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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14 21:31:5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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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주라는 시간.
길지도 않고 짧지도 않다.
흘러가는 대로 두자니 낭비하기에는 너무 길고, 무언가를 하자니 제대로 몰두하기에는 너무 짧다.
서준은 그냥 살던 대로 살기로 했다.
‘내가 그 노인네한테 잘 보이려고 뭣 빠지게 노력할 필요가 있나?
아무리 생각해도 없는 것 같았다.
때마침 춘봉과 남궁수아 몫의 천인신단이 완성되었다는 소식이 들려오기도 했다. 차라리 이쪽에 신경을 쓰는 편이 나을 터.
이제는 그냥 모임 장소가 되어버린 가주 전용 연무장.
서준은 춘봉과 남궁수아를 앉혀두고 천인신단에 대한 교육을 실시했다.
“대충 듣긴 했지? 내공의 증진이 아니라 신체의 개선을 목표로 하는 영약이니만큼 전에 먹었던 영약들이랑은 조금 다를 거야.”
패진광이 묘한 표정으로 천인신단을 살폈다.
“신체의 개선? 영약 하나로?”
“그거 먹는다고 근육 생기고 그런 거 아니니까 이상한 생각하지 마요.”
“뭔 이상한 생각?”
“사도라면서 부숴 없애고 그런 짓 하지 말라고요.”
“내가 미친놈이냐? 안 그런다.”
“오호. 그건 또 의외네.”
“그러니까 지금 싸우자는 거지?”
패진광과 잠시 투닥거린 서준은 그의 손에서 천인신단을 빼앗아 왔다.
“영감님은 먹어봤자 아무런 소용 없어요. 이미 정(精)이 기랑 신을 두고 하늘 끝까지 날아가서 탭댄스 추고 있잖아요. 이거 먹어봤자 그냥 좋은 똥 싸고 끝날 듯.”
“욕심낸 적도 없다 이놈아!”
“거, 영감님은 내가 따로 잘 챙겨드릴게.”
“네가 뭐 안 해도 난 잘 먹고 잘 산다.”
슬쩍 뒤로 빠지는 패진광을 보며 픽 웃어넘긴 서준은 다시금 교육에 집중했다.
“아무튼 같은 영약은 여러 번 섭취하면 효율 떨어지는 거 알지? 그러니까 처음 먹을 때가 제일 중요해.”
“내가 영약 한두 번 먹어보는 줄 아나.”
춘봉이 투덜댔다.
그녀가 절맥을 치료하느라 먹어치운 영약만 해도 수가 꽤 된다. 하지만 그것들과는 조금 다르다.
“어허. 집중해, 금 씨.”
서준이 가부좌를 틀고 앉은 춘봉과 남궁수아 사이에 섰다.
“내가 넣어주는 내공이 천인신단이다, 생각하고 경로랑 느낌을 잘 기억해둬. 효능을 죄다 뽑아먹으려면 이렇게 해야 돼.”
천인신단 내부의 오행진을 꿰뚫고 있는 만큼, 그 효율을 골수까지 뽑아먹을 수 있는 방법 역시 잘 알고 있다.
“자, 시작.”
초절정이 그리 머지 않았다.
*
춘봉과 남궁수아는 천인신단을 복용하고 그 기운을 이끌어 신체를 개선시켜 나갔다.
천인신단은 자연의 이치 중 오행, 그 중에서도 중도를 지향하는 영약이다.
오행 중 어느 한 쪽으로 치우치지 않은 상태.
그런 신체를 갖춘 뒤 본인이 원하는 방향대로 나아가게끔 설계된 셈이다.
약효를 모두 흡수하기까지는 꽤 시간이 걸리는 만큼, 서준은 연무장에 드러누워 그녀들의 모습을 지켜보았다.
옆에서 한 손가락으로 물구나무를 선 채 운동 중이던 패진광이 물었다.
“너 생각은 좀 해뒀냐?”
“아뇨.”
“뭔 생각인 줄 알고.”
“어차피 아무 생각도 안 해서 무슨 생각이든 다 똑같은데요.”
“저런.”
패진광이 혀를 쯧쯧 차며 자세를 바로했다.
