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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14 21:31:5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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콰아아아아───────!!

붉게 타오르는 하늘을 몸뚱이에 휘감은 황룡이 떨어져내린다.

[오오…!]

검광의 낯에 환희가 어렸다. 동시에 그의 어깨가 흔들린다. 그 움직임을 따라 채찍처럼 길게 늘어난 팔이 복잡한 궤적을 그려냈다.

쩌저저저적────────!!

유리에 금이 가듯 공간이 갈라진다. 검광은 부글부글 끓어오르며 기화하는 스스로의 몸뚱이를 일별하고는 희열에 차 웃었다.

[좋아…!]

강력한 검법, 강력한 초식이다. 마구잡이로 힘을 더해넣은 것 같지만, 그 자체로 조화를 이루었다.

세 무공이 하나가 되어 펼쳐지는 저 광경이란…!

그는 비로소 확신했다. 저것들을 얻으면 자신은 한 걸음 더 나아갈 수 있다. 위대한 신좌, 끝내 그 너머까지도.

[흐하하하…!!]

쩌억-! 검광의 검이 끝내 황룡의 머리를 베어냈다. 이어 무수한 선들이 황룡의 몸통마저 토막낸다.

그 대가라도 되는 듯 검광의 신체 표면을 이루던 혈액이 격렬하게 끓으며 증발한다.

조각난 황룡이 영역 속에 흩어지고,

타악-!

서준이 그 파편 사이로 몸을 날렸다.

[흐…!]

검광이 웃었다. 감히 검으로 자신에게 맞서고자 하는가.

콰르륵-! 피로 된 몸이 솟구치며 서준을 향해 마주 나아간다.

서준은 양손을 활짝 펼쳤다. 공천멸하, 그리고 겁화도래. 두 영역의 힘을 각각의 손에 뭉쳐냈다.

덩어리진 붉고 푸른 구체가 소용돌이친다. 서준은 백윤이 쓰던 혈빙옥을 떠올렸다.

하나의 점. 그것을 중심으로 회전하는 두 구체. 제왕검형과 천일양제극화신공의 본질이 한데 뒤섞이고, 그것을 앞으로 내쏘았다.

퓻-!

극한의 속도로 쏘아진 구체가 검광의 가슴을 꿰뚫을 듯했다.

허나 검광은 웃었다. 피로 된 몸은 형태에 구애받지 않는다.

쩌억-, 스스로 가슴 한가운데 뚫어낸 구멍. 그 사이로 지나친 구체가 애꿎은 땅을 산산이 부수어낸다.

콰아아아악────────!!

등 뒤에서 터져나오는 기파가 섬뜩하다. 허나 이제는 자신의 차례.

촤좌좍-!

길게 늘어진 검광의 오른팔이 복잡한 궤적을 그린다.

서준은 직접 대응하지 않았다. 우웅-, 허공에 떠다니던 마검이 이기어검의 묘리로 검광의 검을 가로막았다.

카가강-!

불꽃이 튀고, 마검이 위로 붕 떠올랐다. 서준의 눈썹이 꿈틀댔다.

‘역시 검으로는….

이기어검의 방어를 뚫어낸 검이 닥쳐든다. 쉬익-! 검이 옆머리를 스쳤다. 한 움큼 베인 머리칼이 허공에 흩날린다.

서준은 재빨리 손을 뻗었다. 길게 늘어진 핏줄기. 콰악-! 피로 된 팔뚝을 움켜잡았다.

[걸렸구나!]

그 팔에서 피로 된 검들이 솟구친다. 서준은 놀라지 않았다. 대신 스스로의 장기를 발휘했다.

퍼억-!

서준이 손으로 쥔 검광의 팔, 그 주변어림이 통째로 터져나가며 증발한다.

“이거 기공이잖아.”

팔이 중간에서 뚝 끊겼으니 손에 쥐고 있던 검 역시 허공을 헤맨다.

그 즉시, 서준이 공간의 틈에서 하나의 구슬을 더 꺼내들었다.

쩌억-!

구슬이 깨져나가며 주변을 환한 달빛으로 물들인다.

국소전개, 월광창.

“휘영(輝影).”

세 번째 영역이 펼쳐지는 것과 동시에 서준의 칠공에서 피가 쏟아져내린다. 머리가 지끈거린다. 아직은 여기까지가 한계다.

커다란 부담에 휘청이는 신(神). 그를 보충하기 위해 기로써 정과 신을 잇는다.

쿠우우우웅────────!!

미지의 경지에 발을 딛는 것과 동시에 거대한 압력이 공간을 찍어누른다.

서준은 한결 편안해진 몸상태에 웃으며 세 영역을 두루 아울렀다.

태양과 달, 그리고 하늘.

일월이 한데 뭉치며 역천으로 화하고, 하늘은 그것을 자애로이 감싸안는다.

