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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14 21:31:5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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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봉지회의 우승자가 정해졌다.
신검금가의 금희.
금가의 화려한 부활을 알리는 신호탄에, 하남의 모든 사람이 모여든 듯 거대한 함성이 하늘을 떨쳐울렸다.
춘봉은 코를 훌쩍이며 눈물을 훔치다 그녀를 호명하는 목소리에 타박타박 걸어 방장의 앞에 섰다.
“훌륭하구나. 네 덕에 금가의 부활이 훨씬 일러지겠어.”
방장, 덕성이 미소 지으며 춘봉의 손을 붙잡고 번쩍 위로 치켜들었다.
“여기 용봉지회의 우승자가 정해졌으니, 온 무림의 동도들이 이를 함께 축하할 것이오.”
신검금가의 후계자, 금희의 별호를 정하는 데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었다.
그 후보군이 워낙 많았던 까닭이다.
신검금가의 상징이 황룡이다 보니, 황룡운봉이며 금룡춘봉 같은 별호부터 시작해서, 빠르고 경쾌한 움직임을 본따 쾌검봉이니 소검봉 따위의 별호 역시 지지를 얻었다.
실상 용봉의 별호 중 검룡, 검봉 정도가 가장 좋은 별호라는 인식이 있는 만큼 의견은 얼추 소검봉으로 통합되는 듯했다.
하지만 덕성의 생각은 달랐다.
오늘의 대련을 지켜본 이들이라면 반대하지 않으리라는 확신도 있었다.
그는 미사여구를 생략하고 곧장 본론으로 들어갔다.
“회룡봉(懷龍鳳) 금희.”
가슴 속에 용을 품은 봉황.
덕성이 따스한 미소를 지으며 춘봉에게 자그마한 목함 하나를 건넸다.
“축하한다. 부디 정도를 걸으며 바른 길을 나아가다오.”
*
8강에 오른 여덟 명의 용봉들.
덕성은 그들을 차례로 호명해 별호와 함께 상품을 하사했다.
단뢰봉(端雷鳳) 남궁수아
소선룡(小仙龍) 제갈휘
작요룡(灼燿龍) 양소홍
반룡(磐龍) 혜운
검룡(劍龍) 운백
무의봉(武毅鳳) 황보혜지
염의룡(廉意龍) 태벽
용봉지회의 의의 자체가 후기지수들을 치하하기 위함인 만큼 구태여 남은 이들의 순위를 가리지는 않았다.
3등이니 4등이니 가려봐야 볼거리가 늘어나는 관중 외에 그 누구도 득을 볼 게 없는 것이다(십육명문의 관계 때문에 그렇다).
여덟 용봉들이 관중들의 환호 속에서 새로운 별호를 얻고, 이내 긴 듯 짧았던 용봉지회가 막을 내렸다.
그것은 곧 십육명문의 장로들이 제자리로 돌아가야 한다는 뜻이었으며, 그 전에 마지막 회의가 열린다는 뜻이기도 했다.
서준은 몰려오는 귀찮음에 머리를 벅벅 긁으며 춘봉과 남궁수아를 향해 다가갔다.
춘봉이 작은 목함 하나를 품에 안고 히히 웃으며 달려왔다.
“봤냐!? 어? 봤지!”
춘봉이 붉게 달아오른 낯으로 제자리에서 방방 뛰어댄다. 서준이 씩 웃으며 엄지를 치켜들었다.
“잘했다, 금춘봉. 아니지. 회룡봉.”
“으히히.”
춘봉은 잠시 주변을 두리번거리더니, 큼큼 헛기침 한 번, 이내 쭈뼛대며 다가와 목함을 서준에게 내밀었다.
“그리고 이건…, 서, 선물!”
“응?”
“뭐! 선물이라고!”
춘봉이 냅다 목함을 서준의 품에 쑤셔넣었다.
조금 당황스러웠다. 이거 분명 대환단일 텐데.
“아니, 이걸 왜 나를 줘. 우리 춘부이 먹고 쑥쑥 자라야지.”
“됐어. 나는 그동안 많이 먹었어.”
“에헤이, 이 오빠는 마음만으로 충분해.”
진심이었다. 우리 춘봉이가 그새 다 커서 이런 선물까지 주다니….
딸아이가 처음 받은 월급으로 선물을 사준다면 이런 기분일까? 심지어 월급을 죄다 털어서 사준 선물이다.
서준이 찡한 가슴을 부여잡고 춘봉을 바라보니 그녀가 빽 소리쳤다.
