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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14 21:31:5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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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 아침.
조심스레 방을 나선 춘봉의 눈에 가장 먼저 보인 것은 실실 웃는 서준의 낯짝이었다.
“일어났어? 아이구 우리 춘봉이. 이제 어른이구만?”
그대로 몸을 뒤틀어 후려찼다.
“어억…!”
쳐맞고 날아간 서준이 몸을 꿈틀거린다. 춘봉은 한 발로 그를 밟은 채 눈을 번뜩였다.
“너, 당분간 접근 금지야.”
“뭣…!”
서준이 절규했다. 코웃음 친 춘봉은 문득 인상을 찌푸리며 배를 문질렀다.
서준이 놀라 물었다.
“야, 괜찮아?”
“…시끄러.”
삐쭉 혀를 내민 춘봉이 그대로 우다다 내달려 사라졌다.
그 뒷모습을 빤히 바라보던 서준은 그대로 다시 드러누운 채 머리를 긁적였다.
“쓰읍…. 이럴 때는 뭐 어떻게 해야 되지?”
여동생이 첫 월경을 했을 때 오빠로서의 올바른 대처법은 과연 무엇일까.
보통 친남매들은 신경도 안 쓰고 넘어갈 것 같긴 하지만, 춘봉과 자신은 그런 얄팍한 혈연 따위로 이루어진 관계가 아니다.
뭐라도 해주고 싶긴 한데…. 뭘 해줘야 되지?
상당히 당황스러웠다.
*
사라졌던 춘봉은 꽤 시간이 흐른 뒤 남궁수아와 함께 나타났다.
서준이 슬쩍 춘봉을 바라보자 그녀가 흥 콧방귀를 뀌며 매몰차게 고개를 돌렸다.
“뭣….”
그 모습에 남궁수아가 쿡쿡 웃으며 서준에게 다가왔다.
“너무 걱정하지 마. 조금 늦긴 했지만 다들 겪는 일이니까.”
“아니, 그건 알긴 아는데….”
서준이 머리를 긁적였다. 분명 어젯밤까지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예상 밖의 일에 그냥 머릿속에서 싹 다 날아가버렸다.
일단 반사적으로 놀리긴 했지만 서준으로서도 꽤나 당황스러운 일이었던 까닭이다.
“일단 평소처럼 지내도 괜찮은데, 그래도 혹시 모르니까 오늘 수련은 조금 살살 하는 편이 나을 것 같아.”
“응, 그래야지.”
고개를 끄덕인 서준은 머뭇거리며 연무장으로 향했다. 가는 도중 흘끗흘끗 춘봉의 표정을 살피니 기분이 막 나빠보이진 않았다.
저 시기에 예민해지는 여자들도 있다는데 다행히 그렇지는 않은 것 같고, 오히려 입꼬리가 살짝 올라간 것이 기분이 좋아보이기도 한다.
“오, 왔냐?”
연무장에 도착하자 패진광이 그들을 반겼다.
평소와는 다른 분위기에 의아한 눈을 하기도 잠시, 빠르게 신경을 끈 패진광이 커다란 바위 하나를 번쩍 들어올렸다.
“자자, 준비운동 해라.”
“예예, 그래야죠.”
어느새 꽤 익숙해진 서준 역시 별다른 말 없이 바위를 번쩍 들어올렸다.
근육에 걸리는 부하와 통증이 조금 기꺼워져서 기분이 묘하다.
그렇게 가벼운(무거운) 준비운동을 마치고 본격적인 수련을 시작했다.
본격적인 수련이라 함은 당연히 패력괴신공이다.
패진광은 대범하게도 춘봉과 남궁수아가 있는 곳에서 패력괴신공을 전수했는데, 만약 둘이 곁눈질로 패력괴신공을 배운다 해도 크게 신경 쓰지 않을 것 같았다.
“그새 기근(氣筋)을 만들었군. 오늘 좀 도와주면서 하려 했더니, 뭐 어떻게 했냐?”
“패력괴신공 배웠잖아요. 배운 대로 하면 되지.”
“흠, 맞긴 하지.”
기근이란 곧 근육에 자연스럽게 녹아든 기를 수련이라는 과정을 통해 또 하나의 근육으로 만드는 것이다.
서준의 경우 기근의 형성은 마쳤지만 제대로 된 성장은 되지 않은 상태.
마음 같아서는 그냥 날먹하고 싶지만, 아무리 서준이라도 수련이라는 과정 자체를 빼먹고 기근을 성장시킬 수는 없었다.
인과의 문제다.
애초에 기근이라는 것 자체가 수련을 통해 성장하는 것이기에, 그 성장 속도를 늘릴 수는 있을지언정 배만 벅벅 긁으며 기근을 성장시키는 건 불가능하다.
그래서 서준은 군말 없이 수련에 임했다.
