발한 거죠.”
“운이 좋은 거지.”
“운 또한 실력이랍니다.”
녹소평의 반응에 눈썹을 들썩인 서준이 물었다.
“아무튼. 그래서 이제 녹요는 괜찮은 거냐? 아직 청화목과의 연결은 남아있을 텐데.”
“문제 없어요. 오히려 청화목의 신통을 받아 더욱 건강하게 자라겠죠. 연결 역시 녹요가 자라면 스스로 조절할 수 있게 될 거예요.”
그렇다면 됐다. 괜히 신경 쓰이던 것이 사라졌으니 마음 편히 떠날 수 있게 됐다.
서준이 등을 돌리자 녹소평이 그를 붙잡았다.
“잠시만요.”
“또 뭐지?”
“너무 받기만 하는 건 제 성미에 안 맞아서요.”
그녀가 제 뿔 하나를 뚝 꺾었다. 서준의 눈이 커졌다.
“뿔이 꺾이면 죽는다던데.”
“아, 녹요가요?”
녹소평이 꺄르르 웃었다.
“어릴 때는 맞는 말이지만, 다 자라게 되면 얘기가 달라요. 물론 다시 자라는 데 시간이 조금 걸리겠지만…, 사는 데 별 지장은 없답니다.”
그러며 녹소평은 제 뿔을 서준에게 넘겨주었다. 서준은 손에 쥔 뿔을 가만히 쓸었다. 부들부들하고 조금 따듯하다.
심지어 이건 그 거대한 사슴의 상단전 역할을 하는 뿔이다. 그 내부에 응축된 마기는 서준조차 섬뜩함을 느낄 정도였다.
“이건 왜 주는 거지?”
“달여 마시면 몸에 좋아요. 특히 여인이 섭취하게 되면 피부와 자궁에 좋답니다. 물론 영약으로서도 중원 제일을 자부할 수 있고요.”
잘은 몰라도 춘봉이랑 수아 누나 주면 되겠다. 안에 깃든 마기를 순수한 기로 치환한다면 대환단도 따위로 만들 수준의 영약이 될 거다.
“이거 고맙군.”
“뭘요. 별거 아니에요.”
서준은 짐 속에 녹소평의 뿔을 넣어둔 뒤 녹요의 머리를 마구 헝클였다.
“잘 있어라.”
“가는 거다요?”
“그래.”
“알겠다요.”
녹요가 짧은 팔을 휘적휘적 흔들었다.
“또 보자요.”
녹소평 역시 녹요를 따라하듯 손을 흔들었다.
“우리 또 봐요.”
서준은 픽 웃으며 등을 돌렸다.
“다시 오면 한 번쯤 들르지.”
*
녹야산을 나선 서준은 며칠간 경공을 펼치며 느긋하게 이동했다. 화마경을 이루며 돋아난 뿔은 흔적도 없이 사라진 채였다.
마인화를 하던 시절에는 몰랐는데, 화마경에 이르고 나니 뿔을 몸 속으로 집어넣을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매번 자를 필요가 없게 되어 아주 만족스럽다. 특히 더이상 땜빵이 날 일이 없다는 점이 아주아주 만족스러웠다.
서준은 뿔이 있던 자리를 매만지며 고민했다.
‘신녀가 내가 온 걸 안다고?
만마종주의 싹. 이름만 들어도 마교와 관련이 있겠구나 하는 것 정도는 알 수 있다.
대충 번역하면 모든 마의 위에 서는 자라는 뜻 아닌가. 자신이 신녀라도 찾으려 들 것 같기는 했다.
‘생각해보니까 어이가 없네.
현대에서 봤던 그 여인. 아마도 그년이 자신을 무림으로 보낸 것으로 추측되는데….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자신을 섬서 언저리에 떨궜단 말인가?
만마종주 같은, 뭔가 있어 보이는 칭호까지 붙은 레어 캐릭터면 보통 자기 집 앞마당에 떨구지 않나?
설마 그년이 정파 사람은 아닐 테고.
‘정파 사람이면 재미는 있겠네.
마주치면 그 머리통을 여섯 번쯤 깨주리라. 그래도 안 죽으면 몇 번 더 부숴보면 되겠지.
“그러면 일단….”
서준이 잠시 제자리에 멈춰선 채 고민했다.
‘이대로 돌아가는 게 안전하긴 한데.
마교에서 자신을 찾는다지 않나. 자칫 잘못하면 극마 여럿에게 쫓기는 귀한 경험을 하게 될지도 모른다.
아니면 아예 천마가 찾아오거나.
서준이 어느 정도의 위험을 즐긴다지만 아무리 그래도 자살에 취미를 붙인 적은 없었다. 솔직히 천마는 좀 무리다.
“쓰읍…. 돌아가는 게 맞겠지?”
괜히 아쉽다. 모처럼 멀리 나왔는데 별걸 하지도 않고 돌아가려니 뭔가 손해보는 기분이다.
손님이 천산을 떠나려는 걸 알아챘을까? 때마침 호객꾼 한 명이 나타났다.
투두두-! 투두두-!
말을 탄 사내였다. 말을 탄 무림인은 처음 보는 까닭에 서준이 그를 빤히 쳐다봤다.
