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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봉지회의 우승자가 정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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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검금가의 금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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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가의 화려한 부활을 알리는 신호탄에, 하남의 모든 사람이 모여든 듯 거대한 함성이 하늘을 떨쳐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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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봉은 코를 훌쩍이며 눈물을 훔치다 그녀를 호명하는 목소리에 타박타박 걸어 방장의 앞에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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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훌륭하구나. 네 덕에 금가의 부활이 훨씬 일러지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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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장, 덕성이 미소 지으며 춘봉의 손을 붙잡고 번쩍 위로 치켜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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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용봉지회의 우승자가 정해졌으니, 온 무림의 동도들이 이를 함께 축하할 것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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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검금가의 후계자, 금희의 별호를 정하는 데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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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후보군이 워낙 많았던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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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검금가의 상징이 황룡이다 보니, 황룡운봉이며 금룡춘봉 같은 별호부터 시작해서, 빠르고 경쾌한 움직임을 본따 쾌검봉이니 소검봉 따위의 별호 역시 지지를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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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상 용봉의 별호 중 검룡, 검봉 정도가 가장 좋은 별호라는 인식이 있는 만큼 의견은 얼추 소검봉으로 통합되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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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덕성의 생각은 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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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대련을 지켜본 이들이라면 반대하지 않으리라는 확신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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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미사여구를 생략하고 곧장 본론으로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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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룡봉(懷龍鳳) 금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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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 속에 용을 품은 봉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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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성이 따스한 미소를 지으며 춘봉에게 자그마한 목함 하나를 건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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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하한다. 부디 정도를 걸으며 바른 길을 나아가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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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강에 오른 여덟 명의 용봉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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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성은 그들을 차례로 호명해 별호와 함께 상품을 하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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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뢰봉(端雷鳳) 남궁수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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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선룡(小仙龍) 제갈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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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요룡(灼燿龍) 양소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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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룡(磐龍) 혜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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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룡(劍龍) 운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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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의봉(武毅鳳) 황보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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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의룡(廉意龍) 태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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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봉지회의 의의 자체가 후기지수들을 치하하기 위함인 만큼 구태여 남은 이들의 순위를 가리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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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등이니 4등이니 가려봐야 볼거리가 늘어나는 관중 외에 그 누구도 득을 볼 게 없는 것이다(십육명문의 관계 때문에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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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덟 용봉들이 관중들의 환호 속에서 새로운 별호를 얻고, 이내 긴 듯 짧았던 용봉지회가 막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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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은 곧 십육명문의 장로들이 제자리로 돌아가야 한다는 뜻이었으며, 그 전에 마지막 회의가 열린다는 뜻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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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준은 몰려오는 귀찮음에 머리를 벅벅 긁으며 춘봉과 남궁수아를 향해 다가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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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봉이 작은 목함 하나를 품에 안고 히히 웃으며 달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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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봤냐!? 어? 봤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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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봉이 붉게 달아오른 낯으로 제자리에서 방방 뛰어댄다. 서준이 씩 웃으며 엄지를 치켜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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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했다, 금춘봉. 아니지. 회룡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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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히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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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봉은 잠시 주변을 두리번거리더니, 큼큼 헛기침 한 번, 이내 쭈뼛대며 다가와 목함을 서준에게 내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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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이건…, 서, 선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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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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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선물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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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봉이 냅다 목함을 서준의 품에 쑤셔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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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당황스러웠다. 이거 분명 대환단일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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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이걸 왜 나를 줘. 우리 춘부이 먹고 쑥쑥 자라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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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됐어. 나는 그동안 많이 먹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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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헤이, 이 오빠는 마음만으로 충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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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심이었다. 우리 춘봉이가 그새 다 커서 이런 선물까지 주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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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아이가 처음 받은 월급으로 선물을 사준다면 이런 기분일까? 심지어 월급을 죄다 털어서 사준 선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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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준이 찡한 가슴을 부여잡고 춘봉을 바라보니 그녀가 빽 소리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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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됐으니까 너 먹으라고! 나는, 그동안 받기만 하기도 했고…, 네가 나한테 해준 거 생각하면…. 응. 아무튼! 고, 고마우니까 주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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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든 대환단을 서준에게 떠맡긴 춘봉이 우다다 달려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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뿌듯한 듯 히히 웃으며 달려가는 그 모습이 너무 기특해서, 서준은 그녀를 잡을 생각도 하지 못하고 제자리에 가만히 서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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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준이 흐뭇하게 웃고 있으니 남궁수아가 그의 소매를 살짝 잡아당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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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발 늦었네. 나도 주려고 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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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궁수아는 소환단을 받았다. 대환단보다는 못 하지만 소환단 역시 뛰어난 영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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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나는 진짜 누나가 먹어. 전에 창천단도 받았는데 그거까지 받으면 양심이 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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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소리야. 남궁세가가 너한테 받은 게 얼만데. 따지고 보면 소환단도 부족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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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준 게 많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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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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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떠올려보니 많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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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 그래도 됐어. 마침 잘됐네. 그거 먹고 생사타통공까지 익히면 초절정까지 수월하게 갈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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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음…. 그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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왠지 이러다 소환단까지 받게 될 것 같았던 서준이 재빨리 화제를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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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나저나 단뢰봉이라…. 단정한 자태로 벼락을 부리는 봉황. 멋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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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거창한 별호 아닌가 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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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궁수아가 쿡쿡 웃었다. 서준은 그제서야 한숨 돌리며 남궁수아의 어깨에 팔을 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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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축하해. 그동안 고생 많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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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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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궁수아가 서준의 품에 살짝 고개를 기댔다. 결승에서 패배한 것이 조금 아쉬워 보이긴 해도, 크게 신경 쓰는 것 같지는 않아 마음이 놓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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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준은 그녀와 함께 걸으며 황보혜지의 상황을 기감으로 살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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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세요 어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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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저걸 뭐라고 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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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가…. 뭔가 일어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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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보혜지는 무의봉이라는 별호를 하사받은 뒤 곧장 어머니께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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굳센 무를 펼친다는 그녀의 별호처럼 굳센 발걸음을 한 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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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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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혜아야. 