커다란 바위를 들어올린 채 버티기도 하고, 세가 밖으로 나가서 나무 한 그루 뽑아들고 스쿼트도 좀 조지고, 무게를 치는 게 질린다 싶으면 패력괴신공의 투로에 따라 주먹질을 해댔다.
보기 드물 정도로 몸을 쓰는 데 열심인 서준을 보며 남궁수아가 물수건을 준비해 다가왔다.
“어머, 벌써 몸이 이렇게 좋아졌네.”
땀에 젖은 서준의 얼굴을 물수건으로 닦아준 남궁수아가 서준의 팔뚝을 조물거렸다.
어느새 팔이 꽤 두꺼워졌다. 이전에는 근육이 있긴 해도 가녀린 느낌이 없잖아 있었는데, 이제는 썩 남자다운 모습이 되었다 할 수 있겠다.
물론 패진광과 비교하면 여전히 가녀린 건 맞다.
그녀가 쿡쿡 웃었다.
“이대로 가다가 서준이 너도 패 대협처럼 우락부락해지는 거 아니야?”
“그건 아닐걸? 애초에 환골탈태 하면서 몸이 이상적인 형태에 가까워진 거라 여기서 형태가 크게 변하진 않을 거 같은데. 왜? 그랬으면 좋겠어?”
“아니? 누나는 지금이 딱 좋은 것 같아.”
팔뚝을 만지작거리던 손이 점점 나아간다. 팔뚝에서 어깨, 쇄골, 가슴을 거쳐 복부까지.
“으음, 아무래도 서준이 별호에도 슬슬 왕 자가 들어가야 겠는데.”
“혹시 그거 농담이라고 한 거야?”
“…재미 없었어?”
“하하.”
서준이 어색하게 웃자 남궁수아의 표정이 뾰로통해졌다.
서준은 뭐라 변명하는 대신 손을 뻗어 남궁수아의 배를 만졌다. 그녀의 몸이 흠칫 떨린다.
꾹꾹 눌러보니 탄탄하긴 하지만, 식스팩이 있다거나 하는 일은 없었다.
부드러운 살결 너머로 탄탄한 근육이 느껴지는 정도.
‘도대체 이런 몸의 어디서 그런 힘이 나오는 거지?
느낌이 좋아서 그대로 꾹꾹 누르고 있으니 남궁수아가 얼굴을 붉히며 숨을 토해냈다.
“으응….”
“한결 같은 취향이네 진짜.”
“후후, 때려줄 거야?”
“그건 좀….”
그리고 그런 둘을 바라보던 패진광은 끝내 혀를 차며 시선을 돌리고야 말았다.
“저 빌어처먹을 놈….”
슬하에 자식 하나 없는 권왕. 그의 연인은 근육이요, 애인은 바위이니. 눈꼴 사나운 모습을 보고 있으려니 괜히 옆구리가 시려오기 시작했다.
“그래서 너는 왜 그러고 있는 거냐.”
“뭐가요.”
춘봉이 퉁명스레 답했다.
처음에는 그래도 좀 예의를 차리는 시늉이라도 하더니, 이제는 그런 시늉조차 없다.
제 오라비를 닮은 대꾸에 패진광이 헛웃음을 터뜨렸다.
“뭐 싸우기라도 했냐?”
“아닌데요.”
“싸웠구만 뭘.”
“아니라고요.”
“거참.”
“흥.”
콧방귀를 뀐 춘봉은 남궁수아와 시시덕대는 제 오라비를 빤히 바라보았다.
마음을 놓으면 무심코 입꼬리가 삐죽 올라갈 것만 같았다.
물론 그의 짓궂은 장난을 생각하면 울컥 화가 치솟긴 하지만, 그보다도 자신의 몸이 다 나았음에 대한 감격이 화를 억누른다.
오라비의 헌신이 죽을 목숨을 기어코 살려낸 것이다. 언젠가 태어날 새 생명의 목숨까지도.
‘이서준 2세….
멍하니 꼬맹이들이 뛰노는 모습을 상상하던 춘봉은 기어코 히히 웃고야 말았다.
아무래도 자식 교육은 조금 엄하게 해야겠다, 하는 생각을 하면서.
제 오라비처럼 천방지축 날뛸 아이들을 생각하면 웃음이 나오면서도 미래가 두려워지는 까닭이었다….
*
“그 말이 사실이었다고…?”
남궁혁은 남궁세가와 은거지를 오가며 정보를 수집했다.
이서준, 그 건방진 놈에게 이대로 제왕검형을 넘겨줄 수는 없지 않은가.
지피지기면 백전불태라.
스스로에 대해서는 차고 넘칠 정도로 이해하고 있으니 놈에 대한 정보를 수집한 것이었는데….
“도련님 말씀이십니까? 정말 대단하신 분입니다! 섬전창뢰심공과 섬전십삼검뢰만 해도 그렇죠. 그 외에도 이런저런 공로가 많으시다던데, 이야기를 전부 들으려면 하룻밤으로는 모자랄 겁니다.”