‘신기하네.
말과 사람의 내공이 이어져있다. 그 덕분에 말의 속도가 비상식적으로 빠르다.
순식간에 다가온 사내가 서준의 앞에 멈춰섰다.
“워워.”
푸르륵-! 말이 투레질을 하며 서준을 빤히 바라보았다. 서준 역시 말의 눈을 빤히 바라보았다.
투-!
말이 뱉은 침을 피해낸 서준이 황당한 표정으로 말을 쳐다보았다.
“버르장머리가 없는 말이군.”
“소청이 조금 야성미가 넘치는 편이지.”
“소청? 말 이름인가?”
“그래. 내 반려라 할 수 있는 놈이다.”
반려라고? 서준은 입술을 꽉 오므렸다. 덕분에 말박이냐고 묻고 싶은 걸 간신히 참아낼 수 있었다.
사내는 그런 서준을 이상하게 쳐다보다 말에서 내렸다.
안장 끈에 묶어둔 도를 풀러 품에 안은 사내가 서준을 보며 물었다.
“혹 자전괴마라는 놈을 아나?”
“알지.”
“어땠나?”
“미친 페도 새끼였지.”
“패도(覇道)? 패도라는 말이 어울리는 친구는 아니었는데.”
서준이 묘한 눈으로 사내를 바라보았다.
“친구였나?”
“술친구였다.”
“그거 참 안 됐군.”
“뭐, 때가 됐으니 간 거지. 퍽 오래 살았으니 누굴 원망할 일도 아니야.”
스윽-, 사내가 도를 허리춤에 묶었다. 그는 왼손으로 죽립을 들어올려 날카로운 눈을 드러내더니, 이내 왼발을 살짝 뒤로 빼며 기수식을 취했다.
“허나 친구 된 입장으로서 원수 정도는 갚아야 하지 않겠나.”
“후회할 텐데.”
며칠 전이라면 몰라도 지금은 상대가 안 된다. 저 친구는 모르겠지만 자신은 이미 화마경에 올랐으니까.
“그건 두고 봐야 알 일이겠지.”
사내가 시원한 미소를 지었다. 그 역시 나름의 생각이 있었다.
제대로 읽히지 않는 상대의 경지. 아마 초절정의 극에 다다랐을 듯싶은데, 그렇다면 자신이 극마에 오르면 될 일이다.
그는 자신이 있었다. 스스로의 재능을 믿었다. 이 싸움에서, 자신은 극마에 오른다.
사내가 도의 손잡이를 움켜쥐었다. 손에 착 감겨오는 것이 오늘은 감이 좋다.
“천유도객 환치성이다.”
“천서준.”
달칵-, 환치성이 도를 엄지로 밀어냈다.
화악-!
일순 모래바람이 불었다. 동시에 환치성의 도가 모습을 드러내며 빛살을 갈라냈다.
번쩍──────────
극에 이른 쾌도(快刀). 한 발짝 뒤로 물러난 서준의 목에 옅은 바람이 스쳤다.
‘제법.
고개를 끄덕인 서준이 달려들었다. 아니, 그러려 했다.
달칵-
환치성이 도를 다시금 도집에 넣었다. 달려들려던 서준은 그 모습을 보며 헛웃음을 흘렸다.
“그건 뭔 헛짓거리지?”
왜 굳이 뽑았던 도를 다시 집어넣는단 말인가?
발도 시의 마찰력을 운동에너지로 전환한다는, 희대의 사이비 물리법칙을 발견하지 않는 이상 그저 겉멋에 지나지 않는─
‘아.
여기 천산이구나? 역리(逆理)란 곧 이치를 거스르는 것. 마찰력을 운동에너지로 전환하는 것도 말이 안 되진 않았다.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되는 건 맞는데, 원래 역리라는 게 좀 그렇다. ‘아무튼 내 말이 맞는데? 하는 무공이라는 소리다.
“재밌군. 그러면 이건 어쩔 테냐.”
서준이 양손으로 역천일월공을 쏘아냈다.
스아아악────────
환치성의 도가 다시 한 번 모습을 드러냈다. 번쩍-! 역천일월공과 맞부딪힌 환치성의 신형이 뒤로 주욱 밀려났다.
“으음…!”
서준이 픽 웃으며 다시 한 번 양손에 각각 역천일월공을 장전했다.
‘원거리에서 때리면 네가 뭘 할 수 있는데?
달리 ‘니가 와’ 전법이라고도 한다. 거리 조절만 잘 해주면 상대가 좋아 죽으려 드는 웰메이드 전법이다.
아마 이대로 조금 놀아주면 2페이즈든 극마든 뭐라도 튀어나오지 않을까?
‘만약 눈앞에서 극마에 오르는 걸 볼 수 있다면….
이전에는 굳이 위험부담을 감수하고 극마에 발을 들일 필요를 느끼지 못했다. 허나 눈앞에서 보여준다면 얘기가 다르다.
이미 화마경에 오르긴 했지만, 화마경은 상당히 특이한 경지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어쩌면 가능할지도 모른다.
이중 경지. 직업이 두 개!
이 기회에 경지 컬렉터나 한 번 해보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괜찮은데.
서준이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