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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원에서 가장 위험한 곳 중 하나를 꼽는다면 그 중에는 반드시 심산유곡이 포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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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껏해야 산이 무엇 때문에 위험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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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는 마물을 그 이유로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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틀린 말은 아니다. 간혹 깊은 산 속에서 수행을 쌓아 드높은 경지에 이른 마물들이 튀어나오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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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것이 결정적인 이유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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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큰 이유는 은거고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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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세의 홍진을 뒤로하고 산 속에 틀어박힌 괴팍한 고수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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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껏해야 절정쯤 되는 고수들은 그저 멋모르고 은거의 멋에 취한 반푼이에 불과하나, 간혹 폐관이랍시고 산에 틀어박히는 초절정, 화경쯤 되는 무인들이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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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호에 퍼진 소문에 의하면 강호에서 활동하는 화경의 무인보다 산에 틀어박힌 화경의 무인이 더 많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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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거 없는 말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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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깊은 산 속에는 수행에 매진하는 화경의 무인들이 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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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찮은 강호의 은원을 벗어던지고 오롯이 신의 경지에 오르기 위해 수선의 길을 걷는 무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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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 대부분이 인세에 가치를 두지 않는 이들이다 보니, 가치관 자체가 달라 마주친다면 아주 위험한 경우가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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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하나는 비밀 조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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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사, 마. 큰 틀에 해당하지 못하는 반푼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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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나 막상 단신으로 그들을 마주한다면 그 누구도 반푼이라는 말을 꺼내들기 쉽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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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중 유명한 예로 혈교(血敎)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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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의 신을 하계에 강림시키고자 애썼던 미치광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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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실제로 그들은 신을 강림하기 직전까지 갔고, 정파와 사파가 연합해 그들을 뿌리까지 뽑아냈다.(마교에서는 신경도 쓰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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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로 그들의 신이 하계에 강림한다면 화경이고 초절정이고 모조리 쓸려나갈 테니 당연한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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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경이라는 벽의 드높음을 실감하는 화경의 무인들이 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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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이 하계를 제약 없이 노닌다는 것은 보통 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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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원 역사상 최초로 정파와 사파의 화경 고수들이 힘을 합칠 정도였으니 굳이 더 설명할 필요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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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그 심산유곡. 깊은 산 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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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사내가 새들의 속삭임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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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신혈이 남아있다는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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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내는 이내 허름한 건물에 들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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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석에 놓인 수정구 하나. 서양의 문물에 손을 얹은 사내가 뜻을 함께 하는 동지들에게 소식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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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혈의 계승자가 남아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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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소. 신검금가의 핏줄이라 하더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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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찌 할 텐가. 하남에 머문다면 위험이 너무 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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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렇다고 신혈을 남겨둘 수는 없지. 대책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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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걸 논의하려 부른 것 아니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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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내의 대답에 잠시 침묵이 내려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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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 이내 수정구에서 거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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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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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대가? 아무리 그대라도 하남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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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좌도 어리석지 않다. 놈이 하남이 빠져나올 때를 노릴 것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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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나머지 정보를 들은 뒤에 결정하는 것이 어떻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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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내는 새들에게 전해들은 정보를 풀어놓았다. 신혈의 계승자, 또 그 주변 인물들에 대한 정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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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왕 패진광? 그놈이 아직도 살아있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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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근육이 노화를 이겨낸다더니, 정말로 성공했나 보군. 그놈도 보통 놈은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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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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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구에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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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왕에 창천대해라…. 진기재천이라는 놈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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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검금가의 전승자라더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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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운신검을 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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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듣자 하니 기공의 고수라던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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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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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친 목소리가 비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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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잘 됐군. 그놈은 신경 쓸 필요 없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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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혈만천(屍血滿天), 방심은 금물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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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공은 그보다 높은 경지의 기공에 무력하다. 네놈도 알지 않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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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그건 그렇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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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혈만천은 화경의 고수다. 진기재천이 제아무리 최근 이름을 날리는 신진고수라 하나 화경의 고수 앞에서는 무력할 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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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력은 필요 없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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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헛소리. 그런 놈들 정도야 아랫것 몇 놈 데려가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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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것보다도 흔적을 남기지 않게 조심하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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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무렴. 당연한 말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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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흐, 시혈만천이 서늘한 웃음소리를 흘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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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간만에 몸 좀 풀겠구만 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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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가 왜 이렇게 간지럽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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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준이 귀를 긁적였다. 옆에서 검을 휘두르던 춘봉이 그를 비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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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욕 먹을 데 많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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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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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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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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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준은 춘봉과 남궁수아를 상대로 용봉지회 대비 속성 강의를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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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게 무엇이냐 하면, 상대 무인에 대한 대비책을 미리 강구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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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를 들어 소림의 혜운이 상대라면 그 권법과 소림 특유의 느낌을 미리 경험시켜주는 방식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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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이거 반칙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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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봉의 질문에 서준이 손가락을 좌우로 까딱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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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지. 능력 있는 오빠를 둔 혜택이라 할 수 있는 거지. 다른 애들도 대충 비슷하게는 할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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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육명문의 후기지수들은 이런 부분에서도 혜택을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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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어날 때부터 벌모세수는 기본에 온갖 영약들을 섭취하고, 세심하게 조율된 커리큘럼에 따라 신공을 익히는 걸로도 모자라 문파의 고수들이 직접 지도까지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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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그 출발선부터가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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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히 중소문파 출신의 무인들이 그들을 따라잡는 건 여간 힘든 일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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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8강 진출자 중에 십육명문 출신이 아닌 후기지수가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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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소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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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 그 친구 정도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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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나머지는 별다른 가망이 없어 보인다. 그 치들도 16강까지 오른 것으로 만족하는 듯싶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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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자, 아무튼 그래서. 