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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련의 시작과 동시에 주양일이 내공을 일으켰다.
천일양제극화신공(天日陽帝極火神功).
황실의 무공을 극성으로 발휘해 기운을 휘감고, 그 오만한 시선으로 금가의 후계자를 내려본다.
타오르는 태양이 땅에 내려온 듯 찬란한 광휘와 함께 어깨를 짓누르는 압력이 춘봉을 압박했다.
춘봉은 코웃음치며 청운신공을 운용했다.
우웅-!
그녀의 몸 주위로 백금빛 구름과 같은 기운이 피어나며 압력을 흘려낸다.
“진정 금가의 후계자가 맞군.”
“시끄러워, 황 씨.”
“금가의 후계자라는 이가 황실의 고귀한 성씨를 착각한단 말인가?”
“고귀는 무슨. 아직까지 무신 하나만 우려먹는 주제에.”
“금가에는 등선한 검신 외에 다른 무언가가 있다는 말처럼 들리는군.”
“정확하네. 곧이야.”
춘봉이 이죽이자 주양일이 혀를 차며 납검했다.
“됐으니 기권하고 내려가라. 천것에게 손을 쓰려니 내키지 않는군.”
“천것…?”
“그러면, 이제는 이름밖에 남지 않은 금가에 무슨 권위가 있는가?”
움찔, 춘봉의 눈썹이 파르르 떨렸다.
대련을 지켜보던 이들 역시 미간을 찌푸렸다.
대련 전에 말로써 상대의 평정을 흐트러뜨리는 일이 드문 건 아니지만, 주양일의 말은 조금 과한 감이 있었다.
허나 당장 나설 만한 일은 아니다.
무인은 결국 실력으로 말하는 이들.
금가의 후계자가 대련에서 승리한다면 오히려 저 말을 정면에서 꺾은 셈이 된다.
순간 치솟은 살심을 애써 억누른 춘봉이 주양일을 죽일 듯이 노려보았다.
“…됐으니까 검이나 뽑지?”
“필요 없다.”
주양일이 춘봉을 비웃었다.
그러다 흠칫, 섬뜩한 감각에 몸을 떨었다.
‘살기?’
하늘을 올려다보지만 딱히 보이는 것은 없다. 착각인가. 혀를 찬 주양일이 춘봉을 내려보았다.
“필요가 없으시다?”
춘봉이 그에게 성큼 다가섰다.
“그럼 처맞고 뽑든가.”
춘봉의 주먹에 백금빛 기운이 어린다. 그대로 앞발을 밀며 일 권.
주양일이 손을 휘둘러 쳐냈다.
콰아앙-!
폭음이 일며 주양일의 신형이 이 보 뒤로 밀려났다. 그가 눈썹을 치켜올렸다.
“무슨….”
금가의 무공이 뛰어난 것은…, 그래, 인정한다.
하지만 척 보기에도 나이 차이가 나는 데다, 금가가 몰락한 뒤로 지원조차 제대로 받지 못했을 터.
다른 요소는 차치하더라도 내공의 깊이만으로 위력의 차이가 나야 한다.
허나 밀린 것은 주양일 자신.
“흥미롭군.”
밀린 몸을 곧장 앞으로 내밀며 양손을 뻗는다.
춘봉이 코웃음쳤다.
“뭐래.”
춘봉신공을 극성으로 발휘한다.
춘봉은 곧장 몸을 웅크려 쌍장을 피한 뒤, 주양일의 복부에 주먹을 내질렀다.
그때까지도 주양일의 시선은 살짝 어긋나 있었다.
방금 전 교환한 일 수로 인해 무의식 속에 새겨진 춘봉의 무공. 그 인상이 만들어낸 환상을 보고 있는 것이다.
주양일이 눈치챈 것은 주먹이 닿기 전의 찰나.
그는 눈을 크게 뜨며 몸을 비틀었으나, 비웃은 춘봉은 그대로 주먹의 궤적을 틀어 그의 복부를 후려쳤다.
뻐어어억────────!!
시원한 타격음과 함께 주양일의 신형이 뒤로 날아간다.
“커읇…!”
쿠당탕-! 땅을 구른 그가 복부를 움켜쥔 채 고개를 들었다.
붉게 충혈된 눈.
이제서야 뚜렷하게 드러나는 감정에 춘봉이 삐죽 웃었다.
“건방진 새끼. 이래도 검 안 뽑아?”
춘봉신공 이거, 진짜 말도 안 되는 무공이잖아?
이런 대단한 무공에 춘봉이라는 이름이 붙다니….
짜릿하기 그지없는 일이다.
“쿨럭…! 감히….”
스릉-, 주양일이 비틀대며 자리에서 일어나 검을 뽑아든다. 마주 선 춘봉 역시 검을 뽑았다.
