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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14 21:31:5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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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마는 마음속의 마귀다.
그 마귀라는 놈은 주로 무인의 고민, 갈등, 혼란, 충격, 절망 등을 먹고 자라는데, 안 좋은 것만 골라 처먹는 그 식성만 보더라도 놈의 성질이 결코 곱지 않을 것임을 익히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서준 역시 몇 번 그 심마라는 놈과 대면한 적이 있다. 다만 남들과 달리 서준은 놈을 상대하는 데 그리 큰 어려움을 겪지는 않았다.
만마종주인 탓에 마(魔)라는 놈을 상대하는 것이 그리 어렵지 않아서 그랬을 수도 있고, 그냥 이서준이라는 인간 자체가 ‘아님 말고’ 마인드로 사는 이상한 놈이어서 그랬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번에는 다르다. 애초에 이게 심마인지도 잘 모르겠다.
이것은 다른 이들의 것처럼 스스로 만들어낸 마음속의 마귀가 아니다.
심상 속 아주 깊은 곳. 이상향이라는 세계. 그 세계의 본질. 즉 혼원.
서준은 그 속에 깃든 거대한 눈동자와 눈이 마주쳤다. 그것이 무엇인지는 알 수 없었다.
단지 그때의 그 충격. 이해할 수 없는 상위 차원의 지식이 머리에 쑤셔넣어진 듯 영혼이 아득히 높은 곳으로 치솟아 희게 타오르는 듯하던 작열감.
넓디넓은 우주조차 한낱 티끌로 전락하고야 마는 그 전능감 속, 역설적이게도 자신이라는 존재가 한없이 보잘것없는 무언가에 불과함을 깨달았을 때의 그 괴리감….
“쯧.”
혀를 찬 서준은 여전히 심상 속에 굳건히 자리하고 있는 거대한 기둥을 보았다. 이것은 자기 확신의 메타포다. 그의 자기 확신은 흔들리지 않았다.
그렇다면 지금, 마음속에서 날뛰는 이 마귀는 무엇일까.
버틸 수 없는 이질감에 목구멍을 타고 울컥 피가 치솟으려던 그때, 사태를 지켜보던 기가 춘봉이 나섰다.
‘야 이 새끼야! 우리 오빠 괴롭히지 마!
기가 춘봉은 순식간에 그 몸집을 불렸다. 태산을 넘어 대륙, 우주, 그조차 먼지로 보일 만큼 거대해진 거대 춘봉이 길다란 몸통을 가진 마귀의 대가리에 앙증맞은 꿀밤을 때려박았다.
꽈아아아앙─────────!!
빅-뱅(Big Bang). 춘봉의 꿀밤에 온 우주가 개벽할 에너지가 터져나오며 마귀가 비명을 내질렀다.
────!
그리고는 그 기다란 꼬리를 휘둘러 거대 춘봉의 뺨을 찰싹찰싹 때려댄다. 저 씹새끼가? 분노한 서준이 놈을 후려쳤다.
휘둘러진 꼬리를 붙잡아 화경의 묘리로 흘려내고, 꽈앙-! 가까이 붙어 내부에서부터 시작한 경을 때려박았다.
허나 마귀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놈은 서준을 무시하고 거대 춘봉에게 그 이빨을 드러냈다.
콰악-! 거대 춘봉이 급히 고개를 숙였다. 마귀의 아가리가 허공을 짓씹었다.
거대 춘봉의 말랑한 뺨에 식은땀 한 줄기가 흘렀다. 강하다. 서준과 시선을 교환한 거대 춘봉이 고개를 끄덕였다.
둘이서 협공했음에도 여전히 힘이 모자라다. 그렇다면 타개책은 하나.
‘언니…! 헬프!
거대 춘봉이 외치자 저 아득히 높은 곳에서 남궁수아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녀는 머리 뒤편에 은은한 후광을 두른 채 자애로운 미소를 머금고 있었다.
가느다랗게 뜨인 실눈으로 마귀를 보던 그녀는, 이내 서준과 춘봉의 몸에 새겨진 상처들을 보고서 그 푸른 눈을 부릅 떴다.
‘얘들아, 오늘 저녁은 장어탕이야.
