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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14 21:31:5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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빙궁의 무인이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말도 안 되는 일이다.

사건이 벌어지고 무인들이 몰려들기까지의 찰나에 현장을 빠져나가는 건 불가능하다.

심지어 건물 내부에서 대장군의 시신이 발견된 상황.

그 짧은 순간에 대장군을 죽이고 빠져나갔다는 건 어불성설이다.

한껏 당황해 주변을 수색하던 무인들은 곧 결론을 내렸다.

‘분명 흉수는 이 안에 있다!

확신한 무인들은 곧장 사람들을 한곳에 모았다.

가장 의심되는 것은 이곳에 모여든 외부의 무인들이 아닌 황실 사람들이다.

아마 빙궁의 무인은 건물을 부수기 전에 사람들 틈에 섞여 빠져나왔을 터.

“이곳에서 혹여 모르는 얼굴이 있다면 즉시 손을 들어 알리시오!”

황실 사람들을 포위한 무인들이 외쳤다.

황실의 일원들은 당황한 채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모르는 얼굴이라니.

“이, 이 사람은 한 번도 본 적이 없소!”

누군가 번쩍 손을 들었지만 곧장 반박당했다.

“이 멍청한 놈! 황실에서 10년을 근무한 사람 얼굴을 몰라?”

“소속이 달라서 그랬나 보오…. 미안하게 됐소.”

시간이 지나도 흉수는 발견되지 않았다.

결국 무인들은 최후의 수단을 사용할 수밖에 없었다.

“이렇게 된 이상 어쩔 수 없소. 손목을 내어주시오. 기운을 살펴봐야겠소.”

“그건 말도 안 되는 일입니다!”

주양일이 와락 표정을 구겼다.

“황실 사람들의 내공을 검사하겠다? 그건 너무 무례한 짓이 아닙니까.”

“허나 어쩔 수 없는 일 아닌가. 이 안에 빙궁의 고수가 숨어있네. 무려 천양대장군을 암살한 고수가!”

천양대장군 주철약이 서준에게 압도적으로 패배했다지만, 그의 실력을 의심하는 이는 없었다.

초절정조차 되지 못한 이에게는 당연한 일이었고, 초절정 씩이나 돼서 무인의 실력을 알아보지 못하는 건 그냥 모자란 놈이다.

간혹 진심으로 비웃는 이들 역시 있었지만, 놀랍게도 그들 중 대부분은 모자란 놈이 맞았다.

물론 주철약이 사람들 사이에서 비교적 저평가되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허나 아무리 그렇다 해도 주철약은 초절정의 고수. 그런 고수를 짧은 시간만에 암살할 수 있는 자가 평범한 무인일 리는 없다.

“이렇게 하는 것은 어떤가.”

방장이 나섰다.

“황자가 이들의 내공을 검사하도록 하게. 그리고 황자는 저기 있는 동창의 요원이 검사하면 되겠지.”

초절정 무인 중 하나가 반대했다.

“허나 방장, 흉수가 둘 이상일 경우에는 의미가 없는 방법 아니오. 황자와 환관 모두 흉수가 역용한 이들일지도 모르오.”

“감히…!”

동창의 요원이 발작했지만, 무인들은 그 말에 수긍하는 기색이었다.

“확실히….”

“지금 황실을 의심하는 것이오!”

“황실을 의심하는 것이 아니오. 그대가 정말로 황실의 일원이 맞는지를 의심하는 것이지.”

“황실은 결코 그런 헛소리에 승복할 생각이 없소!”

동창의 요원이 새된 목소리로 항의했다. 그때 가만히 듣고 있던 황자가 나섰다.

“…그러면 제 내공을 검사하시지요. 그리고 제가 나머지 황실의 일원들을 검사토록 하겠습니다.”

“화, 황자님…!”

“그만하시오, 제독. 이 상황에서는 별수 없소.”

삼황자는 허리를 꼿꼿이 세운 채 방장을 바라보았다.

“허나 훗날 이 무례에 대해 반드시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을 것입니다.”

“그러지.”

방장은 대수롭지 않게 넘기고 황자가 내민 손목을 붙잡았다.

기운을 살피는 데에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황자의 손목을 놓아준 방장이 고개를 저었다.

“분명 황자 본인이 맞소.”

내공을 속이는 방법은 없다. 빙백신공을 다루려면 필히 내공에 사기(邪氣)를 담아야 하는 바.