역천일월공(逆天日月功).

서준은 본능적으로 느꼈다. 지금까지와는 다르다. 여태까지도 역천일월공에 부족함을 느낀 적은 없었으나, 지금 펼쳐낸 이것은 그 격이 다르다.

스아아악──────────!!

만물을 무로 되돌리는 거대한 기둥이 검광을 향해 쏘아졌다.

당장 검광의 손에는 검이 없다. 저 정도 수준의 검수에게 검의 유무가 큰 영향을 끼치지는 못하지만, 그 작은 차이는 결과에 있어 생각보다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허…!]

검광 역시 느꼈다. 이대로는 저것을 막지 못한다.

즉, 이대로가 아니라면 막을 수 있다.

두근-

일순 공간 내의 모든 움직임이 멎었다. 검광의 눈이 희번뜩하니 빛난다. 그의 눈에는 형태 없는 무한한 검의 형상이 보였다.

태을무형검. 그것이 지향하는 바는 형태 없는 검이 아닌 형식 없는 검이다.

허나 검광은 생각했다. 형태든 형식이든, 그 둘에 구태여 차이를 둘 필요가 있는가?

그리하여 그는 화경에 오르며 영역을 대신해 특별한 공능을 얻었으니.

[무형검(無形劍).]

쩌어어어억─────────!!

그것은 느닷없이 일어났다. 공간에 무수한 선이 새겨졌다. 한순간이었다.

역천일월공과, 세 영역과, 알게 모르게 검광을 방해하던 백팔 개의 얼음 기둥이 잘게 베여 스러진다.

일순 섬뜩한 느낌에 몸을 피했던 서준이 제 왼 다리를 내려다보았다.

스스스-

조금 늦었을 뿐인데, 수만, 수십만 번을 베여 가루가 되어버린 다리가 먼지처럼 흩어진다.

“과연….”

살아온 세월이 장식은 아니라는 건가.

놈이 화경에 오른 뒤로 최소한 600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때때로 시간은 그 자체로 커다란 무기가 된다. 백윤 같은 어린 화경과는 그 격이 다르다.

쯔르륵-

서준은 제 다리를 재생시키며 멀찍이 떨어진 검광을 내려다보았다. 그는 웃고 있었다. 서준이 가진 검법들을 이미 손에 넣은 듯 희열에 찬 미소였다.

상당히 아니꼽다.

다른 건 신경 쓰지도 않는다. 그저 신검금가에 손을 댄 버러지의 기분이 좋아 보이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선악이든, 정의든, 아무래도 상관 없으니 저 놈의 머리통을 뽑아버리고 싶다.

서준의 눈이 붉게 물들었다. 그의 눈은 검광의 주위로 일렁이는 형태 없는 무언가를 보았다.

저것의 본질은 영역과 다를 것이 없다. 그를 중심으로 일정한 반경 어디에나 존재하되,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다.

그야말로 무형검.

‘고작해야 미물이….

서준은 부서진 채 흘러들어오는 하늘과, 태양과, 달의 심상을 고스란히 받아들였다. 그리고는 그것들을 한데 뭉쳐 손 위로 띄워올렸다.

심상이란 곧 인간의 마음. 육신과 마음이 있다면 인간을 만들어내지 못할 이유는 또 무엇인가.

스으으-

허공에 기가 뭉쳐 형상을 이룬다. 이전에 썼던 분신과 비슷하다.

허나 눈앞의 인형에게는 색도, 제대로 된 이목구비도 없었다. 전투에 필요 없는 요소는 굳이 존재할 이유가 없다는 이유였다.

화악-!

서준은 그 기로 된 인형의 가슴에 하늘과 태양과 달의 심상을 욱여넣었다.

“아…!”

인형이 눈을 떴다. 색이 없던 존재에 색이 깃든다. 평평하던 얼굴에 이목구비가 생겼다.

인간의 마음을 가진 인형은 스스로 자신의 모습을 이루었다.

만마종주로부터 비롯된 그것은 자연히 마(魔)를 깨달았다. 제 안에 깃든 하늘과, 태양과, 달을 보았다.

재능이란 타고나는 것이자, 이서준이라는 존재를 이루는 일부.

마땅히 그 재능을 고스란히 이어받은 인형은 제가 가진 심상을 통해 무공 하나를 창시했다.

일월마공(日月魔功).

본래 존재하던 이름이나, 인형은 신경 쓰지 않았다. 본래의 무공이 무엇이든 이쪽이 더 우월하다.

[허어…?]

검광은 그 말도 안 되는 광경을 고스란히 보았다. 인간에 불과한 자가 인간을 창조해내는 모습을 보았다. 기로 된 인형이 생명을 얻어 눈 뜨는 것을 보았다.

[무슨 말도 안 되는 일을….]

제아무리 광인이라 할지라도 저런 걸 눈앞에서 보면 정신이 차려지기 마련이다.

