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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14 21:31:5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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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촉즉발의 상황.
서준은 주양일을 발에 걸 듯이 들어 호위들에게 던졌다.
“이런 미친놈이…!”
호위 둘이 몸을 날려 주양일을 부드럽게 받아낸다.
나머지 인원들은 서준을 포위한 채 검을 겨눴다.
그들을 빤히 보던 서준이 미간을 찌푸렸다.
“새끼들이 빠져가지고. 주인 관리 똑바로 안 하지?”
호위들은 대답 대신 목에 핏대를 세웠다.
“당장 저놈을 추포하라…!!”
“추포 이 지랄.”
도망칠 생각도 없는데 추포는 무슨 놈의 추포.
서준이 앞으로 성큼 나서며 양손에 내공을 휘감았다.
그에 맞서 호리호리한 체구의 사내가 나섰다. 아마도 동창. 그의 뒤로 금의위와 동창의 요원들이 각각 진을 갖춰 서준을 압박한다.
“야, 야!”
서준이 싸울 생각인 듯하자 놀란 춘봉이 외쳤다.
“왜 그래! 또 머리 맛 갔어!?”
“완전 멀쩡한데?”
머리는 멀쩡한데, 기분은 안 멀쩡하다.
저 황자 새끼, 주양일이라 했던가?
춘봉이한테 지껄이는 말뽄새가 아주 그냥 여간 지랄이 아니더라.
밑에 내려가면 못 참고 난입할 것 같아서 하늘 위에서 구경 중이었는데, 대련이 끝나고도 지랄을 할 줄은 정말 꿈에도 몰랐다.
이걸 그냥 넘어간다?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원래 한 번쯤 크게 경고를 해야 다음부터 그러는 사람이 없는 법이다.
“멈추시오!”
소림의 지암이 외쳤으나, 서준은 무시하고 나아갔다.
선두에 선 동창의 초절정 고수가 미간을 찌푸리며 출수했다.
쐐액-!
그의 손에 극음의 기운이 어렸다. 그 유명한 규화보전인 듯싶다. 고자가 되어야만 익힐 수 있다는 고자 전용 무공.
서준은 마주 손을 뻗어 그의 손을 움켜쥐었다.
“흘흘, 멍청한 놈.”
고자가 웃는다. 제3의 성별과 손을 맞잡은 서준은 웃음이 나오지 않았다.
쩌저적-!
사내의 손에서 전해진 냉기가 서준을 팔을 타고 올라온다.
서준의 팔이 얼어붙고, 한쪽 뺨까지도 살얼음이 끼었다.
하아…. 서준이 하얗게 얼어붙은 숨을 내쉬었다.
“고자 컷.”
십중음양반전(十中陰陽反轉).
파바바박-!
찰나의 순간 음과 양이 수십 번 교차한다.
“크웁…!
내상을 입은 사내의 입에서 피가 쏟아져나왔다.
서준이 위력을 조절하지 않았다면 아예 팔이 터져나갔을 터.
얼굴이 희게 질린 사내를 내려다보던 서준이 그를 내던졌다.
콰앙-!
그를 겨우 받아든 황실의 호위 몇이 뒤로 나뒹군다.
순식간에 황실의 초절정 고수 하나가 제압당한 상황.
당황한 이들의 시선이 모여들자, 서준이 작정하고 기세를 발했다.
쿠우우웅──────────!!!
짙은 오만함이 담긴 기세가 무인들을 찍어누른다.
흘려낸 자, 버텨낸 자, 압도당한 자, 그 모두가 긴장한 시선으로 서준을 바라보았다.
서준은 서늘한 눈으로 그들의 시선을 마주했다.
그의 입이 천천히 열렸다.
“감히 신검금가를 모욕한 죄가 이루 말할 수 없이 무겁다.”
가문을 욕한다는 것.
무림에서는 당장 칼을 뽑아들 만한 일이다.
오히려 가만히 듣고 참는다면 무인도 아니라며 병신 취급 당한다.
서준으로서는 신검금가 자체에 그리 대단한 애착을 가지고 있진 않았지만, 춘봉은 다르다.