황실과 금가.
두 가문은 대대로 사이가 좋지 않았다.
공통점이 많았을 뿐더러, 무엇보다도 황룡이라는 상징을 공유한 까닭이다.
과거에도 두 가문 사람들이 마주치면 일단 검부터 뽑고 본다는 이야기가 있었다.
춘봉은 그런 신검금가에서 착실하게 조기교육을 받았다. 일단 황실 놈들의 얼굴만 봐도 기분이 나빠지는 것이다.
아마 저놈 역시 마찬가지일 터.
춘봉은 저 뻔뻔한 낯짝이 당장이라도 구겨지는 꼴을 보고 싶었다.
그래서 곧장 행동으로 옮겼다.
통, 춘봉의 신형이 빠르게 나아간다. 청운신공이 운용되며 그녀의 검에 백금빛 검기가 어렸다.
주양일은 욱씬거리는 복부를 무시한 채 양손으로 검을 치켜들었다.
천일양제극화신공이 그의 검에 태양의 열기를 깃들인다.
다가오는 금희. 일전의 실수를 반추하며 기감을 날카롭게 벼린다.
기감과 시각이 일치하고, 찰나의 찰나, 환각이 아님을 확신한 주양일이 그대로 검을 내리베었다.
쉬익-!
단지 그가 알지 못했던 것은 춘봉신공의 창시자가 기를 다루는 데 있어 불세출의 재능을 가졌다는 것이요, 그 탓에 기감으로 춘봉신공을 파악하려 한 시도 자체가 멍청하기 짝이 없는 짓이었다는 것이다.
화아악────────!!
검의 궤적을 따라 새겨지는 불꽃.
허나 제대로 보지 않고 휘두른 검은 휘두르지 않느니만 못 하다.
춘봉의 위치와 살짝 어긋난 곳을 노린 검이 어이없을 만큼 쉽게 빗나가고, 몸을 기울여 피한 춘봉이 곧장 검을 내질렀다.
청룡출두(靑龍出頭).
거대한 청룡이 주양일을 향해 아가리를 벌린다.
뒤늦게 깨달은 주양일이 이를 악물었다.
내리벤 검을 억지로 비틀며, 단숨에 초식을 전환한다.
단양(斷陽).
하늘의 태양을 가를 듯 솟구치는 검.
그것을 보며 춘봉이 히죽 웃었다.
“병신.”
검의 위력에서도 자신이 밀린다는 걸 까먹었나 보지?
정말 이기고 싶다면 바닥을 굴러서 피했어야 했다.
콰아아앙────────!!!
주양일이 튕겨져 날아간다.
억지로 초식을 비튼 반동까지 더해져 그의 입에서 피가 울컥 쏟아졌다.
그는 검으로 바닥을 짚은 채 몇 번이고 일어나려 시도했으나, 결국 엎어진 채 춘봉을 올려다볼 수밖에 없었다.
꿈틀대는 주양일 앞에 선 춘봉이 그의 목에 검을 가져다댄 채 심판을 보았다.
어딘지 모르게 벅찬 듯한 눈으로 그녀를 바라보던 심판이 크게 외쳤다.
- 승자…! 신검금가의, 금희…!
와아아아아────────!!!
하남이 떠나갈 듯 커다란 함성소리가 울린다.
그 환호성에 춘봉의 몸이 부르르 떨렸다.
그녀는 연무장 한가운데 선 채 관중들을 바라보았다.
한때는 아예 포기했던 광경. 허나 끝내 이 자리까지 왔다.
이서준. 그녀의 오라비. 그의 도움에 힘입어.
마침내 스스로를 당당히 드러낼 수 있게 된 것이다.
이제 막 용봉지회의 본선이 시작했을 뿐이지만, 시작이 곧 반이라는 말도 있지 않은가.
이대로 8강까지 진출하여 봉(鳳)의 칭호를 얻게 된다면, 정말로 금가 부활의 첫발을 성공적으로 내디딘 셈이 될 것이다.
‘으…!’
벅차오르는 가슴을 주체하지 못하고, 춘봉이 모든 이들을 향해 포권했다.
“신검금가의 위명은 영원할지니…!”
쿵! 쿵! 뛰는 심장에 머리가 새하얗게 달아오른다.
치솟는 입꼬리.
숨을 몰아쉬며 외쳤다.
“…금가의 춘봉이 여기에 있소!”
와아아아아──────────!!!
그녀의 벅찬 외침에 관중들은 다시 한 번 크게 함성을 내질렀다.
의문을 느끼는 이들도 있었으나, 군중의 분위기라는 것은 이성을 용납하지 않는다.
다만 관중들과 섞이지 않고 지켜보던 십육명문의 인원들만이 의문을 느꼈을 뿐이다.
