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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 나 할 말이 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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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궁수아가 방에 들어섰다. 옆에서 서준이 짐을 제대로 쌌나 검사하던 춘봉이 슬쩍 고개를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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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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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금 매도 있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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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 왜? 무슨 일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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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그런 건 아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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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궁수아가 배시시 웃으며 서준의 소매를 살짝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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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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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그 미소가 평소의 그것과는 다르다. 서운함이 조금 섞인 듯한…. 그러니까 살짝 삐진 듯한 표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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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원, 또 까먹은 것 같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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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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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준은 스스로의 기억력에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금붕어도 이 정도로 들었으면 기억을 할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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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그냥 내가 쓰려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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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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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문제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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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준은 감히 소원의 소유권을 주장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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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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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 자신의 것이었을 소원의 소유권이 눈 깜짝할 사이에 이전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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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준이 입술을 삐죽대자 남궁수아가 쿡쿡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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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 지금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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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 뭐 어디다 쓰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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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어지간한 건 소원권이고 뭐고 그냥 말하면 들어줄 텐데. 도대체 무슨 소원이길래 이렇게까지 밑밥을 깐다는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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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준이 남궁수아를 빤히 바라보자, 그녀가 살짝 서준의 멱살을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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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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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들어 멱살을 좀 자주 잡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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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래도 되는 건가? 서준이 고민하는 사이, 남궁수아의 얼굴이 불쑥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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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감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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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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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싫으면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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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술보다 먼저 가슴이 닿았다. 한층 진화한 푹신한 감각이 서준의 가슴을 가볍게 압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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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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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이내, 입술이 맞닿았다. 눈 뜨고 빼앗긴 스스로의 정조에 서준의 눈이 부릅 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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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걸 지켜만 보던 춘봉 역시 입을 떡 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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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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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어째 입이 맞닿아 있는 시간이 좀 길다. 남궁수아가 몸을 꼼지락대고, 서준은 당황하면서 뒷걸음질 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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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궁수아의 손이 서준의 몸을 훑을 때마다 서준의 몸이 흠칫흠칫 떨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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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벽에 부딪힌 서준을, 남궁수아가 팔로 가두며 쩌업- 끈적한 소리가 새어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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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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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봉이 펄쩍 뛰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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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 그…. 혀가 막…! 심지어 손이 막 이상한 곳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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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겁한 춘봉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사이 긴 듯 짧았던 입맞춤이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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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으로 번들거리는 입술을 혀로 핥아낸 남궁수아가 얼이 빠진 서준을 보며 쿡쿡 요염하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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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원 잘 받았어. 이 다음은…, 기다리고 있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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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봉도, 서준도 무어라 한 마디조차 하지 못했다.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은 남궁수아만이 기분이 좋은 듯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방을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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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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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무슨 일이 일어난 거지? 춘봉은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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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어른들의 입맞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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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봉은 도무지 따라갈 자신이 없었다. 어떻게 그런 짓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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털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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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머리에 과부하가 와버린 춘봉이 제자리에 주저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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멍하니 있던 서준 역시 그냥 눈치껏 주저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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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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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준은 어른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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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안 멍하니 있던 서준은 시간이 조금 지나서야 남궁세가를 나설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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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판에 묘한 일이 벌어져 분위기가 조금 요상해지긴 했는데, 아무튼 춘봉과 남궁수아가 모두 폐관에 드는 것까지 확인한 뒤 다른 사람들과도 인사를 마친 상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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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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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목이 한층 넓어진, 어-른 이서준은 혼원보를 펼쳐 하늘 위로 치솟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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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뭐가 뭔지 제대로 실감조차 나지 않았다. 