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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로써 미지의 경지에 오른 서준은 빨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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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뜻하는 순간 몸이 움직였고, 몸이 받아들인 감각은 영혼이 즉시 인식했다. 육신의 속도만이 아닌 반사신경 자체도 월등히 빨라진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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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 생각과 행동 사이의 간극이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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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오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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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에 구멍이 숭숭 뚫린 시혈만천이 포효했다. 쯔르륵-! 피로 이루어진 몸이 순식간에 부상을 치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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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몸에 가두어두었던 모든 혈액을 일시에 퍼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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콰르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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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의 바다가 하늘을 가득 메웠다. 서준은 무심한 눈으로 그것을 바라보았다. 그러다 한 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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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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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준이 코앞에 나타났다. 기겁한 시혈만천이 출수와 동시에 기공을 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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쏴아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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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바다가 떨어져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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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준은 간단히 대응했다. 두 손이 각각 시혈만천의 장을 쳐내고, 나머지 네 손이 그의 전신을 두드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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뻐버버벅-! 시혈만천의 어깨가 빠지고, 광대뼈가 박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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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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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준은 그를 걷어차 날려보내며 머리 위 하늘을 강하게 의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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쩌어어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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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과 동시에 뻗어나간 관천이 하늘 위 바다에 거대한 구멍을 뚫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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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아가던 시혈만천은 급히 몸을 바로했다. 저놈이 무슨 수를 썼는지 몰라도 급격히 강해졌다. 이제는 정말 상황을 가릴 때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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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천독해(血天毒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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꾸르륵-, 시혈만천의 몸이 액체처럼 일렁이며 퍼져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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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경의 무인들에게 영역이 있다면, 그와 비견되는 혈인경(血人境)의 무인에게는 진혈(眞血)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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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혈의 소유자는 어떤 부상에도 쉽게 죽지 않으며, 스스로의 의념이 닿는 모든 피를 지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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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혈만천의 경우 조금 특이했다. 그는 본래 독공의 고수로, 피에 독이 섞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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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혈만천의 육신과 하늘 위 바다가 수천의 작살이 되어 서준을 덮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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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준은 그것을 가만히 올려다 보다, 입술을 달싹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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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솟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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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의 주인이 명하자 주변 모든 기가 그 뜻에 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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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르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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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정 없이 발현된 주술이 땅을 끌어올려 떨어지는 바다를 굳건히 받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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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나 시혈만천 본신의 공격이 남았다. 서준의 기가 움직여 허리춤에 매인 검에 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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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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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이 스스로 뽑혀나왔다. 이기어검(以氣馭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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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준이 바라자 검이 쏘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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쐐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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뻗어나간 검의 경로와 겹친 모든 것이 지워졌다. 시혈만천은 뻥 뚫린 구멍을 메우며 이를 악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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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멍청한 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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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차피 지금의 공격들은 주의를 돌리기 위함이었다. 저 멍청한 놈은 스스로 무덤을 팠다. 혈인경의 무인 앞에서 피로 옷을 만들어 입어? 자살 행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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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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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혈만천의 의념이 짙게 뻗어나갔다. 서준의 몸을 덮은 피에 시혈만천의 의념이 닿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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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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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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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로 튕겨나갔다. 시혈만천이 입에서 피를 한 움큼 쏟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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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무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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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할 수 없다. 무엇 하나 통하지 않는다. 애초에 왜 저놈은 중독되지 않는가. 이미 몇 번의 공격을 허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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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혈만천의 독은 평범한 독이 아니다. 경지에 이른 독공이 그러하듯, 시혈만천의 독 역시 기(氣)가 변형된 기독(氣毒)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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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절정의 무인이라면 평범한 독쯤이야 간단히 몸 밖으로 배출해낼 수 있지만, 기독은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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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의 기와 섞여 전투 내내 몸을 갉아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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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기에 강호의 모든 이들이 독을 쓰는 이들과 마찰을 빚기 꺼려한다. 이기더라도 피해가 이만저만이 아니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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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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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을 쓰는 시혈만천의 눈앞에 서준이 나타났다. 