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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봉은 심심했다. 오빠 새끼가 영 집에 들어올 생각을 하질 않아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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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봉의 일과라 함은 곧 이서준과 놀기가 9할 정도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었으므로, 이서준이 없는 하루의 9할 즈음은 그냥 멍이나 때리며 시간을 보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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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금춘봉, 심심함을 견뎌낼 수 없는 활발한 성격의 소유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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멍 때리기라는 일과는 그녀를 오래 붙잡고 있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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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춘봉은 안휘 외곽의 뒷골목에서 인재 몇을 데려온 지 얼마 지나지도 않아 다시금 안휘 탐방을 나서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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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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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가 양손에 세 꼬치씩 꼬나잡은 빙탕호로를 힘차게 흔들며 향한 곳은 또 다시 뒷골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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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새 좀 편하게 살았다고 뒷골목 시절의 기억이 희미해진 자신을 반성하기 위해, 춘봉은 바쁘게 움직여 나름 그럴듯한 뒷골목 하나를 새로 찾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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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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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가슴을 쫙 편 채 뚜방뚜방 걸으며 새로 찾아낸 뒷골목을 살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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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나름 잘 사는 편에 속하는 안휘라 그런지, 뒷골목도 춘봉이 제 오라비와 함께 살던 곳보다는 사정이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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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도 놈들이 위세를 부리는 거야 원래 뒷골목의 세상 이치가 그렇고, 굶어 죽거나 칼 맞아 죽은 시체들이 그닥 눈에 띄지 않는단 소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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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정도면 뒷골목치고 아주 양호한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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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봉은 추억을 되새길 겸 그 예민한 코를 킁킁대며 음식 냄새를 뒤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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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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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 도착한 곳은 한 만두 가게였다. 덩치 크고 수염 가득한, 만두 가게 사장보다는 흑도 문파의 문주가 더 어울리는 사내 하나가 살가운 미소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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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고 아가씨. 만두 하나 드릴깝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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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기 만두로 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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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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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간의 기다림 끝에 고기 만두를 건네받은 춘봉은 따끈따끈 김이 나는 만두를 호호 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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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그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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웬 쬐깐한 꼬맹이 하나가 잽싸게 춘봉의 손에서 고기 만두를 탈취해간 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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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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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이 쓰레기 같은 놈들이 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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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봉은 초절정 고수다. 기껏해야 뒷골목 꼬맹이가 만두를 빼앗아가려는 움직임쯤이야 눈을 감은 채 새끼발가락 하나로도 제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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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녀는 그러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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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신 필사적으로 도망치는 꼬마의 등을 흐뭇한 표정으로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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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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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서준이 없던 시절에는 기껏해야 속이 없는 밀가루 덩어리 만두 정도나 훔치고 그랬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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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숙하게 고기 만두를 뽀리는 이서준의 손놀림에 경악하며, 이 새끼가 나중에 신투로 이름을 날리는 건 아닐까 고민하고 그랬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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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으니까 하나 더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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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봉은 당장 꼬마를 쫓으려는 만두 가게 사장을 말리며 만두 하나를 더 받아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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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고, 죄송합니다. 저 애미애비 없는 것들이 요즘 기승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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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미애비 없는 금춘봉의 표정이 머쓱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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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뇨,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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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만두 가게 사장에게 고개를 꾸벅 숙인 뒤, 손에 쥔 고기 만두를 오물대며 만두 도둑을 쫓아 걸음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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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까 전, 만두를 훔친 꼬마에게 내공 한 조각을 붙여놓았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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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금춘봉. 이서준의 수제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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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기예쯤이야 크게 어렵지도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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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가는 김에 재밌는 게 없을까 여기저기 쏘다니며 한참이 걸려서야 꼬마의 모습을 찾아낸 춘봉은 슬쩍 기척을 감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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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마가 무언가를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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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웅-! 부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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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뭇가지가 허공을 가른다. 