남궁수아 역시 익숙한 게 아니었던지라 이가 몇 번 부딪히기도 한 것 같은데, 뭔지는 잘 몰라도 아무튼 기분은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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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그녀의 손이 엄한 곳을 만지작댈 때면…. 오소소 소름이 돋을 만큼 묘한 감각이 신경을 간질이고는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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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여자 조심하라는 소리가 많더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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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 도박, 여자. 그 셋을 조심하라 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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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술이나 도박 옆에 끼기에는 여러모로 부족한 바가 많지 않나 싶었는데…. 과연, 선조들의 인생을 건 셀프 실험은 이미 수많은 사례를 바탕으로 충분한 신뢰도를 갖춘 모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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콰아아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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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준은 첫 번째 경유지인 하남까지 날아가며 고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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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나저나 진짜 어떡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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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손의 꽃? 말이 좋아 양손의 꽃이지 역지사지로 생각해보면 그만한 개새끼가 따로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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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중원에서 일부다처가 그리 드문 일이 아니라지만…, 그게 건강하게 유지될 수 있는 관계가 맞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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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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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서준은 고민을 포기했다. 뭐 어떻게든 되겠지. 그냥 머리 비우고 칼질이나 해대는 게 차라리 마음은 편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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콰아아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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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층 빨라진 서준의 신형이 하늘을 가로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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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휘, 하남, 섬서, 감숙을 거친 그야말로 대장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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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준은 오늘도 혼원보를 만든 스스로의 선구안에 감탄하며 하늘을 가로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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콰아아아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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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이라는 시간이 지나 어느새 청해성에 들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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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땅에 내려서 제대로 된 방향으로 가고 있는 것인지를 확인하기도 했는데, 다행히 아직까지는 옳은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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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준은 청해성의 성도인 서녕에 들러 잠시 곤륜파의 상황을 조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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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그러니까 요즘 분위기가 영 살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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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대도. 상인들도 요즘은 그 근처로 얼씬도 안 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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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는 모양이다. 백서준의 모습을 취한 서준은 서녕을 이리저리 돌아다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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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산품이라는 양피(釀皮)도 먹어봤는데, 맛은 그냥 그랬다. 묵 비슷한 느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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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롭구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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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준은 반쯤 남은 양피의 값을 치르고 청해호에 들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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듣자하니 중원 최대의 염호(鹽湖)란다. 마찬가지로 그냥 좀 많이 큰 호수였다. 찍어 먹어보니 조금 짭짤한 맛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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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충 오 분쯤 둘러보다 다시금 혼원보를 펼쳐 이동을 계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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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 나간 면적을 자랑하는 중원답게 청해성을 횡단하는 데도 시간이 꽤 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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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도착한 청해성 남서쪽의 곤륜산의 첫인상은 나름 강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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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판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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곤륜산은 말이 산이지 거대한 산맥 자체를 일컫는 말이다. 농담이 아니라 진짜 엄청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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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그 거대한 산맥 일부에서 전투가 벌어지는 모습이 하늘에 떠있는 서준의 눈에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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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마기가 느껴지면 상대편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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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기가 너무 친숙해서 가끔 헷갈리긴 하지만, 일단 우리편은 정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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콰르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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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준의 발밑에 혼원일월공이 장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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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표 확인. 발사 준비 완료. 풍향은 알 바 아니고. 시스템 올 그린. 셋, 둘, 하나. 고우 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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콰아아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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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체 미사일이 곤륜산에 내리꽂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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곤륜파와 마교의 마찰은 날이 갈수록 격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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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상 마교가 곤륜에 군대를 보낸 시점에서 이미 전쟁이 벌어졌다고 보는 편이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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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사흑련을 상대하고 있는 정파 입장에서는 그야말로 엎친 데 덮친 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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곤륜은 울며 겨자 먹기로 약간의 지원에 기대어 마교의 군세를 홀로 막아내는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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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격하라! 이곳 능선을 넘겨주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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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아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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곤륜의 무인들이 달려든다. 곤륜의 장로 풍월 역시 검을 뽑아든 채 목에 핏대를 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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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벌레 같은 마인 놈들을 전부 쳐죽여라! 아주 사지를 뜯어버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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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로만 그치지 않았다. 풍월은 곤륜의 절기인 운룡대팔식(雲龍大八式)을 펼치며 달려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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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바바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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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월의 신형이 공중에서 여덟 번의 변화를 일으키며 신묘한 궤적을 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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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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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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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교의 초절정 고수, 철면귀마(鐵面鬼魔) 홍산이 명하자 휘하의 마인들이 방패로 된 산을 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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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놈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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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월이 이를 갈며 검을 움켜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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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교 놈들의 무서운 점이 이것이다. 