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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14 21:31:5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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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의 도중의 목소리 크기를 그래프로 그린다면 나름 예쁜 포물선이 나오지 않을까?

슬슬 회의가 끝나가는 듯, 격해졌던 사람들의 목소리 크기가 점차 평상시의 것으로 돌아왔다.

물론 오늘 하루로 완전히 끝날 회의는 아니었다.

아마 용봉지회가 끝날 때까지 계속 이어지겠지.

그것과 별개로 회의의 내용 자체는 의외로 알찼다.

각 문파들이 얼마만큼의 병력을 차출할 것인지 대략적인 틀을 잡았고, 마교가 끼어든 상황에 무림맹이 어떻게 대처할지에 대해서도 꽤나 윤곽이 잡혔다.

특히 삼파전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정파 무인들의 사기를 어떻게 유지시킬 것인지에 대한 이야기가 주를 이루었다.

초절정쯤 되는 고수들이야 정기신의 균형을 이루어 평정을 잃는 일이 그리 많지는 않지만, 대부분의 무인들은 갑자기 적이 하나 늘어나면 멘탈이 깨지기 마련이다.

그 대책이랍시고 마교에 대한 이야기는 기밀에 부치자든가, 영웅을 하나 만들어서 사기를 고취시키자든가 하는 이야기들이 나왔다.

그 외에는 세작(스파이)이나 제 3세력에 대한 이야기가 오갔다.

다만 세작에 대해서는 자세한 이야기가 오가지 않았는데, 아무래도 보안 유지가 중요한 일이라 그런 듯싶다.

“그럼 오늘은 이만하는 걸로 하겠소.”

방장이 회의를 파하자마자 서준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딴짓을 하면서 나름 회의 내용까지 챙겨듣고 있었더니 꽤 피곤했다.

“내일 보세.”

홍안개가 씩 웃으며 누런 이를 드러냈다.

“아, 예.”

서준은 빠르게 도망쳤다. 괜히 붙잡혔다가는 또 몇 시간 동안 수다를 들어줘야 할지 모른다.

패진광과 남궁혁, 남궁명의 등을 밀어 잽싸게 건물을 벗어난 서준이 그제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휴. 이제 좀 살겠네.”

“잘 어울리던 것 아니었나?”

남궁혁의 말에 서준이 질색했다.

“어울린 게 아니라 제가 놀아드린 거죠. 그 왜, 노인공경 차원에서.”

“허….”

“아무튼 그건 그거고. 마교 놈들이 어떻게 나올 것 같아요?”

갑작스러운 화제 전환이었지만, 서준과의 대화에 익숙해진 남궁혁은 자연스럽게 대화를 이어갔다.

“글쎄…. 무림에서 가장 의미 없는 행동 중 하나가 마두 놈들의 행동을 예측하는 것이라는 말이 있지.”

“그 정도예요?”

남궁혁이 고개를 끄덕였다.

“애초에 그들이 모시는 마라 파순부터가 워낙 변덕스러운 신이니 더 말할 것도 없지.”

심지어 탈마(현경과 대치되는 마공의 경지)에 오르지 못한 마인들은 머리가 맛이 간 경우가 대부분이라 더더욱 그렇다.

사실 탈마라는 경지도 머리가 아예 한 바퀴 돌아서 제자리로 온 것이라는 말이 있는 만큼, 마인들의 정신상태는 정상인들의 상상을 훨씬 벗어나 있는 경우가 많았다.

“이야, 마교 놈들은 들으면 들을수록 뭐 하는 친구들인지 궁금해지네. 전에 만난 탈혼마는 그 정도까지는 아니었던 것 같은데.”

“탈혼마? 흡성대법 쓰는 그 탈혼마를 말하는 게냐?”

“몰랐어요? 그거 제가 잡았는데.”

남궁혁이 소소하게 놀라던 그때, 한 무리의 무인들이 일행의 뒤에서 다가왔다.

뒤를 돌아보니 황실 사람들이다.

인원은 셋. 대장군을 필두로 그 뒤에 사내 둘이 꼿꼿한 자세로 서있다.

서준이 묘한 표정으로 그들을 바라보자 대장군이 입을 열었다.

“처음 뵙겠소. 천양대장군(天陽大將軍) 주철약이오.”

“창천대해 남궁혁이오.”

남궁혁과 간단히 인사를 나눈 주철약이 서준을 빤히 바라보았다. 칼날처럼 서늘한 시선이다. 서준도 지지 않고 그와 시선을 교환했다.

“잠시 저쪽과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소만.”

“그러시오.”

남궁혁이 살짝 비켜서자 서준의 앞에 선 주철약이 긴 숨을 내쉬었다. 그의 기세가 은은하게 일며 서준을 압박한다.

“이야기는 전해들었다.”

아니, 왜 나한테는 갑자기 반말이지.

“무수한 이들 앞에서 삼황자에게 망신을 주고, 동창의 요원 역시 굴욕을 당했다지.”