그녀는 당장 쌍검을 양손에 꼬나쥐고 마귀에게 달려들었다.
유려하게 휘둘러지는 쌍검이 마귀의 기다란 몸에 상처를 낸다. 탁한 피가 솟구쳤다. 피는 남궁수아에게 닿지 못했다. 치이익-! 그녀의 후광이 마귀의 피를 증발시켰다.
거대 춘봉이 즉시 파고들었다. 퍼억-! 어퍼컷이 마귀의 대가리를 후려쳤다. ────! 마귀의 대가리가 번쩍 들렸다.
서준은 등 뒤로 거대한 기의 팔 여섯 개를 만들어내 마귀의 전신을 잘근잘근 다졌다. 뻐버버벅-! 마귀가 온몸을 비틀며 저항한다.
남궁수아는 빈틈을 놓치지 않았다. 순식간에 휘둘러진 두 자루의 검이 마귀의 목을 깊숙이 베었다.
서억────
그녀의 칼질에 기다란 몸통의 마귀가 몸을 꿈틀댄다. 끄르륵-, 피거품 끓는 소리가 났다.
거대 춘봉이 눈치 빠르게 달려들어 놈을 제압했다. 그 기다란 몸통을 꽉 끌어안은 채 외쳤다.
‘언니!
‘응!
남궁수아가 그 거대한 모성만큼이나 무거운 주먹질로 마귀의 머리를 마구 후려쳤다.
────!
마귀가 비명을 지른다. 거대 춘봉과 남궁수아가 서준을 보았다. 지금이야! 그들의 눈빛에 서준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 싸가지 없는 새끼!
펄쩍 뛰어오른 서준이 손에 혼원을 끌어모았다. 혼원은 곧 만물의 온상. 마음 속 가득한 좆같음을 물질로 빚어내어, 마귀의 그 커다란 머리통에 푹 하고 쑤셔넣었다.
────────!!
마귀가 비명을 지르며 침묵했다. 춘봉과 남궁수아와 서준이 시선을 마주하며 씩 웃었다.
‘굿잡.
짜악-! 셋이서 시원하게 하이파이브를 했다. 춘봉이 서준의 뺨에 쪽 뽀뽀하고, 남궁수아가 그를 품에 안아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리고는 둘이서 사이 좋게 손을 잡고 떠나갔다. 서준은 그녀들의 뒷모습이 사라질 때까지 열심히 손을 흔들었다.
“후우….”
현실의 서준이 눈을 떴다. 일단 어떻게든 심마를 가라앉히는 데는 성공했다.
‘이걸 심마라 해도 되는 건가.
뭐라 해야 할지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이건 자신의 마음으로부터 비롯된 무언가가 아니다.
말 그대로 자신의 속에 있는 무언가다.
‘혼원.
서준은 그것을 의심했다. 문득 과거의 기억이 스쳤다.
비익천신께서 가라사대, 네 그 혼원신공은 무공보다 너의 능력에 가깝도다, 하시매 서준이 이를 납득하고 고개를 끄덕이더라.
무려 그 장인어른께서 하신 말씀이다.
그렇다는 건 뒷골목 시절부터 잘 써오던 혼원신공의 문제일까? 혹은 만마종주의 싹이라는 것에 무언가 비밀이 있는 것일까.
아니면 그 모든 것의 이전, 일찍이 자신에게 깃든 무언가가 있는 것일까.
서준은 이 모든 것의 해답을 이미 내려놓았다.
‘어쩔티비.
속에서 무언가가 날뛴다면, 그냥 때려잡으면 그만이다.
물론 쉽지 않으리라는 것은 예상할 수 있었다. 지금도 몇 대 쳐맞고 찌그러진 마음속의 마귀가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고 있다.
놈이 눈을 떠버린 이상 시간이 지날수록 점차 강해질 테고, 이대로라면 얼마 지나지 않아 놈을 막을 수 없게 될지도 모른다.
그것을 막기 위해서는─
‘실물이 필요해.
심상 속 거대 춘봉과 남궁수아의 원본. 일단 심마에는 그 둘이 직빵이다. 그러니 우선 빠르게 남궁세가로 복귀할 필요가 있었다.
