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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세에 다시 없을 혹독한 수련이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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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고, 서준은 전날까지만 해도 그렇게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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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읍…! 하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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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 황보혜지를 데굴데굴 굴려서 정신을 개조시켜버릴 생각이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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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할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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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날 바위를 부순 것이 무언가 계기가 되었는지, 황보혜지의 수련은 서준마저도 저거 멈춰야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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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조금 살살하는 게 낫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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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준은 황보혜지의 팔에 철환(鐵丸, 철구슬)을 걸어주며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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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지어 이건 평범한 철환이 아니다. 자신이 주술을 부여한 철환으로, 범인이라면 자칫 팔이 물리적으로 뜯어질 수도 있는 무게를 자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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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 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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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황보혜지는 팔에 철환을 주렁주렁 매단 채 꾸역꾸역 주먹을 휘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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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뻘게진 얼굴은 금방이라도 터질 것처럼 달아올랐고, 관자놀이에 올라온 핏줄은 톡 찌르면 피가 쏟아질 것처럼 불거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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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겁한 서준이 황보준에게 급히 전음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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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야! 애 죽겠다! 니가 좀 말려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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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다. 혜아는 원래 종종 저렇게 수련하고는 했다. 나도 그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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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저러다 불구라도 되면 어쩌려고 이러는 거지? 서준 자신이야 팔을 떼었다 붙였다 할 수도 있다지만 보통은 안 되는 걸로 아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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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너도 목 떨어져도 금방 붙이면 붙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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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 개소리냐? 그게 되면 사람이 아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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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준의 눈썹이 치켜올라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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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이 새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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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아니! 왜 그러는 거냐 도대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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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보준이 두들겨 맞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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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참…. 수련 한 번 무섭게 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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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서준은 황보혜지를 곁눈질하면서도 춘봉과 남궁수아의 수련을 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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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라면 황보혜지를 미친듯이 굴릴 계획이었지만, 솔직히 자신이 굴려도 저것보다 잘 굴릴 수는 없을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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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누나는 하던 대로 하면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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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준은 남궁수아의 아랫배에 손을 얹은 채 그녀의 체내를 살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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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궁수아의 경우 깨달음을 몸에 체화하며 하루가 다르게 강해졌는데, 이 기세라면 용봉지회가 끝날 즈음에 초절정에 도전할 수 있을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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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건 안 해도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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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 그냥 경지 안정화만 시켜도 어지간하면 다 씹어먹을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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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후, 정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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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궁수아가 살풋 웃으며 몸을 바짝 붙여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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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마워. 덕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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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뭐. 누나가 열심히 해서 그렇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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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만으로는 여기까지 오지도 못했어. 그나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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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후, 작게 웃는 남궁수아의 숨결이 서준의 목덜미를 간지럽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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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번에 팔씨름 이긴 거, 소원 언제 쓸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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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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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먹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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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준이 눈을 크게 뜨자 남궁수아가 뾰로통한 표정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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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 언제 쓰나 기다리고 있었는데. 까먹은 거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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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바빠서 그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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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준을 빤히 바라보던 남궁수아가 픽 웃음을 흘리며 그의 옆구리를 쿡쿡 찔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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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 기대하고 있을 테니까, 소원 정해서 말해줘야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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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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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궁의 핏줄에는 대대로 자비가 전해져내려온다. 서준은 그 이야기를 무척 좋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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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사히 살아남은 서준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춘봉의 앞에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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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춘봉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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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을 두리번거리던 춘봉이 슬쩍 배를 내밀었다. 남궁수아에게 하는 것을 보고 한 행동 같은데, 우리 춘봉이는 그럴 필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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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넌 굳이 단전까지 안 봐도 다 알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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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열받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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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봉은 현재 남궁수아에 비해 조금 뒤처진 상태다. 남궁수아는 초절정의 문턱을 밟은 채 숨을 고르고 있다면, 춘봉은 아직 반 발자국 정도가 남아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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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봉도 그걸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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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 며칠 남궁수아와 함께 수련하면서 스스로가 뒤처지고 있음을 절실히 느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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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장의 수를 쓸 때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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쯧, 춘봉은 치밀어오르는 굴욕감을 참으며 서준의 소매를 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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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따라와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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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 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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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준은 의심도 없이 춘봉이 이끄는 대로 따라갔다. 적당히 눈에 보이는 빈 방에 들어선 춘봉이 탁- 문을 닫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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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읍-, 하아-. 숨을 가다듬는 그녀를 보며 서준이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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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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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오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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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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꽤 오랜만에 듣는 금춘봉의 오빠 소리…. 서준이 입을 틀어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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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봉은 거기서 그치지 않았다. 서준의 소매를 꼭 움켜잡고, 그를 올려다보며 입술을 삐죽 내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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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부이 용봉지회 우승 하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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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봉은 마음을 독하게 먹고 부정 청탁을 저지르기로 마음 먹은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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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준은 머리털 나고 처음 보는 금춘봉의 고급 애교에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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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지! 우리 춘부이가 우승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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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수아 언니 이길 방법 가르쳐주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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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흠. 그건 좀 너무 비겁한 것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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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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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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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서준은 남궁수아를 이길 수 있는 방법을 털어놓고야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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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쉽게 목적을 이룬 춘봉이 씩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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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쉽구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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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였구나 금춘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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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아, 그래. 언제부터 네가 속지 않고 있다 생각한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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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만두지 않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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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 수 있으면 해보도록. 날 때릴 수 있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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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봉이 당당하게 가슴을 펴고 섰다. 