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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무의 승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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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장의 목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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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철약의 머리를 짓밟은 발에 힘을 주려던 서준은 슬쩍 발을 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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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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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머리를 부수려 해도 방장이 막으려 들 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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굳이 방장과 반목하면서까지 이놈을 죽이려 들 필요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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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 아니꼬우면 백서준이 죽여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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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궁세가의 장로이자, 신검금가의 전승자. 이서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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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아아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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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장의 선언과 동시에 거대한 함성이 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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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인에게는 평생에 한 번조차 보기 드문 초절정끼리의 비무요, 그 화려하면서도 압도적인 모습은 감탄을 금할 수 없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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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록 속도가 너무 빨라 무언가 번쩍이는 것밖에 볼 수 없었다고는 하나, 불이 솟아나고 황금빛 용이 튀어나오는데 놀라지 않을 사람이 어디 있단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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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에 반해 어느 정도 수준에 다다른 무인들은 오히려 조용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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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준이 보여준 압도적인 모습. 그보다 훨씬 충격적인 것은 파해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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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문파의 무공을 완벽히 파해해 어이가 없을 정도로 간단하게 상대를 농락하던 모습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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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하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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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가의 장로 하나가 가라앉은 눈으로 서준을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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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이들 역시 별다른 말은 하지 않았지만 비슷한 생각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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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순진하게 저 자리에서 당장 파해법을 만들었다고 믿는 사람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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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방식을 썼는지는 몰라도 파해법을 미리 준비해두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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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 이제 문제는 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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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황실의 천일양제극화신공을 무슨 수로 구했으며, 그것을 바탕으로 어떻게 파해식을 만들었기에 주철약을 저렇게까지 꼼짝도 하지 못하게 만들 수 있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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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이겼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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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준은 신경 쓰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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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묘한 반응을 보이건 말건, 그는 실실 웃으며 주철약을 내려다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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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기, 안 까먹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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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자는 무릎을 꿇고 사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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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정이 잔뜩 굳은 주철약이 몸을 일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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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장이라도 검을 휘두를 듯 분노에 찬 표정이었지만, 그도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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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승복하지 못하고 추하게 날뛰는 것은 황실의 명예에 먹칠을 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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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이 들어가 불거진 턱근육과 핏발 선 눈. 몸을 덜덜 떨던 주철약이 끝내 무릎을 꿇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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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가를 모욕한 것에 대해 사과하는 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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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검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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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검…, 금가를, 모욕한 것에 대해 사과하는 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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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누가 사과를 하오체로 하지? 존대 어디 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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뿌드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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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뜩한 소리와 함께 주철약의 입술 사이로 피가 새어나온다. 핏발 선 눈에서는 아예 피눈물이 줄줄 흘러내리기까지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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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봐도 주화입마 직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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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한동안 거칠게 숨을 몰아쉬더니, 초인적인 인내를 발휘해 다시 한 번 사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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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검금가를…, 모욕한 것에 대해, 사과하고 싶, 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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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준은 잠시 고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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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사과를 왜 받아줘야 되지? 로 시작해서 스무 번 정도 사과를 더 시키고 싶었지만, 아무리 그래도 보는 눈이 너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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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그래. 앞으로는 처신 잘 하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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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적당히 타협한 서준은 무릎 꿇은 주철약의 머리를 툭툭 두드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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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방이라도 터질 듯한 살기가 피부를 간질이지만, 우습지도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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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준이 낄낄 웃으며 방장을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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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끝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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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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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장은 묘한 눈으로 서준을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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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보신권의 이치를 눈으로 보고 따라했을 때부터 그랬지만, 이번 비무에서 보여준 파해식 역시 상식을 벗어나는 종류의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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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아해는 분명 어떤 방식으로든 무림에 커다란 폭풍을 몰고 올 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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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인 일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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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교나 사흑련에서 이런 인재가 나왔다면 지금의 열 배는 더 머리가 아팠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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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말해, 일단 지금도 아프긴 하다는 소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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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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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장이 한숨을 내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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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수한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무릎을 꿇고 