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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춘봉의 금희 선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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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봉 왈, 이번 용봉지회에서 금희라는 이름을 만천하에 드러내겠다 하였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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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한 말이지만 금가의 이름을 내세운 이상 노리는 것은 오직 우승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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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탓에 춘봉은 의욕이 넘쳤다. 서준은 그런 그녀의 수련을 힘껏 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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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보다 자신을 더 잘 아는 초절정 고수의 도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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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연이나 마찬가지다. 그리고 금춘봉은 그러한 기연을 상시 보유하고 있는 무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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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춘봉은 서준의 도움 아래 실력을 날카롭게 갈고 닦았다. 절맥을 앓는 동안 녹슬었던 감각을 되살리고, 소홀히 했던 청운신검을 연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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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모습에 자극을 받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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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그래도 걱정될 정도로 수련하던 남궁수아 역시 한층 수련에 박차를 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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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준은 스스로의 수련도 잠시 미뤄둔 채 둘의 수련을 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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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이제 방해물이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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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열심이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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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쩍 다가온 남궁혁이 자기도 머쓱하긴 한지 턱을 긁적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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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무슨 일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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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허, 꼭 무슨 일이 있어야만 오나. …별건 아니고, 혼례는 언제쯤 올릴 지 물어보러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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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런 와중에도 수련을 방해할 생각은 없는지 꼭 쉬는 시간에만 슬쩍 다가오는 게 더 어이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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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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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준은 뭐라 할 말이 없어 입맛만 다셨다. 그러다 옆통수가 따가워 흘끗 시선을 돌리니 춘봉의 부릅 뜬 두 눈과 시선이 마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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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을 꼭 움켜쥔 그녀의 손등에 핏줄이 불거져 있다. 잘은 몰라도 자칫 잘못하면 저게 휘둘러질 거라는 건 알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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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준이 눈만 굴리고 있자 땀을 식히던 남궁수아가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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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증조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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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오, 그래 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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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궁혁이 활짝 웃으며 그녀를 반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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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가에 복덩이를 물어온 또다른 복덩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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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반응에 쿡쿡 웃던 남궁수아가 입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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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인은 조금 천천히 하려고요. 연애를 충분히 즐기고 난 뒤에 해도 늦지 않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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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지, 그렇지. 네 말이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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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후, 그렇죠? 오신 김에 조금 쉬었다 가셔요. 연무장인지라 차를 내어드릴 수는 없지만 음료는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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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궁수아가 남궁혁에게 사탕수수로 만든 달달한 음료를 건넸다. 춘봉이 객잔에서 대량으로 쟁여둔 물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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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자향(淸蔗香)이로구나! 어릴 적에 많이 마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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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심스레 청자향을 마시던 남궁혁의 표정이 과거를 추억하듯 아련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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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그때는 그랬지. 어릴 적에는 어서 빨리 화경에 다다라 남궁세가를 더욱 위대하게 만들고자 모든 것을 쏟아부었거늘…, 너무 그것에 매몰되어서는 안 됐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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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분들이 계셨기에 지금의 남궁세가가 있을 수 있었던 걸요. 종증조부께서도 그렇게 노력하신 덕분에 지금 세가에 커다란 공헌을 하고 계시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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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말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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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요. 종증조부의 무력은 물론이거니와, 과거를 그토록 세세히 기억하는 사람이 얼마나 있겠어요. 흘러가는 시대에 맞춰 발전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만큼이나 옛것을 잊지 않고 전통을 지키는 것 역시 중요하죠. 지금의 세가에서 그 균형을 잡아줄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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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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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모습을 지켜보던 서준은 속으로 감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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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저게 남궁세가의 아이돌이 될 수 있었던 비결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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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짧은 사이에 남궁혁이 추억에 젖은 노인네가 되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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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지어는 남궁수아를 복덩이 보듯 하던 남궁혁의 눈빛이, 이제는 무슨 온갖 시련 끝에 재회한 친손주를 보는 듯한 눈빛으로 진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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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 말해줘서 고맙구나. 이럴 때가 아니지. 수련을 방해한 것도 미안한데, 도움이 된다면 무공을 좀 봐줘도 괜찮겠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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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후, 그래주시면 너무 감사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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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궁수아는 그렇게 말 몇 마디로 남궁혁의 가르침을 얻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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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전 감각이 녹슬어 서준과의 대련에서는 제 힘을 제대로 보여주지도 못했지만, 그 역시 화경에 한 발을 걸친 무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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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욱이 남궁세가의 무공으로 이루어낸 경지인 만큼 여타 무인들보다 남궁수아에게 커다란 도움이 될 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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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궁진천과는 다른 시각으로 그녀에게 많은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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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준이 춘봉의 옆구리를 쿡쿡 찔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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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춘부이는 내가 열심히 가르쳐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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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옆구리 찌르지 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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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라? 