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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회의는 저번에 비해 금방 끝났다.
회의할 거리가 없었던 것은 아니고, 방장이 어느 시점에서 회의를 끊었기 때문이다.
“마교를 대비하는 데 있어 어느 정도 윤곽이 잡혔으니, 우선 내부의 일을 먼저 해결하도록 하겠소.”
방장이 천양대장군 주철약과, 남궁세가의 장로로서 회의에 참석한 이서준을 가리켰다.
“일전의 일은 다들 알고 있을 것이오. 우선은 금가를 모욕한 것에 대해 황실의 사과가 있어야겠지.”
주철약의 눈썹이 들썩였다.
“그 건은 황실이 나서 사과할 정도의 일은 아니오.”
“그 자리에서 진기재천이 삼황자의 목을 벨 수도 있었소.”
“그랬다면 그 또한 무사하지 못했겠지.”
당황스러울만치 당당한 모습에 여러 시선이 오갔다.
무당의 장로 하나가 미간을 찌푸린 채 말했다.
“가문의 직계가 그만한 무례를 범했으면 사과든 인정이든 하는 것이 도리요.”
“무당에서는 제자의 일에 문파가 직접 머리를 숙이는 모양이오.”
“최소한 말은 할 수 있겠지. 잘못을 저지른 제자는 사과를 해야 할 것이고.”
“삼황자가 사과를 한 것으로 알고 있소만.”
주철약이 서늘한 눈으로 서준을 바라보았다. 팔짱을 낀 채 듣고 있던 서준이 말했다.
“사과 받은 기억은 없는데.”
“삼황자의 사과가 있고, 네놈이 삼황자에게 폭력을 가했다 들었다.”
사과?
‘앞으로 입을 함부로 놀리는 일은 없어야 할 거다.’
‘…예.’
아직 선명하게 떠오르는 기억에 서준이 코웃음 쳤다.
“그건 사과가 아니라 쫄아서 고개나 끄덕인 거지.”
“그러면 황자가 무릎이라도 꿇어야 한다는 말인가?”
“기왕이면 네가 꿇었으면 좋겠는데. 싸가지 없는 새끼.”
“말을 시정잡배만도 못 하게 하는군. 그러니 금가의 여식이 천것이라는 소리를 듣는 것이다.”
와.
숨이 턱 막힌다.
눈이 돌아갈 것 같은데, 정도 이상으로 화가 나니 오히려 머리가 냉정해지기 시작했다.
‘말투는 조금 신경 써야 되나.’
자신의 품위를 따지는 것이라면 아무런 상관도 없으나, 금가나 남궁세가의 품위에 대해 말이 나오는 건 조금 곤란하다.
감히 눈앞에서 뭐라 하는 사람은 많지 않겠지만 그래도 주변 사람들에게 미안하니까.
물론 지금은 예외다.
“버러지한테 갖출 예의는 없는데. 황실에서는 지나가는 개미를 보고도 고개를 숙이는 모양이지? 꼴에 주제는 아네.”
“진기재천, 그대도 조금 진정하게.”
방장이 말렸지만 이번에는 남궁혁이 나섰다.
“방장, 이는 금가의 일이기도 하나 남궁세가의 일이기도 하오. 나 남궁혁은 황실이 감히 남궁세가의 장로에게 범한 무례를 좌시하지 않을 것이오.”
방장이 떨떠름한 눈으로 소가주인 남궁명을 바라보았다.
남궁세가의 입장이 맞느냐는 것이다.
남궁명은 무수한 선배들 사이에서 긴장한 듯 잠시 머뭇거렸지만, 이내 단호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남궁을 이루는 것은 가족이요, 우리는 그 뿌리를 저버리지 않습니다.”
방장이 이번에는 주철약을 바라보았다.
“그대는 어쩌시겠소.”
“…납득이 가지 않는군. 도대체 황실에 무슨 억하심정이 있어 저런 말도 안 되는 소리를 늘어놓는 것이오.”
속이 답답하다.
방장은 터져나오려는 한숨을 애써 꾹 눌러참았다.
이건 말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천양대장군이 황실의 뜻을 대변하는 것은 아니지만, 황실의 뜻에 영향을 미칠 수 없는 건 아니다.
그 역시 주씨 성을 쓰는 황실의 핏줄. 황제의 조카다.
자칫 잘못했다가는 십육명문 내에서 내분이 일 수도 있었다.
