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dd 3 AI agents (writing, revision, story-continuity specialists) - Add 4 slash commands (rovel.create, write, complete, seed) - Add novel creation/writing rules - Add Novelpia reference data (115 works, 3328 chapters) - Add CLAUDE.md and README.md 🤖 Generated with [Claude Code](https://claude.com/claude-code) Co-Authored-By: Claude Opus 4.5 <noreply@anthropic.com>
353 lines
11 KiB
Markdown
353 lines
11 KiB
Markdown
|
||
이틀이 지나 은위룡이 별장에 찾아왔다.
|
||
|
||
그는 서준을 앞에 두고 대뜸 포권하며 고개를 숙였다.
|
||
|
||
“저번에는 죄송했습니다.”
|
||
|
||
“오, 뭐야. 그새 뭔가 심경의 변화가 좀 있었나?”
|
||
|
||
그렇다기에는 표정이 여전히 죽상이다. 아직 심마는 여전한 것 같은데….
|
||
|
||
아니나 다를까 은위룡이 고개를 저었다.
|
||
|
||
“아뇨. 생각에는 딱히 변함이 없습니다. 목표에 닿는 건 원래부터 될 사람이 아니면 안 되겠죠.”
|
||
|
||
서준이 헛웃음을 흘렸다.
|
||
|
||
“그런데 왜?”
|
||
|
||
“그것과 별개로 무례는 무례니까요.”
|
||
|
||
은위룡은 그리 말하더니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
||
|
||
태양이 꼭대기에 걸린 정오.
|
||
|
||
눈가를 찡그린 그가 물었다.
|
||
|
||
“…정말로 닿을 수 있으리라 생각하십니까?”
|
||
|
||
“안 해보면 모르는 일이지. 네가 될 놈인지 아닌지 어떻게 알아.”
|
||
|
||
“그건…, 그렇죠.”
|
||
|
||
한숨을 푹 내쉰 그가 고개를 두리번거렸다.
|
||
|
||
“남궁 소협은 어디 있습니까?”
|
||
|
||
“명이는 왜?”
|
||
|
||
“사과해야지 않겠습니까. 거의 초면인 사이에 그런 무례를 저질렀는데.”
|
||
|
||
“의외로 예의 바른 놈이었구만?”
|
||
|
||
“그런 셈 쳐주시면 고맙겠습니다.”
|
||
|
||
서준이 픽 웃으며 먼곳을 가리켰다.
|
||
|
||
“명이는 제수씨 만나러 갔어.”
|
||
|
||
“제수씨…?”
|
||
|
||
“그 왜, 황보혜지였나?”
|
||
|
||
“…이런.”
|
||
|
||
은위룡이 눈을 질끈 감더니 한숨을 푹 내쉬었다.
|
||
|
||
“왜. 제수씨랑 사이 안 좋아?”
|
||
|
||
“좋진 않지요. 서로 워낙 안 맞아서.”
|
||
|
||
“그래?”
|
||
|
||
“예.”
|
||
|
||
은위룡이 다시 한 번 포권했다.
|
||
|
||
“그러면 이만 가보겠습니다.”
|
||
|
||
“왜, 좀 더 있다 가지.”
|
||
|
||
“아뇨. 마음 먹은 김에 해야죠.”
|
||
|
||
“그러면 그래라.”
|
||
|
||
서준이 손을 흔들었다.
|
||
|
||
은위룡이 떠나고, 조금 떨어진 곳에서 놀던 춘봉이 다가왔다.
|
||
|
||
“왜? 뭐래?”
|
||
|
||
“그냥. 너는 친구들이랑 놀러 안 나가?”
|
||
|
||
“됐어. 그냥 보면 인사나 하는 거지.”
|
||
|
||
춘봉은 놀랍게도 그 연회에서 몇몇 친구들을 만들었다.
|
||
|
||
애초부터 친구가 없을 성격이 아니다. 그동안 환경이 그래서 친구가 없었던 거지.
|
||
|
||
“우리 춘부이, 오빠랑 놀아주겠다고 친구들이랑 안 노는 거 아니지?”
|
||
|
||
“알면 잘해.”