사과한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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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존심에 금이 가는 걸 넘어서 아예 박살날 정도의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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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긍심 넘치는 초절정 고수라면 더더욱 그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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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럴 줄 알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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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준은 연무장을 내려가며 등을 찌르는 살기에 혀를 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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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아치는 분노에 약한 주화입마까지 겹쳐 몸도 제대로 못 가누는 주철약의 살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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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존심이 꺾여서 방구석에 틀어박히는 엔딩이라면 참 좋았으련만, 어찌나 튼튼한 자존심인지 사과를 하고도 저런 살기를 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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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사람들이 이번 일을 본 이상 괜히 시비를 걸거나 하지는 못하겠지만, 그래도 상당히 껄끄러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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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러다 중요한 순간에 뒤통수라도 치면 어쩌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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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걸 방치해두는 건 뒤통수를 얻어맞으며 쾌감을 느끼는 마조히스트 변태 새끼 정도밖에는 없을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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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인이라면 미리 처리해둔다는 판단을 내릴 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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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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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이상한 생각이 들었던 서준이 고개를 털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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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 설마. 그건 좀 아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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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수아 누나라도 그 정도로 변태는 아니리라 믿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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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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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 수 없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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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남이 떠들썩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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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기재천이 천양대장군을 압도적으로 꺾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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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문은 순식간에 퍼져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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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모르는 밑바닥 무인들은 그저 새로운 고수가 등장했거니 하며 떠들어댔지만, 십육명문쯤 되는 이들은 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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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기재천이 천일양제극화신공의 파해식을 펼쳐 무공을 완전히 무력화시켰다는 정보를 모른다면 머리든 귀든 둘 중 하나는 문제가 있는 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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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히 그 소문은 당사자인 주철약 역시 질리도록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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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의 이야기에 조금만 귀를 기울여도 진기재천의 이야기가 들려왔고, 황실에서는 정말로 천일양제극화신공이 파해당한 것이냐며 주철약을 심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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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철약은 도무지 견딜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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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왜 자신이 이런 꼴을 당해야 한단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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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놈이 감히 황실을 모욕하였고, 자신은 불의를 참지 못해 나선 것뿐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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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필귀정이라는 말이 그저 허울뿐이라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이 사무치는 억울함은 어떻게 풀어낼 길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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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어먹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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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장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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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아간 술병이 벽에 부딪히며 산산이 부서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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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철약은 크게 숨을 내쉬었다. 가슴 속 울화가 스스로를 태우기 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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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빌어먹을 애송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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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방도가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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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로 있다가는 자신이 죽게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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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무에서 지고 화병으로 죽은 무인이라니. 스스로 생각하기에도 우습기 짝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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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철약은 그런 추한 인물로 남고 싶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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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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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이 살기 위해서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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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철약의 눈에 귀화가 타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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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뤄졌던 용봉지회는 당장 다음날부터 다시금 개최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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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봉지회의 32강쯤 되면 일단 어설픈 사람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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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선 3번의 대련 모두 썩 나쁘지 않았고, 서준은 의자에 반쯤 드러누워 마지막인 4번째 대련을 기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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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밤으로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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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생각을 하며 시간을 때우자니 금방 심판의 목소리가 울려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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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용호문의 양소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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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살면서 단 한 번도 들어본 적 없는 이름의 문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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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양소홍이라는 이름 자체는 기억에 남아있었기에 서준이 슬쩍 몸을 일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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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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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의 환호와 함께 한 사내가 연무장 위로 올라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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썩 준수한 외모에 큰 키. 팔다리도 길쭉길쭉한 것이 거리 싸움에서 우위를 점하기 좋은 신체조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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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등에 맨 창을 끌러내는 양소홍의 정면, 한 여인이 연무장 위로 올라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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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천당가의 당소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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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울한 낯빛의 여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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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남녀는 연무장 위에 마주 보고 선 채 포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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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준은 그 모습을 잠시 바라보다 주변의 시선에 혀를 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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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에 구멍 뚫리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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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군과의 비무 이후 가는 곳마다 따라붙는 시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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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수많은 시선을 받고 나서야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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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고수들이 괜히 고고한 컨셉을 잡는 게 아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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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있는 고수들은 주로 위엄 있는 모습을 연출할 때가 많다. 