꽤나 고압적인 태도다. 서준이 한쪽 입꼬리를 치켜올렸다.

“맞을 짓을 했으면 맞아야지.”

퉁명스러운 대답에 주철약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네가 들먹인 명분은 이해한다. 하지만 수많은 사람들 앞에서 황실의 위엄을 떨어뜨리는 행위 역시 그에 못지 않은 무례임을 모르는가?”

절그럭-, 커다란 덩치 위에 걸친 갑옷 탓에 주철약은 서준에 비해 두 배는 거대해보였다.

그런 그가 서준을 내려다보는 모습은 자못 위협적이었으나, 서준은 오히려 눈가를 찌푸리며 기세를 피워올렸다.

“황자라는 놈이 지껄인 말은 못 들었나?”

“들었다. 틀린 말은 아니더군.”

“…어이가 없네.”

신검금가의 후계자에게 천것이니 뭐니 지껄인 게 틀린 말이 아니다?

제정신 박힌 놈이 지껄일 말은 아니다.

방금까지만 해도 기분이 막 나쁘진 않았는데, 갑자기 머리가 뜨거워진다.

서준의 눈이 서서히 황금빛으로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제대로 들은 건 맞고?”

“금가의 이름이 전과 같지 않은 건 사실이지. 이미 몰락한 가문 아닌가. 천것이라는 단어가 황자의 입에 담기에 천박한 말이긴 하나, 아주 틀린 말이라 할 수는 없겠군.”

미친 새끼. 서준의 눈가가 파르르 떨렸다.

“…밑에 놈들 꼬라지 보니까 황제라는 새끼 꼴도 알 만하네. 황실은 뭐 병신 집합소냐?”

“…기어코 선을 넘는군. 얌전히 사과했다면 험한 꼴은 당하지 않았을 텐데.”

“지랄.”

두 무인의 기세에 주변 대기가 거세게 진동한다.

당장이라도 검이 뽑혀나올 듯 험악한 분위기.

그 사이로 남궁혁이 끼어들었다.

“그만. 이게 뭐 하는 짓이지?”

“지금 못 들었소? 감히 황제를 모욕한 대역죄인을 두둔하려 드는 것이오?”

주철약은 물러서지 않았다.

느닷없는 소동에 주변 무인들이 몰려든다.

남궁혁이 은은하게 기세를 피워올리며 주철약을 압박했다.

“황실이 남궁세가를 눈 아래에 둘 정도로 대단한 곳인 줄은 내 미처 몰랐군.”

“지금 황실의 행사를 방해하겠다는 거요?”

“…도대체 뭘 믿고 이리 나오는 것이지? 무신이 황실에 돌아오기라도 했나?”

“창천대해…!”

“허…. 그래, 내 황실의 뜻은 잘 알겠다. 아주 오만하기가 하늘을 찌를 기세로군. 그래봐야 하늘 아래 놓인 일개 가문이거늘, 그것을 잊었다면 내 다시금 새겨주는 수밖에.”

예상 외로 거친 반응에 주철약은 당황했다.

황실을 이리도 무시하다니? 북경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그의 눈에 얼핏 살기가 감돌았다.

서준은 이제 슬슬 참을 이유를 찾지 못했다.

‘그냥 다 묻어버려?

대장군 하나 없다고 정파가 휘청일까? 서준은 아니라고 봤다.

황실과 사이가 틀어지며 생길 혼란?

자신이 수습하면 된다. 전장 몇 번 오고 가는 게 뭐 그리 어렵다고.

아예 화경에 오른다면 더더욱 그렇다.

서준은 화경에 올랐을 때 자신의 잠재력이 어느 정도인지 잘 알고 있었다.

영역 내의 자연지기를 다루는 능력은 그 누구보다도 서준에게 있어 의미가 크다.

화경에 오르기만 한다면 당장 지금에 비해 수 배는 강해질 수 있다.

그래, 차라리 황실을 멸문시키고 그 자리를 신검금가로 채우자.

육대세가가 바뀔 때도 되지 않았는가.

스릉-

서준이 검을 뽑았다.

황실의 인원들은 약간 당황하는가 싶더니, 얼굴을 붉게 물들이며 역시 검을 뽑아들었다.

일촉즉발의 상황.

“그만────!”

어느새 모습을 드러낸 방장이 사자후를 내질렀다.

그는 골치가 아픈 듯 미간을 찌푸린 채 황실과 남궁세가의 무인들을 바라보았다.

“도대체 이런 시기에 뭣들 하는 짓이오.”

예상하지 못한 일은 아니었다.

원래 십육명문이 한 자리에 모이면 하루에 한 번씩은 마찰이 생긴다.

누구 하나 물러서려 하지 않는 까닭이다.

그들의 드높은 자존심은 스스로를 굽히는 것을 용납하지 않았다.

더욱이 유독 폐쇄적인 황실은 그런 경향이 한층 짙었다. 과거 무신이 중원을 통일했던 시기의 잔재가 남아 황실이 만인의 위에 선 무언가라 생각하는 것이다.

