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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의 도중의 목소리 크기를 그래프로 그린다면 나름 예쁜 포물선이 나오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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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슬 회의가 끝나가는 듯, 격해졌던 사람들의 목소리 크기가 점차 평상시의 것으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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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오늘 하루로 완전히 끝날 회의는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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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용봉지회가 끝날 때까지 계속 이어지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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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과 별개로 회의의 내용 자체는 의외로 알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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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 문파들이 얼마만큼의 병력을 차출할 것인지 대략적인 틀을 잡았고, 마교가 끼어든 상황에 무림맹이 어떻게 대처할지에 대해서도 꽤나 윤곽이 잡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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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삼파전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정파 무인들의 사기를 어떻게 유지시킬 것인지에 대한 이야기가 주를 이루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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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절정쯤 되는 고수들이야 정기신의 균형을 이루어 평정을 잃는 일이 그리 많지는 않지만, 대부분의 무인들은 갑자기 적이 하나 늘어나면 멘탈이 깨지기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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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대책이랍시고 마교에 대한 이야기는 기밀에 부치자든가, 영웅을 하나 만들어서 사기를 고취시키자든가 하는 이야기들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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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외에는 세작(스파이)이나 제 3세력에 대한 이야기가 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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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세작에 대해서는 자세한 이야기가 오가지 않았는데, 아무래도 보안 유지가 중요한 일이라 그런 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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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오늘은 이만하는 걸로 하겠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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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장이 회의를 파하자마자 서준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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딴짓을 하면서 나름 회의 내용까지 챙겨듣고 있었더니 꽤 피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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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 보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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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안개가 씩 웃으며 누런 이를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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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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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준은 빠르게 도망쳤다. 괜히 붙잡혔다가는 또 몇 시간 동안 수다를 들어줘야 할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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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진광과 남궁혁, 남궁명의 등을 밀어 잽싸게 건물을 벗어난 서준이 그제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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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 이제 좀 살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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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어울리던 것 아니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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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궁혁의 말에 서준이 질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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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울린 게 아니라 제가 놀아드린 거죠. 그 왜, 노인공경 차원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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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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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그건 그거고. 마교 놈들이 어떻게 나올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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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작스러운 화제 전환이었지만, 서준과의 대화에 익숙해진 남궁혁은 자연스럽게 대화를 이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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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쎄…. 무림에서 가장 의미 없는 행동 중 하나가 마두 놈들의 행동을 예측하는 것이라는 말이 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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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정도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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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궁혁이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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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초에 그들이 모시는 마라 파순부터가 워낙 변덕스러운 신이니 더 말할 것도 없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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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지어 탈마(현경과 대치되는 마공의 경지)에 오르지 못한 마인들은 머리가 맛이 간 경우가 대부분이라 더더욱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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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탈마라는 경지도 머리가 아예 한 바퀴 돌아서 제자리로 온 것이라는 말이 있는 만큼, 마인들의 정신상태는 정상인들의 상상을 훨씬 벗어나 있는 경우가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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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 마교 놈들은 들으면 들을수록 뭐 하는 친구들인지 궁금해지네. 전에 만난 탈혼마는 그 정도까지는 아니었던 것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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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혼마? 흡성대법 쓰는 그 탈혼마를 말하는 게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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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랐어요? 그거 제가 잡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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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궁혁이 소소하게 놀라던 그때, 한 무리의 무인들이 일행의 뒤에서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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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를 돌아보니 황실 사람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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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원은 셋. 대장군을 필두로 그 뒤에 사내 둘이 꼿꼿한 자세로 서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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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준이 묘한 표정으로 그들을 바라보자 대장군이 입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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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뵙겠소. 천양대장군(天陽大將軍) 주철약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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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천대해 남궁혁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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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궁혁과 간단히 인사를 나눈 주철약이 서준을 빤히 바라보았다. 칼날처럼 서늘한 시선이다. 서준도 지지 않고 그와 시선을 교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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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저쪽과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소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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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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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궁혁이 살짝 비켜서자 서준의 앞에 선 주철약이 긴 숨을 내쉬었다. 그의 기세가 은은하게 일며 서준을 압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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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는 전해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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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왜 나한테는 갑자기 반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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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수한 이들 앞에서 삼황자에게 망신을 주고, 동창의 요원 역시 굴욕을 당했다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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꽤나 고압적인 태도다. 서준이 한쪽 입꼬리를 치켜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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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을 짓을 했으면 맞아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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퉁명스러운 대답에 주철약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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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들먹인 명분은 이해한다. 하지만 수많은 사람들 앞에서 황실의 위엄을 떨어뜨리는 행위 역시 그에 못지 않은 무례임을 모르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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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그럭-, 커다란 덩치 위에 걸친 갑옷 탓에 주철약은 서준에 비해 두 배는 거대해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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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그가 서준을 내려다보는 모습은 자못 위협적이었으나, 서준은 오히려 눈가를 찌푸리며 기세를 피워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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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자라는 놈이 지껄인 말은 못 들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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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었다. 