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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14 21:31:5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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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춘봉의 금희 선언.

춘봉 왈, 이번 용봉지회에서 금희라는 이름을 만천하에 드러내겠다 하였으니….

당연한 말이지만 금가의 이름을 내세운 이상 노리는 것은 오직 우승뿐이다.

그런 탓에 춘봉은 의욕이 넘쳤다. 서준은 그런 그녀의 수련을 힘껏 도왔다.

자신보다 자신을 더 잘 아는 초절정 고수의 도움?

기연이나 마찬가지다. 그리고 금춘봉은 그러한 기연을 상시 보유하고 있는 무인이었다.

그렇게 춘봉은 서준의 도움 아래 실력을 날카롭게 갈고 닦았다. 절맥을 앓는 동안 녹슬었던 감각을 되살리고, 소홀히 했던 청운신검을 연마했다.

그 모습에 자극을 받았을까?

안 그래도 걱정될 정도로 수련하던 남궁수아 역시 한층 수련에 박차를 가했다.

서준은 스스로의 수련도 잠시 미뤄둔 채 둘의 수련을 도왔다.

다만 이제 방해물이 하나.

“오늘도 열심이구나.”

슬쩍 다가온 남궁혁이 자기도 머쓱하긴 한지 턱을 긁적인다.

“또 무슨 일이에요?”

“허허, 꼭 무슨 일이 있어야만 오나. …별건 아니고, 혼례는 언제쯤 올릴 지 물어보러 왔다.”

저런 와중에도 수련을 방해할 생각은 없는지 꼭 쉬는 시간에만 슬쩍 다가오는 게 더 어이가 없다.

“아니….”

서준은 뭐라 할 말이 없어 입맛만 다셨다. 그러다 옆통수가 따가워 흘끗 시선을 돌리니 춘봉의 부릅 뜬 두 눈과 시선이 마주쳤다.

검을 꼭 움켜쥔 그녀의 손등에 핏줄이 불거져 있다. 잘은 몰라도 자칫 잘못하면 저게 휘둘러질 거라는 건 알겠다.

서준이 눈만 굴리고 있자 땀을 식히던 남궁수아가 다가왔다.

“종증조부.”

“오오, 그래 그래.”

남궁혁이 활짝 웃으며 그녀를 반겼다.

세가에 복덩이를 물어온 또다른 복덩이.

그 반응에 쿡쿡 웃던 남궁수아가 입을 열었다.

“혼인은 조금 천천히 하려고요. 연애를 충분히 즐기고 난 뒤에 해도 늦지 않잖아요?”

“그렇지, 그렇지. 네 말이 맞다.”

“후후, 그렇죠? 오신 김에 조금 쉬었다 가셔요. 연무장인지라 차를 내어드릴 수는 없지만 음료는 있답니다.”

남궁수아가 남궁혁에게 사탕수수로 만든 달달한 음료를 건넸다. 춘봉이 객잔에서 대량으로 쟁여둔 물건이었다.

“청자향(淸蔗香)이로구나! 어릴 적에 많이 마셨지….”

조심스레 청자향을 마시던 남궁혁의 표정이 과거를 추억하듯 아련해졌다.

“그래, 그때는 그랬지. 어릴 적에는 어서 빨리 화경에 다다라 남궁세가를 더욱 위대하게 만들고자 모든 것을 쏟아부었거늘…, 너무 그것에 매몰되어서는 안 됐어….”

“그런 분들이 계셨기에 지금의 남궁세가가 있을 수 있었던 걸요. 종증조부께서도 그렇게 노력하신 덕분에 지금 세가에 커다란 공헌을 하고 계시잖아요.”

“내가 말이냐…?”

“그럼요. 종증조부의 무력은 물론이거니와, 과거를 그토록 세세히 기억하는 사람이 얼마나 있겠어요. 흘러가는 시대에 맞춰 발전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만큼이나 옛것을 잊지 않고 전통을 지키는 것 역시 중요하죠. 지금의 세가에서 그 균형을 잡아줄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어요?”

“크흠….”

그 모습을 지켜보던 서준은 속으로 감탄했다.

‘과연 저게 남궁세가의 아이돌이 될 수 있었던 비결인가…!

그 짧은 사이에 남궁혁이 추억에 젖은 노인네가 되어버렸다.

심지어는 남궁수아를 복덩이 보듯 하던 남궁혁의 눈빛이, 이제는 무슨 온갖 시련 끝에 재회한 친손주를 보는 듯한 눈빛으로 진화했다.

“…그리 말해줘서 고맙구나. 이럴 때가 아니지. 수련을 방해한 것도 미안한데, 도움이 된다면 무공을 좀 봐줘도 괜찮겠느냐?”

“후후, 그래주시면 너무 감사하죠.”

남궁수아는 그렇게 말 몇 마디로 남궁혁의 가르침을 얻어냈다.

