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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진광은 네 명의 흑의인들을 동시에 상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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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강을 전완근으로 막아내고, 일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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꽈아아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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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무니없는 힘에 흑의인 하나가 뒤로 튕겨 날아갔다. 하지만 그 즉시 나머지 셋이 각각 패진광의 빈틈을 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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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란 창이 복부를, 크게 휘어진 도가 어깨를, 굽혀진 손가락이 다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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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진광은 몸을 비틀어 창과 도를 피해냈으나, 조(爪, 손톱)는 피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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콰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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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톱이 패진광의 바지를 한 움큼 뜯어갔다. 패진광이 붉게 달아오른 허벅지를 벅벅 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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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찮은 놈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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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랍게도 네 명의 흑의인은 모두 강기를 다뤘다. 초절정이라는 소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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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 움직임 자체는 초절정이라 보기 조금 애매한 부분이 있었다. 동작이 부드럽게 이어지지 않고 어딘가 미세하게 끊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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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진광은 눈살을 찌푸린 채 일단 상황을 살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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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준과 다른 일행들의 경우 금방 당할 것 같지는 않았다. 저 시혈만천이라는 놈이 대단한 고수인 것은 맞지만, 이서준도 만만치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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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이 떨어져도 금방 붙이면 찰싹 붙는 놈 아닌가. 그런 만큼 이쪽에서 결판을 낸 뒤, 패진광 자신이 합세해 시혈만천을 몰아내는 방향이 맞을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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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진광이 고민하는 사이, 멀찍이 날아갔던 흑의인이 복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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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진광의 눈이 번뜩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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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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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격 탓인지 놈의 복면이 벗겨졌다. 그 자리, 생기 없는 낯이 어딘가 익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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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 쾌진멸검(快進滅劍)이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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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 옛날에 활동하던 고수다. 어느 순간 소식이 끊겼다는 말은 들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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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꼴이 됐을 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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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진광이 탄식했다. 저건 죽은 것도 산 것도 아니다. 저런 걸 보통 생강시(生殭屍)라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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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시는 본래 초절정 수준에서는 통하지 않는다. 그냥 머릿수 좀 채우는 인형에 불과하다. 그건 생전에 높은 경지를 이룬 무인의 강시라 해도 마찬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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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나 저런 생강시는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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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건 살아있는 무인을 세뇌하여 가공한 것에 가깝다. 당연히 본래의 실력은 나오지 않지만, 어느 정도 실력이 보전되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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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생강시조차 화경 수준에서는 통하지 않는다. 하지만 패진광은 화경이 아니다. 허나 또 다른, 무언가에 대해서는 실마리를 잡은 상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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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타깝게 됐어. 좋게 보내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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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진광이 끌끌 혀를 차며 주먹을 꽉 움켜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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웬만하면 시간을 좀 들인 뒤에 시도하려 했지만, 지금은 몸을 사릴 상황이 아닌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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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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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진광의 눈이 일순 푸르게 빛났다. 서준이 개량한 패력괴신무. 그 공능을 빌려 주먹에 옅은 권기를 감쌌다. 그로써 약간은 생소한 기(氣)를 의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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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神)은 기보다 상황이 낫다. 반쯤 열린 상단전을 강하게 의식하며, 패진광은 기와 신을 아주 아래로 끌어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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뿌드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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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할 정도로 거대한 정(精). 그 드넓은 대지에 기와 신이라는 씨앗을 심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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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이 기와 신을 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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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은 미숙하고, 한시적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이 순간만큼은, 새로운 경지에 발을 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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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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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진광이 뜨거운 숨을 내쉬었다. 그의 주먹을 감쌌던 푸른 기운이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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묘한 느낌에 본능적으로 경계하던 생강시들은 패진광의 기운이 옅어지자 그 즉시 달려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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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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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법을 쓰는 생강시가 선두에 섰다. 그 뒤로 검과 도, 가장 뒤에서 창을 든 생강시가 달려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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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진광은 기수식을 취한 채 움직이지 않았다. 그러다 일순, 선두의 적이 코앞에 다다랐을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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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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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주먹이 허공을 갈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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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와 검, 도, 창이 패진광의 몸을 두드렸다. 카가강-! 허나 의복이 뜯겨나갈 뿐, 패진광은 상처 하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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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진광이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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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한 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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쩌어어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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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공을 두드린 주먹의 힘이 뻗어나간다. 