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콰아아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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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게 타오르는 하늘을 몸뚱이에 휘감은 황룡이 떨어져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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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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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광의 낯에 환희가 어렸다. 동시에 그의 어깨가 흔들린다. 그 움직임을 따라 채찍처럼 길게 늘어난 팔이 복잡한 궤적을 그려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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쩌저저저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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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에 금이 가듯 공간이 갈라진다. 검광은 부글부글 끓어오르며 기화하는 스스로의 몸뚱이를 일별하고는 희열에 차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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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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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력한 검법, 강력한 초식이다. 마구잡이로 힘을 더해넣은 것 같지만, 그 자체로 조화를 이루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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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무공이 하나가 되어 펼쳐지는 저 광경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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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비로소 확신했다. 저것들을 얻으면 자신은 한 걸음 더 나아갈 수 있다. 위대한 신좌, 끝내 그 너머까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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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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쩌억-! 검광의 검이 끝내 황룡의 머리를 베어냈다. 이어 무수한 선들이 황룡의 몸통마저 토막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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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대가라도 되는 듯 검광의 신체 표면을 이루던 혈액이 격렬하게 끓으며 증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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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각난 황룡이 영역 속에 흩어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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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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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준이 그 파편 사이로 몸을 날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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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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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광이 웃었다. 감히 검으로 자신에게 맞서고자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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콰르륵-! 피로 된 몸이 솟구치며 서준을 향해 마주 나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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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준은 양손을 활짝 펼쳤다. 공천멸하, 그리고 겁화도래. 두 영역의 힘을 각각의 손에 뭉쳐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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덩어리진 붉고 푸른 구체가 소용돌이친다. 서준은 백윤이 쓰던 혈빙옥을 떠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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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의 점. 그것을 중심으로 회전하는 두 구체. 제왕검형과 천일양제극화신공의 본질이 한데 뒤섞이고, 그것을 앞으로 내쏘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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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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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한의 속도로 쏘아진 구체가 검광의 가슴을 꿰뚫을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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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나 검광은 웃었다. 피로 된 몸은 형태에 구애받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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쩌억-, 스스로 가슴 한가운데 뚫어낸 구멍. 그 사이로 지나친 구체가 애꿎은 땅을 산산이 부수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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콰아아아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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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 뒤에서 터져나오는 기파가 섬뜩하다. 허나 이제는 자신의 차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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촤좌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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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게 늘어진 검광의 오른팔이 복잡한 궤적을 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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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준은 직접 대응하지 않았다. 우웅-, 허공에 떠다니던 마검이 이기어검의 묘리로 검광의 검을 가로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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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가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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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꽃이 튀고, 마검이 위로 붕 떠올랐다. 서준의 눈썹이 꿈틀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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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검으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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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어검의 방어를 뚫어낸 검이 닥쳐든다. 쉬익-! 검이 옆머리를 스쳤다. 한 움큼 베인 머리칼이 허공에 흩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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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준은 재빨리 손을 뻗었다. 길게 늘어진 핏줄기. 콰악-! 피로 된 팔뚝을 움켜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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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렸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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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팔에서 피로 된 검들이 솟구친다. 서준은 놀라지 않았다. 대신 스스로의 장기를 발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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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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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준이 손으로 쥔 검광의 팔, 그 주변어림이 통째로 터져나가며 증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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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기공이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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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이 중간에서 뚝 끊겼으니 손에 쥐고 있던 검 역시 허공을 헤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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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즉시, 서준이 공간의 틈에서 하나의 구슬을 더 꺼내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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쩌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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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슬이 깨져나가며 주변을 환한 달빛으로 물들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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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소전개, 월광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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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영(輝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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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번째 영역이 펼쳐지는 것과 동시에 서준의 칠공에서 피가 쏟아져내린다. 머리가 지끈거린다. 아직은 여기까지가 한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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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다란 부담에 휘청이는 신(神). 그를 보충하기 위해 기로써 정과 신을 잇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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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우우우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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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지의 경지에 발을 딛는 것과 동시에 거대한 압력이 공간을 찍어누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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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준은 한결 편안해진 몸상태에 웃으며 세 영역을 두루 아울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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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과 달, 그리고 하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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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월이 한데 뭉치며 역천으로 화하고, 하늘은 그것을 자애로이 감싸안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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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천일월공(逆天日月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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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준은 본능적으로 느꼈다. 