“그 남궁혁이가 내세운 세 가지 항목 말이다. 신의, 검술, 무공이었나? 그거.”
“잠깐. 남궁혁이?”
서준이 퍼뜩 고개를 들었다.
“아니, 영감님. 혹시 그 노인네보다 나이 많아요?”
“많지.”
“뭣….”
이 영감, 도대체 몇 살인 거지?
장인어른 연세가 300이 좀 덜 됐을 텐데, 장인어른의 작은 할아버지보다 나이가 많으려면….
“와, 시체가 걸어다니네.”
“뭐 이 새끼야?”
권왕의 딱밤(평범한 사람이 맞으면 머리가 터지는)을 잽싸게 피해낸 서준이 빠르게 화제를 돌렸다.
“신의, 검술, 무공이라…. 일단 검술은 재끼고.”
“아니, 그걸 왜 재끼냐?”
“그야…, 검술은 자신이 없으니까?”
“검수(劍手)라는 놈이 뭔 소리를 하는 거냐.”
“저 검수 아닌데요?”
“뭐?”
“검술은 기공처럼 날로 먹기 힘들어서 고만고만한 수준이에요.”
패진광이 표정을 와락 찌푸렸다.
“또 헛소리를…. 고만고만한 수준은 아니던데?”
“장인어른이 한 말인데?”
“흠. 그러면 그 말이 맞겠군.”
워킹 시체 주제에 인정이 빠르다.
감탄한 서준이 슬쩍 제 자랑을 했다.
“그래도 검 잡은 지 이 년인가 됐는데, 이 정도면 괜찮은 수준이라던데요?”
“이 년? 으음…, 하긴. 초절정에 오르고 나서 검을 잡았다면야 이미 정립된 무학이 있을 테니 실력이 꽤 빠르게 늘었겠지.”
“무공 시작할 때부터 검 잡았는데.”
“뭔 소리냐. 검 잡은 지 이 년 됐다면서.”
패진광이 괴상한 표정을 지었다. 아무래도 머릿속으로 산수를 하고 있는 것 같았다.
권왕은 산수에 아주 약했다.
“그러니까요. 무공 익힌 지도 이 년쯤 된 거죠.”
“…진심으로 하는 소리냐?”
서준이 씩 웃었다.
이런 기만질을 할 때면 언제나 가슴이 두근두근 뛴다.
몇 번 하면 질리지 않느냐고?
그렇지 않다. 매 순간 재미있다. 할 때마다 새로운 기분이고.
서준이 실실 웃으며 말했다.
“초절정 그거 뭐, 무공 이 년쯤 배우면 찍는 거 아닌가? 그게 어려워요?”
그런데 반응이 예상과는 다르다.
오만상을 찌푸린 채 무언가 고민하던 패진광이 꽤 시간이 지나서 입을 열었다.
“나중에 성공해서 크게 되면 패력괴신무 잊지 마라. 내가 가르쳤다는 것도 꼭 기억하고.”
“뭣.”
“아니지. 그냥 지금부터 내가 니 스승하면 안 되냐? 잘 해줄게.”
이것이 몇백 년 묵은 노괴의 지혜…?
서준은 감탄하고야 말았다.
*
시간은 빠르게 흘러 어느새 일 주가 지났다.
세가의 대연무장에 도착한 서준은 상당한 인파에 놀라 눈썹을 들썩였다.
사람의 수도 수지만, 이곳에 있는 대부분이 절정 이상의 실력자들이다.
전쟁이니 뭐니 인력이 부족한 시기임에도 불구하고 이만한 전력이 세가 내에 잔존하고 있는 것이다.
‘역시 육대세가쯤 되면 세력의 힘 자체도 무시하진 못하겠네.
지금의 서준은 일류 이하의 무인들이 십만쯤 되는 군세를 이뤄도 무난하게 승리할 자신이 있었다.
하지만 절정이 수백? 그건 쉽지만은 않다.
치고 빠지기를 반복한다면야 이기지 못할 것도 없지만, 세가라는 집단은 단순히 숫자 자체가 문제가 아니다.
같은 분류의 무공을 익힌 채 서로의 힘을 합칠 것을 전제로 한 온갖 진형들.