우리 춘봉이, 살이 좀 올랐나? 옆구리가 말랑말랑한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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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말해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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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히 죄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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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용봉지회의 준비는 차근차근 진행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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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봉지회를 위해 하남으로 출발할 날까지 시간이 꽤 남았다 생각한 것과 달리, 일행은 생각보다 이른 시일에 세가를 떠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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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에 대해 묻자 남궁명이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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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파일방이나 육대세가의 경우, 한 문파나 가문 당 두 명의 인원을 곧바로 본선에 진출시키는 것이 가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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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그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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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 소저께서 금가의 이름으로 출전하려면 아무래도 예선부터 경기를 치러야하는 만큼 빠르게 출발하는 수밖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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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파일방이나 육대세가는 예선을 스킵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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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혜가 아닌가 싶지만, 사실 특혜가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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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우면 세력을 성장시켜서 그 반열에 들면 그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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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무인들의 반발도 그리 크지 않았다.(물론 반발해도 별 의미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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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초에 그만한 대문파에서 나오는 후기지수들은 실력 자체가 어지간한 무인들과는 차원이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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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히 예선에서 그런 놈들을 만나 일찍 탈락하느니, 고만고만한 놈들끼리 비벼보다가 운 좋게 본선에라도 진출하는 편이 낫다고 판단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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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 최소한의 명예라도 따라올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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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이 좋고 매부 좋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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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아니꼬운 건 대문파이긴 해도 구파일방이나 육대세가 반열에 들지 못하는 친구들이 되겠지만, 감히 그들에게 큰소리를 칠 수 없으니 그냥 아쉽게 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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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만큼 이쪽에서도 아무나 본선에 내보낼 수는 없습니다. 그런 특혜를 받으면서까지 본선에 올라온 후기지수가 너무 맥없이 패하기라도 한다면 그만한 망신이 따로 없지 않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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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하. 그러면 그 뭐야. 본선에 특혜로 올라오는 인원이 꽉 차는 일은 별로 없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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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래도 그렇죠. 눈에 차는 인원이 없으면 아예 문파 자체가 용봉지회에 참가하지 않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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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거구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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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준은 납득하며 마차 밖으로 고개를 내밀었다. 뒤에서 따라오는 마차가 하나. 마찬가지로 남궁세가의 마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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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준이 타고 있는 마차에는 춘봉, 남궁명, 남궁수아가 타고 있었고, 저편의 마차에는 남궁혁, 장극, 패진광이 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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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 도중임에도 불구하고 상당히 호화로운 인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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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경에 가까운 초절정 급 전력이 셋, 그냥 초절정이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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웬만한 대문파는 손짓 몇 번에 정리되는 전력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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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외에도 호위나 마부 같은 사람들을 더하면 인원도 상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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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나 과하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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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궁명과 남궁수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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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궁의 직계 둘이 함께 이동하는 만큼 만약의 일이 벌어진다면 그건 정말 보통 큰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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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신 조금 특이한 점이라면 남궁혁과 패진광 모두 자원해서 호위에 나섰다는 점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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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궁혁은 세가의 복덩이들이 밖에 나간다는 소식에 기겁을 하며 당장 따라나섰고, 패진광은 심심해서 서준을 따라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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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극은 그냥 서준이 끌고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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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기요! 안 심심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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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준이 소리치자 뒤따라오는 마차의 창에서 커다란 손이 불쑥 튀어나았다. 그리고는 척, 중지를 치켜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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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저 영감이 미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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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진광이다. 요새 젊은것들의 문화를 이해하겠다더니 저런 것만 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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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보면 그냥 애새끼가 따로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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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툴툴대며 하남으로 향하던 일행은 뜻밖의 사건을 마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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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 나간 산적 친구들이 통행세를 걷겠다며 뛰쳐나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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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업 정신이 그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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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준은 감탄하며 주술을 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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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행, 토, 사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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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에서 자그마한 바위 기둥들이 솟구쳐 산적들의 전신을 옭아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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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억…! 