지금까지와는 다르다. 여태까지도 역천일월공에 부족함을 느낀 적은 없었으나, 지금 펼쳐낸 이것은 그 격이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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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아아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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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물을 무로 되돌리는 거대한 기둥이 검광을 향해 쏘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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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장 검광의 손에는 검이 없다. 저 정도 수준의 검수에게 검의 유무가 큰 영향을 끼치지는 못하지만, 그 작은 차이는 결과에 있어 생각보다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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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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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광 역시 느꼈다. 이대로는 저것을 막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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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 이대로가 아니라면 막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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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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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순 공간 내의 모든 움직임이 멎었다. 검광의 눈이 희번뜩하니 빛난다. 그의 눈에는 형태 없는 무한한 검의 형상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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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을무형검. 그것이 지향하는 바는 형태 없는 검이 아닌 형식 없는 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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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나 검광은 생각했다. 형태든 형식이든, 그 둘에 구태여 차이를 둘 필요가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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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하여 그는 화경에 오르며 영역을 대신해 특별한 공능을 얻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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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형검(無形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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쩌어어어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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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은 느닷없이 일어났다. 공간에 무수한 선이 새겨졌다. 한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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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천일월공과, 세 영역과, 알게 모르게 검광을 방해하던 백팔 개의 얼음 기둥이 잘게 베여 스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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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순 섬뜩한 느낌에 몸을 피했던 서준이 제 왼 다리를 내려다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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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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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늦었을 뿐인데, 수만, 수십만 번을 베여 가루가 되어버린 다리가 먼지처럼 흩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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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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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온 세월이 장식은 아니라는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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놈이 화경에 오른 뒤로 최소한 600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때때로 시간은 그 자체로 커다란 무기가 된다. 백윤 같은 어린 화경과는 그 격이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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쯔르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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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준은 제 다리를 재생시키며 멀찍이 떨어진 검광을 내려다보았다. 그는 웃고 있었다. 서준이 가진 검법들을 이미 손에 넣은 듯 희열에 찬 미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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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당히 아니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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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건 신경 쓰지도 않는다. 그저 신검금가에 손을 댄 버러지의 기분이 좋아 보이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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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악이든, 정의든, 아무래도 상관 없으니 저 놈의 머리통을 뽑아버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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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준의 눈이 붉게 물들었다. 그의 눈은 검광의 주위로 일렁이는 형태 없는 무언가를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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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것의 본질은 영역과 다를 것이 없다. 그를 중심으로 일정한 반경 어디에나 존재하되,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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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야말로 무형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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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작해야 미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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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준은 부서진 채 흘러들어오는 하늘과, 태양과, 달의 심상을 고스란히 받아들였다. 그리고는 그것들을 한데 뭉쳐 손 위로 띄워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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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상이란 곧 인간의 마음. 육신과 마음이 있다면 인간을 만들어내지 못할 이유는 또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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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으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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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공에 기가 뭉쳐 형상을 이룬다. 이전에 썼던 분신과 비슷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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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나 눈앞의 인형에게는 색도, 제대로 된 이목구비도 없었다. 전투에 필요 없는 요소는 굳이 존재할 이유가 없다는 이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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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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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준은 그 기로 된 인형의 가슴에 하늘과 태양과 달의 심상을 욱여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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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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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형이 눈을 떴다. 색이 없던 존재에 색이 깃든다. 평평하던 얼굴에 이목구비가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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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마음을 가진 인형은 스스로 자신의 모습을 이루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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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마종주로부터 비롯된 그것은 자연히 마(魔)를 깨달았다. 제 안에 깃든 하늘과, 태양과, 달을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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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능이란 타고나는 것이자, 이서준이라는 존재를 이루는 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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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땅히 그 재능을 고스란히 이어받은 인형은 제가 가진 심상을 통해 무공 하나를 창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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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월마공(日月魔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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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래 존재하던 이름이나, 인형은 신경 쓰지 않았다. 본래의 무공이 무엇이든 이쪽이 더 우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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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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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광은 그 말도 안 되는 광경을 고스란히 보았다. 인간에 불과한 자가 인간을 창조해내는 모습을 보았다. 