틀린 말은 아니더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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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이가 없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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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검금가의 후계자에게 천것이니 뭐니 지껄인 게 틀린 말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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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정신 박힌 놈이 지껄일 말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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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금까지만 해도 기분이 막 나쁘진 않았는데, 갑자기 머리가 뜨거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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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준의 눈이 서서히 황금빛으로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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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대로 들은 건 맞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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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가의 이름이 전과 같지 않은 건 사실이지. 이미 몰락한 가문 아닌가. 천것이라는 단어가 황자의 입에 담기에 천박한 말이긴 하나, 아주 틀린 말이라 할 수는 없겠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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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친 새끼. 서준의 눈가가 파르르 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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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밑에 놈들 꼬라지 보니까 황제라는 새끼 꼴도 알 만하네. 황실은 뭐 병신 집합소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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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어코 선을 넘는군. 얌전히 사과했다면 험한 꼴은 당하지 않았을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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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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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무인의 기세에 주변 대기가 거세게 진동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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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장이라도 검이 뽑혀나올 듯 험악한 분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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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사이로 남궁혁이 끼어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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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만. 이게 뭐 하는 짓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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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못 들었소? 감히 황제를 모욕한 대역죄인을 두둔하려 드는 것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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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철약은 물러서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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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닷없는 소동에 주변 무인들이 몰려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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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궁혁이 은은하게 기세를 피워올리며 주철약을 압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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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실이 남궁세가를 눈 아래에 둘 정도로 대단한 곳인 줄은 내 미처 몰랐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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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황실의 행사를 방해하겠다는 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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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뭘 믿고 이리 나오는 것이지? 무신이 황실에 돌아오기라도 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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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천대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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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 그래, 내 황실의 뜻은 잘 알겠다. 아주 오만하기가 하늘을 찌를 기세로군. 그래봐야 하늘 아래 놓인 일개 가문이거늘, 그것을 잊었다면 내 다시금 새겨주는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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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 외로 거친 반응에 주철약은 당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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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실을 이리도 무시하다니? 북경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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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눈에 얼핏 살기가 감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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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준은 이제 슬슬 참을 이유를 찾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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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다 묻어버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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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군 하나 없다고 정파가 휘청일까? 서준은 아니라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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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실과 사이가 틀어지며 생길 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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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이 수습하면 된다. 전장 몇 번 오고 가는 게 뭐 그리 어렵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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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예 화경에 오른다면 더더욱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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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준은 화경에 올랐을 때 자신의 잠재력이 어느 정도인지 잘 알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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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역 내의 자연지기를 다루는 능력은 그 누구보다도 서준에게 있어 의미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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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경에 오르기만 한다면 당장 지금에 비해 수 배는 강해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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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차라리 황실을 멸문시키고 그 자리를 신검금가로 채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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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대세가가 바뀔 때도 되지 않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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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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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준이 검을 뽑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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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실의 인원들은 약간 당황하는가 싶더니, 얼굴을 붉게 물들이며 역시 검을 뽑아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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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촉즉발의 상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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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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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새 모습을 드러낸 방장이 사자후를 내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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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골치가 아픈 듯 미간을 찌푸린 채 황실과 남궁세가의 무인들을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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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이런 시기에 뭣들 하는 짓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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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하지 못한 일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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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십육명문이 한 자리에 모이면 하루에 한 번씩은 마찰이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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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 하나 물러서려 하지 않는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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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의 드높은 자존심은 스스로를 굽히는 것을 용납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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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욱이 유독 폐쇄적인 황실은 그런 경향이 한층 짙었다. 과거 무신이 중원을 통일했던 시기의 잔재가 남아 황실이 만인의 위에 선 무언가라 생각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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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장, 마침 잘 오셨소. 내 일전의 회의에서는 안건과 관련이 없어 말을 못 했소만, 멋대로 대련에 끼어든 행위에 대해 아무런 처벌이 없는 것을 내 어찌 생각해야 하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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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양대장군, 그만 하시오. 그 건은 삼황자의 발언이 너무 과했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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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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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철약이 얼굴을 붉게 물들인 채 방장을 노려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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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장이 미간을 찌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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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쯤 해두시오. 