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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걸 수련이라 해야 할지, 주술로 농락을 당했다 해야 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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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봉과 남궁수아가 서준에게 시달리기 시작한 지도 며칠이 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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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사이에 16강이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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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강에 진출한 후기지수들의 명단은 아래와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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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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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궁수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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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보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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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갈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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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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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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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소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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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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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 아는 얼굴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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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소한 이름의 태벽은 종남파의 후기지수로, 서준이 보기에 실력이 썩 괜찮았다. 용봉지회에서 8강까지 진출했으니 당연한 소리긴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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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준이 야밤에 소란을 피운 이후로 하남은 조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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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별다른 사건이 없었을 뿐, 이미 벌어진 일들이 많았기에 하남에 모인 각 문파의 장로들은 꽤나 바쁜 시간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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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가장 중요한 문제로 대장군 암살 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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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 하나 뚜렷한 성과 없이 미제로 남은 사건이었으며, 장로들에게 경각심을 심어준 사건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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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으로 마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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곤륜파에서 전해진 소식에 의하자면 마교의 움직임이 한층 더 활발해졌다는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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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예 중원까지 쳐들어올 요량인지 그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는데, 십육명문의 장로들은 새로운 소식이 들어올 때마다 골머리를 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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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은 자잘한 일들 중 그나마 중요한 일을 하나 꼽자면, 용봉들의 별호를 정하는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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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강의 진출자들이 확정됐고, 그들에게 내릴 별호를 정해야 하는데 그게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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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의가 없어도 문제, 너무 거창해도 문제. 이런저런 의견들이 오가다 결국에는 결승이 끝나고 나서야 별호를 정하는 것이 통상 용봉지회의 진행이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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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서준은 해당사항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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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의를 재끼고 춘봉과 남궁수아의 수련을 돕거나, 스스로의 무공을 정비하는 것이 그의 일과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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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조금 남은 것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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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경. 혹은 극마. 그것도 아니라면 또 다른 미지의 경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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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절정 너머를 바라보는 서준은 요즘 고민이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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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생각하는 화경은 상단전이 완전히 활성화되어 신(神)이 비대해진 경지를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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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이 비대해진 만큼 육신만으로 채울 수 없는 정(精)과 기(氣)를 세상에서 찾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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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이 곧 영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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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대해진 신이 자신 주변의 세상을 정과 기로 삼아 외부의 자신으로 삼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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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 말하자면 초절정에서 이룬 정기신의 균형을 의도적으로 비틀어, 신의 비대를 이룸으로써 세상과 조화를 이루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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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이 조화경(造化境), 즉 화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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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식으로 생각해보면 현경이라는 경지 역시 얼추 감이 잡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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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단전이 완전히 열리며 신이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화경. 그곳에서 더욱 나아가 기와 정을 신에 완전히 편입시킨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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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전한 신(神)이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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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경지가 완숙에 다다르면 우화등선의 길이 열리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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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준은 추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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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 여기서 뭘 더 해야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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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절정은 기에 신을 깃들이는 경지다. 중단전이 완전히 활성화되는 경지이며, 또 정기신의 균형을 이루는 경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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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단전이 관할하는 것은 기(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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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는 중앙에 위치해 정과 신을 매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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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단전, 즉 정에서 임맥을 타고 오른 기운이 신에 다다르고, 상단전이 관할하는 신의 기운이 독맥을 타고 내려와 정을 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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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오고 가는 기운을 조율하는 것이 중단전, 곧 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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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 생각한다면 기를 수련하는 무공이야 말로 곧 정과 신을 잇는 비법이요, 정을 위로 이끌어 신으로 향하는 방법이라 할 수 있음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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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이 곧 수선(修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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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이는 서준의 생각에 불과했다. 드높은 경지로 나아가는 길은 여럿이다. 그 중 하나가 이런 방식을 취하지 않을까 짐작할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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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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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떠오르는 방법은 상단전을 완전히 활성화시키거나, 끝없이 기를 수련해 정을 위로 끌어올리는 것 정도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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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극마라는 경지를 눈앞에서 볼 수 있다면 다른 방법이 떠오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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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히 극마와 화경을 구분하는 것이 아닐 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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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은 그냥 열심히 수련이나 하면 된다는 거구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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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 소득 없는 고민을 끝마친 서준이 한숨을 내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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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주술이나 더 파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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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만히 앉아 쉬면서 서준을 구경하던 춘봉이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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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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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술은 굳이 따지면 상단전이랑 연관이 깊지 않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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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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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잘 파면 화경으로 가는 단서가 될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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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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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정 따리 춘봉은 아무것도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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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맹한 표정이 귀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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씩 웃은 서준이 냅다 달려들어 그녀를 높이 치켜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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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잉 춘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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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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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온한 하루가 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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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궁명은 종종 황보세가의 별장으로 향해 황보혜지와 만남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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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번의 발언 이후 사이가 조금 어색해지긴 했으나, 황보혜지는 남궁명의 방문을 거절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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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보 소저, 내일 누님과의 대련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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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강부터는 대진표를 미리 공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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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궁명의 말에 황보혜지가 미묘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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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그렇게 됐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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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선을 다한다면 분명 좋은 결과가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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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궁 소협께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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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뭇대던 황보혜지가 말을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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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이길 거라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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곤란한 질문이다. 황보혜지도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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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남궁 소협도 자신을 그토록 곤란하게 만들었으니 이런 질문쯤이야 괜찮으리라 여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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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렴. 