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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춘봉 vs 제갈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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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빠 새끼에게 수련이라는 이름의 농락을 당하며 인내하고 견뎌낸 시간이 결실을 맺게 될 오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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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봉은 굳은 결심을 자그마한 가슴 속에 품고 보무도 당당히 대련장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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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도 좋아했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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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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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봉은 시치미를 뚝 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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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꽤 오랜만에 진득하니 놀아줘서 재밌긴 했는데, 너무 티 내면 저놈 콧대가 하늘을 뚫을 만치 높아질 거다. 그 꼴은 아니꼬워서 못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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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검금가의 금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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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실에서 마음을 가라앉히던 춘봉은 자신을 호명하는 소리에 연무장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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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아아-! 관중들의 환호 소리. 춘봉이 새침하게 한 손을 치켜들자 그 소리가 더욱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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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갈세가의 제갈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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곱상하게 생긴 사내 하나가 춘봉의 맞은편에 섰다. 무인보다는 학자에 가까운 인상이지만, 원래 제갈세가 사람들이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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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봉이 그에게 포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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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부탁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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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수 배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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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갈휘가 철선을 펼쳐 입매를 가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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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모습을 보던 춘봉은 지난날의 기억들이 해일처럼 밀려드는 것을 느꼈다. 이서준. 이 치사한 새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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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술만 사용하는 그를 상대하다 보면 열이 뻗친다는 말의 진정한 의미를 깨달을 수 있다. 그런 까닭에 춘봉은 주술 자체에 억하심정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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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술을 쓰는 놈만 보면 화가 뻗친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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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 그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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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갈휘의 정수리에 마구 꿀밤을 때리는 상상을 하던 그때, 심판이 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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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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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시 반응한 춘봉이 달려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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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술사에게는 시간을 주면 안 된다. 괜히 시간을 줬다가 주술을 쌓아두기라도 한다면 아주 화가 나는 상황이 벌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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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나 다를까, 곧장 달려들었음에도 제갈휘가 주술을 발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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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합유격(離合有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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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려들던 춘봉에게 묘한 압력이 가해졌다. 춘봉이 삐죽 웃었다. 이 정도야 기합으로 돌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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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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꽈앙-! 내공을 터뜨려 돌진한 춘봉이 검을 휘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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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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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이 허공을 갈랐다. 엉뚱한 곳을 베어냈다. 춘봉이 눈을 부릅 떴을 때, 진법을 완성한 제갈휘가 묘한 미소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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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사이에 특수제작한 철선의 부채살을 쏘아내 간이진을 펼친 것이다. 허나 그 위력만큼은 결코 간이진이라 치부할 수 없는 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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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 헤매보시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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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인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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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말 꼬라지 좀 보라지. 주술이나 부리는 놈들 심사는 베베 꼬여있을 것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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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궁성세진(九宮成世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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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내 진법이 펼쳐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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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궁성세진은 구궁(九宮)을 기본되는 이치로 삼는다. 구궁에서 나아가 스스로를 중앙에 둔다면 남은 방위가 곧 팔괘(八卦)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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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에 팔문(八門)의 묘를 더해 팔괘에 각각 휴문(休門), 생문(生門), 상문(傷門), 두문(杜門), 경문(景門), 사문(死門), 경문(驚門), 개문(開門)을 배당하여 진법의 틀을 완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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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괘는 곧 세 효(爻)의 조합으로, 각 효는 음과 양으로 표현할 수 있으니 팔괘의 각 요소는 곧 세 음양의 조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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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묘한 이치를 토대 삼아 팔문의 각 문에 팔괘에 해당하는 오행의 주술을 심어두었으니, 구궁성세진에 갇힌 이는 생문을 제외한 나머지 문에 들어서는 순간 주술의 해일에 파묻혀 생을 마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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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나 그 생문의 위치조차 제갈휘의 임의대로 조절할 수 있는 바, 구궁성세진에 갇힌 이상 이 대련은 제갈휘의 승리나 다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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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 보여주시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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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갈휘의 눈매가 휘었다. 자신이 짜놓은 판에서 춤추는 이들을 지켜보는 것만큼 즐거운 일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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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저 금희라는 여인 역시 자신의 손 안에서 뜻대로 춤추게 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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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련을 지켜보던 허도진인은 탄성을 흘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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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정도로 완성된 구궁진이라니…. 역시 제갈세가의 진법은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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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준도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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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만들긴 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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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걱정되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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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뇨, 그건 아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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걱정보다는 어이가 없다. 저 진법 자체에서 제갈휘의 베베 꼬인 심성이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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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디로 말하자면 ‘싸움 참 더럽게 한다’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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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춘봉은 요 며칠 새, 싸움 참 더럽게 하는 분야의 권위자 이서준의 심술을 견뎌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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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결과가 저곳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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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새끼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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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통 희뿌연 안개만이 가득한 세계. 춘봉은 이곳이 진법 내부임을 직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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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봉의 눈이 뒤집혔다. 서양말로 PTSD. 흘러넘치는 좆같음에 빡친 춘봉이 검을 꽉 움켜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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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가 서준과의 대련에서 배운 것은 다른 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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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술, 혹은 진법을 상대하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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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봉이 곧장 직감에 의지해 제갈휘에게 달려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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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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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갈휘의 입매가 비틀렸다. 알아서 사문(死門)으로 뛰어들 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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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문은 구궁 중 칠궁, 팔괘의 태(兌), 오행의 금(金)을 상징하는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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쐐애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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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갖 날붙이들이 춘봉을 향해 쏘아졌다. 춘봉이 느끼는 모든 방위에서 날아드는 날붙이들. 춘봉은 짧게 숨을 들이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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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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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내 그녀의 검이 희끗한 잔영을 남기며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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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가가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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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무니없는 속도로 휘둘러진 검이 모든 날붙이들을 쳐냈다. 허나 날붙이의 수는 끝이 없다. 