그 당당한 자태에 서준은 결국 패배를 인정하는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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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큭, 죽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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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이제 지랄은 그만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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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봉이 진지한 눈으로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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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로 하면…, 승률이 5할 정도 되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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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준 역시 헛소리를 그만둔 채 진지하게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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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 딱 그 정도지. 격차가 꽤 있어서 어쩔 수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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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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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허, 더 이상은 안 돼. 수아 누나 알면 섭섭해할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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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알아. 여기서 더 바랄 생각은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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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봉의 눈이 형형하게 빛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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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승만 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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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검금가의 명예와 오빠 선물이 단번에 손에 들어온다. 심지어 그냥 선물도 아니고 무려 대환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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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정도 선물이라면…, 혹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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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흐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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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봉의 위대한 야망이 그 첫걸음을 내디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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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보혜지가 수련을 과할 정도로 열심히 한다지만 서준이 그녀를 아예 방치한 것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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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련은 수련이고, 그녀에게는 정신 단련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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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도 듣긴 했을 거야. 높은 경지에 이르기 위해서는 스스로에 대한 확신이 필요하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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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다들 그러시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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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한테는 두 가지 선택지가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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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준이 손가락 두 개를 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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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 니 멋대로 한다. 둘째, 엄마 말을 의심 하나 하지 않고 광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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굉장히 의도가 뚜렷해보이는 말이지만, 사실 아주 틀린 말은 또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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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교로 예를 들어 설명해주니 황보혜지가 우중충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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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대로 하라는 건 무슨 의미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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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그대로지. 딱히 패륜을 저지르라는 건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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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왕이면 황보서린 정수리에 주먹 한 번 박아주면 속이 시원하긴 하겠지만, 황보혜지가 내키지 않으면 그조차 정답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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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모친을 내다버리라는 것도 아니고, 모친 말을 다 무시하라는 것도 아니야. 물론 모친 슬레이어가 되라는 말도 아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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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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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마음이 가는 대로. 하지만 그러려면 네 마음이 무엇을 가리키는지 정도는 알아야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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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준은 그것을 위해 황보혜지를 굴리려 했다. 생존 본능. 그 강렬한 본능이 일 때면 황보혜지의 마음과 생각이 확실하게 일치할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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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지옥 훈련 계획은 시도하기도 전에 폐기됐다. 여기서 더 빡세게 수련이라도 시켰다가는 깨달음이고 뭐고 그 전에 황보혜지가 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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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생존 본능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또 다른 상황은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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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준으로서는 당장 하나밖에 생각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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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칼 들고 협박하면 생존 본능이고 뭐고 다 튀어나오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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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렴. 효율로만 놓고 보면 그보다 좋은 방법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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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 누가 하는 게 좋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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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서준, 백서준, 천서준, 제갈서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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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지, 아예 수련용 신분을 하나 만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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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민하는 서준을 춘봉이 묘한 눈으로 쳐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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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새끼 또 이상한 생각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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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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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밤에도 황보혜지는 홀로 수련을 이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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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력이 깃들지 않은 태산벽력신권. 임의로 태산신권이라 이름 붙인 권법을 연습하던 그녀는 문득 밤바람이 유독 차다는 것을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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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이 다 되어 가는데 왜 이렇게 서늘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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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민도 잠시, 황보혜지는 신경 쓰지 않고 수련을 이어나갔다. 춥다면 몸을 움직이면 그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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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기재천 선배께서 주술을 부여해주신 철환을 양 손목에 매달고, 힘차게 주먹을 내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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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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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지 않은, 하지만 묵직한 소리가 은은히 울려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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짝- 짝- 하는 박수 소리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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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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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보혜지가 고개를 돌렸다. 어느샌가 등 뒤에 복면을 쓴 흑의인 하나가 서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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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대로였다면 굉장히 놀랐을 터이나, 남궁세가의 별장에서 지내며 이곳에서는 특이한 일이 종종 벌어진다는 것을 깨달은 황보혜지는 침착하게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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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궁세가 분이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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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의인, 서준은 살짝 당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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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수라 생각하는 게 보통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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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긴, 이맘때의 하남에 살수가 튀어나오는 게 이상한 일이긴 한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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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미 몇 번 튀어나오지 않았던가. 혈오문의 살수들과, 백서준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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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불감증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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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황을 삼킨 서준이 양손의 손가락을 굽혔다. 콰륵-! 그의 열 손가락에 혼탁한 내공이 휘감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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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단한 건 아니고, 사기(邪氣)에 이런저런 내공을 더해 대충 만든 무언가다. 누군가 본다면 사흑련의 내공이라는 추측 정도만 할 수 있게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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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답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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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준의 손이 빠르게 움직였다. 황보혜지가 가까스로 반응할 수 있을 정도의 속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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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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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급히 고개를 틀어 피한 황보혜지가 눈을 크게 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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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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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의인의 내공에서 느껴지는 혼탁한 기운. 사흑련의 무인을 본 적이 없어 잘은 모르지만, 아마 저것이 사기일 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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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둘러 알려야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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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흑의인에게 동료가 있다면 다른 사람들이 위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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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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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보혜지가 커다란 기합과 함께 태산벽력신공을 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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꽈아아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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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다란 소리가 남궁세가의 별장에 울렸다. 무공을 익히지 않은 일반인조차 놀라 깨어날 정도로 요란스럽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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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흑의인은 침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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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기막을 펼쳐두었다. 발악해도 소용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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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그런 말도 안 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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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별장에 초절정 고수만 몇 명인데 그런 짓이 가능하다는 말인가? 기막을 펼치는 걸 감지할 만한 사람이 한둘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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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설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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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분들보다도 뛰어난 고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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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보혜지의 머리가 빠르게 굴렀다. 대장군 암살 사건. 하남 한복판에서 초절정 고수를 암살했음에도 누구에게도 들키지 않은 사흑련의 살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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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낯이 허옇게 질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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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일이 끝날 때까지 잠시 나와 놀아주려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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