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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남궁세가의 가주 중 가장 드높은 곳에 이르렀다 평가받는 남궁진천. 그 딸의 연인인 이서준과, 세가의 원로인 남궁혁의 대련이 펼쳐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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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켜보던 이들은 바쁘게 오가는 공방에 숨을 죽인 채 집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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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반에는 서준이 우세를 점하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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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무공과 주술을 섞어 기세를 휘어잡으니, 그 화려함에 때때로 환호성이 터져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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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한다 우리 복덩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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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준을 응원하던 남궁연이 제자리에서 펄쩍펄쩍 뛰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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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준이 우세를 점했으되 아직 확실한 승기를 잡지는 못한 상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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곁에 있던 집법당주 남궁현철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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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실히 수준이 높군. 특히 기공 쪽에서는 이미 대가의 반열에 이르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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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감! 머리 아픈 생각하지 말고 응원을 하라고, 응원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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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야말로 생각 없이 보지 말고 잘 지켜봐라. 배울 것이 많은 대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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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내 바위 기둥들에 심어둔 혼원일월공이 폭발하고, 연계하여 주술이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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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준이 승기를 잡은 듯 싶었으나, 남궁혁이 전력을 끌어내며 기세를 가져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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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을 물들인 푸른 바다에 남궁수아가 두 주먹을 움켜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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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궁무애검법을 완전히 자신의 것으로 만드셨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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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봉이 코웃음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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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이서준이 이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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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저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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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에서 해일이 떨어진다. 그 장엄한 광경에 모두가 숨을 죽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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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봉마저 입을 다물고 손에 땀을 쥐는 상황에, 패진광은 팔뚝을 긁적이며 여유롭게 지켜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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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정도로 어떻게 될 놈은 아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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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건은 저걸 얻어맞고 큰 피해를 입느냐, 아니면 잘 받아치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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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빠 이겨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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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방 뛰며 응원하는 춘봉을 곁눈질한 패진광이 눈을 빛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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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에서 탄식이 터져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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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일이 서준을 집어삼키자 승패를 지레짐작한 이들의 탄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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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저만하면 굉장한 것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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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공을 익힌 지 이 년밖에 되지 않으셨셨다는데, 오히려 저 정도 한 것이 말이 안 되는 일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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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지한 자들의 평에 패진광은 코웃음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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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 한 번 보자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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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원일월강기라 했던가? 핏덩이의 손에서 펼쳐질 무학에 드물게도 권왕의 심장이 빠르게 뛰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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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빠…! 저 새끼 죽여버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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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점 과격해지는 춘봉의 응원에 문득 김이 빠지긴 했지만, 그것도 잠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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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내 서준의 검이 펼쳐지자 모두가 입을 다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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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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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진광만이 대소하며 달아오르는 몸을 애써 진정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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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림의 홍복이로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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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놈의 검과 주먹을 부딪혀보고 싶다. 거센 충동을 억누른 패진광이 환하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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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력괴신무를 적극적으로 써먹지 않는 건 아쉽지만, 애초에 배운 지 얼마 되지도 않은 만큼 어쩔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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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확실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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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펼쳐지는 모든 무공에 패력괴신무가 녹아있다. 내가기공을 묵묵하게 뒷받침하는 외가기공. 그것만으로 펼치는 모든 무공이 더욱 강력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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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왕으로서의 인생. 패력괴신무가 후대의 뿌리가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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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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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이지 기껍지 않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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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일이 덮쳐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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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거센 흐름에 휘말린 서준은 서두르지 않았다. 그저 검을 휘두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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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원일월강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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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극의 이치가 담긴 강기가 서준의 손에서, 또 제왕의 손에서 휘둘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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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극은 곧 조화요 확산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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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져나간 태극이 해일과 합을 이루고, 그로써 태극에 편입된 해일은 서준의 손끝에서 휘둘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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쏴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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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하귀양의 심상과 흡성대법이 혼원일월강기를 보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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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준의 검이 원을 그리자 이끌린 해일이 그를 따라 거대한 원을 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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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이 삐걱인다. 