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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14 21:31:5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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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비게이션은 넷 씩이나 필요 없다.

서준이 사내들에게 한 명만 남으라 명하자 그들이 일제히 한 사내를 바라보았다.

뺨을 맞고 날아갔던 놈이자, 가장 먼저 서준에게 말을 걸었던 놈.

그는 동료들을 향해 눈을 부라렸으나, 코앞에 서준이 있는 이상 뭐라 말을 하기도 애매했다.

결국 굴복하고 만 사내가 희게 질린 낯으로 포권했다.

“저는 초백이라 합니다, 선배님….”

“그래, 반갑다.”

서준이 초백의 어깨를 툭툭 두드렸다.

“너는 길을 안내하면 되겠고. 다른 놈들은….”

서준의 시선이 스칠 때마다 사내들이 움찔 움찔 몸을 떤다.

에휴, 한숨을 내쉰 서준이 손을 내저었다.

“어서 꺼져라.”

“예!”

“당장 꺼지겠습니다!”

사내들은 동료애 따위 없는지 순식간에 달아났다.

파르르 떨리는 초백의 눈동자가 그의 심정을 나타냈다.

물론 서준이 알 바는 아니었다.

“여기서 혈오문까지 거리가 어떻게 되지?”

“경공으로 나흘이면 도착할 겁니다.”

“나흘이나?”

도대체 방향을 얼마나 잘못 잡았던 거지?

한숨을 내쉰 서준이 턱짓했다.

“안내해라.”

“옙.”

남몽골은 넓다.

인접한 정파의 영역만 해도 감숙, 녕하, 섬서, 산서, 하북이 있을 정도다.

그런 만큼 당연히 최전선에 속했고, 무인들의 수 역시 많았다.

그리고 신경이 날카로워진 무인들은 툭 하면 시비를 걸기 마련이다.

생긴 게 마음에 안 들어서, 허리춤의 검이 마음에 안 들어서, 걸음걸이가 마음에 안 들어서, 눈빛이 마음에 안 들어서.

사춘기 애새끼마냥 마음에 안 드는 것 천지인 무인들이 심심하면 시비를 걸어왔고, 서준은 떼부자가 되었다.

“이야, 다들 돈이 많네.”

“대부분 낭인 놈들인지라 아마 이번 전쟁에서 살아남았다면 주머니가 꽤 두둑할 겁니다.”

낭인 셋을 두들겨 팬 서준이 돈주머니를 초백에게 던져주자, 그가 환하게 웃으며 돈주머니를 품에 챙겨넣었다.

굳이 줄 필요는 없지만 이제 슬슬 돈 때문에 몸이 무거워질 정도다.

버리기도 아까워 적당히 챙겨주니 사람 눈빛이 바뀌었다.

아주 싹싹해졌다는 의미다.

“그래서, 혈오문에 대한 소문이 어떻다고?”

“그…, 혹시 손님으로 가시는 겁니까?”

“알아서 뭐 하게.”

“으음.”

고민하던 초백이 슬쩍 입을 열었다.

“어떻게 보면 화끈하고, 어떻게 보면 악질인 놈들입니다.”

“사이가 좋은 건 아니니까 그냥 솔직하게 말해라.”

“옙! 사람들을 무식하게 갈아대는 미친놈들입니다!”

갈아댄다. 저건 아마 비유적인 의미가 아니라 진짜 물리적인 의미로 갈아댄다는 뜻일 터였다.

서준이 헛웃음을 터뜨렸다.

“그게 특이한 일인가?”

“그래도 대부분의 문파들은 정도라는 게 있습니다. 양민들을 싹 다 갈아버리면 저희가 불편해지기도 하고, 무엇보다 원념 때문에 귀찮은 일이 생기기도 하지 않습니까.”

정파 협객 이서준은 모르는 일이다.

“잘 모르겠는데.”

“예? 북해빙궁도 해마다 제령 의식을 치르지 않습니까?”

“말대꾸?”

“…한 자리에서 지속적으로 많은 사람을 죽이면 쌓인 원념이 기를 품어 악령이 되고는 합니다!”

“그래? 위험한가?”

“그 정도는 아닙니다. 가끔 큰놈들은 꽤 위협적이라고는 하지만, 보통은 나타나더라도 절정 수준의 고수만 있으면 어렵지 않게 처리할 수 있죠.”

아무래도 내공으로 귀신도 퇴치할 수 있나 보다.

그렇다면 서준이 딱히 신경 쓸 바는 아니었다.

그렇게 심심하면 초백을 갈구며 사흑련의 영역을 가로지르길 대략 나흘.