이게 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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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고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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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려주십쇼 대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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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단번에 몰살시켜버려도 상관 없지만, 서준은 너무 궁금한 나머지 그들을 살려둔 채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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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이거 안 보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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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차에 떡하니 새겨진 남궁세가의 문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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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준이 그것을 가리키자 산적들이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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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그게 뭡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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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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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적질하는 놈들이 다른 것도 아니고 남궁세가의 문양을 모른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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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처구니가 사라진 서준이 남궁혁에게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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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저희 최근에 문양 바꿨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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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태어나기도 전부터 문양은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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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산적이 산적답게 멍청한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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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직 산적 장극을 빤히 바라보자 그도 절레절레 고개를 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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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산적들은 기본이 안 돼있는 것 같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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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그래도 너무 심하지 않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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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와 담을 쌓은 놈들이니 뭐…. 개중에서도 유독 심한 놈들 아닐까 싶소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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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쉽지 않네 진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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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적 친구들은 대충 묶어서 질질 끌고 가다 근처의 도시에 넘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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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적들을 인계받은 문파는 꽤나 기꺼워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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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을 베든 노예로 부리든 그들의 자유였으니, 갈아서 단약으로 만들지 않는 이상 누구 하나 뭐라 할 사람이 없는 까닭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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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히 그 정도로 멍청한 산적 친구들은 이후로 볼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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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신 가는 도중에 함박눈이 펑펑 쏟아진 적이 있었는데, 그날은 가까운 도시의 객잔에 묵으며 눈싸움을 즐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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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싸움은 주술을 이용해 눈덩이를 기관총처럼 갈겨댄 서준의 승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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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투성이가 된 춘봉이 잔뜩 빡쳐 서준을 두들겨 패긴 했지만, 업계 포상이라 우승 상품인 셈 치고 마음껏 즐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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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시간이 흘러 눈이 녹고 새싹이 흙 밖으로 고개를 기웃거릴 즈음, 일행은 소림에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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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하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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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지고 보면 그리 오래된 건 아니지만, 어쩐지 꽤 오래간만에 돌아온 듯한 하남의 풍경에 서준이 춘봉을 목마 태우고 동네 한 바퀴를 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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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하남에 있는 남궁세가의 별장에 짐을 풀고 난 뒤, 남궁명이 옅게 웃으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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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선까지는 시간이 꽤 남았으니 그동안은 하남을 둘러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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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봉지회는 무림에 몇 없는 커다란 행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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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만큼 하남에는 일찍이 사람들이 몰려들어 어느 때보다도 상권이 활성화됐고, 용봉지회까지 시간이 남아 그나마 한산한 지금이 관광을 즐기기에 최적의 시기라 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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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우리 오랜만에 하오문이나 들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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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준의 말에 남궁수아가 살풋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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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게. 생각해보니 취령이 타는 금을 들으러 가기로 약속했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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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령? 그게 누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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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그때 있잖아. 뱃놀이 했을 때. 기녀 중에 한 명이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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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그새 친해졌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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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준이 경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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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궁명의 카피바라스러움이 어디서 왔나 의문스러웠는데, 남궁수아마저 이런 걸 보니 아마 유전이 아닌가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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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인어른 쪽 유전은 아닌 것 같고…, 장모님이 좀 친화력이 좋으셨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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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준이 고민하는 사이 다른 일행들 역시 각자 목적지를 정해 흩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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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궁명은 하남의 친구들을 만나러 떠났고, 패진광 역시 간만에 들른 하남의 지인들을 만나러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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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궁혁은 남궁수아와 같이 다니려 했던 모양인데, 늙은이가 끼어들면 눈치 없다는 소리 듣는답시고 패진광이 멱살을 잡고 끌고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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촌놈 산적 장극은 서준이 놀고 오라며 쥐여준 돈주머니를 들고 희희낙락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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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궁세가 산하의 무인들은 별장을 지킬 조와 잠시 휴식을 취할 조를 나눠 알아서 행동하는 모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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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삼인조끼리 행동할 생각에 신난 서준이 춘봉을 덥썩 안아들고 거리를 내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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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자 금춘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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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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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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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아닌 바람 소리와 함께 비수가 날아들기 전까지는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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