이해할 수 없는 광경에 검광의 눈이 흔들렸다.

눈의 흔들림은 곧 마음의 흔들림. 곧장 알아차린 인형이 허공을 박차 달려들었다.

꽈앙-!

쏘아져나가는 인형의 전신이 탁하게 물들었다. 일월마기(日月魔氣)다.

그것은 본질적으로 역천일월공과 다를 바가 없으니, 인형은 역천일월강기를 전신에 두른 채 검광을 향해 달려들었다.

쩌어어어억─────────!!

즉시 반응한 검광의 무형검이 인형을 무수히 베었다.

무초승유초. 그 이치는 단순히 초식 없는 검이 더 강하다는 뜻이 아니다.

검광이 휘두르는 형식 없는 검에는 그때마다 가장 적절한 초식의 이치가 깃들었고, 수십만 번의 검격에는 제각기 다른 묘리가 살아숨쉬었다.

허나 역천일월강기 역시 무형검 못지않은 상승의 기예.

인형은 붉은 눈을 번뜩이며 피하고, 막고, 때로는 몸으로 떼우며 검광에게 달려들었다.

콰가가각-!

인형의 주위로 기의 파편이 흩날린다. 깎여나간 몸뚱이는 즉시 주변의 기로 대체되고, 어느새 깊숙이 파고들어 검광의 인근에 다다랐다.

검광은 애써 당황을 수습하며 피로 된 양팔의 끝을 날카롭게 다듬었다. 그의 손이 곧 검이 되었다.

뻗어진 인형의 손을 베어내고, 몸을 웅크려 안으로 파고들었다.

인형은 기로써 제 손을 재생하며 기파를 터뜨렸다.

콰아아아앙────────!!

일월마공을 익힌 인형의 기파는 그 자체로 역천일월공이다.

검광은 양손을 대체한 검으로 역천일월공을 낱낱이 베어내며 끝내 인형의 목을 노렸다.

인형과 검광이 서로의 수를 교환하며 몸뚱이를 깎아낸다.

그 모든 모습을 서준이 보았다.

그는 공간의 틈에서 꺼내든 황룡의 심상을 가슴에 품은 채, 새로이 발디딘 경지에 빠르게 익숙해졌다.

동시에 황운신공의 구결을 외었다.

무극이태극(無極而太極), 무극이 곧 태극과 같다. 황운신검의 토대를 이루는 이치다.

지금의 서준은 태극을 이룰 수 있었다. 스스로 무극을 올바르게 이해했는지는 알 수 없으나, 그것이 혼원과 큰 차이가 있다고도 생각하지 않았다.

혼원과 태극. 문득 떠오르는 영감에 따라 이기어검을 펼쳤다.

우웅-!

마검이 검명을 흘리며 서준의 어깨 위로 날아든다.

서준의 눈이 탁하게 물들었다. 혼원기가 그의 전신에서 일렁인다. 내면의 무언가가 속삭이는 듯했다. 만물을 품어라.

……

서준은 여전히 황운신검이 말하는 검의 이치를 제대로 이해할 수 없었다.

그 남궁진천조차 채 두 초식을 완전히 익혀내지 못한 것이 황운신검이다.

그렇기에, 서준은 검에 집착하지 않았다.

검은 그저 도구일 뿐이다. 기라는 먹물을 이용해 세상에 그림을 그려내는 붓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니 그렸다.

검 위로 황룡의 형상을 그리고, 그 안을 혼원으로 가득 채웠다.

모든 기운의 온상인 혼원기는 황룡의 내부에서 서서히 회전하기 시작했다.

그것은 음과 양이되 양과 음이었고, 동시에 그 무엇도 아니었다.

오롯한 혼원이 태극을 그린다. 뚜렷한 구분 없는 태극은 그저 빙빙 소용돌이치며 우주가 되었다.

혼원일월공(混元日月功).

그 태초의 혼돈을 품은 황룡이 탁한 빛깔을 내뿜으며 포효한다.

동시에 서준은 깨달았다. 무극과 혼원은 같지 않다.

무극은 시작되지 않은 공백이자 가능성이요, 혼원은 만물이 뒤섞인 태초의 모습이다.

그러니 멋대로 황운신공과 황운신검을 뜯어고쳤다.

혼원이태극(混元而太極), 혼원이 곧 태극과 같다.

동시에 황운신공의 구결이 멋대로 흩어지며 혼원신공에 섞여든다.

한낱 필멸자에 불과한 인간이 신의 무학을 제멋대로 이해해 뜯어고쳤다.

허나 서준은 별다른 감흥이 없었다. 당연한 일인 듯 무심했다.

그저 먹빛 눈으로 손짓했다.

──────────────

묵룡(墨龍)이 그의 뜻을 따라 하늘에서 땅으로 기다란 선을 그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