그것들은 설령 초절정의 무인이라 한들 다수의 절정 무인들을 마냥 무시할 수 없게 만든다.
서준 자신의 경우 멀리서 혼원일월공만 쏴갈기면 해결될 문제긴 하지만….
아무튼 대부분의 초절정 무인들은 그렇다는 얘기다.
“세가의 원로직을 맡고 있는 남궁혁이다. 이 자리에 그대들을 불러모은 까닭은 가주의 사위인 이서준이 과연 제왕검형을 익힐 자격이 있는가 판단하기 위함임과 동시에…….”
슬슬 시간이 됐는지 남궁혁이 내공을 담아 크게 울리는 목소리로 연설을 시작했다.
남궁진천은 그런 남궁혁이 자리한 연단보다 조금 높은 곳에 앉아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다.
이 상황 자체가 남궁진천이 허락한 상황이라는 뜻이다.
수많은 사람들의 시선 한가운데 선 서준은 눈을 감은 채 남궁혁의 연설을 대충 흘려들었다.
‘신의라…. 신의를 어떻게 시험한다는 거지?
의문은 금세 해결되었다.
“이서준이 제왕검형을 익히는 것에 반대하는 자가 있다면 앞으로 나와 발언하라. 그에 이서준은 납득할 수 있는 설명을 내놓아 이곳에 모인 인원들의 과반수 이상 되는 동의를 받아내어야 할 것이다.”
약간 의외였다.
이 많은 사람들 앞에서 반대한답시고 앞에 나설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텐데.
자신에게 유리한 조건 아닌가?
서준이 눈썹을 치켜올리자 군중 사이에서 한 여인이 훌쩍 뛰어 앞에 나섰다.
“어라, 고모님? 언제 오셨어요?”
“음, 어젯밤에 왔지. 재밌는 일이 있다기에 와봤다!”
남궁연이 히죽 웃었다.
그런 그녀를 보며 남궁혁이 말했다.
“발언하라.”
“음. 세가의 장로이자 창천대주, 남궁연이외다.”
남궁연은 대뜸 소리높여 외쳤다.
“우리 복덩이가 글쎄 무슨 일들을 했는지 아나?”
섬전창뢰심공과 섬전십삼검뢰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또한 어떻게 들었는지 그녀는 기련문주와의 마찰 역시 이야기했다.
반대하는 의견이 있으면 나오랬더니 아주 그냥 조카사위 자랑을 하고 앉았다.
화룡점정으로 잔뜩 흥분한 남궁영보가 튀어나와 멋대로 발언했다.
“우리 도련님은 연단의 신이십니다…! 오행진을! 막! 역오행진으로! 어? 그게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닌데!”
남궁혁이 그런 남궁영보를 한심한 눈으로 쳐다봤다.
“…천약당주. 발언하고자 한다면 남궁연 장로의 차례가 끝나고 정식으로 나와서 하도록.”
“엇, 옙!”
슬슬 서준은 부끄러워지기 시작했다.
‘수치사를 노리는 전략인가?
일단 자리가 자리이니 만큼 가만히 듣고 있자니, 얼마 지나지 않아 남궁영보의 발언까지 끝났다.
대연무장에 모인 사람들이 웅성대기 시작했다.
그들 역시 서준이 행했던 일은 알고 있었으나, 보통 한두 가지 정도만 알고 있을 뿐 전부를 알지는 못했다.
“아니, 저 정도면 제왕검형에 다른 것까지 얹어드리고 세가에 붙잡아둬야 하는 것 아닌가? 한 십 년 정도만 세가에 계셔도 천하제일세가까지 금방이겠는데?”
“쉿. 일단 조용히 하게.”
“내가 틀린 말 했나?”
“그래도 이런 자리에서 경솔한 발언은 삼가는 게 좋네.”
웅성대는 사람들 사이에서 한 노인이 걸어나왔다.
“집법당주 남궁현철이오.”
세가 내의 규율을 담당하는 곳이 집법당이다.
집법당주는 당연히 요직이었으며, 발언에 상당한 무게를 가진다.
남궁현철이 입을 열자 웅성대던 사람들이 순식간에 조용해졌다.