“알고 말고요. 연단의 신 아니십니까! 이야, 아직도 믿기지가 않습니다 그냥. 이럴 게 아니라 천약당에 한 번 들르시겠습니까? 그분께서 남기신 흔적들이 있는데, 이게 또 아주 그냥….”
“만약 제가 다시 전장에 나서게 된다면 그분과 함께하는 것만큼 든든한 일은 없을 겁니다. 대동현에서 중상을 입고 죽음이 코앞까지 닥친 순간, 그분께서 나타나 저를 치료해주셨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경지가 조금 떨어지긴 했지만, 그거야 다시 복구하면 그만이지 않습니까? 오히려 죽음의 순간 느꼈던 깨달음 덕분에 전보다 한 발짝 더 나아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도대체 뭘 어떻게 한 건지 남궁세가의 대부분이 그놈에게 호의적이다.
특히 천약당의 당원들은 아예 천약당 한편에 사당 비슷한 걸 세워두기까지 했다.
무슨 자그마한 목상 따위를 깎아 아주 신처럼 모시던데, 그 모습에 열이 뻗친 남궁혁은 하마터면 천약당을 날려버릴 뻔했다.
‘미친놈들이 틀림없다.
과거의 천약당은 그렇지 않았는데.
문득 몇백 년 전의 남궁세가를 떠올린 남궁혁이 크게 한숨을 내쉬었다.
속세를 떠나있는 사이 너무 많은 것이 변해버렸다.
“도대체 세상 꼴이 어떻게 돌아가는 건지….”
하지만 세상 꼴이 어떻건 만약 사람들의 말이 절반만 사실이라 해도 그 이서준이라는 놈은 절대 놓쳐서는 안 될 보물이다.
사람 자체는 영 가벼워보여 마음에 들지 않지만, 그만한 능력을 가졌다면 얘기가 다르다.
본래 강자의 오만은 오만이 아닌 법이다.
그러면 어찌 해야 할까.
고민하던 남궁혁은 시험을 준비했다.
우선 명목상 제왕검형을 익힐 자격을 시험하는 것이니 신의와 검술, 무공 정도를 보면 되지 않을까 싶다.
그것들을 핑계로 남궁세가에 묶어놓을 수 있다면 좋은 일이고, 아예 족쇄를 달아놓을 수 있다면 최선이다.
‘남궁수아라 했던가. 그 아이가 그놈을 남궁세가에 잡아둘 수 있을련지….
제아무리 커다란 공을 세웠다 한들 제왕검형을 넘겨주는 건 마음에 들지 않지만, 놈이 다른 마음을 품지 않고 세가를 아낀다면 그 정도 융통성은 발휘할 수 있다.
아니, 사실 아무리 생각해도 가주나 그 후계자가 아닌 이에게 제왕검형을 가르치는 건 말이 되지 않지만….
천약당, 그 정신나간 놈들의 행태를 보고 난 뒤 조금 생각이 바뀌었다. 그것이 시대의 흐름이라면, 억지로 틀어막으려 해봤자 역효과가 날 뿐이다.
그렇다면 이제 고민을 달리 해야 한다.
‘어찌 해야 놈이 빠져나갈 구멍을 틀어막을 수 있을까….
남궁혁의 고민이 깊어져갔다.
*
서준은 며칠간 수련을 계속했다.
패력괴신공만이 아닌 제왕검형, 황운신검, 영역, 주술, 혼원일월강기와 역천일월강기까지.
마인화는 조금 미뤄뒀다.
남궁혁 앞에서 마인화를 보여주면 꽤나 골치 아픈 일이 생길 것 같았던 까닭이다.
‘근데 이 새끼 언제 오는 거지?
금방이라도 깽판을 부릴 것처럼 돌아간 주제에, 아직까지 코빼기도 보이지 않는다.
‘튀었나?
그럴지도 모른다. 자칫 잘못해서 장인어른이 빡치기라도 하면 그대로 목이 썰릴 테니까.
세대간 간격이 거의 백 년쯤 되는 무림에서 가문을 나가 얼굴도 몇 번 본 적 없는 종조부는 그냥 남이나 마찬가지다.
물론 완전히 남 취급은 하지 않겠지만, 중요한 건 상대가 남궁진천이라는 것.
기련문주를 열 초식 내에 처리할 수 있다는 그를 상대로 강짜를 부린다?
일단 서준은 그럴 자신이 없었다.
이것이야말로 꽌시. 다른 말로 인맥.
새삼 문득 장인어른을 찬양한 서준은 이내 남궁혁에게서 관심을 거뒀다.
‘모르겠다. 올 때 되면 오겠지.
차라리 다가오는 봄에 열릴 용봉지회에 대비해 누나에게 이것저것 가르쳐주는 편이 나을 것 같았다.
그리고 지금 당장 그 무엇보다도 중요한 문제가 하나 있었으니.
‘얘가 왜 이러지….
아무래도 춘봉이가 사춘기에 접어든 것 같았다.
좆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