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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14 21:31:5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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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로써 미지의 경지에 오른 서준은 빨랐다.

그가 뜻하는 순간 몸이 움직였고, 몸이 받아들인 감각은 영혼이 즉시 인식했다. 육신의 속도만이 아닌 반사신경 자체도 월등히 빨라진 셈이다.

즉, 생각과 행동 사이의 간극이 사라졌다.

“노오옴…!”

몸에 구멍이 숭숭 뚫린 시혈만천이 포효했다. 쯔르륵-! 피로 이루어진 몸이 순식간에 부상을 치유한다.

그는 몸에 가두어두었던 모든 혈액을 일시에 퍼뜨렸다.

콰르륵-!

피의 바다가 하늘을 가득 메웠다. 서준은 무심한 눈으로 그것을 바라보았다. 그러다 한 걸음.

슷-

서준이 코앞에 나타났다. 기겁한 시혈만천이 출수와 동시에 기공을 펼쳤다.

쏴아아아──────────

붉은 바다가 떨어져내린다.

서준은 간단히 대응했다. 두 손이 각각 시혈만천의 장을 쳐내고, 나머지 네 손이 그의 전신을 두드렸다.

뻐버버벅-! 시혈만천의 어깨가 빠지고, 광대뼈가 박살났다.

“크윽…!”

서준은 그를 걷어차 날려보내며 머리 위 하늘을 강하게 의식했다.

쩌어어억──────────

생각과 동시에 뻗어나간 관천이 하늘 위 바다에 거대한 구멍을 뚫었다.

날아가던 시혈만천은 급히 몸을 바로했다. 저놈이 무슨 수를 썼는지 몰라도 급격히 강해졌다. 이제는 정말 상황을 가릴 때가 아니다.

“혈천독해(血天毒海)…!”

꾸르륵-, 시혈만천의 몸이 액체처럼 일렁이며 퍼져나간다.

화경의 무인들에게 영역이 있다면, 그와 비견되는 혈인경(血人境)의 무인에게는 진혈(眞血)이 있다.

진혈의 소유자는 어떤 부상에도 쉽게 죽지 않으며, 스스로의 의념이 닿는 모든 피를 지배한다.

시혈만천의 경우 조금 특이했다. 그는 본래 독공의 고수로, 피에 독이 섞였다.

시혈만천의 육신과 하늘 위 바다가 수천의 작살이 되어 서준을 덮쳤다.

서준은 그것을 가만히 올려다 보다, 입술을 달싹였다.

[솟아라.]

기의 주인이 명하자 주변 모든 기가 그 뜻에 따랐다.

우르릉-!

과정 없이 발현된 주술이 땅을 끌어올려 떨어지는 바다를 굳건히 받쳤다.

허나 시혈만천 본신의 공격이 남았다. 서준의 기가 움직여 허리춤에 매인 검에 담겼다.

스릉-

검이 스스로 뽑혀나왔다. 이기어검(以氣馭劍)이다.

서준이 바라자 검이 쏘아졌다.

쐐액-!

뻗어나간 검의 경로와 겹친 모든 것이 지워졌다. 시혈만천은 뻥 뚫린 구멍을 메우며 이를 악물었다.

“멍청한 놈…!”

어차피 지금의 공격들은 주의를 돌리기 위함이었다. 저 멍청한 놈은 스스로 무덤을 팠다. 혈인경의 무인 앞에서 피로 옷을 만들어 입어? 자살 행위다.

“흡…!”

시혈만천의 의념이 짙게 뻗어나갔다. 서준의 몸을 덮은 피에 시혈만천의 의념이 닿고,

터엉-!

“크웁…!”

그대로 튕겨나갔다. 시혈만천이 입에서 피를 한 움큼 쏟아냈다.

“도대체 무슨…!”

이해할 수 없다. 무엇 하나 통하지 않는다. 애초에 왜 저놈은 중독되지 않는가. 이미 몇 번의 공격을 허용했다.

시혈만천의 독은 평범한 독이 아니다. 경지에 이른 독공이 그러하듯, 시혈만천의 독 역시 기(氣)가 변형된 기독(氣毒)이다.

초절정의 무인이라면 평범한 독쯤이야 간단히 몸 밖으로 배출해낼 수 있지만, 기독은 다르다.

그들의 기와 섞여 전투 내내 몸을 갉아먹는다.

그렇기에 강호의 모든 이들이 독을 쓰는 이들과 마찰을 빚기 꺼려한다. 이기더라도 피해가 이만저만이 아니기에.

“그런데 왜…!”