터무니없는 무게에 몸이 부서질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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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無)이자 유(有). 해일을 담은 태극은 그 묘한 이치에 따라 서준의 전신에 부하를 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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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너져내리려는 몸을 거령신공과 패력괴신무가 지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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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신에 깃든 거력이 태산과도 같은 무게의 검을 부드럽게 이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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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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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궁혁은 멍하니 입을 벌렸다. 자신의 일검이 저런 식으로 파해된다면 누구라도 같은 반응을 보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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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당…? 아니, 조금 다른 듯한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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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당의 태극혜검(太極慧劍)을 본 적이 있는 자라면 더더욱 그러할 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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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럴 때가 아니었다. 깨달았을 때는 조금 늦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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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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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무리를 마친 서준의 검이 휘둘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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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원일월강기가 해일과 함께 몰아치며 하늘을 향해 치솟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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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탄한 남궁혁이 떨리는 손으로 검을 마주 휘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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콰아아아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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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작해야 검과 검의 충돌. 허나 그 여파는 일대의 공간을 뒤흔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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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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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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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켜보던 이들이 급히 몸을 피하려 했으나, 그럴 필요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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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궁진천의 손짓 한 번에 내려온 하늘이 여파를 잡아채 끌어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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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다니던 구름들만이 난데없는 재앙에 분분히 흩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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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 한 점 없는 하늘. 그 아래 선 서준이 쏟아지는 피로에 신음하며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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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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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틀거리던 남궁혁이 땅에 내려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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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궁혁 역시 크게 지친 것은 확실하나, 승패를 가를 만한 상처를 입히지는 못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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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지빨은 있다 이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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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나 위력이 불어난 채로 되돌아온 일격을 급하게 받아친 상태다. 육신과 혈맥이 멀쩡할 리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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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증거라도 되는 듯 남궁혁의 입가에서 붉은 선혈이 흘러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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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에 반해 자신은 육체에 가해진 부하 탓에 통증과 피로가 쌓인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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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마저도 빠르게 낫고 있으니, 확실히 유리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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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준이 검을 겨누자 묵묵히 서있던 남궁혁이 돌연 커다란 웃음을 터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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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 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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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준이 묘한 표정으로 그를 쳐다보자 남궁혁의 입꼬리가 주욱 치켜올라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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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늙은 놈이 세상조차 똑바로 보지 못했구나. 옳다. 네가 남궁의 홍복이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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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궁혁이 마주 검을 겨눴다. 희열로 붉게 달아오른 낯. 그의 만면에 소년과도 같은 웃음이 맺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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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을 나누며 이리 가슴이 뛰는 게 얼마 만이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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잿더미처럼 가라앉은 마음에 기적처럼 불씨가 피어나고, 그 미약한 불빛은 희미하게 그가 걸어나갈 길을 비추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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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달음이라 해도 좋고, 원동력이라 해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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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렴풋이 보인다. 저 너머의 경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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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멀어 부지런히 발걸음을 옮겨야 하겠으나, 목적지를 눈에 담았으니 언젠가는 닿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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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체되어 있던 발걸음을 떼어낸 남궁혁이 기쁘게 이를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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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라! 남궁의 검은 꺾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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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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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준은 픽 웃으며 왼손의 검지와 중지를 펼쳐 검날의 뿌리에 얹었다. 손끝에 맺힌 역천의 묘리가 검날을 쓸어내며 칼날의 형태를 갖추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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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천일월강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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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찍이 준비하고 있던 절기를 꺼내들자, 남궁혁 역시 그에 맞서 스스로의 성명절기를 펼쳐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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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궁낙하성대해(蒼穹落下成大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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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켜올린 그의 검에 푸른 기류가 몰아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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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하늘이 떨어져내려 대해를 이루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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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을 크게 내디디며 내리베는 검에는 그만한 기세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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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에 떨어진 자그마한 바위의 파편. 그곳에 깃든 혼원일월공을 터뜨리려던 서준은 작게 웃으며 그만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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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가오가 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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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로 마주 달려나가 검을 올려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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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령신공과 패력괴신무로 거력을 끌어올리고, 제왕검형의 형식을 빌려 역천일월강기를 휘두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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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검이 부딪히는 소리는 크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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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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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줄기 미풍이 불어오며 남궁혁의 머리칼이 휘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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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 앞 한 치까지 다다른 서준의 검. 