남몽골에서도 까마귀는 검고, 사람은 살아가기 마련이다.

이곳 역시 정파의 영역과 분위기가 조금 다를지언정 큰 차이는 느껴지지 않았다.

‘그야 그렇겠지.

어차피 다 사람 사는 곳 아닌가.

잘 사는 놈들은 잘 살고, 못 사는 놈들은 못 산다.

어딜 가나 당연한 이치였고, 다만 이곳에서는 그 격차가 조금 더 심할 뿐이었다.

혈오문의 영역에 도착하자 초백이 저 멀리 보이는 건물 하나를 가리켰다.

“저게 혈오문입니다.”

“그래. 수고했다.”

서준이 손을 내젓자 초백이 깍듯하게 허리를 숙였다.

“만수무강하십쇼, 백 대협!”

“넌 착하게 좀 살고.”

“옙! 협객이 되겠습니다!”

“지랄은 말고.”

“하하….”

초백이 다시 한 번 허리를 꾸벅 숙이고는 멀어져간다.

서준은 길 한복판에 선 채 고민했다.

‘그러면 이제 어쩐다….

선택지는 세 가지 정도 있다.

첫째, 잠영술로 잠입해서 문주를 암살하고 시작한다.

둘째, 혼원보로 날아들어서 건물 몇 개 날리고 시작한다.

셋째, 시간을 좀 써서 혼원일월공 하나 크게 터뜨리고 시작한다.

‘암살이 낫겠지?

중요한 건 조무래기들이 아니라 혈오문주다.

서준이 파악한 바로는 혈오문의 초절정 고수는 혈오문주 하나뿐.

실상 그놈 하나 잡으면 혈오문을 무너뜨리는 건 어렵지 않다.

암살을 하려면 아무래도 밤이 나을 터.

그때까지 도시 구경이나 할 생각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휑하네.”

사람이 별로 없다.

기척으로 보아하니 건물 안에는 사람이 꽤 있는 것 같은데, 바깥을 돌아다니는 사람은 가끔 한두 명 정도 보이는 게 전부다.

초백에게 듣자하니 혈오문이 사람들을 무턱대고 갈아대기 시작한 지 반 년 정도 된 모양.

아마 그 탓에 사람들이 집에 틀어박혀 있는 것 같은데, 뭘 하려고 그렇게 사람들을 갈아대는 건지 모르겠다.

경지라도 올리려는 건가?

“할 게 없구만.”

대충 도시 관광을 마친 서준이 적당한 골목에 주저앉아 멍하니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 무림에 발을 들인다는 게 어떤 의미인지는 알아?

문득 뒷골목 살던 시절 춘봉의 말이 떠올랐다.

  • 무림의 은원이라는 건 도저히 다시는 풀어낼 수 없을 만큼 복잡하게 꼬여버린 실타래와 같아. 이미 너도 그곳에 한 발을 들였고.

은원이라.

생각해보면 이미 얽힌 사람들이 많다.

청하문, 왕씨가문, 하오문, 화산파, 남궁세가, 소림, 뭐 그 외에도 잔뜩.

나쁜 쪽으로는 기련문, 혈오문, 북해빙궁…. 또 뭐가 있더라.

아무튼 많았던 것 같다. 아마 곧 마교도 추가될 테고.

복잡하게 꼬여버린 실타래라는 말이 딱 맞다.

사람 살아가는 게 원래 그렇다지만, 양민들과 달리 무림인들의 은원이라는 것은 보통 칼이 오간다.

자신이 죽인 사람만 해도 벌써 수두룩하지 않은가.

전쟁이 이어지면 그 숫자의 앞자리가 휙휙 바뀔지도 모른다.

그러니 이제 와서 사람 목숨의 무거움에 대해 설파하기에는 늦은 듯싶다.

일수에 사람 수백을 죽이는 슈퍼 엘리트 살인 머신이 초절정 고수 이서준 아닌가?

그런 까닭에, 서준은 딱히 혈오문주를 처단하겠다거나 하는 생각은 없었다. 정의니 뭐니 하는 거창한 명분 역시도.

그놈이 죽는 건 그저 귀찮게 얼쩡거려서일 뿐.

혈오문주 입장에서는 아쉽게 된 일이다.

‘뭐, 마침 실험해볼 것도 있으니까.

서준은 붕 떠버린 시간을 때울 겸 머리를 바쁘게 굴렸다.

마침 적절한 화두도 있었다.

나름 진법 중에서는 알아주는 소림의 백팔나한진을 견식하지 않았나.

다만 108명이 펼치는 진법을 홀로 사용할 수 있게끔 변형해야 할 터.