지금 같은 시기에 절대 있어서는 안 될 일.
최선의 상황은 한 명의 결정권자가 이 상황의 잘잘못을 판단하는 것이겠으나, 서로가 대등한 십육명문의 특성상 힘든 일이다.
맹주께서는 인간들의 일에 큰 관심이 없는 바. 결국 당사자들끼리 해결을 봐야 한다.
“방장스님.”
서준의 말에 방장이 그를 바라보았다.
“이거 뭐 말로 해서 안 될 것 같으니까 그냥 시원하게 한 판 붙고 끝내죠?”
방장의 입장에서는 고마운 일이었다.
그가 보기에도 이번 일은 천양대장군이 너무 과했다.
자존심을 부리는 것도 정도가 있어야지.
그는 중재를 맡은 입장에서 미안한 마음에 서준에게 전음을 보냈다.
[괜찮겠나? 혹여 지기라도 한다면 상황이 복잡해질 걸세.]
[상관 없어요.]
서준의 눈이 주철약을 꿰뚫었다.
[만 번을 싸워도 전부 이기니까.]
비무의 준비는 일사천리로 진행되었다.
주철약 역시 자신이 질 것이라는 생각이 일절 없었기에 망설임 없이 비무를 승낙했다.
방장은 그들에게 소림사 내부에서 조용히 비무를 치를 것을 권유했다.
외부에 무공이 유출되는 것을 막기 위함이며, 패자가 가질 모욕감을 그나마 줄이기 위함이었다.
무수한 사람들 앞에서 패하여 그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것보다야 조용히 결과에 승복하는 편이 낫지 않겠는가.
“그럴 것 없소. 만인의 앞에서 누가 옳은지 가리는 편이 낫지 않겠소.”
하지만 주철약은 공개적인 비무를 원했다.
감히 황실을 모욕한 대역죄인을 만인의 앞에서 심판하고자 함이었다.
삼황자의 말이 반발을 살 만한 것임은 그도 모르는 바가 아니었으나, 조용히 항의를 해도 모자랄 판에 황실에 공개적으로 망신을 주다니….
주철약의 상식으로는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삼황자가 없는 말을 한 것도 아니었으니 더더욱 그러했다.
만인의 앞에서 저 대역죄인을 때려죽여 황실의 명예를 되찾아야만 한다.
“저도 상관 없어요.”
서준 역시 동의했다.
무공의 유출?
초절정 수준에서 초식이나 버릇을 몇 번 외부에 노출했다고 크게 달라지는 건 없다.
그 정도도 스스로 통제하지 못할 정도라면 애초에 초절정에 오르지도 못한다.
그런 까닭에 그들의 비무는 공개적으로 치러지게 되었다.
용봉지회의 진행을 하루 미루고 대신 그들의 비무를 진행하게 된 것이다.
그들이 승패에 내건 조건은 다음과 같았다.
주철약의 경우 감히 황실에 무례를 범한 것에 대해 무릎 꿇고 사죄할 것.
서준의 경우 금가를 모욕한 것에 대해 주철약이 무릎 꿇고 사과할 것.
대신 서준은 확실히 했다. 만약 자신이 패하더라도 사과하는 것은 금가나 남궁세가가 아닌 서준 자신뿐이다.
주철약 역시 일이 너무 커지는 것은 바라지 않은 까닭에 동의했다.
애초에 이 정도로도 충분했다.
자신에 대한 확신이 굳건한 초절정 이상의 무인 대부분에게 있어서는, 수많은 사람 앞에서 무릎을 꿇는 것이 죽음보다도 치욕스러운 일인 까닭이다.
그렇게 비무 당일.
십육명문의 일원들은 비무에 대해 얘기를 나눴다.
“젊은 아해가 이 일로 꺾여버리는 것은 아닐지….”
무당의 장로가 걱정하자 홍안개가 끌끌 혀를 찼다.
“애초에 말이 안 되는 일이지. 이미 사과를 받아야 할 사람이 정해져 있는데.”
“방장의 태도도 이해 못 할 바는 아니지만….”
“뭐, 그거야 어쩔 수 없는 일이지. 저 젊은이가 이기면 해결될 문제이기도 하고.”
홍안개가 남궁세가 쪽 사람들을 바라보았다. 뚱하니 팔짱을 끼고 있던 패진광이 눈썹을 찌푸렸다.