소림과도 척을 질 요량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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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무지 이해를 할 수가 없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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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철약이 거칠게 검을 집어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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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 일은 잊지 않으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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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서는 등을 돌려 성큼성큼 걸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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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어디 가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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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준이 성큼 따라붙으려 했으나, 방장이 막아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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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내 주철약의 모습이 사라진 뒤에야 방장이 크게 한숨을 내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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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는 어찌 조용히 넘어가나 싶었더니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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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장은 끌끌 혀를 차다 서준을 바라보았다. 가라앉은 눈으로 무언가 골똘히 생각하는 모습이 영 불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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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녀석도 허튼 짓 하지 말아라. 차라리 내 따로 자리를 마련해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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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자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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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인이 갈등을 풀 방법이 따로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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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인은 무(武)로 말하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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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그 전에 황실의 과오를 짚고 넘어가야 하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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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봉지회의 32강이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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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강은 하루에 4경기 씩을 치러 총 나흘에 걸친 경기가 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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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대진표가 미리 나온 것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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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호명될지 모르기에 참가자 전원이 일단 참석은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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굳이 이런 비효율적인 방식을 취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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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기지수들이 여기저기 돌아다니는 것보다는 한 군데 모여있는 편이 보호하기 쉽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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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문파도 아니고 십육명문쯤 되는 문파의 후기지수가 잘못되기라도 하면 소림 측에서도 꽤 골치가 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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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탓에 춘봉, 남궁수아, 남궁명 모두가 준비된 대기실에서 차례를 기다렸고, 서준은 십육명문의 이들이 모인 자리에 앉아 멍하니 시간을 때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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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확히는 역용술에 대해 고민하는 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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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용술 써서 사흑련이나 마교 짓인 척하고 황궁에 테러 한 번 할까? 같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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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지. 마교인 척은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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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랬다가 정파가 마교까지 들이받으면 곤란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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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마교와의 싸움이 확정된 것도 아닌 마당에, 자칫 적을 늘릴 수도 있는 행위는 지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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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 지금 시기에 적절한 신분은 백서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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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궁에 얼음 운석이라도 하나 떨궈주면 다들 꽤 좋아할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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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역용술에 대해 패진광에게 물었더니 이런 대답이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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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용술? 저번에 본 그 거지한테 물어봐라. 칠결개쯤 되면 역용술 정도는 알고 있을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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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결개는 개방의 직위를 뜻하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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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듭이 일곱 개인 거지를 말하는 것인데, 이 매듭의 개수가 많을수록 직위가 높다고 보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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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결개인 홍안개는 개방의 장로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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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이구, 또 보는구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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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마침 어슬렁어슬렁 걸어오던 홍안개가 서준을 보고 씨익 누런 이를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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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준은 의자에 기댄 채 손을 흔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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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경 온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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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지. 우리 애도 나오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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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야. 애도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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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흘흘, 그럴리가. 그냥 개방도라는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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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준은 헛웃음을 터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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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마침 잘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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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는 다음 회의에서 물어보려 했는데, 이러면 다음 회의는 재껴도 될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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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안개 선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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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배는 무슨. 대충 불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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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그래, 홍안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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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좀 건방진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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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준이 픽 웃으며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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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역용술 할 줄 알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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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용술? 할 줄은 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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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안개가 손으로 제 얼굴을 가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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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후 얼굴에서 손이 떨어지자 그의 얼굴이 완전히 변해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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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안개라는 별호에 걸맞는 청년의 얼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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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말하는 거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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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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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흘흘, 개방에 들어오면 가르쳐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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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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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차피 방금 보고 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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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로 어려운 기술은 아니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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