|
||
|
||
“뭣…!”
|
||
|
||
우리 효녀 춘봉이….
|
||
|
||
눈물이 앞을 가린다.
|
||
|
||
*
|
||
|
||
은위룡은 남궁세가의 별장을 떠나 곧바로 황보세가의 별장으로 향했다.
|
||
|
||
남궁명을 만나러 가는 것이었으나, 별장의 문을 두드릴 필요는 없었다. 가는 길에 남궁명과 황보혜지를 마주친 까닭이다.
|
||
|
||
“은위룡….”
|
||
|
||
황보혜지가 미간을 찌푸린다.
|
||
|
||
은위룡은 그녀를 무시한 채 남궁명에게 포권했다.
|
||
|
||
“지난번에는 실례했소. 연회를 망쳐 미안하외다.”
|
||
|
||
“아닙니다. 그보다….”
|
||
|
||
“황보 소저에게는 따로 말하리다. 그래서 말인데, 잠시 괜찮겠소?”
|
||
|
||
은위룡이 황보혜지를 눈짓했다. 그에 황보혜지가 눈살을 찌푸렸지만, 남궁명은 흔쾌히 고개를 끄덕였다.
|
||
|
||
“저는 여기서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
||
|
||
“남궁 소협…. 괜찮으시겠어요?”
|
||
|
||
“물론입니다. 주변을 둘러보고 있을 테니 천천히 얘기 나누고 오시지요.”
|
||
|
||
“고마워요….”
|
||
|
||
황보혜지가 발갛게 물든 얼굴로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는 은위룡을 노려보았다.
|
||
|
||
“그래서 뭔가요?”
|
||
|
||
은위룡은 뭐라 말하는 대신 턱짓했다.
|
||
|
||
황보혜지는 인상을 찌푸리면서도 얌전히 그를 따라 인적이 드문 곳으로 향했다.
|
||
|
||
골목에 들어선 은위룡이 문득 말을 꺼냈다.
|
||
|
||
“저번에는 말이 과했소.”
|
||
|
||
“알긴 아시네요.”
|
||
|
||
“허나 내 생각에는 변함이 없소.”
|
||
|
||
“계속 그렇게 허송세월이나 보내시겠다는 건가요?”
|
||
|
||
“그거야 나도 모르지. 점창에 적을 둔 이상 무공을 아예 포기하는 건 어렵겠지만….”
|
||
|
||
황보혜지가 코웃음 쳤다.
|
||
|
||
“배부른 소리네요.”
|
||
|
||
“그럴지도 모르지.”
|
||
|
||
“…뭔가요? 겨우 며칠 사이에 깨달음이라도 얻은 것처럼. 재수없게.”
|
||
|
||
“깨닫기는. 여전히 막막하기만 하오.”
|
||
|
||
“그래 보여요.”
|
||
|
||
질끈 눈을 감은 은위룡이 한숨을 내쉬었다.
|
||
|
||
“주제 넘지만 조언 하나 하겠소.”
|
||
|
||
황보혜지가 턱짓했다. 어디 해보라는 듯.
|
||
|
||
“소저의 뜻을 모친에게서 찾지 마시오.”
|
||
|
||
“…정말 주제넘는 말이네요.”
|
||
|
||
“그러게 말하지 않았소.”
|
||
|
||
한숨을 내쉰 황보혜지가 말했다.
|
||
|
||
“소협은 본인이 불행하다고 생각하시나요?”
|
||
|
||
“그렇지는 않소.”
|
||
|
||
“그거 다행이네요. 십육명문의 후기지수가 그런 소리를 했다면 그야말로 배부른 소리일 텐데.”
|
||
|
||
“그건 아니오.”
|
||
|
||
은위룡이 말을 이었다.
|
||
|
||
“행복을 남과 비교하며 찾지 않듯, 불행 역시 남과 비교할 필요가 없소. 내가 힘들다면 힘든 게 맞는 게지. 내 마음이 그렇다 하는데 그것을 부정하는 것도 웃기지 않겠소?”
|
||
|
||
그 역시 도(道)요.