그것을 감추려면 아예 모든 내공을 숨겨야 하는데, 이곳에 있는 이들 중 내공을 연마하지 않은 자는 하인들 외에 없었다.

그리고 하인들의 검사야 방장이 하더라도 누구 하나 뭐라 하지 않는다.

그렇게 황자와 방장이 모든 이들의 검사를 마쳤다.

하지만 끝내 흉수는 발견되지 않았다.

“도대체 어디로 간 거지….”

고민하던 서준이 입을 열었다.

“아예 이렇게 된 거 여기 있는 사람들 싹 한 번 훑을까요? 이 중에 숨어있을 수도 있는데.”

“하지만 그건….”

다들 영 껄끄러운 기색이다.

이럴 때는 가장 먼저 나서줄 사람이 하나 필요하다.

서준이 당당하게 나서 방장에게 손목을 내밀었다.

“아니, 방장스님이 뭐 이상한 짓이라도 하겠어요? 여기서 기혈이라도 뒤틀었다가는 소림이 박살날 텐데.”

다른 건 몰라도 그랬다가는 우리 장인어른이 달려올 거라는 건 안다.

기혈 한 번 뒤틀어서 뭘 얻겠다고. 솔직히 그게 장인어른이 소림사 한복판에 제왕검형을 후려갈길 위험까지 감수할 일은 아니잖은가.

그 모습을 지켜보던 황보준의 두 눈이 잘게 떨렸다.

‘저놈 분명 마기를 다루지 않았던가…?

그런데 왜 저렇게 당당하지?

설마…. 이미 방장과 무언가 말을 맞춰둔 것이 있는 건가?

황보준의 머릿속이 복잡해졌지만, 서준은 아무렇지도 않게 방장에게 손목을 내어줬다.

그의 기운을 훑은 방장이 작게 감탄했다.

“허어…! 이렇게 정순한 기운이라니. 심성이 곧지 않고서야 이런 기운을 품는 것은 불가능하지.”

황보준은 탄식하고야 말았다.

‘허…! 언제부터 소림의 방장이 저리 거짓에 능했단 말인가! 말세로다! 무림도 갈 데까지 갔구나!

황보준의 한탄과는 별개로 하나 둘 동조하기 시작한 무인들은 방장에게 손목을 맡겼다.

끝까지 내키지 않는 기색의 무인들도 많았지만, 이 자리에서 버텼다가는 자칫 사흑련의 첩자로 몰릴 가능성도 있었다.

그렇게 모든 인원이 검사를 마쳤다.

방장마저도 무당의 허도진인이 기운을 검사했다.

허나 그럼에도 빙궁의 무인은 발견되지 않았다.

그쯤 돼서야 무인들은 깨달았다.

“아무래도 이미 자리를 벗어난 모양이오.”

“끄응…. 도대체 무슨 수를 쓴 건지.”

“잠영술에 터무니없이 능한 놈인 모양이외다.”

“이 기회를 이렇게…!”

무인들은 아쉬워했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우선 이만 돌아들 가십시다. 튼 것 같구려.”

“회의 안건이 또 하나 늘었군.”

“사흑련에게 정파 전체가 농락당한 셈 아니오. 이 일은 그냥 넘어가서는 아니되오.”

“반드시 빙궁에 책임을 물어야 하오!”

그렇게 천양대장군 살인 사건은 미제인 채로 막을 내렸다.

사건이 흐지부지 종결되자 서준은 기녀들을 데리고 남궁세가의 별장으로 향했다.

가기 전에 몇몇 무인들에게 붙잡혀 인사 세례를 받은 터라 조금 피곤했다.

“아니, 근데 우리 집 사람들은 아무도 안 왔네.”

남궁세가 별장에 초절정만 네 명인데 온 사람이 자신밖에 없다.

투덜대며 걷고 있자니 기녀들 중 하나가 대표로 나서 서준에게 꾸벅 허리를 숙였다.

“감사합니다 대협…. 정말 큰일나는 줄 알았는데….”

“저야 뭐 다른 사람들한테 짬처리 시키는 게 다니까요. 감사 인사는 나중에 짬 맞을 사람들한테 해요.”

“그 자리에서 한낱 기녀들을 챙겨주시는 분이 얼마나 계시겠어요. 정말 큰 은혜를 입었습니다.”

직업병인 듯 살살 눈웃음치는 기녀는 잘게 몸을 떨고 있었다.

죽다 살아났다는 생각 때문인지, 아니면 옷을 제대로 챙겨입질 못해서 그냥 추운 건지는 잘 모르겠다.

