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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14 21:31:5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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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춘봉 vs 제갈휘

오빠 새끼에게 수련이라는 이름의 농락을 당하며 인내하고 견뎌낸 시간이 결실을 맺게 될 오늘.

춘봉은 굳은 결심을 자그마한 가슴 속에 품고 보무도 당당히 대련장으로 향했다.

“자기도 좋아했으면서….”

“내가 언제?”

춘봉은 시치미를 뚝 뗐다.

솔직히 꽤 오랜만에 진득하니 놀아줘서 재밌긴 했는데, 너무 티 내면 저놈 콧대가 하늘을 뚫을 만치 높아질 거다. 그 꼴은 아니꼬워서 못 본다.

  • 신검금가의 금희…!

대기실에서 마음을 가라앉히던 춘봉은 자신을 호명하는 소리에 연무장에 올랐다.

와아아-! 관중들의 환호 소리. 춘봉이 새침하게 한 손을 치켜들자 그 소리가 더욱 커졌다.

  • 제갈세가의 제갈휘…!

곱상하게 생긴 사내 하나가 춘봉의 맞은편에 섰다. 무인보다는 학자에 가까운 인상이지만, 원래 제갈세가 사람들이 그렇다.

춘봉이 그에게 포권했다.

“잘 부탁드려요.”

“한 수 배우겠습니다.”

제갈휘가 철선을 펼쳐 입매를 가렸다.

그 모습을 보던 춘봉은 지난날의 기억들이 해일처럼 밀려드는 것을 느꼈다. 이서준. 이 치사한 새끼.

주술만 사용하는 그를 상대하다 보면 열이 뻗친다는 말의 진정한 의미를 깨달을 수 있다. 그런 까닭에 춘봉은 주술 자체에 억하심정이 있었다.

주술을 쓰는 놈만 보면 화가 뻗친다는 말이다.

‘확 그냥.

제갈휘의 정수리에 마구 꿀밤을 때리는 상상을 하던 그때, 심판이 외쳤다.

  • 시작!

즉시 반응한 춘봉이 달려들었다.

주술사에게는 시간을 주면 안 된다. 괜히 시간을 줬다가 주술을 쌓아두기라도 한다면 아주 화가 나는 상황이 벌어진다.

아니나 다를까, 곧장 달려들었음에도 제갈휘가 주술을 발휘했다.

이합유격(離合有隔).

달려들던 춘봉에게 묘한 압력이 가해졌다. 춘봉이 삐죽 웃었다. 이 정도야 기합으로 돌파한다.

“하압…!”

꽈앙-! 내공을 터뜨려 돌진한 춘봉이 검을 휘둘렀다.

쉬익-!

검이 허공을 갈랐다. 엉뚱한 곳을 베어냈다. 춘봉이 눈을 부릅 떴을 때, 진법을 완성한 제갈휘가 묘한 미소를 지었다.

그 사이에 특수제작한 철선의 부채살을 쏘아내 간이진을 펼친 것이다. 허나 그 위력만큼은 결코 간이진이라 치부할 수 없는 바.

“어디 헤매보시지요.”

“뭐 인마?”

저 말 꼬라지 좀 보라지. 주술이나 부리는 놈들 심사는 베베 꼬여있을 것이 분명하다.

구궁성세진(九宮成世陣).

이내 진법이 펼쳐졌다.

구궁성세진은 구궁(九宮)을 기본되는 이치로 삼는다. 구궁에서 나아가 스스로를 중앙에 둔다면 남은 방위가 곧 팔괘(八卦)가 된다.

그에 팔문(八門)의 묘를 더해 팔괘에 각각 휴문(休門), 생문(生門), 상문(傷門), 두문(杜門), 경문(景門), 사문(死門), 경문(驚門), 개문(開門)을 배당하여 진법의 틀을 완성한다.

팔괘는 곧 세 효(爻)의 조합으로, 각 효는 음과 양으로 표현할 수 있으니 팔괘의 각 요소는 곧 세 음양의 조합이다.

그 묘한 이치를 토대 삼아 팔문의 각 문에 팔괘에 해당하는 오행의 주술을 심어두었으니, 구궁성세진에 갇힌 이는 생문을 제외한 나머지 문에 들어서는 순간 주술의 해일에 파묻혀 생을 마치게 된다.