“춘봉? 왜 금가의 춘봉이지?”
“글쎄올시다…. 분명 희라는 이름으로 알고 있는데.”
함성이 가라앉고, 조금 침착해진 춘봉 역시 실수를 깨달았다.
군중들도 춘봉이라는 말을 듣지 못한 건 아니었던지라, 함성이 그치자 작게 웅성거리는 소리가 그녀의 귀까지 들려왔다.
춘봉의 귀끝이 발갛게 물들었다. 하지만 그녀는 당당히 섰다.
춘봉이라는 이름에 한 점 부끄러움도 없으니.
오빠가 아닌 남에게 불리고 싶은 이름은 아니나, 그렇다고 애써 감추려 들 이름 역시 아니었다.
“허…, 춘봉이라. 그것 참 천한 이름이로군.”
등 뒤에서 들려오는 목소리.
뒤를 돌아보니 어느새 자리에서 일어난 주양일이 그녀를 빤히 바라보고 있었다.
춘봉이 미간을 구겼다.
“춘봉이 뭐.”
“웃기지도 않는 이름 아니더냐.”
“패배자가 말이 많네.”
“…사술에 당했을 뿐이다.”
“사술은 무….”
춘봉이 멈칫했다.
생각해보니 좀 사술 같긴 하다.
애초에 이서준이 쓰는 기술들이 대부분 사술 같은 경향이 있다.
하지만 저렇게 처발려놓고 사술 타령하는 건 그저 꼴사나울 뿐이다.
“용봉지회가 시작하자마자 떨어진 놈이랑은 별로 얘기하고 싶지가 않은데?”
“…건방진 년.”
우르릉───────!!
느닷없는 천둥 소리에 잠시 하늘을 올려다본 주양일이 쯧 혀를 차며 등을 돌렸다.
“뭐, 됐다. 다음에 보….”
콰아아아앙────────!!!
귀가 터질 듯한 폭발음.
뿌옇게 이는 흙먼지에 장로들이 눈을 부릅 떴다.
“습격이라고!? 하남에? 어떤 미친놈이…!”
“주양일과 금희는 어찌 됐나!”
장로들이 연무장을 향해 급히 달려들었다.
그들의 손짓에 흙먼지가 걷히고, 이내 드러난 모습에 무수한 이들이 침음을 흘렸다.
“커, 억….”
머리가 짓밟힌 주양일.
그 위에 선 한 사내가 거대한 기세를 피워올리며 만인을 오시한다.
군주로서의 위엄이 아닌, 발치의 벌레를 내려다보는 듯 오만한 기세.
그가 입을 열었다.
“춘봉(春鳳)이라. 네 생기 있는 검짓이 봄날의 바람과 같으니, 그 모습과 썩 잘 어울리는 별호로구나. 이번 기수의 용봉 중에서는 네가 제일인 듯한데- 과연 봉 중의 봉 춘봉이로다.”
검을 뽑아든 황실의 호위들이 살기를 피워올렸다.
“당장 황자님 곁에서 떨어져라!”
그들이 발하는 기세에 이미 엉망이 된 연무장 바닥에 또 한 번 쩍쩍 금이 간다.
어지간한 무인이라면 다리에 힘이 풀려 추태를 보일 살벌한 기세였으나, 사내는 그것이 산들바람이라도 되는 듯 여상한 표정으로 주위를 훑었다.
당황하면서도 이 자리의 무인들을 믿는 듯 자리를 지키는 민중들, 주변을 둘러싼 황실의 호위들, 서늘한 눈을 한 장로들, 괴상한 표정을 짓는 남궁세가의 사람들.
사내는 그들을 잠시 바라보다 제 발밑에 시선을 주었다.
주양일이 죽일 듯한 눈으로 그를 노려보고 있었다.
사내는 그 사나운 눈매를 발로 가린 채 힘을 주어 주양일의 머리를 땅에 처박았다.
“크윽…!”
짓밟힌 주양일이 꿈틀댄다.
“아차, 실수. 사람이 있는 줄은 몰랐네.”
서준이 낄낄 웃으며 춘봉에게 손을 흔들었다.
“오빠 왔다. 춘봉아.”
“…이거 미친놈 아니야.”
춘봉이 입을 쩍 벌렸다.
‘신혈의 계승자가 아직 남아있었다고?’
소란스러운 연무장. 사내 하나가 은밀하게 모습을 감췄다.
‘계획에 차질이 생기기 전에 서둘러 알려야 한다.’
사내의 눈이 핏빛으로 물들자 주변의 시궁쥐 몇 마리가 고개를 치켜들었다.
찍찍-!
빠르게 흩어지는 쥐들을 보며 사내가 입매를 치켜올렸다.
‘곧이다. 이제 곧….’
피로써 중원을 정화할 구원자께서 오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