악을 쓰는 시혈만천의 눈앞에 서준이 나타났다. 그의 여섯 주먹이 패력괴신무를 펼쳤다.

꽈아아아앙──────────!!!

시혈만천의 사지가 뜯겨나가고, 명치에 커다란 구멍이 뚫렸다.

그럼에도 시혈만천은 죽지 않았다.

“끄으윽…!!”

사력을 다해 몸을 복구하고, 미리 회수한 가공할 양의 혈액을 앞으로 쏘아냈다.

혈륜신장(血輪神掌).

거대한 피의 고리가 차례차례 겹치며 찌르르 기이한 소리를 낸다. 그 위로 서준의 손이 닿았다.

화악-!

후두둑-, 풀어헤쳐진 피가 비처럼 쏟아진다.

파해됐다.

시혈만천에게는 놀랄 시간이 없었다.

서억-

어느새 돌아온 서준의 검이 그의 목을 잘라냈다.

“아아악…!”

시혈만천은 괴성을 지르며 검을 후려쳤다. 터엉-! 오히려 그의 손이 튕겨나왔다.

쯔르륵-, 베였던 목이 다시 붙었으나, 피해가 크다. 시혈만천의 시야가 일순 흐릿해졌다.

“무슨, 놈의 이기어검이…!”

인정할 수밖에 없다. 저 상태의 놈은 자신보다 강하다. 뿌득-! 이가 갈렸다. 자존심이 철저히 부서졌다. 여기서는 도주가 최선이다.

허나 서준은 그조차 허락하지 않았다.

쩌억-, 서준의 여섯 손에서 삼십 개의 손가락이 떨어져나왔다.

피로 이어진 손가락들이 이기어검의 묘리로 허공을 유영하며 하나의 진을 구축했다.

역천(逆天), 역태극(逆太極), 수렴(收斂).

역천일월공의 형식을 취한 기가 서준과 시혈만천 주변의 공간을 에워쌌다.

허나 시혈만천은 그보다도 다른 것에 신경 쓰지 않을 수 없었다.

“역시…! 혈공이 맞구나! 네놈…! 같은 동지인 주제에 왜 이런 짓을 하는 거냐…! 신혈의 위험성을 모른단 말이냐!”

신혈. 서준의 눈에 잠시 빛이 돌아왔다.

[역시, 너는….]

흔적조차 남길 수 없다.

패진광은 생강시 네 구를 모두 처리하고 곧장 일행과 합류했다.

“그래서 저게 뭐냐?”

그는 서준이 싸우는 모습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시혈만천의 전신이 처참하게 찢겨나가고 있었다.

아아악…!

소름 끼치는 비명이 울려퍼진다. 그들을 가두는 결계 비슷한 것이 실을 둘러놓은 듯 듬성듬성 구멍이 있기에 똑똑히 볼 수 있었다.

서준이 여섯 개의 손으로 직접 시혈만천의 몸을 하나하나 분해하고 있었다.

“허….”

패진광의 표정이 묘해졌다. 새로운 경지를 개척했다고 생각했는데, 저놈을 보니 자신이 이룬 건 딱히 대단한 경지는 아닌 듯싶었다.

“뭐, 주군이 저러는 게 하루 이틀이요?”

“아무리 그래도 저런 짓 하는 건 본 적이 없는데.”

“아니, 괴물 같다는 소리요. 사람을 자주 찢는다는 게 아니라.”

장극은 툴툴대며 마차 안을 살폈다. 고통도 고통이지만, 다른 문제로 그의 전신이 식은땀에 젖어있었다.

“저, 그래서 이 아이는 괜찮은 거냐?”

장극이 남궁수아에게 물었다. 남궁수아가 고개를 저었다.

“…모르겠어요. 아까부터 계속 이 상태라….”

춘봉은 허공을 멍하니 바라보며 굳어있었다. 아까 서준의 몸이 터져나갔던 그 자리다. 황금빛으로 환하게 빛나는 두 눈은 흔들리거나 감기지도 않았다.

그렇다고 건드리자니 상태가 심상치 않다.

결국 가만히 둘 수밖에 없는데, 장극 입장에서는 그게 여간 신경 쓰이는 게 아니었다.

주군이 그토록 아끼는 아이다. 혹시 잘못되기라도 한다면?

장극의 머릿속에 처참한 미래들이 주르륵 흘러갔다.

“니미럴….”

푹 한숨을 내쉬었지만, 변하는 건 없다. 장극은 우선 주변을 챙겼다.

“부상자…, 가 없군. 일단 시신은 건드리지 마라.”

남궁세가의 무인들 중 부상을 입은 이는 모두 죽었다. 시혈만천의 독 때문이다.