|
||
|
||
은위룡은 마지막 말을 삼켰다.
|
||
|
||
스스로 도를 입에 담는 것은 멍청한 짓인 것 같아서. 괜히 스승의 입버릇을 따라하는 것에 지나지 않았다.
|
||
|
||
“…무슨 도사라도 된 것처럼.”
|
||
|
||
“미안하지만 도사가 맞소. 점창의.”
|
||
|
||
“시끄러워요.”
|
||
|
||
황보혜지가 은위룡을 노려보았다.
|
||
|
||
“그래서, 할 말은 그게 전부인가요?”
|
||
|
||
“그렇소. 그냥 내 할 말 하고 편해지고 싶었던 것뿐이오.”
|
||
|
||
“세상에.”
|
||
|
||
황보혜지가 탄식했지만, 은위룡은 조금 속이 트이는 기분이었다.
|
||
|
||
딱히 달라진 건 없지만 최소한 더 나빠지는 것은 막지 않았나.
|
||
|
||
홀로 고민에 빠져 주변 사람들에게 화를 풀어내는 것은 멍청한 짓에 지나지 않는다.
|
||
|
||
단지 자신은 그 멍청함을 스스로 깨달을 만큼의 현명함 정도는 있었던 것이겠지.
|
||
|
||
그 현명함이 조금만 더 자신을 이끌어주지는 않을까 기대했으나, 안타깝게도 여기까지인 듯싶다.
|
||
|
||
‘결국 달라진 것은 없군.’
|
||
|
||
여전히 고민은 고민인 채였다.
|
||
|
||
*
|
||
|
||
서준은 나흘 간의 빈 시간을 나름 알차게 보냈다.
|
||
|
||
화산의 운백과 만나 술도 한 잔 하고, 저번에 못다 한 하남 구경도 마저 하고.
|
||
|
||
그렇게 어느새 연휴의 마지막 날.
|
||
|
||
서준은 앞에 남궁수아를 앉힌 채 초절정 단기 달성에 대한 노하우를 전수했다.
|
||
|
||
“우선 밑준비는 대부분 끝났어. 심상의 지향점을 찾았으니 이제 구체화만 하면 돼. 그걸 기에 담아서 별을 띄우면 그게 곧 강기야.”
|
||
|
||
물론 그 전에 생사현관을 타통해 임독맥을 하나로 이어야 하지만, 그 부분은 생사타통공으로 비교적 쉽게 넘길 수 있다.
|
||
|
||
그러니 지금 집중해야 하는 부분은 임독맥을 뚫기 전 기반을 단단히 다지는 것.
|
||
|
||
“일단 생사타통공을 바로 쓰기는 어려워. 지금의 경지를 안정화해야 되니까.”
|
||
|
||
“용봉지회가 끝나기 전에는 어렵겠지?”
|
||
|
||
“아무래도 그렇지. 빨리 되면 결승쯤에 될 수도 있고.”
|
||
|
||
“아하.”
|
||
|
||
남궁수아가 기다란 검을 품에 안은 채 배시시 웃었다.
|
||
|
||
그토록 열심히 수련한 성과를 거둔 것이다.
|
||
|
||
하늘의 별처럼 많은 수의 무인들이 꿈에만 그리는 초절정이라는 경지. 남궁수아는 그것을 목전에 두었다.
|
||
|
||
자연히 춘봉은 초조해졌다.
|
||
|
||
그녀는 서준의 소매를 당겨 반강제로 납치한 뒤 속삭였다.
|
||
|
||
“호, 혹시 지금 언니랑 나랑 누가 더 세?”
|
||
|
||
“글쎄…?”
|
||
|
||
경지로 따지자면 남궁수아가 조금 더 앞선다.
|
||
|
||
춘봉 역시 심상의 지향점을 찾기는 했으나, 조금 어설픈 느낌이 드는 까닭이다.
|
||
|
||
애시당초 경지라는 것이 기를 다루는 수준을 뭉뚱그려 표현한 것이다 보니 그 기준이 상당히 애매하다. 사람이나 익힌 무공에 따라 다르기도 하니 말 다한 셈이지.