가문을 향한 그녀의 애정을 안다. 그녀가 가진 자부심과, 티내지 않으려 애쓰는 그리움, 다시 돌아갈 수 없음에 괴로워하던 서툰 몸짓을 안다.
그런 신검금가를 욕하는 것은 곧 춘봉을 욕하는 것.
서준의 서늘한 시선에 당황한 주양일이 말했다.
“…선배님과 금가가 무슨 관계가 있어 이런 일을 벌인단 말입니까.”
“또, 나의 스승을 천것이라 모욕했으니 그 죄는 목숨으로도 사할 수 없음이라.”
서준의 전신에서 황운신공의 내공이 넘실댄다.
그 황금빛 기운을 알아본 이들이 침음을 흘렸다.
가문에서 그치지 않고 스승까지 모욕했다?
서준의 말대로 당장 목을 쳐도 누구 하나 나무랄 수 없는 일이다.
중재하려 들던 지암마저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
“더 할 말이 있는가?”
“그건….”
주양일의 눈이 갈 곳을 잃고 헤맨다.
금가에 저만한 고수가 남아있었다는 말인가? 그럴 리가 없다.
만약 그랬다면 금가가 흔적조차 남기지 못하고 사라진 이유가 무어란 말인가.
저런 고수가 남아있었다면 몇 년간 금가의 이름조차 듣지 못했을 리가 없다.
그 논리 사이의 빈틈을 찾아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정말로 목이 떨어져도 이상하지 않았다.
주양일의 머리가 빠르게 회전했다.
“금가의 여식을 모욕한 것은 인정합니다. 허나 스승이라니요. 도대체 선배님의 스승이 누구이기….”
“신검금가의 금희는 나의 스승이며 또 은인이니, 네가 모욕한 금가의 여식이 곧 그러하다.”
“…말이 안 됩니다. 분명 금가의 후계자는 아직 방년(20세)이 채 되지 않았을 텐데….”
서준은 말을 잇는 대신 걸음을 옮겼다.
그가 주양일에게 가까워지자 황실의 호위들이 긴장한 표정으로 앞을 가로막았다.
동시에 서준이 검을 뽑아들었다.
화아악-!
황금빛 강기가 넘실댄다. 불처럼 일렁이면서도 일정한 형상을 유지하는 신기(神技).
그 수법의 고절함을 알아본 이들이 상황의 심각함조차 잊은 채 감탄을 토해냈다.
허나 이대로 두고 볼 수만은 없는 법.
사흑련과의 전쟁이 한창인 지금, 황실과 금가, 정확히는 황실과 남궁세가 사이에 마찰이 생긴다면 정파 전체가 휘청일 수도 있었다.
[지백, 분명 이 소협과 친분이 있었던 것으로 안다만….]
지암의 전음에 지백이 정신을 차렸다. 그가 서둘러 나섰다.
“이 소협, 잠시 제 얘기를 좀 들어주시겠습니까.”
서준이 지백을 바라보았다.
평소와 달리 감정 하나 담기지 않은 눈동자에 지백의 몸이 흠칫 떨렸다.
‘완전히 다른 사람 같구나….
마음을 다잡은 지백이 합장했다.
“아미타불…. 이 소협, 부디 정파의 상황을 헤아려 선처를 베풀어주실 수는 없겠습니까.”
그 말에 서준은 내심 고개를 끄덕였다.
‘딱 이 정도면 적당하겠네.
말려주는 사람이 한 명도 없었다면, 혼자서 북 치고 장구 치고 알아서 화를 삭히는 시늉이라도 내야 했을지도 모른다.
마음 같아서는 저 황자라는 놈의 머리를 별 모양으로 잘라내고 싶지만, 그랬다가는 일이 너무 커지는 까닭이다.
자칫하면 사흑련 손에 정파와 함께 남궁세가가 날아가버릴 수도 있다.
저 놈이 춘봉이 뺨이라도 한 대 후렸다면 뒷일이고 뭐고 일단 목부터 땄겠지만…, 지금은 상황이 참 애매하다.
뒤에서 발만 동동 구르고 있는 춘봉이도 일이 커지는 건 바라지 않는 것 같고.