춘봉은 그 모습에 멍하니 입을 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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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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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이라는 게 저렇게까지 엉망일 수가 있는 거였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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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전 처음 검을 휘두르는 이서준을 보고 그냥저냥인 검이라 평했었지만, 저 꼬마가 휘두르는 검을 보고나니 이서준 정도면 세기의 천재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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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그렇게 따지면 자신은 하늘조차 모독하는 검술 천재 금춘봉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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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이, 꼬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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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다못한 춘봉이 꼬마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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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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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부릅 뜬 꼬마가 춘봉을 노려보았다. 뒷골목 도둑의 업을 계승한 아이답게 제법 당당한 자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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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뭐야! 만두는 못 돌려줘! 이미 다 먹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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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마는 제 배를 움켜쥔 채 나뭇가지로 춘봉을 겨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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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봉은 침묵했다. 이 꼬마를 두들겨 팰까 말까 고민하는 것은 아니었다. 대신하여 문득 팔을 쫙 펼쳐 꼬마를 가리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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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난 금춘봉의 포효가 뒷골목을 떨쳐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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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그렇게 휘두르는 게 아니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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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뭇가지를 움켜쥐고 덤벼오는 꼬마에게 꿀밤 몇 대를 때려주니 애가 잉잉 울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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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잔혹무비한 비인간 이서준에게 무공을 사사한 금춘봉은 애가 울건 말건 당당하게 가슴을 내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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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이, 꼬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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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꼬마가 아니야…! 양록문의 후계자 비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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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왜 여기서 이러고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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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멸문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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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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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봉이 데굴 눈을 굴리자 양록문의 후계자를 자칭하는 비연이 펑펑 울며 하소연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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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너도 내가 거지 새끼처럼 보여? 그렇겠지! 거지 새끼가 맞으니까! 애미애비도 없는 고아 새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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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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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같은 온실 속 화초는 꿈도 못 꿀 거야! 느닷없이 흑도 새끼들이 아무 잘못도 없는 우리 문파를 때려부수고, 문주님…, 우리 아버지 배에 칼을 쑤셔넣는 걸 지켜볼 수밖에 없는 그 고통을! 그 비참함을 너 같은 게 아느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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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랍게도 알았다. 춘봉의 눈이 이리저리 굴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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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연이 소리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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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아! 난 고아 새끼야! 어디서 누구한테 맞아 죽어도 아무도 신경 안 쓰는 고아 새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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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에게는 계급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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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이니 권력이니 무력이니 하는 힘의 유무로 나누어지는 계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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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인들이 활보하는 이 무림에서 그중 제일로 쳐주는 것은 단연 무력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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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무인의 계급도를 커다란 분류로 따져보면 이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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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위에 십육명문이니 뭐니 하며 하늘 위에서 사는 대단하신 분들이 있고, 그 아래 칼 차고 다니며 사람들 쑤시고 다니는 무인이란 놈들이 있고, 그 아래 그냥저냥 살아가는 양민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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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비연은 칼 차고 다니며 사람들 쑤시고 다니는 무인이라는 틀에 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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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비연이 사람을 칼로 쑤셔보진 않았다. 양록문 역시 사람이 채 열을 못 넘는 자그마한 문파에 불과했으므로 사람을 죽여본 자는 드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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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어쨌건 비연은 나름 무인이었고, 이제는 고아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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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저냥 살아가는 양민이라는 분류에서도 가장 밑바닥 시궁창에 속하는 고아 새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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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에서 지하까지 뚝 떨어진 셈이라는 소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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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발…. 내가 재능만 있었어도…. 그랬으면 이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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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에 쥔 나뭇가지를 꽉 틀어쥔 비연의 손아귀에서 피가 뚝뚝 흘러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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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울하고 분했다. 나약한 자신이 원망스러웠다. 복수는커녕 입에 풀칠하는 것조차 힘든 스스로의 처지가 절망스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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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그런 자신을 괴롭히는 눈앞의 때깔 고운 옷을 입은 여인이 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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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연은 벌겋게 충혈된 눈으로 춘봉을 노려보며 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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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나를 못 살게 구는데! 