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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14 21:31:5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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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틀이 지나 은위룡이 별장에 찾아왔다.
그는 서준을 앞에 두고 대뜸 포권하며 고개를 숙였다.
“저번에는 죄송했습니다.”
“오, 뭐야. 그새 뭔가 심경의 변화가 좀 있었나?”
그렇다기에는 표정이 여전히 죽상이다. 아직 심마는 여전한 것 같은데….
아니나 다를까 은위룡이 고개를 저었다.
“아뇨. 생각에는 딱히 변함이 없습니다. 목표에 닿는 건 원래부터 될 사람이 아니면 안 되겠죠.”
서준이 헛웃음을 흘렸다.
“그런데 왜?”
“그것과 별개로 무례는 무례니까요.”
은위룡은 그리 말하더니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태양이 꼭대기에 걸린 정오.
눈가를 찡그린 그가 물었다.
“…정말로 닿을 수 있으리라 생각하십니까?”
“안 해보면 모르는 일이지. 네가 될 놈인지 아닌지 어떻게 알아.”
“그건…, 그렇죠.”
한숨을 푹 내쉰 그가 고개를 두리번거렸다.
“남궁 소협은 어디 있습니까?”
“명이는 왜?”
“사과해야지 않겠습니까. 거의 초면인 사이에 그런 무례를 저질렀는데.”
“의외로 예의 바른 놈이었구만?”
“그런 셈 쳐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서준이 픽 웃으며 먼곳을 가리켰다.
“명이는 제수씨 만나러 갔어.”
“제수씨…?”
“그 왜, 황보혜지였나?”
“…이런.”
은위룡이 눈을 질끈 감더니 한숨을 푹 내쉬었다.
“왜. 제수씨랑 사이 안 좋아?”
“좋진 않지요. 서로 워낙 안 맞아서.”
“그래?”
“예.”
은위룡이 다시 한 번 포권했다.
“그러면 이만 가보겠습니다.”
“왜, 좀 더 있다 가지.”
“아뇨. 마음 먹은 김에 해야죠.”
“그러면 그래라.”
서준이 손을 흔들었다.
은위룡이 떠나고, 조금 떨어진 곳에서 놀던 춘봉이 다가왔다.
“왜? 뭐래?”
“그냥. 너는 친구들이랑 놀러 안 나가?”
“됐어. 그냥 보면 인사나 하는 거지.”
춘봉은 놀랍게도 그 연회에서 몇몇 친구들을 만들었다.
애초부터 친구가 없을 성격이 아니다. 그동안 환경이 그래서 친구가 없었던 거지.
“우리 춘부이, 오빠랑 놀아주겠다고 친구들이랑 안 노는 거 아니지?”
“알면 잘해.”
“뭣…!”
우리 효녀 춘봉이….
눈물이 앞을 가린다.
*
은위룡은 남궁세가의 별장을 떠나 곧바로 황보세가의 별장으로 향했다.
남궁명을 만나러 가는 것이었으나, 별장의 문을 두드릴 필요는 없었다. 가는 길에 남궁명과 황보혜지를 마주친 까닭이다.
“은위룡….”
황보혜지가 미간을 찌푸린다.
은위룡은 그녀를 무시한 채 남궁명에게 포권했다.
“지난번에는 실례했소. 연회를 망쳐 미안하외다.”
“아닙니다. 그보다….”
“황보 소저에게는 따로 말하리다. 그래서 말인데, 잠시 괜찮겠소?”
은위룡이 황보혜지를 눈짓했다. 그에 황보혜지가 눈살을 찌푸렸지만, 남궁명은 흔쾌히 고개를 끄덕였다.
“저는 여기서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남궁 소협…. 괜찮으시겠어요?”
“물론입니다. 주변을 둘러보고 있을 테니 천천히 얘기 나누고 오시지요.”
“고마워요….”
황보혜지가 발갛게 물든 얼굴로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는 은위룡을 노려보았다.
“그래서 뭔가요?”
은위룡은 뭐라 말하는 대신 턱짓했다.
황보혜지는 인상을 찌푸리면서도 얌전히 그를 따라 인적이 드문 곳으로 향했다.