|
||
|
||
그 예로 일류라는 경지를 대표하는 기예가 검기라고는 하나, 무공에 따라 아예 검기를 다루지 않는 경우도 그리 드물지 않았다.
|
||
|
||
심지어 무력의 경우에는 구분하기 더욱 애매하다.
|
||
|
||
상성이라는 것도 있을 것이고, 그날의 몸상태에 따라 달라지기도 하니….
|
||
|
||
“지금 당장은 박빙인 것 같은데?”
|
||
|
||
“박빙? 너 내가 서양말 쓰지 말랬지!”
|
||
|
||
“…박빙은 서양말 아닌데 춘봉춘봉아.”
|
||
|
||
“…뭣.”
|
||
|
||
서준은 지식 상태가 순수한 춘봉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
||
|
||
우리 춘봉이가 원래 이런 아이가 아니었는데…. 요즘 머리를 너무 안 썼나?
|
||
|
||
아무튼 순수하면 좋은 거겠지. 춘봉이가 행복하다면 됐다.
|
||
|
||
“너…! 사람을 그런 눈으로 보지 맛…!”
|
||
|
||
조금 맞았다.
|
||
|
||
*
|
||
|
||
용봉지회의 16강이 시작되었다.
|
||
|
||
서준은 십육명문의 장로들이 있는 곳이 아닌, 후기지수들이 대기하는 장소에 슬쩍 끼어들었다.
|
||
|
||
그래도 되는 것인가 하는 질문에는 당당히 답할 수 있었다.
|
||
|
||
‘누가 뭐라 할 건데.’
|
||
|
||
이 정도 권력 남용은 괜찮다. 뭐 이상한 짓을 하는 것도 아니고.
|
||
|
||
“그래그래, 다들 편하게 앉아서 보도록.”
|
||
|
||
서준은 눈치를 살피는 주변 후기지수들에게 손짓하며 의자에 편하게 기댔다.
|
||
|
||
그런 그를 보며 춘봉이 괴상한 표정을 지었다.
|
||
|
||
“아니, 좀! 사람들 쉬지도 못하게 뭐해!”
|
||
|
||
“저기 재미없단 말이야. 다 노인네밖에 없어.”
|
||
|
||
“언제는 노인네들이랑 있는 게 차라리 마음 편하다면서!”
|
||
|
||
“여기는 우리 춘부이 있잖아.”
|
||
|
||
“으윽…! 뒷골이…!”
|
||
|
||
서준도 알았다. 이게 회식 자리에 사장이 끼어드는 꼴과 다를 바가 없다는 것 정도는.
|
||
|
||
하지만 사장도 사람이다.
|
||
|
||
심심하면 자리 정도는 옮겨도 되는 것 아닌가?
|
||
|
||
다들 나이대도 비슷한데.
|
||
|
||
어차피 불편한 건 모든 후기지수들이 똑같으니 쉬지 못해서 불리해지는 일도 없을 것 아닌가.
|
||
|
||
“자네 여기서 뭐 하나?”
|
||
|
||
물론 방장은 생각이 조금 달랐던 모양이다.
|
||
|
||
대기실에서 끌려나온 서준은 원래 자리로 돌아와 뚱하니 턱을 괴었다.
|
||
|
||
“융통성 없기는. 소림쯤 되면 자비로운 불자의 마음으로 못 본 척 해주고 그래야 되는 거 아닌가?”
|
||
|
||
무당의 허도진인이 허허 웃었다.
|
||
|
||
“소림은 자비롭지만 엄격하기도 하지.”
|
||
|
||
“떼잉….”
|
||
|
||
서준은 혀를 차며 곧 치러질 대련을 기다렸다.
|
||
|
||
자신이 아무런 이유도 없이 대뜸 대기실에 처들어간 게 아닌데.
|
||
|
||
그도 그럴 것이 16강의 서두를 장식할 대련이….
|
||
|
||
- 남궁세가의 남궁명!
|
||
|
||
우리 아우와 수아 누나의 대련이기 때문이다.
|
||
|
||
- 남궁세가의 남궁수아!
|
||
|
||
대진표 짠 새끼 누구지 진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