성과는 있었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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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이라면 보자마자 성과부터 묻는 어머니의 모습에 실망했겠지만, 이제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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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보혜지는 말없이 태산벽력신권을 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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꽈아아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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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둥 소리와 함께 공기가 터지며 황보혜지의 주먹이 묘한 인력을 발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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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끌려가는 힘에 황보서린의 눈이 살짝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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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산탁립(太山卓立). 태산벽력신권의 절기다. 과거 황보혜지의 수준으로는 펼칠 수 없었던 기예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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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어머니. 성과를 얻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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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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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보서린의 눈이 갈 곳을 잃고 헤맸다. 마음이 복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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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틀렸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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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기재천이 무슨 수를 썼는지 모르겠으나, 황보혜지가 단기간에 성취를 얻은 것은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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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황보서린은 흔들릴지언정 생각이 변하진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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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에게는 확고한 믿음이 있었다. 강하게 키워야 강한 무인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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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얻은 성과로 만족한다면 도태될 뿐이다. 그래서 칭찬하지 않았다. 자만하지 않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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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신 더 높은 목표를 바라볼 수 있게끔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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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세가로 돌아가자꾸나. 외숙께 네 무공을 봐달라 부탁드려놨다. 여기서 만족하지 말고 더욱 정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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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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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이 끊겼다. 이제껏 없던 일에 황보서린의 눈이 파르르 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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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도대체 거기서 어떻게 버릇을 들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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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제 뜻을 알았어요. 이제 길이 보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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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보혜지는 양팔을 활짝 펼쳤다. 그녀의 눈에는 보였다. 그녀가 뜻을 펼쳐 완전히 뒤바뀐 황보세가의 모습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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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세요 어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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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을 보라는 것인지, 황보서린은 알지 못했다. 황보혜지는 개의치 않았다. 대신 손을 뻗어 황보서린의 손을 꽉 붙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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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해낼게요. 어머니의 꿈을 이룰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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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그러려면 네가 더 열심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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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가주가 되어서 황보세가를 뒤집어 엎을 거예요. 아니, 그 전부터 조금씩 이 굳어버린 체제를 깨부숴나갈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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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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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는 그저 따라오시면 돼요. 이제는 제가 길을 닦아놓을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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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만, 혜아야. 그게 무슨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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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아요. 절 믿으세요 어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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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보혜지의 두 눈이 굳은 의지로 불타올랐다. 대비되듯 황보서린의 눈은 갈피를 잃고 흔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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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보혜지가 시원한 미소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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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 가는 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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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스스로를 완전히 믿을 수는 없지만, 앞으로 그리 해나갈 수 있다는 믿음이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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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놓으셨던 무공부터 다시 시작하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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꽈악, 황보혜지의 열의만큼 그녀의 두 손에 힘이 들어갔다. 황보서린이 주춤 뒤로 물러났으나, 황보혜지는 손을 놓아주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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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가르쳐드릴게요. 배워온 것이 많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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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보서린의 입가가 파르르 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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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보혜지와 황보서린의 대화를 엿듣던 서준은 낄낄 웃으며 별장으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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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그때부터 시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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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돌아와있던 춘봉의 집요한 시선이 서준을 따라붙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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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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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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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아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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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리 먹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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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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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분쯤 지나 또 춘봉이 빼꼼 고개를 내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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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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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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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리 먹으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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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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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오 분쯤 지나 춘봉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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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잇…! 금춘봉! 무슨 말이 하고 싶은 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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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준이 벌떡 일어나자 춘봉이 당당하게 앙증맞은 가슴을 내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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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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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싶은 말 있는 거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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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지. 대환단 빨리 먹으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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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있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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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춘봉 심리학의 최고 권위자로서 확신한다. 서준이 허리에 손을 얹고 춘봉을 내려다보자 그녀가 흥- 콧김을 내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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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환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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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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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한 거긴 하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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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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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아까워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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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준이 대환단이 든 목함을 내밀자 춘봉이 후다닥 멀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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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라는 게 아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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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봉이 기둥 뒤에서 고개만 빼꼼 내민 채 아르릉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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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거, 중원에서 제일 귀한 영약 중 하나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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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지. 이 오빠는 금춘봉의 은혜에 항상 감사하는 마음으로 살아가고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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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그래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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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봉이 큼큼 헛기침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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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뭐, 그…. 뽀찌 떨어지는 거 없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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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야. 갖고 싶은 게 있었어? 말을 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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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외로 춘봉이는 갖고 싶은 게 있어도 잘 티를 내지 않는다.(빙탕호로만 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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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봉이가 원하는 게 있다면 돈으로 사든, 어디서 구하든, 좋게좋게 칼로 협상을 하든 해서 뭐든 구해다 줄 수 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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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뭐. 대단한 건 아닌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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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봉이 머리칼을 베베 꼬며 말을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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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금가를 재건할 여건도 대충 갖췄고…, 경지도 높아져서 어디서 맞고 다닐 일도 없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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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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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가문이라는 게, 필수 요소가 있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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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봉의 뺨이 발갛게 익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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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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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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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왜. 있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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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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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잇 씻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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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뜸 쌍욕을 박은 춘봉이 소리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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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감아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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