실전 감각이 녹슬어 서준과의 대련에서는 제 힘을 제대로 보여주지도 못했지만, 그 역시 화경에 한 발을 걸친 무인이다.

더욱이 남궁세가의 무공으로 이루어낸 경지인 만큼 여타 무인들보다 남궁수아에게 커다란 도움이 될 터.

남궁진천과는 다른 시각으로 그녀에게 많은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다.

서준이 춘봉의 옆구리를 쿡쿡 찔렀다.

“우리 춘부이는 내가 열심히 가르쳐줄게.”

“옆구리 찌르지 맛…!”

“어라? 우리 춘봉이, 살이 좀 올랐나? 옆구리가 말랑말랑한데?”

“…다시 말해봐.”

“히히 죄송….”

아무튼 용봉지회의 준비는 차근차근 진행되고 있었다.

용봉지회를 위해 하남으로 출발할 날까지 시간이 꽤 남았다 생각한 것과 달리, 일행은 생각보다 이른 시일에 세가를 떠나게 되었다.

이유에 대해 묻자 남궁명이 답했다.

“구파일방이나 육대세가의 경우, 한 문파나 가문 당 두 명의 인원을 곧바로 본선에 진출시키는 것이 가능합니다.”

“아, 그래서….”

“금 소저께서 금가의 이름으로 출전하려면 아무래도 예선부터 경기를 치러야하는 만큼 빠르게 출발하는 수밖에요.”

구파일방이나 육대세가는 예선을 스킵할 수 있다?

특혜가 아닌가 싶지만, 사실 특혜가 맞다.

꼬우면 세력을 성장시켜서 그 반열에 들면 그만이다.

다른 무인들의 반발도 그리 크지 않았다.(물론 반발해도 별 의미는 없다.)

애초에 그만한 대문파에서 나오는 후기지수들은 실력 자체가 어지간한 무인들과는 차원이 다르다.

괜히 예선에서 그런 놈들을 만나 일찍 탈락하느니, 고만고만한 놈들끼리 비벼보다가 운 좋게 본선에라도 진출하는 편이 낫다고 판단한 것이다.

그러면 최소한의 명예라도 따라올 테니까.

누이 좋고 매부 좋고.

이제 아니꼬운 건 대문파이긴 해도 구파일방이나 육대세가 반열에 들지 못하는 친구들이 되겠지만, 감히 그들에게 큰소리를 칠 수 없으니 그냥 아쉽게 된 셈이다.

“그런 만큼 이쪽에서도 아무나 본선에 내보낼 수는 없습니다. 그런 특혜를 받으면서까지 본선에 올라온 후기지수가 너무 맥없이 패하기라도 한다면 그만한 망신이 따로 없지 않겠습니까.”

“아하. 그러면 그 뭐야. 본선에 특혜로 올라오는 인원이 꽉 차는 일은 별로 없겠네?”

“아무래도 그렇죠. 눈에 차는 인원이 없으면 아예 문파 자체가 용봉지회에 참가하지 않기도 합니다.”

그런 거구만.

서준은 납득하며 마차 밖으로 고개를 내밀었다. 뒤에서 따라오는 마차가 하나. 마찬가지로 남궁세가의 마차다.

서준이 타고 있는 마차에는 춘봉, 남궁명, 남궁수아가 타고 있었고, 저편의 마차에는 남궁혁, 장극, 패진광이 타고 있었다.

전쟁 도중임에도 불구하고 상당히 호화로운 인선이다.

화경에 가까운 초절정 급 전력이 셋, 그냥 초절정이 하나.

웬만한 대문파는 손짓 몇 번에 정리되는 전력 아닌가.

그외에도 호위나 마부 같은 사람들을 더하면 인원도 상당하다.

허나 과하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남궁명과 남궁수아.

남궁의 직계 둘이 함께 이동하는 만큼 만약의 일이 벌어진다면 그건 정말 보통 큰일이 아니다.

대신 조금 특이한 점이라면 남궁혁과 패진광 모두 자원해서 호위에 나섰다는 점이겠다.

남궁혁은 세가의 복덩이들이 밖에 나간다는 소식에 기겁을 하며 당장 따라나섰고, 패진광은 심심해서 서준을 따라나섰다.

장극은 그냥 서준이 끌고 왔다.

“저기요! 안 심심해요?”

서준이 소리치자 뒤따라오는 마차의 창에서 커다란 손이 불쑥 튀어나았다. 그리고는 척, 중지를 치켜든다.

“아니, 저 영감이 미쳤나?”

패진광이다. 요새 젊은것들의 문화를 이해하겠다더니 저런 것만 배웠다.

요즘 보면 그냥 애새끼가 따로 없다.

그렇게 툴툴대며 하남으로 향하던 일행은 뜻밖의 사건을 마주했다.

정신 나간 산적 친구들이 통행세를 걷겠다며 뛰쳐나온 것이다.

“직업 정신이 그냥….”

서준은 감탄하며 주술을 펼쳤다.