그것이 어디선가 날아온 검에 가로막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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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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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궁혁이 반으로 잘린 검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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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아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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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영역이 풀어지며 일순 사위로 푸른 바람이 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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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쿨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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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에서 피가 쏟아진다. 영역이 베이는 것과 동시에 심상에 타격을 입은 남궁혁이 목 앞 허공에 둥둥 떠있는 검을 부드럽게 밀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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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주께도 감사를 전하오. 덕분에 목숨을 건졌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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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궁진천의 검이 허공을 격하고 다시금 검집으로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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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궁진천이 남궁혁을 가만히 바라보자 그가 흐트러진 복장을 추슬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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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잠시 숨을 가다듬고서, 허리를 꼿꼿이 편 채 선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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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서준은 스스로의 신의와 무(武)로써 자격을 증명했으니, 제왕검형을 익히기에 부족함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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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연무장에 모인 모두가 남궁혁의 말에 집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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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 소리마저 크게 들리는 고요 속, 남궁혁이 말을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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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와 남궁세가가 연을 맺었으니 이는 무림의 홍복이요, 이 자리를 빌어 남궁수아와의 혼인을 축하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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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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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을 몰아쉬던 서준이 퍼뜩 고개를 들었다. 뭘 축하한다고? 아직 혼인 안 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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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그의 자격을 가주와 본 원로가 인정하였으니, 다시는 눈을 흐려 이런 멍청한 분란을 일으키는 일이 없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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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궁혁이 가만히 눈을 감았다. 이내 다시금 눈을 뜬 그는 이곳에 모인 모든 이들을 향해 포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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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늙은이가 젊은이의 앞날을 망치는 것만큼 추한 일이 없지. 이번 일이 나의 모자람과 무지에서 비롯된 명백한 잘못이었음을 인정한다. 이 시간 이후로, 나는 모든 실권을 내려두고 세가를 위해 헌신할 것이며, 대신하여 이서준을 세가의 장로로 임명하니 이는 세가의 홍복이요, 새로운 물결의 시작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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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로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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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궁혁을 빤히 바라보자 그가 다가와 서준의 어깨를 두드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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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내가 추태를 부렸구나. 늙은 탓에 눈이 흐려져버린 게야. 부디 앞으로도 세가를 잘 부탁하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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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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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준은 눈만 끔뻑였다. 남궁혁이 허허 웃으며 작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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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들 네 한 마디만을 기다리고 있으니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허심탄회하게 말해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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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말대로 수많은 시선들이 서준을 바라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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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정들이 썩 볼 만하다. 놀람과 경탄. 혹은 그 밖의 감정들로 붉게 달아오른 얼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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멍하니 고민하던 서준은 문득 입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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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 뭐…. 이 영광을 우리 춘봉이와 수아 누나, 가주님, 패 모 씨, 아무튼 등등에게 전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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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충 시상식 멘트를 읊던 그가 번쩍 두 손을 치켜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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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들 우리 춘봉이가 어른이 된 것을 기념하여 많은 축하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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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동 정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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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말인지 몰라 눈치를 보던 사람들 사이로 커다란 목소리 하나가 울려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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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야 이 개새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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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을 기점으로 아무튼 축하를 전하는 사람들의 환호성이 대연무장을 가득 메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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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아아아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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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든 사건 해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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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나 쳐맞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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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뜩 빡친 춘봉의 주먹은 평소의 냥냥펀치에 비할 수 없는 무언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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뼈가 시린 토닥임에 신음하던 서준은 매타작이 그치고 나서야 슬쩍 고개를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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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그래서, 우리 축하 파티 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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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인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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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봉이 성인식…! 요 며칠 사이 이 오빠가 고민을 해봤는데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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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져 그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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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쉽게도 축하 파티는 춘봉의 격렬한 반대로 무산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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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준은 입술을 삐죽 내민 채 땅바닥에 주저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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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래도 미리 준비해둔 ‘생ㅇ리 축하!’ 현수막은 불태워 없애야 할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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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의 춘봉에게 들키면 진짜 칼에 찔릴 수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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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 이제 남은 건 용봉지회 정도인데…, 아직 출발하기까지는 시간이 조금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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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엇, 장로님! 축하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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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고 감사합니다. 