그날 어머니와 자신 사이에 머물던 숨막힌 침묵을 생각한다면 이쯤이야 크게 곤란한 질문도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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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한 대답을 원하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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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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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누님이 이길 확률이 더 높다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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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그렇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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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보혜지는 분명 뛰어나다. 십육명문의 후기지수들 사이에서도 평균 이상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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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남궁명은 후기지수들 사이에서 수위를 다투는 실력자였다. 그리고 그런 남궁명을 이긴 것이 남궁수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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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히 계산한다면 황보혜지가 남궁수아를 이길 확률은 높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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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께는 무어라 말씀을 드려야 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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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보혜지는 멍하니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남궁명은 그런 그녀를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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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이미 패배 이후의 상황을 그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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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궁명이 작게 웃으며 그녀의 손을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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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보 소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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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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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누님이 이길 확률이 높다고는 하지만, 저는 황보 소저를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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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님을 응원하셔야 하지 않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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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긴 하지만…. 뭐 어떻습니까? 제가 그것을 바라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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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님이 듣는다면 섭섭해하시겠지만, 분명 이해해주리라 믿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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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궁명은 붙잡은 황보혜지의 손을 조금 더 꽉 움켜쥐었다. 그와 눈을 마주친 황보혜지의 눈망울이 파르르 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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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나 이기든 지든, 기껏해야 용봉지회 아닙니까. 너무 승패에 연연할 필요 없습니다. 서두른다고 높은 곳에 오를 수 있는 것도 아닐 뿐더러, 소저께서 지금까지 노력해온 것들이 허사가 되지도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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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궁명이 환하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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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 대련에 최선을 다하십시오. 그런다면 분명, 소저께서도 무언가 답을 찾으실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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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봉지회의 8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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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봉의 별호를 하사받을 8명의 후기지수들이 치르는 대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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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찌 보자면 용봉지회의 진정한 시작이라고도 할 수 있는 만큼, 8강에는 나름의 상징성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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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까닭에, 또 새로운 용봉들의 탄생을 축하하기 위해, 무림의 선배가 연무장 위에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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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용봉지회를 개최한 소림의 장로 명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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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흡한 실력이나마 후배들이 빈승의 발자취를 보고 얻어가는 것이 있었으면 좋겠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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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짧은 한마디 이후 몇 번의 주먹질과 몇 번의 발차기를 선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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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한 강기의 폭발도 없었고, 현란한 동작 사이로 번뜩이는 무언가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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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가…, 대단한 거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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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림의 장로니 그렇지 않겠소? 잘 모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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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각의 수수한 무공 시연에 관중들의 반응은 영 시원치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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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가 펼쳐낸 무공의 진가를 알아본 이들은 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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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준 역시 오싹한 전율에 소름이 돋은 팔을 문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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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런 게 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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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 평범한 주먹질과 발차기다. 허나 그 동작과 완벽히 일치하는 내공의 흐름, 또 저 간단한 동작에 전혀라고 해도 좋을 만큼 보이지 않는 빈틈은 명각의 실력을 간접적으로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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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 그뿐이지 않느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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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준은 느꼈다. 저 자는 결코 패진광의 아래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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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진광처럼 대단한 힘은 없으나, 극한으로 연마한 몇 번의 동작에는 그만한 섬뜩함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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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이상 덜어낼 것이 없을 때까지 덜어낸 무공의 극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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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공을 곧잘 베껴내는 서준으로서도 저건 따라할 엄두가 나지 않았다. 무공의 고절함이니, 수준 높은 무리(武理)니, 그런 것들과 전혀 연관이 없는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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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건 광기의 결정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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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한 노력으로 닿을 수 있는 경지가 아니다. 모든 재능과 시간과 노력과 악에 받친 집념을 때려박아 깎아낸 걸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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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림의 명각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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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각이 연무장에서 내려간 뒤에도 서준의 눈은 연무장에서 떨어질 줄을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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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단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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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찌 보자면 자신과 완전히 대척점에 선 무인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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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능으로 순식간에 올라온 자신과, 광기 어린 집념으로 무공을 깎아내 올라온 명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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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명각과 싸우게 된다면 편법으로 승리하는 것은 불가능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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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토록 덜어낸 무공의 파해는 불가능에 가까울 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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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 실력으로 승부해야 하는 상대가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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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감님도 저런 거 할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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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진광에게 묻자 그가 콧방귀를 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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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되겠냐? 난 답답해서 저런 거 못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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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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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흠. 그 반응은 상당히 기분 나쁜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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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묘한 분위기 속, 황보혜지가 연무장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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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연무장에 오르기 전 어머니께서 하신 말씀을 떠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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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강에 오른 것으로 만족하면 안 돼. 또 저번처럼 뒷전으로 밀려나고 싶은 건 아니지? 최선을 다하는 것도 좋지만, 세상은 언제나 승자만을 기억한다는 것을 기억하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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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에 힘이 빠진다. 황보혜지는 처지려는 어깨를 단단히 붙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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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원 한 마디가 듣고 싶었을 뿐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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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작 어머니께 바란 응원은 남궁 소협이 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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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곧은 시선을 기억한다. 자신을 믿어주던, 또 결과보다는 최선을 다하라 하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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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와 남궁 소협, 둘의 상반되는 말에 그녀는 이도저도 못 하고 풍랑에 휩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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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가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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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궁수아의 목소리에 황보혜지가 퍼뜩 정신을 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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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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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이한테 얘기 들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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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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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아주 참한 아가씨가 하나 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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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궁수아가 쿡쿡 웃었다. 장난기 가득한 웃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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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나에게 남동생의 연애사란 관심을 가지지 않을 수 없는 흥미거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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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보혜지는 무어라 대답해야 할지 몰라 고개를 푹 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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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그녀에게 남궁수아가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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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지지 않을 거니까, 서로 힘내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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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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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보혜지가 어색하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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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저히 힘이 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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