제갈휘보다 춘봉이 먼저 지칠 것이 뻔한 상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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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봉의 눈이 빛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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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찾았다 이 새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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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날카로운 직감이 제갈휘의 위치를 찾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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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봉이 서준에게 배운 진법의 상대법은 별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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찾았어? 그럼 조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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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술이고 진법이고 벨 수 없는 것은 없다. 춘봉은 그동안 베어왔던 진법의 손맛을 기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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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져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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촤아악-! 춘봉이 휘두른 일검에 구궁성세진 자체가 베여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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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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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갈휘의 눈이 부릅 뜨였다. 진법 자체를 베어낸다? 불가능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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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봉도 원래는 불가능하다 생각했다. 오빠 새끼한테 굴려지다 보니까 얼추 되는 것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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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할 수 있으니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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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봉의 입가에 사악한 미소가 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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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수리 딱 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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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봉이 달려든다. 제갈휘가 급하게 철선을 휘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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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가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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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봉의 검이 원을 그렸다. 운류청천. 청운신검의 초식에 제갈휘의 철선이 하늘 위로 붕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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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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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갈휘의 표정이 멍해졌다. 계산에 없는 상황이다. 춘봉의 눈이 반짝반짝 빛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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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어랏 이서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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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봉의 앙증맞은 주먹이 희뿌연 잔영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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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바바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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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갈휘의 정수리에 삼십이 층 짜리 혹 탑이 세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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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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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갈휘의 눈이 뒤집히며 쓰러진다. 이걸로 마지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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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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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어코 혹 탑을 삼십삼 층으로 만든 춘봉이 만족스레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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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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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딜 주술싸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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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악한 주술싸개들은 이 세상에서 없애버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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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승자…! 신검금가의 금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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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봉이 양손을 번쩍 치켜든 채 사람들의 환호에 호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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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준은 그 모습을 흐뭇하게 바라보면서도 부르르 몸을 떨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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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쌓인 게 많았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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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살벌한 꿀밤이란…. 춘봉 스트레스 해소에 희생된 제갈휘에게 명복을 빌어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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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어…! 아니! 어찌 저런 일이 가능한 겐가? 진법 자체를 베어낸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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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준의 옆에서는 허도진인이 열심히 감탄을 토해냈다. 리액션 자판기가 따로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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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준은 뿌듯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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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런 허접한 진법은 우리 춘봉이한테 걸리면 맥도 못 추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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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네가 가르친 겐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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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르쳤다기 보다는…. 알아서 배웠죠? 진법의 축을 아예 베어버리던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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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봉의 눈이 서준의 주술과 진법에 익숙해진 뒤에는 저런 일이 가능해졌다. 뛰어난 눈썰미와 절정에 달한 검술의 합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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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그 다음부터 서준이 축을 숨겨버려서 의미가 없어졌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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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허…. 이번 세대의 후기지수들은 다들 터무니없구먼. 장강의 뒷물결이 앞물결을 밀어낼 즈음에는 이 늙은이들이 설 곳이 없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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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춘봉이는 착해서 노후도 잘 보장해줄 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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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소리가 아니네만…. 뭐, 그건 그렇다 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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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도진인이 의아한 눈으로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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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그 춘봉은 무슨 소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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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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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고 보니 금가의 후계자가 삼황자와 대련을 할 때도 그런 말을 했었지. 봉 중의 봉 춘봉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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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언가 고민하던 허도진인이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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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네가 지은 별호인가? 춘봉(春鳳). 확실히 괜찮군. 이번 회의에서 힘을 실어주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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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준이 멈칫했다. 춘봉이 별호가 춘봉이 된다고? 온 세상 사람들이 춘봉을 춘봉이라 부른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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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된다. 춘봉이를 춘봉이라 부를 수 있는 건 오직 자신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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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헤이! 춘봉은 무슨. 그 왜, 검봉이나 작봉(雀鳳) 같은 좋은 별호들 많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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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봉? 참새[雀]가 좋은 별호는 아닌 것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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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요. 귀엽잖아요, 참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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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호가 귀여우면 안 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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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게 다 편견이에요. 틀딱 마인드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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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틀딱은 또 무슨 소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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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허, 이거 안 되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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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허도진인은 새로운 용어들을 잔뜩 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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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강이 끝났다. 이제 남은 대련은 준결승과 결승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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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강과 준결승 사이에는 1주라는 꽤 긴 시간이 주어진다. 8강을 치르며 입은 부상 따위를 치료하기 위한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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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시간 동안 서준은 섬서와 감숙, 녕하 부근을 돌아볼 생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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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인 한 놈 잡아서 심상 속에 참한 마공 계열 심법 하나 들이면 좋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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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렴. 만마종주의 싹 정도 되면 정공보다는 마공이 익히기 쉽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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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기도 싹싹하니 괜찮은 친구던데, 제대로 된 마공을 익히면 순식간에 극마까지 도달할 수 있을지도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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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령 그렇지 않다 해도 언젠가 정공과 마공을 섞어볼 생각이 있었기에 이번 기회는 놓치기 아까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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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다들 숙제 하나씩 내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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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봉, 남궁수아, 남궁명, 황보혜지. 네 명의 후기지수들을 앞에 둔 서준은 그들에게 각각 숙제를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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