허나 그 생문의 위치조차 제갈휘의 임의대로 조절할 수 있는 바, 구궁성세진에 갇힌 이상 이 대련은 제갈휘의 승리나 다름 없었다.

‘어디 보여주시지요.

제갈휘의 눈매가 휘었다. 자신이 짜놓은 판에서 춤추는 이들을 지켜보는 것만큼 즐거운 일이 없다.

그는 저 금희라는 여인 역시 자신의 손 안에서 뜻대로 춤추게 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대련을 지켜보던 허도진인은 탄성을 흘렸다.

“저 정도로 완성된 구궁진이라니…. 역시 제갈세가의 진법은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군.”

서준도 고개를 끄덕였다.

“잘 만들긴 했네요.”

“걱정되지 않는가?”

“아뇨, 그건 아니고요.”

걱정보다는 어이가 없다. 저 진법 자체에서 제갈휘의 베베 꼬인 심성이 느껴진다.

한마디로 말하자면 ‘싸움 참 더럽게 한다’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춘봉은 요 며칠 새, 싸움 참 더럽게 하는 분야의 권위자 이서준의 심술을 견뎌냈다.

그 결과가 저곳에 있었다.

“이 새끼가….”

온통 희뿌연 안개만이 가득한 세계. 춘봉은 이곳이 진법 내부임을 직감했다.

춘봉의 눈이 뒤집혔다. 서양말로 PTSD. 흘러넘치는 좆같음에 빡친 춘봉이 검을 꽉 움켜쥐었다.

그녀가 서준과의 대련에서 배운 것은 다른 게 아니다.

주술, 혹은 진법을 상대하는 법.

춘봉이 곧장 직감에 의지해 제갈휘에게 달려들었다.

“저런.”

제갈휘의 입매가 비틀렸다. 알아서 사문(死門)으로 뛰어들 줄이야.

사문은 구궁 중 칠궁, 팔괘의 태(兌), 오행의 금(金)을 상징하는 곳.

쐐애액-!

온갖 날붙이들이 춘봉을 향해 쏘아졌다. 춘봉이 느끼는 모든 방위에서 날아드는 날붙이들. 춘봉은 짧게 숨을 들이쉬었다.

“스읍-!”

이내 그녀의 검이 희끗한 잔영을 남기며 사라졌다.

카가가강-!

터무니없는 속도로 휘둘러진 검이 모든 날붙이들을 쳐냈다. 허나 날붙이의 수는 끝이 없다. 제갈휘보다 춘봉이 먼저 지칠 것이 뻔한 상황.

춘봉의 눈이 빛났다.

“찾았다 이 새끼…!”

그녀의 날카로운 직감이 제갈휘의 위치를 찾아냈다.

춘봉이 서준에게 배운 진법의 상대법은 별게 아니다.

찾았어? 그럼 조져.

주술이고 진법이고 벨 수 없는 것은 없다. 춘봉은 그동안 베어왔던 진법의 손맛을 기억했다.

“뒤져랏…!”

촤아악-! 춘봉이 휘두른 일검에 구궁성세진 자체가 베여나갔다.

“무슨…!?”

제갈휘의 눈이 부릅 뜨였다. 진법 자체를 베어낸다? 불가능한 일이다.

춘봉도 원래는 불가능하다 생각했다. 오빠 새끼한테 굴려지다 보니까 얼추 되는 것뿐.

아무튼 할 수 있으니 됐다.

춘봉의 입가에 사악한 미소가 어렸다.

“정수리 딱 대!”

춘봉이 달려든다. 제갈휘가 급하게 철선을 휘둘렀다.

카가각-!

춘봉의 검이 원을 그렸다. 운류청천. 청운신검의 초식에 제갈휘의 철선이 하늘 위로 붕 떠올랐다.

“어…?”

제갈휘의 표정이 멍해졌다. 계산에 없는 상황이다. 춘봉의 눈이 반짝반짝 빛났다.

“죽어랏 이서준…!”

춘봉의 앙증맞은 주먹이 희뿌연 잔영을 남겼다.

빠바바박-!

제갈휘의 정수리에 삼십이 층 짜리 혹 탑이 세워졌다.

“커억…!”

제갈휘의 눈이 뒤집히며 쓰러진다. 이걸로 마지막.

콩-!