하지만 그 전에,
‘어이.
서준은 심상 속 아주 깊은 곳, 사이 좋게 갇혀있는 기련문주, 백윤, 검광 트리오를 불렀다.
- 아아아아악…!!
- 흐아아아…!!
- 흐하하! 뭐냐!
이제 보니 그나마 멀쩡한 건 검광밖에 없다. 저 씹년.
만마종주께서 심기의 불편함을 느끼시매, 그의 미천한 종복들이 즉시 무언의 명을 받들어 검광의 혼을 갈기갈기 찢어놓았다.
우리 귀여운 눈알이며 아가리들이 검광의 혼을 이리저리 매만져주었다는 뜻이다.
- 끄아아악…!
그것은 제아무리 검광이라도 버티기 힘든 고통이었다. 혼의 고통이란 본디 그런 것이다.
심상 속에서 한참을, 허나 현실 속에선 찰나에 불과한 시간 동안 비명 지르던 검광이 숨을 헐떡이며 고개를 들었다.
- 오오…!
그는 보았다. 거대한 존재가 그를 바라본다. 검광이 갇힌 세계. 그 바깥에서 거대한 눈동자가 그를 응시한다.
형언할 수 없는 괴리감에 검광의 혼이 뒤틀린다. 그는 혀를 짓씹었다. 통증은 없다. 허나 그의 정신이 돌아왔다.
그 거대한 존재, 서준을 바라보던 검광이 물었다.
- 무엇을 알고자 하시나이까.
‘심마라는 건 뭐지?
- 마음속에 깃든 마귀를 뜻하나이다.
‘그것은 스스로 만들어낸 것이 아닌가.
- 그럴 수도, 아닐 수도 있나이다.
‘설명해라.
- 심마라는 것은 대부분 무인의 미혹과 집착으로부터 비롯된 마음의 병이옵니다.
‘대부분의 경우가 아니라면?
- 셀 수 없는 경우의 수가 있나이다. 그것은 무공의 부작용일 수도, 외부에서 비롯된 힘일 수도, 본디 스스로의 내부에 잠들어있던 무언가일 수도 있습니다.
그러다 퍼뜩 고개를 털어낸 검광이 껄껄 웃었다.
- 네 그 혼원! 그걸 정녕 인간이 품을 수 있으리라 생각한 거냐!
‘안 될 것 있나?
- 될 리가 있나!
‘그러면?
- 내놔라! 내가 그것을 품겠다! 그로써 이 검의 끝을 보…!
서준은 검광을 대충 저 깊은 곳에 쑤셔박았다. 딱히 더 도움이 될 것 같진 않았다.
대신 마음속의 마귀 친구가 뭘 하고 있나 슬쩍 살폈다.
그렇게 눈이 마주쳤다.
“우욱…!”
입에서 검은 핏물이 쏟아진다. 건방진 새끼. 괜히 아니꼬워서 몇 번 더 눈싸움을 하며 피를 죽죽 토해냈다.
“퉤…!”
결국 마귀가 제풀에 지쳐 시선을 돌리고, 승리한 이서준이 입에 남은 피를 마저 뱉어냈다.
그 과정에서 알게 된 것은 하나.
혼원을 쓰거나, 심상 속 마귀 친구와 눈이 마주치면 입에서 피가 쏟아진다.
지나가던 바둑이도 이해할 만큼 간단한 로직(logic)이다.
그것 외에는 딱히 마음이나 정신에 문제가 생긴 것 같진 않았다. 아마도.
사고가 이리저리 툭툭 튀는 건 원래부터 그랬다.
‘귀찮게 하고 있어.
서준은 가슴을 툭툭 두드리며 땅을 박찼다. 말 그대로 개판이 되어버린 산이 발 아래로 아스라이 멀어진다.
‘화경끼리 전쟁이라도 벌어지면 진짜 큰일나겠네.
아마 중원의 지도를 새로 그려야 하지 않을까?
허공을 날며 멍하니 생각이 이어졌다.
전쟁이라 하니 문득 떠오른다.
서역의 기술. 거의 스마트폰과 맞먹는 수정구가 있을 정도면 도대체 본토에는 어떤 기술들이 있는 것일까.