그러면 이제 시선에 대한 대응이 편해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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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게 무슨 상관이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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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야 주변 사람들이 웅성거리면서 쳐다볼 때, 기세 한 번 딱 뿜으면서 눈길 좀 주면 다들 알아서 조심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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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지 않고 친근한 동네 고수 컨셉을 잡은 사람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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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지간히 귀찮은 인생이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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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전부 눈치 있게 선을 지키면 참 좋은 세상이 되겠지만, 안타깝게도 세상은 그렇게 돌아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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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별 희한한 사람들이 넘쳐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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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준은 그런 불행한 미래를 방지하기 위해 슬며시 기세를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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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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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이쿠, 너무 빤히 봤나 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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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 사람들이 시선을 돌린다. 몇몇 남의 눈치 안 보는 인간들의 시선은 여전했지만, 그건 어쩔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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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들 십육명문 출신 고수들이라 그럴 수 있지 하고 넘어가는 쪽이 속 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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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준은 적당히 만족하며 어느새 시작한 대련을 구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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딴짓하는 사이 이미 대련은 중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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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닥에 널브러진 비수며 비도들 사이에 양소홍이 굳건히 서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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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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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소소는 그런 양소홍을 차분한 눈으로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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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봉지회의 특성상 치명적인 독은 사용할 수 없지만, 후유증이 없는 마비독 따위는 사용할 수 있는 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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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로 시간을 끈다면 당소소의 승리가 될 확률이 높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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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소홍도 그 사실을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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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씩 굳어가는 손끝. 최소한의 공기만을 들이마셔 호흡한 양소홍이 앞발을 크게 내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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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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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을 딛는다. 그 힘이 허리로 전해지고, 힘껏 비틀렸던 허리가 되돌아가며 창을 쏘아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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쐐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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쾌속하게 쏘아진 창이 당소소의 가슴을 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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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소소는 뒤로 물러나며 단검을 휘둘렀다. 단검이 창을 후려쳐 궤도를 틀어내려는 순간, 양소홍의 손목이 회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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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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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목과 함께 창이 휘어진다. 날붙이 아래에 붙어있는 붉은 술이 어지러이 휘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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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술의 기본이라고들 하는 란나찰(攔拿扎). 그중 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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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이 원을 그리며 당소소의 단검을 휘감아 쳐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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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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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치 못한 한 수에 당소소의 팔이 위로 크게 튕겨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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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소홍은 즉시 앞으로 나아가며 창을 회수하는 동시에 반 바퀴 회전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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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날이 뒤로 빠지고, 그 반대편의 창준이 위로 치솟으며 당소소의 턱을 가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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뻐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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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소소의 몸이 붕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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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체공 후 바닥에 쓰러진 당소소의 몸은 움직임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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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승자! 용호문의 양소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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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문파의 무인이 사천당가의 무인을 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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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과 암기를 사용하는 탓에 대련 형식의 대회에서 불리함을 안고 있는 사천당가라지만, 다른 이들이 그것을 알아줄 필요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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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중들은 약자가 강자를 이겨내는 모습에서 희열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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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결과 고막이 터질 듯 거대한 환호성이 연무장을 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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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아아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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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무장보다 높은 곳. 십육명문의 인원들이 모여있는 곳에서 그들을 내려다보던 서준이 몸을 일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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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안 나왔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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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소홍이 대단한 건 알겠다. 재능과 더불어 치열할 정도의 노력이 그의 창에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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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건 그거고, 서준은 춘봉과 남궁수아의 대련을 보러 온 것이지 다른 대련을 보러 온 것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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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장한테 슬쩍 대진표 알려달라 하면 알려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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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아주 좋은 생각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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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는 사람 나오는 대련만 보러 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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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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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준은 조용히 남궁세가의 별장을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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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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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공에 피어난 눈꽃을 밟으며 도착한 곳은 황궁의 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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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준은 마지막으로 스스로의 얼굴을 다시 한 번 점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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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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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서준의 차가운 눈매가 살짝 휘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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