어차피 돈도 남아 넘치겠다, 대충 근처 포목점에서 겉옷을 사다 입히니 기녀들이 또 허리를 꾸벅꾸벅 숙여댄다.

‘흠.

사실 백서준 그놈 때문에 고초를 겪은 사람들 아닌가.

백서준에 대해 잘 알지는 못하지만, 서준은 참된 인성의 소유자로서 양심의 가책을 느꼈다.

“혹시 안휘 기루에서 일하는 거랑 남궁세가 하인으로 일하는 것 중에 뭐가 더 좋아요?”

“네, 네…?”

한낱 기녀였던 내가 남궁세가의 하인?

파격적인 신분 상승에 기뻐하는 기녀들에게 감사 세례를 받은 서준은 의기양양하게 남궁세가의 별장으로 복귀했다.

그 시각이 대략 해가 살짝 고개를 내밀 즈음의 새벽.

별장 안에 들어서니 장극이 그를 발견하고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주군, 뒤에 여자들은 또 뭐요?”

“전 기녀, 현 하인?”

“그건 또 뭔….”

장극이 머리를 긁적인다. 서준은 그런 그를 보며 쯧쯧 혀를 찼다.

“아니, 근데 간밤에 그 난리가 났는데 와볼 생각도 안 했어요?”

“난리라니, 무슨 난리 말이오?”

“그걸 못 봤다고?”

“하늘에 불난 것 말하는 거요?”

하늘에 불이 났다. 틀린 말은 아니다.

서준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그래, 그거요. 그걸 보고 그냥 잤어요?”

“그거 주군이 한 거 아니었소?”

“예?”

뭐지. 어떻게 알았지?

기겁한 서준이 장극을 빤히 쳐다보았다.

장극이 픽 웃었다.

“나는 또 주군이 사고친 줄 알았지.”

“하하…. 아닌데요?”

깜짝 놀랐네….

서준이 고개를 젓자 장극이 느닷없이 주변을 두리번거리더니, 슬쩍 다가와 서준의 귀에 속삭였다.

“사실 나는 가보려고 했소.”

“내가 사고친 줄 알았다면서.”

“아니, 갑자기 하늘이 밝아지니까 일단 나가보려고는 했지. 근데 권왕 그 양반이 그러더라고.”

“영감이?”

“어차피 이서준 그놈이 사고친 걸 테니까 그냥 잠이나 자자고.”

“오….”

이게 노인의 지혜?

그 현명함에 서준은 감탄을 금치 못했다.

아니지. 생각해보니까 내가 사고친 건 아니잖아. 정확히는 백서준이 친 사고다.

“어휴, 그 영감 그거 의심병 좀 고쳐야 돼.”

“그러니까 말이오.”

쑥덕쑥덕 뒷담을 나누고 있으니 아주 즐겁다.

그래도 얘기를 길게 이어갈 수는 없었다. 일단 데려온 여인들을 누구한테 맡기든가 해야 하니까.

지금도 뒤에서 어쩔 줄 모르고 우물쭈물대고 있지 않은가.

“여러분은 일단 여기 하녀분들한테 보내드릴….”

“흐아암….”

그때, 춘봉이 쩌억 하품을 하며 어슬렁어슬렁 걸어나왔다. 남궁수아도 함께였다.

춘봉이 이 시간에 일어날 수 있을 리가 없으니 분명 남궁수아가 깨운 것이리라.

“뭐야. 우리 춘부이, 웬일로 이 시간에 일어났대?”

“아침 수련…. 용봉지회니까….”

눈도 제대로 못 뜨고 비틀비틀 다가온 춘봉은 이내 서준의 뒤편에 서있는 여인들을 보고 퍼뜩 고개를 들었다.

“허?”

번쩍 뜨인 춘봉의 눈이 빠르게 여인들을 훑는다.

겉옷, 그 안에는 얇고 야시시한 옷차림.

기녀?

빠르게 판단한 춘봉의 눈꼬리가 비죽 솟았다.

“야. 너 이 사람들은…. 응?”

킁킁, 춘봉의 코가 옴찔거렸다.

저 여인들에게서 무언가 비릿한 냄새가 난다. 이게 무슨 냄새지?

낯설지만, 맡아본 적은 있다. 아마 뒷골목 살던 시절이었던 것 같은데….

아, 그래. 홍등가 근처에서 몇 번 맡아본 냄새다.

그러니까 보통…, 정사를 치른 남녀에게서 나는 냄새.

“이 씨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