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빙궁의 무인이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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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도 안 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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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이 벌어지고 무인들이 몰려들기까지의 찰나에 현장을 빠져나가는 건 불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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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지어 건물 내부에서 대장군의 시신이 발견된 상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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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짧은 순간에 대장군을 죽이고 빠져나갔다는 건 어불성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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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껏 당황해 주변을 수색하던 무인들은 곧 결론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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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 흉수는 이 안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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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신한 무인들은 곧장 사람들을 한곳에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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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의심되는 것은 이곳에 모여든 외부의 무인들이 아닌 황실 사람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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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빙궁의 무인은 건물을 부수기 전에 사람들 틈에 섞여 빠져나왔을 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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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에서 혹여 모르는 얼굴이 있다면 즉시 손을 들어 알리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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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실 사람들을 포위한 무인들이 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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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실의 일원들은 당황한 채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모르는 얼굴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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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이 사람은 한 번도 본 적이 없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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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번쩍 손을 들었지만 곧장 반박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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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멍청한 놈! 황실에서 10년을 근무한 사람 얼굴을 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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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속이 달라서 그랬나 보오…. 미안하게 됐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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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지나도 흉수는 발견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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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무인들은 최후의 수단을 사용할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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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된 이상 어쩔 수 없소. 손목을 내어주시오. 기운을 살펴봐야겠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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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말도 안 되는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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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양일이 와락 표정을 구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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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실 사람들의 내공을 검사하겠다? 그건 너무 무례한 짓이 아닙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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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나 어쩔 수 없는 일 아닌가. 이 안에 빙궁의 고수가 숨어있네. 무려 천양대장군을 암살한 고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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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양대장군 주철약이 서준에게 압도적으로 패배했다지만, 그의 실력을 의심하는 이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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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절정조차 되지 못한 이에게는 당연한 일이었고, 초절정 씩이나 돼서 무인의 실력을 알아보지 못하는 건 그냥 모자란 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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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혹 진심으로 비웃는 이들 역시 있었지만, 놀랍게도 그들 중 대부분은 모자란 놈이 맞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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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주철약이 사람들 사이에서 비교적 저평가되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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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나 아무리 그렇다 해도 주철약은 초절정의 고수. 그런 고수를 짧은 시간만에 암살할 수 있는 자가 평범한 무인일 리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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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하는 것은 어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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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장이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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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자가 이들의 내공을 검사하도록 하게. 그리고 황자는 저기 있는 동창의 요원이 검사하면 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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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절정 무인 중 하나가 반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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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나 방장, 흉수가 둘 이상일 경우에는 의미가 없는 방법 아니오. 황자와 환관 모두 흉수가 역용한 이들일지도 모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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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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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창의 요원이 발작했지만, 무인들은 그 말에 수긍하는 기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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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실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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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황실을 의심하는 것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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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실을 의심하는 것이 아니오. 그대가 정말로 황실의 일원이 맞는지를 의심하는 것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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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실은 결코 그런 헛소리에 승복할 생각이 없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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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창의 요원이 새된 목소리로 항의했다. 그때 가만히 듣고 있던 황자가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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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 제 내공을 검사하시지요. 그리고 제가 나머지 황실의 일원들을 검사토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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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 황자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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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만하시오, 제독. 이 상황에서는 별수 없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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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황자는 허리를 꼿꼿이 세운 채 방장을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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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나 훗날 이 무례에 대해 반드시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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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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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장은 대수롭지 않게 넘기고 황자가 내민 손목을 붙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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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운을 살피는 데에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황자의 손목을 놓아준 방장이 고개를 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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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 황자 본인이 맞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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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공을 속이는 방법은 없다. 빙백신공을 다루려면 필히 내공에 사기(邪氣)를 담아야 하는 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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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을 감추려면 아예 모든 내공을 숨겨야 하는데, 이곳에 있는 이들 중 내공을 연마하지 않은 자는 하인들 외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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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하인들의 검사야 방장이 하더라도 누구 하나 뭐라 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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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황자와 방장이 모든 이들의 검사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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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끝내 흉수는 발견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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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어디로 간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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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민하던 서준이 입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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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예 이렇게 된 거 여기 있는 사람들 싹 한 번 훑을까요? 이 중에 숨어있을 수도 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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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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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들 영 껄끄러운 기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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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럴 때는 가장 먼저 나서줄 사람이 하나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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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준이 당당하게 나서 방장에게 손목을 내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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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방장스님이 뭐 이상한 짓이라도 하겠어요? 여기서 기혈이라도 뒤틀었다가는 소림이 박살날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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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건 몰라도 그랬다가는 우리 장인어른이 달려올 거라는 건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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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혈 한 번 뒤틀어서 뭘 얻겠다고. 솔직히 그게 장인어른이 소림사 한복판에 제왕검형을 후려갈길 위험까지 감수할 일은 아니잖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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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모습을 지켜보던 황보준의 두 눈이 잘게 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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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놈 분명 마기를 다루지 않았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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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왜 저렇게 당당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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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마…. 이미 방장과 무언가 말을 맞춰둔 것이 있는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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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보준의 머릿속이 복잡해졌지만, 서준은 아무렇지도 않게 방장에게 손목을 내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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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기운을 훑은 방장이 작게 감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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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어…! 이렇게 정순한 기운이라니. 심성이 곧지 않고서야 이런 기운을 품는 것은 불가능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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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보준은 탄식하고야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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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 언제부터 소림의 방장이 저리 거짓에 능했단 말인가! 말세로다! 무림도 갈 데까지 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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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보준의 한탄과는 별개로 하나 둘 동조하기 시작한 무인들은 방장에게 손목을 맡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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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까지 내키지 않는 기색의 무인들도 많았지만, 이 자리에서 버텼다가는 자칫 사흑련의 첩자로 몰릴 가능성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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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모든 인원이 검사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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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장마저도 무당의 허도진인이 기운을 검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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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나 그럼에도 빙궁의 무인은 발견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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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쯤 돼서야 무인들은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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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래도 이미 자리를 벗어난 모양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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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끄응…. 