천마라는 거악(巨惡)을 중심으로 하나의 군대를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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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의 특색 따위 없이 모든 병사들이 특기에 따라 단 하나의 무공만을 익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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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패병들은 방패술만을 익히고, 궁병들은 궁술만을, 창병들은 창술만을 익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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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갖 문파들의 연합인 정파와는 달리, 오로지 천마를 중심으로 한 마교에서는 그런 짓이 가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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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정파나 사파라고 통일된 규격의 무인들이 없는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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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 문파나 무림맹, 사흑련의 무력대가 그와 비슷하다. 하지만 마교는 그 자릿수 자체가 다르다. 정파나 사파와 달리 굳건한 중심이 존재하는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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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고 마교에 고수가 없느냐? 그것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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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히 군대를 만들었을 뿐, 마교 역시 수많은 마공들을 보유하고 있고, 그에 따라 온갖 괴상망측한 마공을 익힌 대마두들이 득시글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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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꺼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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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월이 이를 악문 채 검을 휘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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콰르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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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지에 이른 태허도룡검(太虛屠龍劍)이 펼쳐지며 방패의 산을 때려부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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꽈앙-! 거대한 충격과 함께 방패병들이 사방으로 튕겨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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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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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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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지가 날아가는 충격에도 억눌린 신음만이 전부다. 풍월이 혀를 차는 그때, 철면귀마가 다시 한 번 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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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병 전원, 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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쏴아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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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살의 해일이 덮쳐온다. 풍월의 눈이 번쩍 빛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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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난질은 이쯤 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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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살? 물론 위협적이다. 평생을 궁술만 익힌, 절정 수준의 궁수들이 쏘아낸 화살이라면 더욱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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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뿐이다. 결국 전장의 승패를 결정 짓는 것은 소수의 고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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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어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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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월의 일검에 화살비가 모조리 걷혔다. 하지만 철면귀마는 만족스레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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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난질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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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버벅-! 눈먼 화살에 곤륜의 제자들과 마인들이 쓰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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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욱이 어느새 철면귀마가 풍월에게 짓쳐들고 있었다. 풍월이 화살을 막아내느라 사용한 일수. 초절정 수준에서는 그 하나로 승패가 뒤바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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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벌레 같은 마귀 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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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월이 이를 악물었다. 손해를 감수하고 철면귀마의 공격을 막아서려는 그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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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르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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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에서 무언가 떨어져내렸다. 풍월과 철면귀마조차 쉽사리 반응하기 어려운 속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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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지어 서로에게 집중하고 있던 둘이 그것을 알아차렸을 때는…, 이미 너무 늦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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콰아아아아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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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먼지가 비산한다. 하늘까지 닿을 정도로 높이 솟구친 흙먼지에 풍월이 껄껄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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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벌이로구나! 하늘도 네놈들은 꼴 보기 싫었던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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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두둑-! 온갖 파편들이 비처럼 쏟아져내린다. 풍월이 소매를 휘저어 시야를 가리는 흙먼지를 걷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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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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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곳에는 커다란 구덩이가 하나 있었다. 철면귀마는 산산이 조각나 이미 그 흔적조차 찾아볼 수 없고, 대신 구덩이의 중앙에 한 사내가 서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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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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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내가 내쉬는 숨에 대기가 얼어붙는다. 쩌저적-! 순식간에 일대를 뒤덮는 살얼음에 풍월의 표정이 굳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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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은 옘병. 원시천존께서 노망이 나셨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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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내 사내가 양팔을 벌렸다. 스르륵-, 사내의 소매가 올올이 풀려 수십 가닥의 실이 늘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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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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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월이 목이 찢어질 듯 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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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 피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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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스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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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내의 팔이 휘둘러졌다. 강기가 담긴 수십의 실이 뒤를 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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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진 광경에 풍월은 멍하니 입을 벌릴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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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뭐냐…. 저 괴물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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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의 동작이 만들어낸 결과물이라기에는 너무 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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쩌어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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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대가 수백, 수천 조각으로 토막났다. 마인들은 각진 고기 토막이 되었고, 반듯하게 잘린 바위며 나무, 땅 조각들이 뒤섞여 역겨운 죽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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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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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십 가닥의 실이 다시금 소매가 되었다. 사내는 제가 이룬 풍경을 바라보다 풍월과 눈을 마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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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운이 좋은 모양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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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서준이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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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일 놈들이 이리도 많구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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