기로 된 인형이 생명을 얻어 눈 뜨는 것을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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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말도 안 되는 일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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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아무리 광인이라 할지라도 저런 걸 눈앞에서 보면 정신이 차려지기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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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할 수 없는 광경에 검광의 눈이 흔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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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의 흔들림은 곧 마음의 흔들림. 곧장 알아차린 인형이 허공을 박차 달려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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꽈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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쏘아져나가는 인형의 전신이 탁하게 물들었다. 일월마기(日月魔氣)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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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은 본질적으로 역천일월공과 다를 바가 없으니, 인형은 역천일월강기를 전신에 두른 채 검광을 향해 달려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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쩌어어어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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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시 반응한 검광의 무형검이 인형을 무수히 베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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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초승유초. 그 이치는 단순히 초식 없는 검이 더 강하다는 뜻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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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광이 휘두르는 형식 없는 검에는 그때마다 가장 적절한 초식의 이치가 깃들었고, 수십만 번의 검격에는 제각기 다른 묘리가 살아숨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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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나 역천일월강기 역시 무형검 못지않은 상승의 기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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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형은 붉은 눈을 번뜩이며 피하고, 막고, 때로는 몸으로 떼우며 검광에게 달려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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콰가가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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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형의 주위로 기의 파편이 흩날린다. 깎여나간 몸뚱이는 즉시 주변의 기로 대체되고, 어느새 깊숙이 파고들어 검광의 인근에 다다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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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광은 애써 당황을 수습하며 피로 된 양팔의 끝을 날카롭게 다듬었다. 그의 손이 곧 검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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뻗어진 인형의 손을 베어내고, 몸을 웅크려 안으로 파고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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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형은 기로써 제 손을 재생하며 기파를 터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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콰아아아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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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월마공을 익힌 인형의 기파는 그 자체로 역천일월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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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광은 양손을 대체한 검으로 역천일월공을 낱낱이 베어내며 끝내 인형의 목을 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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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형과 검광이 서로의 수를 교환하며 몸뚱이를 깎아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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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모든 모습을 서준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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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공간의 틈에서 꺼내든 황룡의 심상을 가슴에 품은 채, 새로이 발디딘 경지에 빠르게 익숙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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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시에 황운신공의 구결을 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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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극이태극(無極而太極), 무극이 곧 태극과 같다. 황운신검의 토대를 이루는 이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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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의 서준은 태극을 이룰 수 있었다. 스스로 무극을 올바르게 이해했는지는 알 수 없으나, 그것이 혼원과 큰 차이가 있다고도 생각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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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원과 태극. 문득 떠오르는 영감에 따라 이기어검을 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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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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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검이 검명을 흘리며 서준의 어깨 위로 날아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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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준의 눈이 탁하게 물들었다. 혼원기가 그의 전신에서 일렁인다. 내면의 무언가가 속삭이는 듯했다. 만물을 품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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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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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준은 여전히 황운신검이 말하는 검의 이치를 제대로 이해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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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남궁진천조차 채 두 초식을 완전히 익혀내지 못한 것이 황운신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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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기에, 서준은 검에 집착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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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그저 도구일 뿐이다. 기라는 먹물을 이용해 세상에 그림을 그려내는 붓에 지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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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 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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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 위로 황룡의 형상을 그리고, 그 안을 혼원으로 가득 채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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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기운의 온상인 혼원기는 황룡의 내부에서 서서히 회전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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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은 음과 양이되 양과 음이었고, 동시에 그 무엇도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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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롯한 혼원이 태극을 그린다. 뚜렷한 구분 없는 태극은 그저 빙빙 소용돌이치며 우주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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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원일월공(混元日月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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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태초의 혼돈을 품은 황룡이 탁한 빛깔을 내뿜으며 포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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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시에 서준은 깨달았다. 무극과 혼원은 같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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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극은 시작되지 않은 공백이자 가능성이요, 혼원은 만물이 뒤섞인 태초의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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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 멋대로 황운신공과 황운신검을 뜯어고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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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원이태극(混元而太極), 혼원이 곧 태극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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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시에 황운신공의 구결이 멋대로 흩어지며 혼원신공에 섞여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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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낱 필멸자에 불과한 인간이 신의 무학을 제멋대로 이해해 뜯어고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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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나 서준은 별다른 감흥이 없었다. 당연한 일인 듯 무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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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 먹빛 눈으로 손짓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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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룡(墨龍)이 그의 뜻을 따라 하늘에서 땅으로 기다란 선을 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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