“방장, 마침 잘 오셨소. 내 일전의 회의에서는 안건과 관련이 없어 말을 못 했소만, 멋대로 대련에 끼어든 행위에 대해 아무런 처벌이 없는 것을 내 어찌 생각해야 하오?”

“천양대장군, 그만 하시오. 그 건은 삼황자의 발언이 너무 과했소.”

“방장…!”

주철약이 얼굴을 붉게 물들인 채 방장을 노려보았다.

방장이 미간을 찌푸렸다.

“그쯤 해두시오. 소림과도 척을 질 요량이오?”

“…도무지 이해를 할 수가 없군.”

주철약이 거칠게 검을 집어넣었다.

“…내 이 일은 잊지 않으리다.”

그리고서는 등을 돌려 성큼성큼 걸어간다.

“야, 어디 가냐?”

서준이 성큼 따라붙으려 했으나, 방장이 막아섰다.

이내 주철약의 모습이 사라진 뒤에야 방장이 크게 한숨을 내쉬었다.

“이번에는 어찌 조용히 넘어가나 싶었더니만….”

방장은 끌끌 혀를 차다 서준을 바라보았다. 가라앉은 눈으로 무언가 골똘히 생각하는 모습이 영 불안하다.

“네 녀석도 허튼 짓 하지 말아라. 차라리 내 따로 자리를 마련해주마.”

“무슨 자리요?”

“무인이 갈등을 풀 방법이 따로 있을까.”

무인은 무(武)로 말하는 법이다.

물론 그 전에 황실의 과오를 짚고 넘어가야 하겠지만.

용봉지회의 32강이 시작되었다.

32강은 하루에 4경기 씩을 치러 총 나흘에 걸친 경기가 될 예정이다.

다만 대진표가 미리 나온 것은 아니었다.

누가 호명될지 모르기에 참가자 전원이 일단 참석은 해야 한다.

굳이 이런 비효율적인 방식을 취한 이유?

후기지수들이 여기저기 돌아다니는 것보다는 한 군데 모여있는 편이 보호하기 쉽기 때문이다.

다른 문파도 아니고 십육명문쯤 되는 문파의 후기지수가 잘못되기라도 하면 소림 측에서도 꽤 골치가 아프다.

그런 탓에 춘봉, 남궁수아, 남궁명 모두가 준비된 대기실에서 차례를 기다렸고, 서준은 십육명문의 이들이 모인 자리에 앉아 멍하니 시간을 때웠다.

정확히는 역용술에 대해 고민하는 중이었다.

역용술 써서 사흑련이나 마교 짓인 척하고 황궁에 테러 한 번 할까? 같은….

아니지. 마교인 척은 안 된다.

그랬다가 정파가 마교까지 들이받으면 곤란해진다.

아직 마교와의 싸움이 확정된 것도 아닌 마당에, 자칫 적을 늘릴 수도 있는 행위는 지양해야 한다.

그러니 지금 시기에 적절한 신분은 백서준.

황궁에 얼음 운석이라도 하나 떨궈주면 다들 꽤 좋아할 것 같았다.

그래서 역용술에 대해 패진광에게 물었더니 이런 대답이 돌아왔다.

‘역용술? 저번에 본 그 거지한테 물어봐라. 칠결개쯤 되면 역용술 정도는 알고 있을걸?

칠결개는 개방의 직위를 뜻하는 말이다.

매듭이 일곱 개인 거지를 말하는 것인데, 이 매듭의 개수가 많을수록 직위가 높다고 보면 된다.

칠결개인 홍안개는 개방의 장로인 셈이다.

“어이구, 또 보는구만?”

때마침 어슬렁어슬렁 걸어오던 홍안개가 서준을 보고 씨익 누런 이를 드러냈다.

서준은 의자에 기댄 채 손을 흔들었다.

“구경 온 거예요?”

“그렇지. 우리 애도 나오거든.”

“뭐야. 애도 있어요?”

“흘흘, 그럴리가. 그냥 개방도라는 말이지.”

서준은 헛웃음을 터뜨렸다.

아무튼 마침 잘됐다.

원래는 다음 회의에서 물어보려 했는데, 이러면 다음 회의는 재껴도 될 것 같았다.

“홍안개 선배.”

“선배는 무슨. 대충 불러라.”

“그래그래, 홍안개.”

“그건 좀 건방진데?”

서준이 픽 웃으며 물었다.

“혹시 역용술 할 줄 알아요?”

“역용술? 할 줄은 알지.”

홍안개가 손으로 제 얼굴을 가렸다.

잠시 후 얼굴에서 손이 떨어지자 그의 얼굴이 완전히 변해있었다.

홍안개라는 별호에 걸맞는 청년의 얼굴이다.

“이거 말하는 거냐?”

“오, 네.”

“흘흘, 개방에 들어오면 가르쳐주마.”

“그건 좀….”

어차피 방금 보고 배웠다.

별로 어려운 기술은 아니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