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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14 21:31:5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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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세에 다시 없을 혹독한 수련이 시작되었다!

─라고, 서준은 전날까지만 해도 그렇게 생각했다.

“후읍…! 하압…!”

분명 황보혜지를 데굴데굴 굴려서 정신을 개조시켜버릴 생각이었는데….

“더, 할 수 있어요…!”

전날 바위를 부순 것이 무언가 계기가 되었는지, 황보혜지의 수련은 서준마저도 저거 멈춰야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게 만들었다.

“그…, 조금 살살하는 게 낫지 않을까?”

서준은 황보혜지의 팔에 철환(鐵丸, 철구슬)을 걸어주며 물었다.

심지어 이건 평범한 철환이 아니다. 자신이 주술을 부여한 철환으로, 범인이라면 자칫 팔이 물리적으로 뜯어질 수도 있는 무게를 자랑한다.

“괜찮, 습니다…!”

하지만 황보혜지는 팔에 철환을 주렁주렁 매단 채 꾸역꾸역 주먹을 휘둘렀다.

시뻘게진 얼굴은 금방이라도 터질 것처럼 달아올랐고, 관자놀이에 올라온 핏줄은 톡 찌르면 피가 쏟아질 것처럼 불거졌다.

식겁한 서준이 황보준에게 급히 전음을 보냈다.

[야, 야! 애 죽겠다! 니가 좀 말려봐!]

[괜찮다. 혜아는 원래 종종 저렇게 수련하고는 했다. 나도 그랬고.]

아니, 저러다 불구라도 되면 어쩌려고 이러는 거지? 서준 자신이야 팔을 떼었다 붙였다 할 수도 있다지만 보통은 안 되는 걸로 아는데….

[혹시 너도 목 떨어져도 금방 붙이면 붙냐?]

[…뭔 개소리냐? 그게 되면 사람이 아니지.]

서준의 눈썹이 치켜올라갔다.

“뭐 이 새끼야?”

“아, 아니! 왜 그러는 거냐 도대체!”

황보준이 두들겨 맞았다.

“거참…. 수련 한 번 무섭게 하네.”

결국 서준은 황보혜지를 곁눈질하면서도 춘봉과 남궁수아의 수련을 도왔다.

원래라면 황보혜지를 미친듯이 굴릴 계획이었지만, 솔직히 자신이 굴려도 저것보다 잘 굴릴 수는 없을 것 같았다.

“일단 누나는 하던 대로 하면 돼.”

서준은 남궁수아의 아랫배에 손을 얹은 채 그녀의 체내를 살폈다.

남궁수아의 경우 깨달음을 몸에 체화하며 하루가 다르게 강해졌는데, 이 기세라면 용봉지회가 끝날 즈음에 초절정에 도전할 수 있을 듯했다.

“다른 건 안 해도 돼?”

“응. 그냥 경지 안정화만 시켜도 어지간하면 다 씹어먹을걸?”

“후후, 정말?”

남궁수아가 살풋 웃으며 몸을 바짝 붙여왔다.

“고마워. 덕분이야.”

“…아니, 뭐. 누나가 열심히 해서 그렇지.”

“그것만으로는 여기까지 오지도 못했어. 그나저나….”

후후, 작게 웃는 남궁수아의 숨결이 서준의 목덜미를 간지럽혔다.

“저번에 팔씨름 이긴 거, 소원 언제 쓸 거야?”

“아, 맞다.”

까먹고 있었다.

서준이 눈을 크게 뜨자 남궁수아가 뾰로통한 표정을 지었다.

“계속 언제 쓰나 기다리고 있었는데. 까먹은 거였어?”

“…요즘 바빠서 그만.”

서준을 빤히 바라보던 남궁수아가 픽 웃음을 흘리며 그의 옆구리를 쿡쿡 찔렀다.

“그러면 기대하고 있을 테니까, 소원 정해서 말해줘야 돼?”

“옙.”

남궁의 핏줄에는 대대로 자비가 전해져내려온다. 서준은 그 이야기를 무척 좋아했다.

무사히 살아남은 서준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춘봉의 앞에 섰다.

“우리 춘봉이는….”

주변을 두리번거리던 춘봉이 슬쩍 배를 내밀었다. 남궁수아에게 하는 것을 보고 한 행동 같은데, 우리 춘봉이는 그럴 필요 없다.

“넌 굳이 단전까지 안 봐도 다 알아.”

“…진짜 열받네.”

춘봉은 현재 남궁수아에 비해 조금 뒤처진 상태다. 남궁수아는 초절정의 문턱을 밟은 채 숨을 고르고 있다면, 춘봉은 아직 반 발자국 정도가 남아있었다.