하지만 냉큼 받아들이는 건 모양이 좀 빠진다.
wwe(짜고 치는 연기)가 필요한 순간이라 할 수 있겠다.
“가문과 스승이 모욕을 당했는데…, 그저 참으라는 말씀이십니까?”
“목을 베는 것보다 더 나은 방법이 있지 않겠습니까.”
“이 자리를 벗어나면 황실이 입을 닦을 것 같아 꺼려집니다.”
“결코 그런 일은 없을 것입니다. 이곳의 모두가 증인이며, 애시당초 황실도 명예의 무거움을 아는 바. 아무 일도 없었던 듯 넘어가지는 않겠지요.”
적당히 대화를 주고 받은 끝에 서준이 크게 한숨을 내쉬었다.
“지백대사께서 그러시다면야 어쩔 수 없군요.”
말과 함께 주양일에게 다가가자 호위들이 서준을 막아서려 했으나, 지백의 시선에 도로 물러난다.
주양일 앞에 선 서준이 그를 빤히 바라보았다.
“앞으로 입을 함부로 놀리는 일은 없어야 할 거다.”
“…예.”
그 찰나, 서준의 손이 빛살처럼 움직였다.
꽈앙-!
주양일의 정수리에 틀어박힌 꿀밤이 그의 머리를 땅에 처박았다.
“커헉…!”
머리가 반쯤 땅에 파묻힌 주양일의 몸이 파르르 떨린다.
“어휴.”
상쾌하게 손을 턴 서준이 방긋 웃었다.
“뭐, 그러면 계속들 하세요.”
하던 용봉지회는 마저 해야 할 것 아닌가.
*
미묘한 분위기 속에서 용봉지회가 이어졌다.
춘봉에게 질질 끌려가 구석진 곳에서 잔소리를 듣던 서준은 머리를 긁적였다.
“음…. 원래 좀 그렇다고?”
대대로 황실과 금가 사이에 전해져 내려오는 wwe였다는 말인가?
“아니, 그냥 저놈이 무례한 건 맞지. 그래도 내가 후려팼으니까 괜찮아.”
춘봉이 씩 웃었다.
“그냥 아무것도 못 하고 얻어맞았는데 입이라도 놀려야지. 그 정도 아량은 있다 이거야.”
“이상하다…. 우리 춘봉이가 그렇게 아량이 넓은 애가 아닌데….”
“뭐 인마?”
눈썹을 꿈틀거린 춘봉이 푹 한숨을 내쉬었다.
“그래도 나쁘지 않아. 너 덕분에 신검금가의 부활도 확실하게 머릿속에 새겨졌을 테고, 나도 무난하게 이겼으니까 이대로 우승만 하면….”
온 무림에 신검금가의 화려한 부활을 널리 알릴 수 있으리라.
춘봉이 히히 해맑게 웃었다.
“아무튼 그래서. 일은 잘 끝내고 왔어?”
춘봉의 질문에 서준이 씩 웃었다.
“그럼. 잘 끝냈지. 아마 사흑련 애들도 좋아 죽을걸?”
잘은 몰라도 머리 좀 아플 거다.
*
하룻밤 사이에 혈오문이 멸문했다.
사흑련에서는 조사관을 파견해 사건의 진상을 파헤치고자 했다.
그렇게 파견된 이가 마등원.
그 능력이 뛰어나 별다른 뒷배 없이도 사흑련에서 인정받는 실력자였으며, 특히 무공의 흔적을 분석하는 데 뛰어난 능력을 보였다.
그런 마등원은 수하들과 함께 혈오문에 도착하자마자 멍하니 입을 벌렸다.
“…터무니없군.”
시간이 흘렀음에도 여전히 새하얗게 얼어붙어 있는 건물들. 빈틈 하나 없이 얼어붙어 있는 꼴이 이 참상을 만들어낸 자의 수준을 증명한다.
콰지직-!
꽝꽝 얼어붙은 정문을 부수고 들어간 마등원은 빠르게 혈오문 내부를 훑었다.
거침없이 문파를 휘젓는 그의 표정이 시간이 갈수록 심각해졌다.
‘북해빙궁이 왜…?