“뭘 보나.”
“권왕 선배는 어찌 생각하시오?”
“황실 놈들이 이 정도까지는 아니었는데 말이야. 저놈이 유독 싸가지가 없더군.”
“아니, 비무 말이오. 누가 이길 것 같소?”
“죽일 생각으로 하면 무조건 우리 핏덩이가 이기겠지.”
그 말에 홍안개가 머리를 긁적였다. 무언가 우수수 떨어지는 바람에 무당의 장로가 급히 몸을 피했다.
“죽일 생각이 아니라면?”
“그래도 우리 핏덩이가 이기겠지.”
“천양대장군이 만만한 상대는 아닐 텐데….”
“저놈 싸우는 걸 보면 생각이 달라질걸. 일단 나는 저놈 이길 자신 없다.”
이전에 봤던 마인화. 지금 그걸 꺼내든다면 패진광은 진심으로 서준을 이길 자신이 없었다.
꺼내지 않는다면…, 조금 애매하긴 하지만.
“저 젊은이가 그 정도라고?”
“권왕이 저리 평할 정도라면….”
“아무리 그래도 나이가 있는데 그 정도는 아닐 거요. 어느 정도 과장이겠지.”
일순 권왕에게 모든 이들의 시선이 쏠렸다.
대부분 의심하는 눈이었으나, 패진광은 코웃음만 쳤다.
“뭘 봐?”
까칠한 반응이었지만, 권왕이 진기재천과 친분이 있음을 알기에 다들 별 반응은 하지 않았다.
권왕의 배분 자체가 기이할 정도로 높아서 뭐라 말하기 애매한 탓도 있었다.
홍안개가 흘흘 웃엇다.
“아무튼 황실 놈들 콧대나 한 번 눌러줬으면 좋겠구려. 요즘 북경에서는 거지들이 밥 한 번 얻어먹기가 그리 힘들다더만.”
“돈도 많은 놈들이 얻어먹으려 드니까 그렇지.”
“선배, 그건 비밀이오.”
“어쩔티비다 이놈아.”
“그건 또 뭐요?”
“하여간 이래서 늙은놈들은…. 요즘 젊은것들이 쓰는 말이다.”
“허어, 그거 놀랍군.”
서준은 비무를 준비하며 잠시 심신을 가다듬었다.
조물-
춘봉의 볼을 만지작거렸다는 소리다.
“야, 나 때문에 괜히 일 커진 거 아니지?”
눈을 뜬 서준이 코웃음 쳤다.
“아니지. 그냥 저놈이 싸가지가 없어서 이렇게 된 거지.”
솔직히 삼황자 건은 적당히 넘어가도 큰 불만이 없었다.
이미 춘봉이한테 처맞으면서 헛소리라는 것을 증명하기도 했으니까.
“근데 내가 봤을 때 저 새끼, 이번에 져도 또 헛소리 할 것 같단 말이야.”
서준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곁에 있던 남궁수아가 검을 챙겨줬다.
서준이 검을 허리춤에 매자 남궁수아가 그의 손을 살짝 잡았다.
“그러면 어떻게 하게?”
“찍소리도 못 하게 해야지.”
살풋 웃는 남궁수아를 뒤로하고, 서준이 비무대 위로 걸음을 옮겼다.
“줘패고 오도록, 이서준.”
뒤에서 들려오는 춘봉의 목소리에 서준이 픽 웃었다.
“당연하지. 나 금춘봉 오빠야.”
비무대 위에 선 서준이 무수한 사람들을 눈에 담았다.
옅은 바람에 그의 검은 무복이 흔들린다.
서준은 비무대의 중앙을 향해 걸으며 내공을 일으켰다.
화아악-!
검은 무복 위로 황금빛 무늬가 서서히 덧그려진다.
신비롭게 일렁이는 황금빛 내공이 뚜렷한 형상을 띠었다.
황룡이다.
오로지 내공으로 펼쳐낸 신기(神技).
검은 바탕에 그려진 황금빛 용은 마치 황실의 용포를 보는 듯했으나, 서준은 개의치 않았다.
황금빛 바탕에 검은 용이든, 검은 바탕에 황금빛 용이든.
이제부터 전부 신검금가의 상징이 될 테니.
“남궁세가의 장로이자 신검금가의 전승자(傳承者), 이서준이다.”
서준의 눈이 황금빛으로 일렁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