그의 여섯 주먹이 패력괴신무를 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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꽈아아아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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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혈만천의 사지가 뜯겨나가고, 명치에 커다란 구멍이 뚫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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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시혈만천은 죽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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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끄으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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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력을 다해 몸을 복구하고, 미리 회수한 가공할 양의 혈액을 앞으로 쏘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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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륜신장(血輪神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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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한 피의 고리가 차례차례 겹치며 찌르르 기이한 소리를 낸다. 그 위로 서준의 손이 닿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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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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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두둑-, 풀어헤쳐진 피가 비처럼 쏟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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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해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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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혈만천에게는 놀랄 시간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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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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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새 돌아온 서준의 검이 그의 목을 잘라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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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아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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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혈만천은 괴성을 지르며 검을 후려쳤다. 터엉-! 오히려 그의 손이 튕겨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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쯔르륵-, 베였던 목이 다시 붙었으나, 피해가 크다. 시혈만천의 시야가 일순 흐릿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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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놈의 이기어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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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정할 수밖에 없다. 저 상태의 놈은 자신보다 강하다. 뿌득-! 이가 갈렸다. 자존심이 철저히 부서졌다. 여기서는 도주가 최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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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나 서준은 그조차 허락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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쩌억-, 서준의 여섯 손에서 삼십 개의 손가락이 떨어져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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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로 이어진 손가락들이 이기어검의 묘리로 허공을 유영하며 하나의 진을 구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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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천(逆天), 역태극(逆太極), 수렴(收斂).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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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천일월공의 형식을 취한 기가 서준과 시혈만천 주변의 공간을 에워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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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나 시혈만천은 그보다도 다른 것에 신경 쓰지 않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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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혈공이 맞구나! 네놈…! 같은 동지인 주제에 왜 이런 짓을 하는 거냐…! 신혈의 위험성을 모른단 말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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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혈. 서준의 눈에 잠시 빛이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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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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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적조차 남길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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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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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진광은 생강시 네 구를 모두 처리하고 곧장 일행과 합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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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저게 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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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서준이 싸우는 모습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시혈만천의 전신이 처참하게 찢겨나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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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아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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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름 끼치는 비명이 울려퍼진다. 그들을 가두는 결계 비슷한 것이 실을 둘러놓은 듯 듬성듬성 구멍이 있기에 똑똑히 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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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준이 여섯 개의 손으로 직접 시혈만천의 몸을 하나하나 분해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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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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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진광의 표정이 묘해졌다. 새로운 경지를 개척했다고 생각했는데, 저놈을 보니 자신이 이룬 건 딱히 대단한 경지는 아닌 듯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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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주군이 저러는 게 하루 이틀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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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그래도 저런 짓 하는 건 본 적이 없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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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괴물 같다는 소리요. 사람을 자주 찢는다는 게 아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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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극은 툴툴대며 마차 안을 살폈다. 고통도 고통이지만, 다른 문제로 그의 전신이 식은땀에 젖어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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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그래서 이 아이는 괜찮은 거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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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극이 남궁수아에게 물었다. 남궁수아가 고개를 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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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르겠어요. 아까부터 계속 이 상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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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봉은 허공을 멍하니 바라보며 굳어있었다. 아까 서준의 몸이 터져나갔던 그 자리다. 황금빛으로 환하게 빛나는 두 눈은 흔들리거나 감기지도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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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고 건드리자니 상태가 심상치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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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가만히 둘 수밖에 없는데, 장극 입장에서는 그게 여간 신경 쓰이는 게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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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군이 그토록 아끼는 아이다. 혹시 잘못되기라도 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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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극의 머릿속에 처참한 미래들이 주르륵 흘러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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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미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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푹 한숨을 내쉬었지만, 변하는 건 없다. 장극은 우선 주변을 챙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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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상자…, 가 없군. 일단 시신은 건드리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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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궁세가의 무인들 중 부상을 입은 이는 모두 죽었다. 