춘봉도 그걸 알았다.

요 며칠 남궁수아와 함께 수련하면서 스스로가 뒤처지고 있음을 절실히 느끼고 있었다.

‘비장의 수를 쓸 때인가….

쯧, 춘봉은 치밀어오르는 굴욕감을 참으며 서준의 소매를 끌었다.

“야, 따라와봐.”

“응? 뭔데?”

서준은 의심도 없이 춘봉이 이끄는 대로 따라갔다. 적당히 눈에 보이는 빈 방에 들어선 춘봉이 탁- 문을 닫았다.

스읍-, 하아-. 숨을 가다듬는 그녀를 보며 서준이 물었다.

“뭐 있어?”

“오, 오빠….”

“뭣.”

꽤 오랜만에 듣는 금춘봉의 오빠 소리…. 서준이 입을 틀어막았다.

춘봉은 거기서 그치지 않았다. 서준의 소매를 꼭 움켜잡고, 그를 올려다보며 입술을 삐죽 내밀었다.

“…춘부이 용봉지회 우승 하고 싶어.”

춘봉은 마음을 독하게 먹고 부정 청탁을 저지르기로 마음 먹은 것이었다…!

서준은 머리털 나고 처음 보는 금춘봉의 고급 애교에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맞지! 우리 춘부이가 우승해야지!”

“그럼 수아 언니 이길 방법 가르쳐주는 거야?”

“흠. 그건 좀 너무 비겁한 것 같은데….”

“우응….”

“헉!”

결국 서준은 남궁수아를 이길 수 있는 방법을 털어놓고야 말았다.

손쉽게 목적을 이룬 춘봉이 씩 웃었다.

“쉽구만.”

“속였구나 금춘봉…!”

“아아, 그래. 언제부터 네가 속지 않고 있다 생각한 거지?”

“가만두지 않겠다!”

“할 수 있으면 해보도록. 날 때릴 수 있겠나?”

춘봉이 당당하게 가슴을 펴고 섰다. 그 당당한 자태에 서준은 결국 패배를 인정하는 수밖에 없었다.

“큭, 죽여라!”

“아니, 이제 지랄은 그만 하고.”

춘봉이 진지한 눈으로 물었다.

“이대로 하면…, 승률이 5할 정도 되려나?”

서준 역시 헛소리를 그만둔 채 진지하게 답했다.

“응. 딱 그 정도지. 격차가 꽤 있어서 어쩔 수 없어.”

“에잉….”

“어허, 더 이상은 안 돼. 수아 누나 알면 섭섭해할라.”

“나도 알아. 여기서 더 바랄 생각은 없어.”

춘봉의 눈이 형형하게 빛났다.

‘우승만 하면…!

신검금가의 명예와 오빠 선물이 단번에 손에 들어온다. 심지어 그냥 선물도 아니고 무려 대환단이다.

그 정도 선물이라면…, 혹시…?

‘으흐흐.

춘봉의 위대한 야망이 그 첫걸음을 내디뎠다.

황보혜지가 수련을 과할 정도로 열심히 한다지만 서준이 그녀를 아예 방치한 것은 아니었다.

수련은 수련이고, 그녀에게는 정신 단련이 필요하다.

“너도 듣긴 했을 거야. 높은 경지에 이르기 위해서는 스스로에 대한 확신이 필요하다고.”

“네, 다들 그러시더라고요….”

“너한테는 두 가지 선택지가 있어.”

서준이 손가락 두 개를 폈다.

“첫째, 니 멋대로 한다. 둘째, 엄마 말을 의심 하나 하지 않고 광신한다.”

굉장히 의도가 뚜렷해보이는 말이지만, 사실 아주 틀린 말은 또 아니었다.

마교로 예를 들어 설명해주니 황보혜지가 우중충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멋대로 하라는 건 무슨 의미인가요…?”

“말 그대로지. 딱히 패륜을 저지르라는 건 아니야.”

기왕이면 황보서린 정수리에 주먹 한 번 박아주면 속이 시원하긴 하겠지만, 황보혜지가 내키지 않으면 그조차 정답은 아니다.

“네 모친을 내다버리라는 것도 아니고, 모친 말을 다 무시하라는 것도 아니야. 물론 모친 슬레이어가 되라는 말도 아니고.”

“예에…?”

“네 마음이 가는 대로. 하지만 그러려면 네 마음이 무엇을 가리키는지 정도는 알아야겠지?”