골목에 들어선 은위룡이 문득 말을 꺼냈다.
“저번에는 말이 과했소.”
“알긴 아시네요.”
“허나 내 생각에는 변함이 없소.”
“계속 그렇게 허송세월이나 보내시겠다는 건가요?”
“그거야 나도 모르지. 점창에 적을 둔 이상 무공을 아예 포기하는 건 어렵겠지만….”
황보혜지가 코웃음 쳤다.
“배부른 소리네요.”
“그럴지도 모르지.”
“…뭔가요? 겨우 며칠 사이에 깨달음이라도 얻은 것처럼. 재수없게.”
“깨닫기는. 여전히 막막하기만 하오.”
“그래 보여요.”
질끈 눈을 감은 은위룡이 한숨을 내쉬었다.
“주제 넘지만 조언 하나 하겠소.”
황보혜지가 턱짓했다. 어디 해보라는 듯.
“소저의 뜻을 모친에게서 찾지 마시오.”
“…정말 주제넘는 말이네요.”
“그러게 말하지 않았소.”
한숨을 내쉰 황보혜지가 말했다.
“소협은 본인이 불행하다고 생각하시나요?”
“그렇지는 않소.”
“그거 다행이네요. 십육명문의 후기지수가 그런 소리를 했다면 그야말로 배부른 소리일 텐데.”
“그건 아니오.”
은위룡이 말을 이었다.
“행복을 남과 비교하며 찾지 않듯, 불행 역시 남과 비교할 필요가 없소. 내가 힘들다면 힘든 게 맞는 게지. 내 마음이 그렇다 하는데 그것을 부정하는 것도 웃기지 않겠소?”
그 역시 도(道)요.
은위룡은 마지막 말을 삼켰다.
스스로 도를 입에 담는 것은 멍청한 짓인 것 같아서. 괜히 스승의 입버릇을 따라하는 것에 지나지 않았다.
“…무슨 도사라도 된 것처럼.”
“미안하지만 도사가 맞소. 점창의.”
“시끄러워요.”
황보혜지가 은위룡을 노려보았다.
“그래서, 할 말은 그게 전부인가요?”
“그렇소. 그냥 내 할 말 하고 편해지고 싶었던 것뿐이오.”
“세상에.”
황보혜지가 탄식했지만, 은위룡은 조금 속이 트이는 기분이었다.
딱히 달라진 건 없지만 최소한 더 나빠지는 것은 막지 않았나.
홀로 고민에 빠져 주변 사람들에게 화를 풀어내는 것은 멍청한 짓에 지나지 않는다.
단지 자신은 그 멍청함을 스스로 깨달을 만큼의 현명함 정도는 있었던 것이겠지.
그 현명함이 조금만 더 자신을 이끌어주지는 않을까 기대했으나, 안타깝게도 여기까지인 듯싶다.
‘결국 달라진 것은 없군.
여전히 고민은 고민인 채였다.
*
서준은 나흘 간의 빈 시간을 나름 알차게 보냈다.
화산의 운백과 만나 술도 한 잔 하고, 저번에 못다 한 하남 구경도 마저 하고.
그렇게 어느새 연휴의 마지막 날.
서준은 앞에 남궁수아를 앉힌 채 초절정 단기 달성에 대한 노하우를 전수했다.
“우선 밑준비는 대부분 끝났어. 심상의 지향점을 찾았으니 이제 구체화만 하면 돼. 그걸 기에 담아서 별을 띄우면 그게 곧 강기야.”
물론 그 전에 생사현관을 타통해 임독맥을 하나로 이어야 하지만, 그 부분은 생사타통공으로 비교적 쉽게 넘길 수 있다.
그러니 지금 집중해야 하는 부분은 임독맥을 뚫기 전 기반을 단단히 다지는 것.
“일단 생사타통공을 바로 쓰기는 어려워. 지금의 경지를 안정화해야 되니까.”
“용봉지회가 끝나기 전에는 어렵겠지?”
“아무래도 그렇지. 빨리 되면 결승쯤에 될 수도 있고.”
“아하.”
남궁수아가 기다란 검을 품에 안은 채 배시시 웃었다.