기어코 혹 탑을 삼십삼 층으로 만든 춘봉이 만족스레 웃었다.

“후…!”

어딜 주술싸개가.

사악한 주술싸개들은 이 세상에서 없애버려야 한다.

  • 승자…! 신검금가의 금희…!

춘봉이 양손을 번쩍 치켜든 채 사람들의 환호에 호응한다.

서준은 그 모습을 흐뭇하게 바라보면서도 부르르 몸을 떨었다.

‘쌓인 게 많았구나…?

저 살벌한 꿀밤이란…. 춘봉 스트레스 해소에 희생된 제갈휘에게 명복을 빌어줄 뿐이다.

“허어…! 아니! 어찌 저런 일이 가능한 겐가? 진법 자체를 베어낸다고?”

서준의 옆에서는 허도진인이 열심히 감탄을 토해냈다. 리액션 자판기가 따로 없다.

서준은 뿌듯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저런 허접한 진법은 우리 춘봉이한테 걸리면 맥도 못 추죠.”

“자네가 가르친 겐가?”

“가르쳤다기 보다는…. 알아서 배웠죠? 진법의 축을 아예 베어버리던데.”

춘봉의 눈이 서준의 주술과 진법에 익숙해진 뒤에는 저런 일이 가능해졌다. 뛰어난 눈썰미와 절정에 달한 검술의 합작이다.

물론 그 다음부터 서준이 축을 숨겨버려서 의미가 없어졌지만….

“허허…. 이번 세대의 후기지수들은 다들 터무니없구먼. 장강의 뒷물결이 앞물결을 밀어낼 즈음에는 이 늙은이들이 설 곳이 없겠어.”

“우리 춘봉이는 착해서 노후도 잘 보장해줄 걸요?”

“그 소리가 아니네만…. 뭐, 그건 그렇다 치고.”

허도진인이 의아한 눈으로 물었다.

“도대체 그 춘봉은 무슨 소리인가?”

“아.”

“그러고 보니 금가의 후계자가 삼황자와 대련을 할 때도 그런 말을 했었지. 봉 중의 봉 춘봉이라….”

무언가 고민하던 허도진인이 고개를 끄덕였다.

“자네가 지은 별호인가? 춘봉(春鳳). 확실히 괜찮군. 이번 회의에서 힘을 실어주겠네.”

서준이 멈칫했다. 춘봉이 별호가 춘봉이 된다고? 온 세상 사람들이 춘봉을 춘봉이라 부른다라….

안 된다. 춘봉이를 춘봉이라 부를 수 있는 건 오직 자신뿐이다.

“에헤이! 춘봉은 무슨. 그 왜, 검봉이나 작봉(雀鳳) 같은 좋은 별호들 많잖아요.”

“작봉? 참새[雀]가 좋은 별호는 아닌 것 같은데….”

“왜요. 귀엽잖아요, 참새.”

“별호가 귀여우면 안 되지.”

“그게 다 편견이에요. 틀딱 마인드라니까?”

“틀딱은 또 무슨 소리인가…?”

“어허, 이거 안 되겠네.”

그날 허도진인은 새로운 용어들을 잔뜩 배웠다.

8강이 끝났다. 이제 남은 대련은 준결승과 결승뿐.

8강과 준결승 사이에는 1주라는 꽤 긴 시간이 주어진다. 8강을 치르며 입은 부상 따위를 치료하기 위한 시간이다.

그 시간 동안 서준은 섬서와 감숙, 녕하 부근을 돌아볼 생각이었다.

마인 한 놈 잡아서 심상 속에 참한 마공 계열 심법 하나 들이면 좋지 않겠는가.

아무렴. 만마종주의 싹 정도 되면 정공보다는 마공이 익히기 쉽지 않을까?

마기도 싹싹하니 괜찮은 친구던데, 제대로 된 마공을 익히면 순식간에 극마까지 도달할 수 있을지도 몰랐다.

설령 그렇지 않다 해도 언젠가 정공과 마공을 섞어볼 생각이 있었기에 이번 기회는 놓치기 아까웠다.

“그러니까 다들 숙제 하나씩 내줄게.”

춘봉, 남궁수아, 남궁명, 황보혜지. 네 명의 후기지수들을 앞에 둔 서준은 그들에게 각각 숙제를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