“이 공자가 터무니없는 공을 세웠음을 부정하진 않소. 허나 제왕검형은 대대로 남궁세가의 가주와 소가주만이 익히는 것을 허락받은 무공일진대, 그대가 제왕검형을 익힌다는 것은 소가주의 자리를 놓고 경쟁하겠다는 의미로 들리오만, 틀리오?”
“틀리죠?”
“허면, 계승권에 대해서는 아무런…….”
느닷없이 남궁연이 끼어들었다.
“아니, 이 노인네야! 뭔 자꾸 계승권 얘기야? 시끄럽게 굴지 말고 들어와!”
“연이 너는 조용히 하거라. 이런 자리에서마저 그놈의 언행은 나아질 생각을 안 하는구나.”
“노인네야말로 자꾸 이상한 쪽으로 꼬아서 생각하는 것 좀 그만하라니까? 그러다 단명한다?”
“충분히 오래 살았다.”
“아이고 답답해! 됐으니까 나와!”
“…멱살은 놓거라. 부탁하마.”
무슨 명절날 모인 대가족 같은 분위기다.
육대세가쯤 되는 가문이 이래도 되나 싶지만, 어찌 보면 남궁세가이기에 가능한 일이기도 했다.
그들이 추구하는 것은 오로지 검.
무력대가 아닌 이상에야 군대처럼 엄격한 분위기는 보기 드물다.
모두 남궁진천이라는 존재가 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누군가에게 권위를 위임받은 것이 아닌, 홀로 오롯한 존재.
현대의 군대와는 본질부터가 다르다.
원스타니 쓰리스타니 하는 그들의 권위는 계급과 약간의 능력(계급의 영향력에 비하면 미미한)에서 나오지만, 남궁진천은 스스로의 능력만으로 그 누구도 거스를 수 없는 권위를 가진다.
개별행동을 해야 하는 무력대는 약간의 예외가 있을 수 있으나, 그를 제외하고서는 구태여 군기를 잡을 이유가 없는 것이다.
유사시에는 절대적인 위치에 있는 그의 손짓 아래 모든 것이 결정날 테니.
항명이니 하극상 따위를 걱정하며 자신들의 권위를 계속해서 주입해야 하는 작자들과는 격 자체가 다르다 할 수 있겠다.
‘플라톤 아재, 보고 있나?
철인이 바로 저곳에 있다.
물론 철학에 대해 자세히 모르는 만큼 플라톤 아재에게 충분한 공감은 해줄 수 없었다.
“…이쯤 하지. 신의는 구태여 더이상 증명할 필요가 없어 보이는군.”
남궁혁은 생각이 조금 달라보이긴 했다.
남궁세가의 일원들을 복잡한 표정으로 바라보더니 한숨을 푹푹 내쉰다.
과거의 남궁세가는 꽤나 규율이 잡혀있었던 모양인데, 오랜만에 돌아온 세가의 모습이 이렇게까지 달라져 있으면 여러 생각이 들 법도 했다.
아무튼 신의에 대한 증명은 그렇게 싱겁게 끝났다.
뭘 하려 해도 딱히 큰 불만이 있는 사람도 없는 듯하고, 무엇보다 서준을 지지하는 세력이 예상보다 훨씬 큰 탓이었다.
그것은 곧 서준이 이미 세가 내에서 신의를 증명했다는 말과 같다.
그러니 구태여 신의를 증명하겠답시고 이 난장판을 이어갈 이유가 없었다.
몇 마디 하지도 않은 서준은 머리만 긁적였다.
“둘째는 검술이다. 제왕검형을 제대로 익히려면 검술의 성취 역시 뛰어나야 하니, 이 또한 자격을 판단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사항일 터.”
그런가? 제왕검형에서 검술을 아예 빼도 나름 괜찮은 거 같은데.
“검술에 대한 시험은…. 그래, 뭔가.”
서준이 번쩍 손을 들자 어딘가 반쯤 체념한 듯한 남궁혁이 발언 기회를 넘겼다.
“검술 넘기고 바로 무공으로 가면 안 돼요?”
“…….”
남궁혁은 그냥 다 때려치우고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