근데 장로님은 좀 늙어보이니까 그냥 도련님 하면 안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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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가다 마주치는 사람들의 인사에 화답하던 서준은 빈 시간에 할 일을 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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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공이나 새로 만들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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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밖에 돌아다니면 하루에 수십 번씩 장로님이라고 불릴 텐데, 그건 좀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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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초에 만들어야 할 무공도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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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봉신공도 있고, 권왕에게 줄 무공도 있고, 생사타통공도 마저 손을 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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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해서 여전히 전쟁이 한창이겠다, 북해빙궁의 빙백신공을 꽤 자세히 알고 있으니(녹림 토벌 당시 만났던 북해빙궁의 백유련을 고문하며 구결 역시 알아냈다) 그에 대한 파해 무공을 만드는 것도 괜찮을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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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공뿐만 아니라 춘봉과 남궁수아 모두 천인신단을 복용하고 신체를 개선했으니 그에 대한 확인도 잊으면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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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왜 이렇게 바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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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뇌하던 서준은 소매가 당겨지는 감각에 고개를 돌렸다. 춘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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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유 우리 춘봉이! 왜 불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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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봄에 용봉지회가 열린다 그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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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 왜? 너도 나가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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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도 그렇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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뜸을 들이던 춘봉이 서준을 빤히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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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나갈 생각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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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애들 노는 데 내가 나가서 뭐 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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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새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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콧대가 잔뜩 높아진 서준을 뾰로통하니 쳐다보던 춘봉이 흥, 콧방귀를 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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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자신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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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뭣. 너 지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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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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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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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지 못한 서준이 단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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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오빠가 우승해주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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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 오빠만 믿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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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허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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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봉지회? 다 뒤졌다 그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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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잔뜩 들뜬 서준의 뒤에서 춘봉이 큭큭 비열한 웃음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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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로써 신검금가의 이름을 널리 퍼뜨리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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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남궁진천의 선에서 제지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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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위…. 용봉지회의 취지상 자네가 참가하는 것은 조금 재고를 해줬으면 하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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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봉지회는 후기지수들의 성장을 독려하고, 훌륭한 성과를 이룬 후기지수가 있다면 그에 대한 상을 내리는 데 목적이 있는 대회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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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후기지수가 아니라 어지간한 노고수들과 비견되는 서준이 용봉지회에 참가한다면, 후기지수들의 경쟁심을 자극하는 게 아니라 평범하게 좌절감을 안겨주는 대회가 될 가능성이 다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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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이 한창인 지금 시기에 후기지수들의 마음을 꺾는 것은 아무래도 지양할 필요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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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봉이가 나만 믿는다 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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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준이 쩝 입맛을 다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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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 어쩔 수 없죠. 근데 이번 우승 상품은 뭐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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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알기로는 대환단일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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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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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환단? 영약 계의 끝판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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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춘봉이 먹이기 딱 좋은 영약이라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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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준이 슬쩍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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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제가 참가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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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아주면 고맙겠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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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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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주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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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신하여 춘봉이 나섰다. 다만 서준의 참가와 관련된 내용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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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쉽긴 하지만 억지를 부릴 정도는 아니다. 춘봉이 바라는 것은 따로 있었고, 서준이 나설 수 없다면 스스로의 힘으로 이루어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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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용봉지회에서 신검금가의 위상이 여전함을 알리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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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말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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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궁세가에 폐가 되진 않을는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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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궁세가라는 뒷배가 생긴 지금, 춘봉은 비로소 금희로서 세상에 나설 기반을 마련했다 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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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용봉지회에서 금가의 후계자가 멀쩡히 살아있음을 온 무림에 알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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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봉의 진지한 눈빛에 남궁진천이 옅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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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이오…. 남궁세가는 금가의 부활을 기쁜 마음으로 지원할 것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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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검금가의 부활이 머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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