그렇게 적당히 변형한 진법에 더해 스스로가 가진 내단이라는 특수성을 주술과 엮는다면….

‘가능할지도.

반쪽짜리나마 닿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영역.

화경들의 전유물인 그 권능에.

길을 찾는 서준의 머리 위로 태양이 바쁘게 움직였다.

스으…. 후우….

야심한 밤, 좁은 방 안에서 가느다란 호흡 소리가 새어나온다.

방의 중앙에 가부좌를 틀고 앉아있던 사내의 눈이 번쩍 뜨였다.

“…성공이군.”

후우…. 내쉬는 숨에 붉은 기운이 섞였다.

사내는 자리에서 일어나 전신의 모공에서 빠져나온 노폐물들을 강기로 태워냈다.

이후 옷을 걸쳐입고 습관처럼 곰방대를 입에 물었다.

삼매진화로 불을 붙이고 연기를 빨아들이니 뇌가 깨어나듯 정신이 맑아진다.

그가 방을 나서자 바깥에서 호법을 서던 수하들이 고개를 숙였다.

“축하드립니다 문주님!”

“됐다.”

사내, 혈오문주가 수하 중 하나에게 물었다.

“진기재천 건은 어떻게 됐지?”

“별 수확이 없습니다. 여전히 활개를 치고 다니는 모양입니다. 며칠 전 하남에서도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합니다.”

“그렇단 말이지….”

남궁세가의 새로운 초절정 고수, 이서준.

적당히 압박하면 한동안은 세가에 틀어박혀 있을 줄 알았더니, 조심성이 많은 놈은 아닌 듯싶었다.

“귀찮게 하는군. 일단 두어라. 이 이상 해봤자 의미도 없겠어.”

“예!”

사흑련에서 혈오문에 내린 하청이었지만, 자신이 성공적으로 경지를 올렸으니 이제 다른 일을 맡는 편이 낫다.

사흑련 측에서도 그리 판단할 터.

혈오문주는 전신에 넘치는 힘을 가늠하듯 주먹을 꽉 움켜쥐었다.

‘이제야 초절정 중기.

인간 삼천삼백삼십삼 명을 갈아넣어 단약을 만들었지만, 재료의 질이 떨어지는 탓인지 그리 대단한 효과는 보지 못했다.

하지만 어떻게든 하나의 벽을 넘었으니 됐다.

초절정 중기부터는 강기의 형태를 비교적 자유로이 조율할 수 있는 바, 혈오문의 독문무공인 혈인강기(血燐罡氣)의 위력이 기하급수적으로 상승한다.

“나찰검은 어디 있지?”

혈오문주의 질문에 수하가 즉시 답했다.

“별채에서 쉬고 계십니다.”

“그래. 별일은 없었다니 다행이군.”

혹여 자신이 폐관하는 동안 무슨 일이 생길까 싶어 초청한 식객이었으나, 그가 나설 일은 없었던 모양이다.

투자한 돈과 영약이 아깝지만 별수 있나.

아무 일도 없는 게 최선이다.

“일단 너는 사흑련에 소식을 전하고, 나머지는 휴식을 취해라. 아마 곧 전장에 나가게 될 것이다.”

“존명!”

수하들이 빠르게 흩어진다.

혈오문주는 다 태운 곰방대의 담뱃잎을 털어냈다.

“흐음.”

입이 텁텁하다. 어쩐지 예감이 좋지 않았다.

혀를 찬 혈오문주는 곰방대를 품속에 넣고 걸음을 옮겼다.

별채에 있을 나찰검을 만날 생각이었다.

‘초절정 고수가 둘이나 있는데 무슨 일이 벌어지지는 않겠지.

조금 나아진 기분으로 복도의 모퉁이를 도는 찰나, 섬뜩한 감각이 목을 간질인다.

“흡…!”

즉시 손에 강기를 깃들여 휘둘렀다.

서억-

강기 째로 베였다. 잘린 손이 바닥에 떨어진다.

혈오문주의 눈이 부릅 뜨였다.

“큭…! 너는…!”

엄지만 남은 손을 움켜쥔 혈오문주의 눈에 한 사내의 모습이 보였다.

어쩐지 낯이 익다. 분명 초상화로 몇 번 본 얼굴.

“…진기재천! 네놈이 어떻게 여기에!”

분명 며칠 전까지만 해도 하남에 있었다 하지 않았던가!

경악한 혈오문주를 바라보던 서준이 픽 웃었다.

“이걸 막아? 감이 좋네.”

서준의 검에서 역천일월강기가 흩어지고, 대신 빙백신공의 강기가 어렸다.

오늘, 혈오문은 북해빙궁에 의해 멸문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