“…됐으니까 너 먹으라고! 나는, 그동안 받기만 하기도 했고…, 네가 나한테 해준 거 생각하면…. 응. 아무튼! 고, 고마우니까 주는 거야!”
어떻게든 대환단을 서준에게 떠맡긴 춘봉이 우다다 달려 사라졌다.
뿌듯한 듯 히히 웃으며 달려가는 그 모습이 너무 기특해서, 서준은 그녀를 잡을 생각도 하지 못하고 제자리에 가만히 서있었다.
서준이 흐뭇하게 웃고 있으니 남궁수아가 그의 소매를 살짝 잡아당겼다.
“한 발 늦었네. 나도 주려고 했는데.”
남궁수아는 소환단을 받았다. 대환단보다는 못 하지만 소환단 역시 뛰어난 영약이다.
“누나는 진짜 누나가 먹어. 전에 창천단도 받았는데 그거까지 받으면 양심이 좀….”
“무슨 소리야. 남궁세가가 너한테 받은 게 얼만데. 따지고 보면 소환단도 부족하지.”
해준 게 많다고?
‘흠.
잠시 떠올려보니 많긴 했다.
“에이, 그래도 됐어. 마침 잘됐네. 그거 먹고 생사타통공까지 익히면 초절정까지 수월하게 갈 거야.”
“으음…. 그래도….”
왠지 이러다 소환단까지 받게 될 것 같았던 서준이 재빨리 화제를 돌렸다.
“그나저나 단뢰봉이라…. 단정한 자태로 벼락을 부리는 봉황. 멋있네.”
“너무 거창한 별호 아닌가 몰라.”
남궁수아가 쿡쿡 웃었다. 서준은 그제서야 한숨 돌리며 남궁수아의 어깨에 팔을 둘렀다.
“아무튼 축하해. 그동안 고생 많았어.”
“…응.”
남궁수아가 서준의 품에 살짝 고개를 기댔다. 결승에서 패배한 것이 조금 아쉬워 보이긴 해도, 크게 신경 쓰는 것 같지는 않아 마음이 놓였다.
서준은 그녀와 함께 걸으며 황보혜지의 상황을 기감으로 살폈다.
- 보세요 어머니.
그런데 저걸 뭐라고 해야 할까….
뭔가…. 뭔가 일어나고 있었다.
*
황보혜지는 무의봉이라는 별호를 하사받은 뒤 곧장 어머니께 향했다.
굳센 무를 펼친다는 그녀의 별호처럼 굳센 발걸음을 한 채였다.
“어머니.”
“그래, 혜아야. 성과는 있었니?”
이전이라면 보자마자 성과부터 묻는 어머니의 모습에 실망했겠지만, 이제는 아니다.
황보혜지는 말없이 태산벽력신권을 펼쳤다.
꽈아아앙─────────!!!
천둥 소리와 함께 공기가 터지며 황보혜지의 주먹이 묘한 인력을 발휘했다.
그 끌려가는 힘에 황보서린의 눈이 살짝 커졌다.
태산탁립(太山卓立). 태산벽력신권의 절기다. 과거 황보혜지의 수준으로는 펼칠 수 없었던 기예이기도 했다.
“네, 어머니. 성과를 얻었어요.”
“…그래.”
황보서린의 눈이 갈 곳을 잃고 헤맸다. 마음이 복잡했다.
‘내가…, 틀렸다고….
진기재천이 무슨 수를 썼는지 모르겠으나, 황보혜지가 단기간에 성취를 얻은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황보서린은 흔들릴지언정 생각이 변하진 않았다.
그녀에게는 확고한 믿음이 있었다. 강하게 키워야 강한 무인이 될 수 있다.
지금 얻은 성과로 만족한다면 도태될 뿐이다. 그래서 칭찬하지 않았다. 자만하지 않도록.
대신 더 높은 목표를 바라볼 수 있게끔 조언했다.
“이제 세가로 돌아가자꾸나. 외숙께 네 무공을 봐달라 부탁드려놨다. 여기서 만족하지 말고 더욱 정진해서…….”
“어머니.”
말이 끊겼다. 이제껏 없던 일에 황보서린의 눈이 파르르 떨렸다.
“너, 도대체 거기서 어떻게 버릇을 들였….”
“저는 제 뜻을 알았어요. 이제 길이 보여요.”
황보혜지는 양팔을 활짝 펼쳤다. 그녀의 눈에는 보였다. 그녀가 뜻을 펼쳐 완전히 뒤바뀐 황보세가의 모습이.