오롯이 물리적인 힘으로 이루어진 격공(隔空)의 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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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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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을 든 생강시의 몸이 산산이 조각나 흩어졌다. 썩은 피가 사방으로 튀며 고약한 냄새가 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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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에 튄 피를 닦아낸 패진광이 이를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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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덤벼라. 있어야 할 곳으로 되돌려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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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자는 무덤에 묻혀야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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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준의 이성이 잠시 돌아왔을 때는 전투가 한창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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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극과 남궁혁이 사력을 다해 시혈만천을 막아서고, 서준 자신의 손에서 펼쳐진 무공이며 주술들이 시혈만천의 기공을 억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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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나 힘을 아끼지 않는 시혈만천의 실력은 대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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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경에 가까운 초절정 둘, 거기에 더해 초절정 무인까지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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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혈만천은 오히려 압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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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쿨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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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극이 피를 토했다. 왼쪽 어깨가 덜렁거린다. 그는 체내로 파고든 독을 어떻게든 몰아내며 눈을 부릅 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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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 주군이 기공을 억제하고 있는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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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혈만천은 능히 장법과 독공만으로 장극과 남궁혁을 몰아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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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백히 기공보다 숙련도가 떨어져 보이지만, 그조차 초절정의 무인이 대응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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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극은 이를 악문 채 오른손에 쥔 박도를 치켜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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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궁혁이 검에 휘감은 영역을 바탕으로 힘겹게 버텨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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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군…! 길을 열겠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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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극은 자신이 전투를 오래 이어가지 못하리라는 것을 알았다. 이대로 시간을 끌면 자신은 짐덩이로 전락한다. 그건 바라는 바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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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죽음을 각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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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혈만천이 부리는 혈액이 무수한 송곳의 형태로 쏟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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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극은 신경 쓰지 않고 땅을 박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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콰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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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극의 신형이 날쌘 범처럼 뻗었다. 닥쳐오는 피의 송곳들. 그것들이 일순 멈춰섰다. 주군이 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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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아가며 박도에 별을 담았다. 거령신공. 주군이 새롭게 만들어낸, 진정 신공이라는 이름에 걸맞는 공능이 장극의 전신에 힘을 불어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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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륵-! 단전에서 타오른 불꽃이 잠력을 불사르며 힘껏 부풀어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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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부터는 주군조차 어찌 할 수 없는 영역. 장극의 비상한 직감이 날카롭게 날을 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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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꺼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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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혈만천의 장이 날아든다. 장극은 그 이전부터 몸을 비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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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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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이 관자놀이를 스친다. 장극은 다시 한 번 허리를 숙였다. 이번 역시 시혈만천이 움직이기도 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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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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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혈만천의 소매에서 튀어나온 피의 채찍이 허공을 갈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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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로지 감. 그것에 목숨을 내맡긴 채 움직인 장극이 자신의 거리에 시혈만천을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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꽈득-! 박도를 부서질 듯 움켜쥐고, 휘두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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콰아아아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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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껏 익혀온 무공과, 새로운 거령신공, 몸에 새겨진 모든 무(武)가 하나로 합쳐지며 일순 강기가 거대한 벽을 이루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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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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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파리 같은 놈. 꽤나 거슬리게 하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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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혈만천의 손이 넓게 퍼지며 그 거대한 벽을 움켜잡았다. 피로 이루어진 그의 손이 단숨에 벽을 깨부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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쩌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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흩날리는 강기의 파편. 장극의 눈이 부릅 뜨였다. 시혈만천의 손이 다가온다. 한 방이라도 먹이고 죽는다. 악을 쓰며 주먹을 내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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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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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덜미가 당겨진 장극의 신형이 날았다. 쐐액-! 시혈만천의 손 역시 허공을 갈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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핏줄기로 이어진 채 길게 뻗어진 서준의 손이 장극을 잡아채 날린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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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됐다, 이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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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우…. 서준이 숨을 길게 내쉬며 비틀거리는 몸을 바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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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극과 남궁혁은 이미 만신창이다. 충분히 시간을 벌어줬다. 