지금 8강 확정된 사람이 여섯 명이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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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봉, 남궁수아, 황보혜지, 혜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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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넷에 더해 오늘 치러진 대련에서 승리한 제갈휘와 운백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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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제일 상대하기 까다로운 게 누구일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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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준의 질문에 남궁수아와 춘봉이 단번에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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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갈세가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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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 나도 제갈세가일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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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지. 승산은 둘째치고 그냥 까다로운 걸로 따지면 제갈휘 그 친구가 제일 거슬릴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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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는 별게 아니다. 익숙하지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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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보혜지와 혜운, 운백은 권과 검이라는 틀을 벗어나지 않는다. 그러니 지금까지 하던 대로 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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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그들이 자주 쓰는 무공에 대해 잘 알고 있다면 상대하는 것이 비교적 수월하겠지만, 아무리 그렇다 하더라도 기본적으로는 근본적인 실력이 승패를 좌우할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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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제갈휘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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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련하는 거 대충 보니까 주술이랑 진법을 연계해서 쓰는 것 같던데, 이게 은근 귀찮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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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해본 적은 없지만 써본 적은 있어서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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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고 그걸 돌파하느라 힘을 다 써버리면 철선(鐵扇, 철부채)이 문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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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갈세가가 신기제갈(神機諸葛)이라는 말도 있을 만큼 머리 좋기로 유명한 가문이긴 하지만, 그 무공 역시 결코 무시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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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신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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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요소 없이 무공으로만 붙는다면 그놈이 춘봉이나 남궁수아를 이길 가능성은 전무하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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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 해결법은 간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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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덤벼. 주술이랑 진법만 쓸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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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갈서준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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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봉은 멍하니 눈앞의 장관을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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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행을 토대로 한 주술이라 했나? 말 그대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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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 수, 목, 금,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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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행이 넓은 공간을 가득 메운 채 휘몰아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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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데 이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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쟤가 세다는 건 알고 있었는데, 이 정도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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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자, 드루와. 아프게 안 한다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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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공에 가부좌를 틀고 앉은 서준. 그가 손을 까딱일 때마다 주술이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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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봉은 눈치를 살폈다. 아무리 봐도 저기 뛰어드는 건 미친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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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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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할까? 묻는 눈짓에 남궁수아가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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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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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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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봉이 의아해하기도 전에 남궁수아가 뛰쳐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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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땅을 박차는 것과 동시에 대검을 크게 휘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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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르릉-! 대검에 깃든 벼락이 서준을 향해 쏘아진다. 남궁수아 본인 역시 그대로 달려들며 후속 공격을 준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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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술사 상대로 이런 뻔한 공격은 안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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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준이 검지를 뻗었다. 검지가 벼락을 가리킨다. 이내 그의 손가락이 원을 그리자 벼락 역시 원을 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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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츠츠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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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궁수아의 표정이 굳었다. 벼락의 고리. 그 중앙에 맺힌 구체가 남궁수아를 향해 쏘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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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르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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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까스로 피해낸 남궁수아가 억울한 눈으로 서준을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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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행만 쓴다고 했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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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개도 오행이잖아. 목(木)에 속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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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준이 낄낄 웃으며 춘봉을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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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춘부이는 왜 계속 멍 때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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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갈휘가 아니라 제갈휘 할아버지가 와도 이렇게는 못 할 것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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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걔 할아버지가 화경일 수도 있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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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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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봉이 납득했다. 아니, 그런 척 연기하며 갑작스럽게 달려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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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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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봉의 신형이 바람이 된다. 그녀의 발이 땅을 짓밟고, 높이 뛰어 서준에게 닿기 직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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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허, 진법 조심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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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봉의 발자국이 새겨진 자리에서 환한 빛이 터져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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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쪽에 목(木), 서쪽에 금(金), 북쪽에 수(水), 남쪽에 화(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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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춘봉의 발자국이 중앙에 토(土)를 그리며 오행진이 발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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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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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공에서 몸을 비튼 춘봉은 빠르게 검을 휘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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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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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서준 저놈이 워낙 황운신검을 기공처럼 쓰는 경향이 있지만, 원래 신검금가에서는 검의 이치 자체를 더 중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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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氣)고 자시고 금가의 검이 벨 수 없는 것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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촤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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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봉의 확신처럼 발동하려던 오행진이 그대로 찢겨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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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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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준이 감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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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그러면 후속타는 어쩌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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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행진은 미리 준비해둔 것. 서준이 펼친 목계(木系) 주술이 춘봉을 잡아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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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지랄 진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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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에서 솟은 나무 줄기가 춘봉을 잡아채 하늘 높이 쏘아져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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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끼야아아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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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봉의 비명이 아스라이 흩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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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준이 남궁수아를 보며 씩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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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나도 한 번 할래요? 높다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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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음…. 누나는 괜찮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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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아──── 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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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아졌던 비명이 다시금 커진다. 서준은 손을 뻗어 품 안에 쏙 떨어지는 춘봉을 잡아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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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자, 금춘봉! 다음은 백팔나한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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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랄하지 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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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바박-! 춘봉이 서준의 품에서 빠져나와 멋진 공중제비와 함께 우다다 발차기를 날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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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악…! 왜 때려! 너 이런 거 좋아하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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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밌긴…! -했지. 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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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다높다는 솔직히 재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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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그건 그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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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가 꼴받게 싸우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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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새끼 진짜 치사하게 싸운다. 몇 대 때려주고 싶을 만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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