도대체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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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가 내 만두 훔쳐갔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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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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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봉은 T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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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어날 때부터 너무 많은 것들이 정해져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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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안이며 주변 환경 따위도 그렇지만, 스스로의 몸에 지니고 태어나는 재능이라는 것 역시 그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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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연은 재능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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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애초부터 양록문이라는 자그마한 문파에는 재능 있는 사람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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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주이자 비연의 아버지인 비소도 재능이 없었고, 문파에서 그나마 제일 칼을 잘 쓰던 삼풍도 재능이 없었고, 문파의 막내이자 무공이 뭔지도 잘 모르던 소소 역시 재능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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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지 비연은 그들보다도 더 재능이 없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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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일단 양심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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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미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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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해보니 저가 눈앞의 여인이 먹으려던 만두를 훔쳐갔다는 사실을 깨달은 비연이 못내 고개를 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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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봉은 그런 비연의 자그마한 정수리를 내려다보았다. 그리고는 ‘흠….’ 콧소리를 흘리며 턱을 매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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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성 합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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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궁세가의 기준은 잘 몰라도 일단 춘봉의 기준에는 합격이다. 뒷골목 살면서 이 정도 양심이 남아있다는 건 천성적으로 애가 착해빠졌다는 소리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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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 갑자기 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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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연의 손목을 틀어잡은 춘봉이 택천지재공을 발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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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궁일맥에 재능이 있다면 눈이 푸르게 빛나야 하지만…, 비연의 눈에는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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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긴, 그런 소설 같은 일이 일어날 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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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봉은 비연의 처지에 약간의 동질감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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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슷한 처지, 다른 상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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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봉에게는 재능과 더불어 중원 제일의 오라비 이서준이 있었고, 비연에게는 아무것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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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뒤져보면 이 넓은 중원에 춘봉과 비슷한 처지의 사람들이야 얼마든지 있을 테지만, 일단 이 비연이라는 꼬마는 당장 춘봉의 눈앞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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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 신경이 쓰인다는 소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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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봉은 이서준이 가끔 하는 말을 떠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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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직 무력만이 오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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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나 그 무력이라는 것을 일구기 위해서는 당연하게도 재능이라는 것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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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천지재공의 선택을 받을 만한 재능이라거나, 처음 잡아본 검이 제 몸처럼 느껴지는 재능이라거나, 배우지도 않고 기를 제 손발처럼 다루는 재능이라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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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재능 없는 뒷골목 고아 새끼는 무슨 수로 그 오롯함이라는 것을 향해 나아가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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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따라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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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이 춘봉이 안휘의 뒷골목에서 재능 없는 꼬마 하나를 납치한 까닭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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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봉의 납치가 성공적으로 이루어졌을 무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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뚜- 뚜- 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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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하는 새끼지, 진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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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준은 기계적으로 검광에게 영상 통화를 건 뒤, 그 탭을 백그라운드로 넘기고 중지해둔 게임을 이어서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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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로 이미 문자도 여러 통 보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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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충 황운신검을 구했으니 연락 좀 받으란 소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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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놈은 뭘 하고 있는지 벌써 시간이 한참이 지났음에도 연락을 받을 생각을 안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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뚜- 뚜- 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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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한 번 연결 시간이 초과되었다는 알림음이 귓가를 찌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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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새 뒤지기라도 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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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준은 일단 무시하고 막바지에 다다른 게임을 이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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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신들린 손놀림으로 외계 생명체들이 쏘아대는 포탄 따위를 아주 미세하게 히트 박스에서 비껴내고, 아껴둔 필살기며 포탄 따위를 쏟아부어 보스의 체력을 1퍼센트 남짓 남겨두었을 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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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르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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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이 저절로 중지되며 그 위로 발신자의 이름이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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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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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씹어먹을 새끼가 드디어 연락을 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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