아무리 봐도 빙백신공의 흔적이다.
이 특유의 음한지기며, 그 안에 깃든 사기, 공력을 발할 때 생겨나는 흔적들과 매끄럽게 얼어붙은 백색의 얼음.
명명백백 신공에 속하는 빙백신공인 만큼 그 특징 역시 뚜렷한데, 혈오문에는 그 빙백신공의 특성이 노골적으로 드러나 있었다.
다만 이상한 점이 하나.
“마기가 느껴지는군.”
“흉수가 두 명 이상이었던 모양입니다.”
수하의 말에 마등원이 고개를 저었다.
“틀렸다. 이건 모두 한 사람이 행한 일이야.”
안타깝게도 온전히 남은 시체가 거의 없어 정확한 수법은 파악하기 힘들지만, 흉수가 한 사람이라는 것 정도는 알아볼 수 있었다.
“…혈오문 정도 되는 문파를 단신으로 멸문시켰다는 말씀이십니까?”
“그래.”
아무리 빙궁이어도 이 정도 되는 고수는 많지 않다.
한데 마등원이 알기로 그들 중 마공을 익힌 이는 없다. 애초에 사흑련 소속의 무인이 마공을 익혔다는 것 자체가 말이 되지 않는다.
그렇다면 제삼자가 있을 가능성이 크다는 말이 되는데, 단정하기에는 빙백신공이 걸린다.
마등원은 입술을 질겅질겅 씹으며 목적도 없이 혈오문을 돌아다녔다.
‘이대로면 곤란하다.
결국 모든 증거가 북해빙궁을 가리킨다.
더하여 그것들로 추론하자면 북해빙궁이 마교와 손을 잡았을 가능성마저 있다.
정파와의 전쟁이 한창인 지금, 결코 좋은 소식이 아니다.
자잘한 문파들이야 뭐라 지껄이건 아무런 상관도 없지만, 칠사흑문이 증거를 바탕으로 북해빙궁의 이권을 축소시키려 든다면 일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질지도 모른다.
여기서 최악의 가능성은 이것이 정말로 북해빙궁의 소행일 경우.
그들이 마교와 손을 잡고 정, 사, 마의 삼파전이 벌어진다면…, 중원의 세력 구도 자체가 뒤집어질 수도 있다.
“빌어먹을…. 도대체 어떤 놈이 이딴 짓을….”
마등원이 머리를 감싸쥐었다.
머리가 깨질 것 같았다.
*
“귀가 왜 이렇게 간지럽지.”
서준이 귀를 긁어대자 춘봉이 비웃었다.
“너 흉볼 사람이 어디 한둘이냐?”
“아니, 금 씨! 비겁하게 팩트를 들이대?”
“패액투? 뭐라는 거야.”
춘봉이 툴툴댄다.
저러면서도 누가 서준 자신의 흉을 보면 냅다 드롭킥을 날려줄 착한 동생이다.
서준은 그녀의 머리를 마구 헝클이며 고민했다.
‘생각해보니까 나 완전 분탕 최적화 인재 아닌가?
문파들이 그토록 경계하는 것이 무엇인가.
물론 여러 가지가 있지만, 그중 하나는 무공이 유출될 경우 하지도 않은 짓으로 누명을 뒤집어쓰는 일이 생길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서준은 무공을 베끼는 데 탁월한 재능이 있다. 경지가 높아져 그 실력이 더욱 향상된 지금은 웬만한 무공은 원본에 가깝게 쓰는 것도 가능하다.
흔적만 남기고 냅다 튀면 특정 문파에 누명 풀세트를 선물해줄 수 있다는 뜻이다.
‘괜찮은데?
이거, 아예 그냥 역용술까지 익혀서 진짜 분탕 한 번 쳐봐?
북해빙궁의 백서준, 마교의 뭐시기 서준, 정파의 이서준.
너무 노골적인 작명이지만, 이런 걸로 의심하는 놈은 있을 수가 없다.
아니, 쓰는 무공이 다른데 그걸 의심해?
머저리라며 매장당해도 이상하지 않다.
“오호….”
확실히 재밌어 보인다.
채택.
세 집 살림 각이 날카롭게 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