우선 살아남은 이들을 한데 모은 뒤, 장극이 남궁혁에게 물었다.

“그래서 아까부터 뭘 그렇게 열심히 보십니까?”

“사천당가.”

“뭐요?”

“저놈. 사천당가 놈이다.”

남궁혁은 처참히 찢겨나가는 시혈만천을 빤히 바라보았다.

남궁혁 역시 크게 지치고 상당한 부상을 입은 상태였다. 하지만 그는 스스로의 부상을 돌볼 생각을 할 수 없었다.

처음 저 자가 독공을 쓸 때부터 신경 쓰였으나, 이제는 확실했다. 색이 많이 지워지긴 했어도 저건 사천당가의 무공이다.

“도대체 무슨 생각이지? 당가에 저런 고수가 있다는 얘기는 들은 적이 없는데….”

남궁세가와 당가 사이에 원한이 있는 것도 아니다. 당가가 남궁을 노릴 이유가 없다.

더욱이 저 자가 원하는 것은 남궁이 아닌 금가의 여식이었다.

‘당가가 정사지간(正邪之間, 정파와 사파의 경계)에 가깝다지만 이런 미친짓을 저지르지는 않는다.

남궁혁의 미간이 처참하게 구겨졌다.

패진광은 비교적 태평했다. 금가의 여식이야 충격을 받아 저러는 것일 테니 서준이 멀쩡한 것을 보면 나아질 터.

그가 머리를 벅벅 긁으며 물었다.

“그나저나 신경 안 쓰이냐?”

“뭐가 말이오.”

남궁혁이 건성으로 답했다.

“쟤 말이야. 이서준. 마기 쓰는 거 안 보여?”

“그럴 수도 있지. 마기를 쓰건 혈기를 쓰건 그릇된 곳에 쓰지 않으면 그만 아니오?”

“과연.”

역시 남궁. 확실히 제정신인 놈들은 아니다.

패진광은 껄껄 웃으며 후기지수들을 챙겼다.

“너희는 좀 쉬고 있어라. 전투도 끝난 것 같고, 특히 너희 둘은 마음을 가라앉히지 않으면 곧 심마에라도 들 것 같구나.”

그의 말처럼 남궁수아와 남궁명의 안색은 희게 질려 빈말로도 멀쩡하다 할 수 없었다.

특히 남궁수아의 경우 충격이 컸는지 기운이 흔들리는 것이 선명하게 느껴진다.

“예….”

남궁수아는 그리 답하면서도 춘봉에게서 눈을 떼지 않았다.

그리고 곧, 전투가 끝났다.

끝내려면 언제든 끝낼 수 있는 전투였지만, 서준이 분노를 풀어내듯 시혈만천을 몇 번이고 찢었다 이어붙인 탓에 전투가 조금 길어졌다.

“시혈만천이라더니, 별호 참 잘 지었구만.”

패진광이 껄껄 웃었다. 시혈만천(屍血滿天). 그 별호처럼 스스로의 몸뚱이와 피로 하늘을 가득 채우지 않았는가!

갈기갈기 찢겨진 몸뚱이가 이리저리 날아다니는 모습이 썩 보기 좋진 않지만, 아무튼 속은 시원했다.

이내 서준이 흡성대법으로 모든 진기를 빨아들인 시혈만천의 시체를 땅에 내던졌다.

퍼석-

부서져 가루가 된 시체가 바람에 날려 스러졌다.

“어, 왔냐? 상태는….”

패진광이 껄껄 웃었다.

“좆됐군.”

누가 봐도 이성이 없어 보인다. 이대로 일행을 공격해도 이상할 게 없는 상태였다.

심지어 서준의 몸이 조금씩 흩어지기 시작한 것이 아무리 봐도 멀쩡한 상태는 아니었다.

장극이 재빨리 기지를 발휘했다.

“주, 주군…! 여동생의 상태가 심상치 않소!”

그 말에 서준의 고개가 천천히 움직였다. 멍하니 허공을 바라보는 춘봉. 서준의 눈에 빛이 돌아오려는 찰나,

끼긱-

춘봉의 목이 뻣뻣하게 움직였다.

서준과 춘봉의 눈이 마주쳤다.

“허어…. 이건 또 무슨 경우지?”

춘봉의 목소리. 서준의 눈에 짙은 살기가 어렸다.

[너, 누구야.]

두륵-, 활짝 피어난 세 송이 꽃이 춘봉을 바라보았다. 그 수백의 시선을 마주한 춘봉이 헛웃음을 터뜨렸다.

“만마종주의 싹이 여기 있었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