도대체 무슨 수를 쓴 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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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영술에 터무니없이 능한 놈인 모양이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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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회를 이렇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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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인들은 아쉬워했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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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이만 돌아들 가십시다. 튼 것 같구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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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의 안건이 또 하나 늘었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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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흑련에게 정파 전체가 농락당한 셈 아니오. 이 일은 그냥 넘어가서는 아니되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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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드시 빙궁에 책임을 물어야 하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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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천양대장군 살인 사건은 미제인 채로 막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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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이 흐지부지 종결되자 서준은 기녀들을 데리고 남궁세가의 별장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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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기 전에 몇몇 무인들에게 붙잡혀 인사 세례를 받은 터라 조금 피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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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근데 우리 집 사람들은 아무도 안 왔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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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궁세가 별장에 초절정만 네 명인데 온 사람이 자신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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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덜대며 걷고 있자니 기녀들 중 하나가 대표로 나서 서준에게 꾸벅 허리를 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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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대협…. 정말 큰일나는 줄 알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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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야 뭐 다른 사람들한테 짬처리 시키는 게 다니까요. 감사 인사는 나중에 짬 맞을 사람들한테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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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자리에서 한낱 기녀들을 챙겨주시는 분이 얼마나 계시겠어요. 정말 큰 은혜를 입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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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업병인 듯 살살 눈웃음치는 기녀는 잘게 몸을 떨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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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다 살아났다는 생각 때문인지, 아니면 옷을 제대로 챙겨입질 못해서 그냥 추운 건지는 잘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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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차피 돈도 남아 넘치겠다, 대충 근처 포목점에서 겉옷을 사다 입히니 기녀들이 또 허리를 꾸벅꾸벅 숙여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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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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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백서준 그놈 때문에 고초를 겪은 사람들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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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서준에 대해 잘 알지는 못하지만, 서준은 참된 인성의 소유자로서 양심의 가책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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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안휘 기루에서 일하는 거랑 남궁세가 하인으로 일하는 것 중에 뭐가 더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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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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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낱 기녀였던 내가 남궁세가의 하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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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격적인 신분 상승에 기뻐하는 기녀들에게 감사 세례를 받은 서준은 의기양양하게 남궁세가의 별장으로 복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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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시각이 대략 해가 살짝 고개를 내밀 즈음의 새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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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장 안에 들어서니 장극이 그를 발견하고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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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군, 뒤에 여자들은 또 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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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기녀, 현 하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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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또 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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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극이 머리를 긁적인다. 서준은 그런 그를 보며 쯧쯧 혀를 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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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근데 간밤에 그 난리가 났는데 와볼 생각도 안 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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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리라니, 무슨 난리 말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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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걸 못 봤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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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에 불난 것 말하는 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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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에 불이 났다. 틀린 말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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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준이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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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그래, 그거요. 그걸 보고 그냥 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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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거 주군이 한 거 아니었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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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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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지. 어떻게 알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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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겁한 서준이 장극을 빤히 쳐다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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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극이 픽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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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또 주군이 사고친 줄 알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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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하…. 아닌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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깜짝 놀랐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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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준이 고개를 젓자 장극이 느닷없이 주변을 두리번거리더니, 슬쩍 다가와 서준의 귀에 속삭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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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나는 가보려고 했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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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사고친 줄 알았다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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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갑자기 하늘이 밝아지니까 일단 나가보려고는 했지. 근데 권왕 그 양반이 그러더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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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감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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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차피 이서준 그놈이 사고친 걸 테니까 그냥 잠이나 자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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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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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노인의 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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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현명함에 서준은 감탄을 금치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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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지. 생각해보니까 내가 사고친 건 아니잖아. 정확히는 백서준이 친 사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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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휴, 그 영감 그거 의심병 좀 고쳐야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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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말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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쑥덕쑥덕 뒷담을 나누고 있으니 아주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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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얘기를 길게 이어갈 수는 없었다. 일단 데려온 여인들을 누구한테 맡기든가 해야 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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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도 뒤에서 어쩔 줄 모르고 우물쭈물대고 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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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은 일단 여기 하녀분들한테 보내드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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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아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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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춘봉이 쩌억 하품을 하며 어슬렁어슬렁 걸어나왔다. 남궁수아도 함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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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봉이 이 시간에 일어날 수 있을 리가 없으니 분명 남궁수아가 깨운 것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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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야. 우리 춘부이, 웬일로 이 시간에 일어났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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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수련…. 용봉지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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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도 제대로 못 뜨고 비틀비틀 다가온 춘봉은 이내 서준의 뒤편에 서있는 여인들을 보고 퍼뜩 고개를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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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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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쩍 뜨인 춘봉의 눈이 빠르게 여인들을 훑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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겉옷, 그 안에는 얇고 야시시한 옷차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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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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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르게 판단한 춘봉의 눈꼬리가 비죽 솟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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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너 이 사람들은…. 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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킁킁, 춘봉의 코가 옴찔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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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여인들에게서 무언가 비릿한 냄새가 난다. 이게 무슨 냄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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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설지만, 맡아본 적은 있다. 아마 뒷골목 살던 시절이었던 것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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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그래. 홍등가 근처에서 몇 번 맡아본 냄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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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보통…, 정사를 치른 남녀에게서 나는 냄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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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씨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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