그토록 열심히 수련한 성과를 거둔 것이다.
하늘의 별처럼 많은 수의 무인들이 꿈에만 그리는 초절정이라는 경지. 남궁수아는 그것을 목전에 두었다.
자연히 춘봉은 초조해졌다.
그녀는 서준의 소매를 당겨 반강제로 납치한 뒤 속삭였다.
“호, 혹시 지금 언니랑 나랑 누가 더 세?”
“글쎄…?”
경지로 따지자면 남궁수아가 조금 더 앞선다.
춘봉 역시 심상의 지향점을 찾기는 했으나, 조금 어설픈 느낌이 드는 까닭이다.
애시당초 경지라는 것이 기를 다루는 수준을 뭉뚱그려 표현한 것이다 보니 그 기준이 상당히 애매하다. 사람이나 익힌 무공에 따라 다르기도 하니 말 다한 셈이지.
그 예로 일류라는 경지를 대표하는 기예가 검기라고는 하나, 무공에 따라 아예 검기를 다루지 않는 경우도 그리 드물지 않았다.
심지어 무력의 경우에는 구분하기 더욱 애매하다.
상성이라는 것도 있을 것이고, 그날의 몸상태에 따라 달라지기도 하니….
“지금 당장은 박빙인 것 같은데?”
“박빙? 너 내가 서양말 쓰지 말랬지!”
“…박빙은 서양말 아닌데 춘봉춘봉아.”
“…뭣.”
서준은 지식 상태가 순수한 춘봉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우리 춘봉이가 원래 이런 아이가 아니었는데…. 요즘 머리를 너무 안 썼나?
아무튼 순수하면 좋은 거겠지. 춘봉이가 행복하다면 됐다.
“너…! 사람을 그런 눈으로 보지 맛…!”
조금 맞았다.
*
용봉지회의 16강이 시작되었다.
서준은 십육명문의 장로들이 있는 곳이 아닌, 후기지수들이 대기하는 장소에 슬쩍 끼어들었다.
그래도 되는 것인가 하는 질문에는 당당히 답할 수 있었다.
‘누가 뭐라 할 건데.
이 정도 권력 남용은 괜찮다. 뭐 이상한 짓을 하는 것도 아니고.
“그래그래, 다들 편하게 앉아서 보도록.”
서준은 눈치를 살피는 주변 후기지수들에게 손짓하며 의자에 편하게 기댔다.
그런 그를 보며 춘봉이 괴상한 표정을 지었다.
“아니, 좀! 사람들 쉬지도 못하게 뭐해!”
“저기 재미없단 말이야. 다 노인네밖에 없어.”
“언제는 노인네들이랑 있는 게 차라리 마음 편하다면서!”
“여기는 우리 춘부이 있잖아.”
“으윽…! 뒷골이…!”
서준도 알았다. 이게 회식 자리에 사장이 끼어드는 꼴과 다를 바가 없다는 것 정도는.
하지만 사장도 사람이다.
심심하면 자리 정도는 옮겨도 되는 것 아닌가?
다들 나이대도 비슷한데.
어차피 불편한 건 모든 후기지수들이 똑같으니 쉬지 못해서 불리해지는 일도 없을 것 아닌가.
“자네 여기서 뭐 하나?”
물론 방장은 생각이 조금 달랐던 모양이다.
대기실에서 끌려나온 서준은 원래 자리로 돌아와 뚱하니 턱을 괴었다.
“융통성 없기는. 소림쯤 되면 자비로운 불자의 마음으로 못 본 척 해주고 그래야 되는 거 아닌가?”
무당의 허도진인이 허허 웃었다.
“소림은 자비롭지만 엄격하기도 하지.”
“떼잉….”
서준은 혀를 차며 곧 치러질 대련을 기다렸다.
자신이 아무런 이유도 없이 대뜸 대기실에 처들어간 게 아닌데.
그도 그럴 것이 16강의 서두를 장식할 대련이….
- 남궁세가의 남궁명!
우리 아우와 수아 누나의 대련이기 때문이다.
- 남궁세가의 남궁수아!
대진표 짠 새끼 누구지 진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