오행, 토, 사출.

땅에서 자그마한 바위 기둥들이 솟구쳐 산적들의 전신을 옭아맸다.

“어억…! 이게 뭐야!”

“고, 고수…!”

“살려주십쇼 대협…!”

그냥 단번에 몰살시켜버려도 상관 없지만, 서준은 너무 궁금한 나머지 그들을 살려둔 채 물었다.

“아니, 이거 안 보이냐?”

마차에 떡하니 새겨진 남궁세가의 문양.

서준이 그것을 가리키자 산적들이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그, 그게 뭡니까…?”

“오….”

산적질하는 놈들이 다른 것도 아니고 남궁세가의 문양을 모른다고?

어처구니가 사라진 서준이 남궁혁에게 물었다.

“혹시 저희 최근에 문양 바꿨어요?”

“내가 태어나기도 전부터 문양은 같았다.”

그냥 산적이 산적답게 멍청한 것이었다.

전직 산적 장극을 빤히 바라보자 그도 절레절레 고개를 저었다.

“요즘 산적들은 기본이 안 돼있는 것 같소.”

“아무리 그래도 너무 심하지 않나?”

“공부와 담을 쌓은 놈들이니 뭐…. 개중에서도 유독 심한 놈들 아닐까 싶소만….”

“쉽지 않네 진짜.”

산적 친구들은 대충 묶어서 질질 끌고 가다 근처의 도시에 넘겼다.

산적들을 인계받은 문파는 꽤나 기꺼워보였다.

목을 베든 노예로 부리든 그들의 자유였으니, 갈아서 단약으로 만들지 않는 이상 누구 하나 뭐라 할 사람이 없는 까닭이었다.

다행히 그 정도로 멍청한 산적 친구들은 이후로 볼 수 없었다.

대신 가는 도중에 함박눈이 펑펑 쏟아진 적이 있었는데, 그날은 가까운 도시의 객잔에 묵으며 눈싸움을 즐겼다.

눈싸움은 주술을 이용해 눈덩이를 기관총처럼 갈겨댄 서준의 승리였다.

눈투성이가 된 춘봉이 잔뜩 빡쳐 서준을 두들겨 패긴 했지만, 업계 포상이라 우승 상품인 셈 치고 마음껏 즐겼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눈이 녹고 새싹이 흙 밖으로 고개를 기웃거릴 즈음, 일행은 소림에 도착했다.

“와, 하남!”

따지고 보면 그리 오래된 건 아니지만, 어쩐지 꽤 오래간만에 돌아온 듯한 하남의 풍경에 서준이 춘봉을 목마 태우고 동네 한 바퀴를 돌았다.

이후 하남에 있는 남궁세가의 별장에 짐을 풀고 난 뒤, 남궁명이 옅게 웃으며 말했다.

“예선까지는 시간이 꽤 남았으니 그동안은 하남을 둘러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용봉지회는 무림에 몇 없는 커다란 행사다.

그런 만큼 하남에는 일찍이 사람들이 몰려들어 어느 때보다도 상권이 활성화됐고, 용봉지회까지 시간이 남아 그나마 한산한 지금이 관광을 즐기기에 최적의 시기라 할 수 있었다.

“그럼 우리 오랜만에 하오문이나 들를까?”

서준의 말에 남궁수아가 살풋 웃었다.

“그러게. 생각해보니 취령이 타는 금을 들으러 가기로 약속했었네.”

“취령? 그게 누구야?”

“왜 그때 있잖아. 뱃놀이 했을 때. 기녀 중에 한 명이었는데.”

“아니, 그새 친해졌었다고?”

서준이 경악했다.

남궁명의 카피바라스러움이 어디서 왔나 의문스러웠는데, 남궁수아마저 이런 걸 보니 아마 유전이 아닌가 싶었다.

‘장인어른 쪽 유전은 아닌 것 같고…, 장모님이 좀 친화력이 좋으셨나?

서준이 고민하는 사이 다른 일행들 역시 각자 목적지를 정해 흩어졌다.

남궁명은 하남의 친구들을 만나러 떠났고, 패진광 역시 간만에 들른 하남의 지인들을 만나러 갔다.

남궁혁은 남궁수아와 같이 다니려 했던 모양인데, 늙은이가 끼어들면 눈치 없다는 소리 듣는답시고 패진광이 멱살을 잡고 끌고갔다.

촌놈 산적 장극은 서준이 놀고 오라며 쥐여준 돈주머니를 들고 희희낙락 사라졌다.

남궁세가 산하의 무인들은 별장을 지킬 조와 잠시 휴식을 취할 조를 나눠 알아서 행동하는 모양.

오랜만에 삼인조끼리 행동할 생각에 신난 서준이 춘봉을 덥썩 안아들고 거리를 내달렸다.

“가자 금춘봉…!”

“가자!”

“야호!”

때아닌 바람 소리와 함께 비수가 날아들기 전까지는 그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