전투기를 조종하는 게임이 있는 걸 보면 전투기도 있으려나?
그렇다는 건 미사일도 있을 테고, 어쩌면 핵과 비슷한 무기가 있을지도 모른다.
그 정도 기술력이라면 중원과 전쟁이 벌어졌을 때 어떻게 되는 거지?
서준의 머릿속에 중원을 향해 떨어져내리는 수십만 발의 미사일들이 그려졌다.
그리고 천마가 손을 휘저었다.
그렇게 아무 일도 없었다.
‘흠.
현경이 힘을 어느 정도나 쓸 수 있는가. 서역에는 고수들이 얼마나 있는가.
초절정의 고수에게 미사일쯤이야 별문제가 되지 않는다. 터지기 전에 막아내는 것 역시 가능하다.
원격으로 터뜨린다면? 일단 초절정 무인은 안 죽는다.
화경의 무인이라면 코앞에서 핵이 터져도 별 문제 없다. 물론 거기에 마법이 담겨 있다면 어떻게 될지는 잘 모른다. 그래도 일단 자기 구역 정도는 지키는 게 어렵지 않을 테지.
기술이 발전한 세상. 인간으로서 초월을 추구하는 무. 기술과 인간.
‘애초에 서양 놈들이 자신이 있었으면 이미 쳐들어왔겠지?
그곳의 수준을 정확히 모르니 판단이 어렵다. 하지만 무로써 드높은 경지에 오른 서준은 어렴풋이 짐작할 수 있었다.
그만큼 기술이 발전했다면 전체적인 무의 수준은 뒤떨어질 수밖에 없다.
물론 화경이니 현경이니 오를 놈들은 오를 테지만, 무라는 것의 본질을 생각해보면….
아니, 마법은 또 다른가?
머리가 복잡하다. 안 쓰던 머리를 쓰려니 갑자기 화가 치솟는다.
‘무림맹주랑 얘기를 한 번 해보든가 하긴 해야지.
아마 그 양반이라면 뭔가 알긴 알 터였다. 무림에 서역의 기술을 받아들이지 않는 이유라든가, 서역의 생활상이라든가.
“시, 심마라고…!? 잠시만 기다려라!”
일단 약속대로 들른 북해빙궁에서 기겁한 백설향이 빙궁 창고를 털려는 것을 제지하고, 그런 와중에도 기어코 챙겨준 단약이라든지, 정심결(靜心訣) 따위를 바리바리 싸든 채 남궁세가로 향하며 서준은 생각을 이어갔다.
우주전함 vs 화경
이건 솔직히 화경이 이기지 않을까?
일단 화경쯤 되면 단순 물리력으로는 안 죽는다. 해본 적은 없지만 태양에 처박혀도 아마 큰일은 없을 거다.(화경의 무인이 그만한 출력을 낼 수 있다는 소리는 아니다.)
태양에 의지가 있어서 뭔가를 한다면 또 모르겠지만.
아무튼. 서역 놈들이 기술로써 무언가 초월을 이루어내지 않았다면, 고수들에게 그들의 기술은 큰 의미가 없다.
그들이 미사일로 중원을 포격한다 했을 때, 물론 양민들이야 떼거지로 죽어나가겠지만 실질적인 전력에 손실은 없을 테고.
그냥 무인들이 떼거지로 서역에 건너가서 아예 본진을 옮겨버리면 또 어떻게 되는 거지?
흥미롭게 고민을 이어가던 서준은 이내 고개를 탈탈 흔들었다.
아무것도 모르는 상황에서 이런 고민을 해봤자 뭘 한단 말인가?
그놈들이 핵미사일에 헬파이어 같은 마법을 부여해서 쏘면 어떻게 될지 토론하는 건, 그걸 실제로 보기 전까지는 정말 아무런 의미도 없는 짓거리다.
그래서 결론.
‘서역 여행 확정!
직접 가서 보면 그만이다.
*
성난 금춘봉이 포효했다.
“아니…! 그렇게 하는 게 아니라니까!? 그냥 휘두르라고! 직선으로! 쫙! 슉! 어? 이게 안 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