“보세요 어머니.”
무엇을 보라는 것인지, 황보서린은 알지 못했다. 황보혜지는 개의치 않았다. 대신 손을 뻗어 황보서린의 손을 꽉 붙잡았다.
“제가 해낼게요. 어머니의 꿈을 이룰 거예요.”
“그래, 그러려면 네가 더 열심히….”
“제가 가주가 되어서 황보세가를 뒤집어 엎을 거예요. 아니, 그 전부터 조금씩 이 굳어버린 체제를 깨부숴나갈 거예요.”
“뭐…?”
“어머니는 그저 따라오시면 돼요. 이제는 제가 길을 닦아놓을게요.”
“잠시만, 혜아야. 그게 무슨 소리….”
“괜찮아요. 절 믿으세요 어머니.”
황보혜지의 두 눈이 굳은 의지로 불타올랐다. 대비되듯 황보서린의 눈은 갈피를 잃고 흔들렸다.
황보혜지가 시원한 미소를 지었다.
‘내 마음 가는 대로.
아직 스스로를 완전히 믿을 수는 없지만, 앞으로 그리 해나갈 수 있다는 믿음이 생겼다.
“우선 놓으셨던 무공부터 다시 시작하시죠.”
꽈악, 황보혜지의 열의만큼 그녀의 두 손에 힘이 들어갔다. 황보서린이 주춤 뒤로 물러났으나, 황보혜지는 손을 놓아주지 않았다.
“제가 가르쳐드릴게요. 배워온 것이 많아요.”
황보서린의 입가가 파르르 떨렸다.
*
황보혜지와 황보서린의 대화를 엿듣던 서준은 낄낄 웃으며 별장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그때부터 시작이었다.
먼저 돌아와있던 춘봉의 집요한 시선이 서준을 따라붙었다.
“왜 그래…?”
“먹었어?”
“아니, 아직.”
“빨리 먹어.”
“응.”
오 분쯤 지나 또 춘봉이 빼꼼 고개를 내밀었다.
“먹었어?”
“아니…?”
“빨리 먹으라고.”
“어, 어….”
또 오 분쯤 지나 춘봉이….
“아잇…! 금춘봉! 무슨 말이 하고 싶은 건데!”
서준이 벌떡 일어나자 춘봉이 당당하게 앙증맞은 가슴을 내밀었다.
“뭐, 뭐…!”
“하고 싶은 말 있는 거 아니야?”
“…맞지. 대환단 빨리 먹으라고.”
“또 있잖아.”
금춘봉 심리학의 최고 권위자로서 확신한다. 서준이 허리에 손을 얹고 춘봉을 내려다보자 그녀가 흥- 콧김을 내쉬었다.
“대환단.”
“어.”
“귀한 거긴 하잖아…?”
“그렇지?”
갑자기 아까워졌나?
서준이 대환단이 든 목함을 내밀자 춘봉이 후다닥 멀어졌다.
“달라는 게 아니라!”
춘봉이 기둥 뒤에서 고개만 빼꼼 내민 채 아르릉거린다.
“그거, 중원에서 제일 귀한 영약 중 하나라니까?”
“맞지. 이 오빠는 금춘봉의 은혜에 항상 감사하는 마음으로 살아가고 있어.”
“음, 그래야지.”
춘봉이 큼큼 헛기침을 했다.
“그러니까 뭐, 그…. 뽀찌 떨어지는 거 없나?”
“뭐야. 갖고 싶은 게 있었어? 말을 하지.”
의외로 춘봉이는 갖고 싶은 게 있어도 잘 티를 내지 않는다.(빙탕호로만 빼고.)
춘봉이가 원하는 게 있다면 돈으로 사든, 어디서 구하든, 좋게좋게 칼로 협상을 하든 해서 뭐든 구해다 줄 수 있는데.
“아니, 뭐. 대단한 건 아닌데….”
춘봉이 머리칼을 베베 꼬며 말을 이었다.
“이제 금가를 재건할 여건도 대충 갖췄고…, 경지도 높아져서 어디서 맞고 다닐 일도 없고….”
“그렇지?”
“근데 가문이라는 게, 필수 요소가 있잖아…?”
춘봉의 뺨이 발갛게 익었다.
“그러니까 그….”
“그?”
“그, 왜. 있잖아.”
“뭐가?”
“아이…, 잇 씻팔…!”
대뜸 쌍욕을 박은 춘봉이 소리쳤다.
“눈 감아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