시혈만천의 독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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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살아남은 이들을 한데 모은 뒤, 장극이 남궁혁에게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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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아까부터 뭘 그렇게 열심히 보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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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천당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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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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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놈. 사천당가 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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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궁혁은 처참히 찢겨나가는 시혈만천을 빤히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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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궁혁 역시 크게 지치고 상당한 부상을 입은 상태였다. 하지만 그는 스스로의 부상을 돌볼 생각을 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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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저 자가 독공을 쓸 때부터 신경 쓰였으나, 이제는 확실했다. 색이 많이 지워지긴 했어도 저건 사천당가의 무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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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무슨 생각이지? 당가에 저런 고수가 있다는 얘기는 들은 적이 없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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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궁세가와 당가 사이에 원한이 있는 것도 아니다. 당가가 남궁을 노릴 이유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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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욱이 저 자가 원하는 것은 남궁이 아닌 금가의 여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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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가가 정사지간(正邪之間, 정파와 사파의 경계)에 가깝다지만 이런 미친짓을 저지르지는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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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궁혁의 미간이 처참하게 구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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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진광은 비교적 태평했다. 금가의 여식이야 충격을 받아 저러는 것일 테니 서준이 멀쩡한 것을 보면 나아질 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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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머리를 벅벅 긁으며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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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나저나 신경 안 쓰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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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가 말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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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궁혁이 건성으로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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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쟤 말이야. 이서준. 마기 쓰는 거 안 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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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럴 수도 있지. 마기를 쓰건 혈기를 쓰건 그릇된 곳에 쓰지 않으면 그만 아니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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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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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남궁. 확실히 제정신인 놈들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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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진광은 껄껄 웃으며 후기지수들을 챙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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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희는 좀 쉬고 있어라. 전투도 끝난 것 같고, 특히 너희 둘은 마음을 가라앉히지 않으면 곧 심마에라도 들 것 같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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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말처럼 남궁수아와 남궁명의 안색은 희게 질려 빈말로도 멀쩡하다 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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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남궁수아의 경우 충격이 컸는지 기운이 흔들리는 것이 선명하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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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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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궁수아는 그리 답하면서도 춘봉에게서 눈을 떼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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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곧, 전투가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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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내려면 언제든 끝낼 수 있는 전투였지만, 서준이 분노를 풀어내듯 시혈만천을 몇 번이고 찢었다 이어붙인 탓에 전투가 조금 길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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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혈만천이라더니, 별호 참 잘 지었구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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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진광이 껄껄 웃었다. 시혈만천(屍血滿天). 그 별호처럼 스스로의 몸뚱이와 피로 하늘을 가득 채우지 않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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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기갈기 찢겨진 몸뚱이가 이리저리 날아다니는 모습이 썩 보기 좋진 않지만, 아무튼 속은 시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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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내 서준이 흡성대법으로 모든 진기를 빨아들인 시혈만천의 시체를 땅에 내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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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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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서져 가루가 된 시체가 바람에 날려 스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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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왔냐? 상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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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진광이 껄껄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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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좆됐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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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봐도 이성이 없어 보인다. 이대로 일행을 공격해도 이상할 게 없는 상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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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지어 서준의 몸이 조금씩 흩어지기 시작한 것이 아무리 봐도 멀쩡한 상태는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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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극이 재빨리 기지를 발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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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주군…! 여동생의 상태가 심상치 않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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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말에 서준의 고개가 천천히 움직였다. 멍하니 허공을 바라보는 춘봉. 서준의 눈에 빛이 돌아오려는 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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끼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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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봉의 목이 뻣뻣하게 움직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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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준과 춘봉의 눈이 마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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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어…. 이건 또 무슨 경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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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봉의 목소리. 서준의 눈에 짙은 살기가 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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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누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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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륵-, 활짝 피어난 세 송이 꽃이 춘봉을 바라보았다. 그 수백의 시선을 마주한 춘봉이 헛웃음을 터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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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마종주의 싹이 여기 있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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