이 정도면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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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야 포기했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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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혈만천이 사납게 이를 드러냈다. 그도 여유롭지는 않았다. 다른 것은 차치하더라도 시간적 여유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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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투가 길어지면 변수가 생긴다. 혹여 다른 화경이 전투를 감지하기라도 한다면 상황이 아주 골치 아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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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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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준의 눈과, 그의 뒤로 피어난 세 송이 꽃에 맺힌 눈알들이 시혈만천을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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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혈만천이 인상을 찌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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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꺼림칙한 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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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아악-! 그의 전신에서 피안개가 뿜어져나왔다. 절정경은 닿는 순간 즉사, 초절정이라 할지라도 들이마시는 순간 큰 내상을 입을 수준의 독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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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준은 눈 한 번 깜빡이지 않고 시혈만천을 향해 다가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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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눈과 꽃에 맺힌 눈알들로 보았고, 머리에 돋은 뿔로 파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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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공의 화경과 비슷한 경지. 당장 따라할 수는 없지만, 비슷한 짓은 할 수 있으리라는 확신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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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우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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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대에 기파가 휘몰아쳤다. 내단이 깨어지며 과하게 비대해진 기(氣)가 바깥까지 뻗어나와 영향을 끼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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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와 기신, 즉 정과 신을 보하던 기를 거둬 균형을 허물고, 기는 기로서의 역할에 충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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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란 곧 정과 신을 잇는 매개요, 그 자체로 만물과 통하는 하나의 힘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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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준의 기가 급격히 부풀어오르며 정과 신을 강하게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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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래 존재하던 통로가 넓어지고, 나아가 기(氣)가 정(精)과 신(神)을 감싸 아예 이어붙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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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준은 문득 시야가 환해지는 것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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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이 더없이 가볍다. 아니, 실제로 가벼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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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의 일부가 기(氣)로 대체되었다. 실수라도 한다면 육신 자체가 흩어질 터. 허나 자신이 기를 다루며 실수할 리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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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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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성이 아닌, 전음과도 같은 목소리가 울려퍼졌다. 서준의 성대는 이제 공기가 아닌 기를 진동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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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여섯 손이 각각 세 수인을 맺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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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아아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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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대에 퍼진 시혈만천의 독이 모조리 서준의 체내로 빨려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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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순 서준의 몸이 검붉게 물들었으나, 찰나만에 본래대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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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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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혈만천을 이루는 모든 것. 동시에 이성이 흐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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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가 정과 신을 지배하며 한없이 세상과 가까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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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또 무슨 사술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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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상을 험악하게 찌푸린 시혈만천이 장을 뻗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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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준이 움직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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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과 신이 가까워졌음은 곧 영혼과 육신의 연결이 강해졌다는 것. 뜻이 움직이면 몸이 움직이고, 몸이 움직이면 뜻이 움직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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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로 변한 신체는 빨랐다. 서준이 다루는 기는 더욱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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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혈만천이 팔을 뻗은 순간, 전조도 없이 코앞에 나타난 서준이 그와 눈을 마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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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러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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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준의 발이 흐릿해진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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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화아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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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어차인 시혈만천의 신형이 하늘로 쏘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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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하지 말아야 할 것을 탐했으니, 죄에 비해 죽음조차 가볍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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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짝 핀 세 송이 꽃들이 히죽 웃는다. 꽃에 달린 무수한 눈알들이 탁하게 물드는가 싶더니, 이내 그 동공에서 역천일월공이 쏘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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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아아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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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백 줄기의 역천일월공이 시혈만천에게 퍼부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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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려지는 이성. 본디 세상의 요소인 기는 서준의 정신을 서서히 끌어당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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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준은 끝내 이성을 놓으며 강하게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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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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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울 것 같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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