서준은 그것을 위해 황보혜지를 굴리려 했다. 생존 본능. 그 강렬한 본능이 일 때면 황보혜지의 마음과 생각이 확실하게 일치할 테니까.

하지만 지옥 훈련 계획은 시도하기도 전에 폐기됐다. 여기서 더 빡세게 수련이라도 시켰다가는 깨달음이고 뭐고 그 전에 황보혜지가 죽는다.

그렇다면 생존 본능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또 다른 상황은 무엇일까.

서준으로서는 당장 하나밖에 생각나지 않았다.

‘누가 칼 들고 협박하면 생존 본능이고 뭐고 다 튀어나오겠지.

아무렴. 효율로만 놓고 보면 그보다 좋은 방법은 없다.

‘그러면 누가 하는 게 좋으려나.

이서준, 백서준, 천서준, 제갈서준….

아니지, 아예 수련용 신분을 하나 만들어?

고민하는 서준을 춘봉이 묘한 눈으로 쳐다봤다.

‘저 새끼 또 이상한 생각하네.

정답이었다.

그날 밤에도 황보혜지는 홀로 수련을 이어갔다.

벽력이 깃들지 않은 태산벽력신권. 임의로 태산신권이라 이름 붙인 권법을 연습하던 그녀는 문득 밤바람이 유독 차다는 것을 깨달았다.

‘여름이 다 되어 가는데 왜 이렇게 서늘하지?

고민도 잠시, 황보혜지는 신경 쓰지 않고 수련을 이어나갔다. 춥다면 몸을 움직이면 그만이다.

진기재천 선배께서 주술을 부여해주신 철환을 양 손목에 매달고, 힘차게 주먹을 내지른다.

쿠웅-!

크지 않은, 하지만 묵직한 소리가 은은히 울려퍼졌다.

짝- 짝- 하는 박수 소리도.

“누구…?”

황보혜지가 고개를 돌렸다. 어느샌가 등 뒤에 복면을 쓴 흑의인 하나가 서있었다.

원래대로였다면 굉장히 놀랐을 터이나, 남궁세가의 별장에서 지내며 이곳에서는 특이한 일이 종종 벌어진다는 것을 깨달은 황보혜지는 침착하게 물었다.

“남궁세가 분이신가요?”

흑의인, 서준은 살짝 당황했다.

‘살수라 생각하는 게 보통 아닌가…?

하긴, 이맘때의 하남에 살수가 튀어나오는 게 이상한 일이긴 한데….

─하지만 이미 몇 번 튀어나오지 않았던가. 혈오문의 살수들과, 백서준까지.

‘안전불감증인가?

당황을 삼킨 서준이 양손의 손가락을 굽혔다. 콰륵-! 그의 열 손가락에 혼탁한 내공이 휘감겼다.

대단한 건 아니고, 사기(邪氣)에 이런저런 내공을 더해 대충 만든 무언가다. 누군가 본다면 사흑련의 내공이라는 추측 정도만 할 수 있게끔.

“문답무용!”

서준의 손이 빠르게 움직였다. 황보혜지가 가까스로 반응할 수 있을 정도의 속도였다.

쉬익-!

황급히 고개를 틀어 피한 황보혜지가 눈을 크게 떴다.

“살수…!?”

흑의인의 내공에서 느껴지는 혼탁한 기운. 사흑련의 무인을 본 적이 없어 잘은 모르지만, 아마 저것이 사기일 터다.

‘서둘러 알려야 돼!

만약 흑의인에게 동료가 있다면 다른 사람들이 위험하다.

“하압-!”

황보혜지가 커다란 기합과 함께 태산벽력신공을 펼쳤다.

꽈아아앙────────!!!

커다란 소리가 남궁세가의 별장에 울렸다. 무공을 익히지 않은 일반인조차 놀라 깨어날 정도로 요란스럽게.

하지만 흑의인은 침착했다.

“이미 기막을 펼쳐두었다. 발악해도 소용없어.”

“무슨 그런 말도 안 되는….”

이 별장에 초절정 고수만 몇 명인데 그런 짓이 가능하다는 말인가? 기막을 펼치는 걸 감지할 만한 사람이 한둘이 아니다.

아니, 설마….

‘그분들보다도 뛰어난 고수…?

황보혜지의 머리가 빠르게 굴렀다. 대장군 암살 사건. 하남 한복판에서 초절정 고수를 암살했음에도 누구에게도 들키지 않은 사흑련의 살수.

그녀의 낯이 허옇게 질렸다.

“자, 일이 끝날 때까지 잠시 나와 놀아주려무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