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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준은 가장 먼저 경공의 기본틀을 마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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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공을 만들 때, 다른 사람들은 어쩌는지 몰라도 서준은 항상 첫째로 무공의 방향성을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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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무공을 왜 만드는지, 어떻게 쓸 건지, 분류한다면 어떤 무공이 되는지, 어떤 방식으로 특화할 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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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다란 밑그림을 대강 그려두면, 앞으로 나아가는 과정에서 살은 자연스럽게 붙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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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처음 계획했던 대로 되는 경우는 아주 드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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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은 중간중간에 끼어드는 영감이 무공을 뒤바꿔놓고는 하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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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이번 경공은 무조건 빠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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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건 생각할 필요 없다. 대단한 묘리도 필요 없고, 전투에서 어떻게 써먹을지 고민할 필요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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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히 이 미친 듯이 넓은 중원을 활보하기 위해 필요한 경공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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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조건 쾌(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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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향을 잡았으면 뼈대를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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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익히고 있는 무공들이 있지 않은가. 써먹을 수 있는 부분은 써먹으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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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경우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은 패력괴신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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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에 비해 훨씬 튼튼해진 몸. 더해서 패진광의 경공을 덧붙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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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삼 미친놈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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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지 자체는 이류에 불과한 영감네. 그런 그는 어떻게 허공을 활보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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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은 단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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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도적인 힘으로 허공을 박차 공기를 밟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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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순수한 물리력으로 허공을 뛰어다니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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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기도 맨주먹으로 쳐부수는 인간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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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순수한 물리력으로는 어떻게 하기 힘든 게 강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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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절정 중기 이상부터는 호신강기를 몸에 두르면 머리 위에 산이 떨어져도 큰 부상을 입지 않는다.(물론 그 이후는 어떻게 될지 잘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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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초절정 이상의 무인들은 반드시 공격에 내공을 섞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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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지 않고서야 상대에게 아무런 피해를 줄 수 없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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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패진광 그 미친 영감은 그냥 주먹으로 깨부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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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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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준도 눈앞에서 보고 나서야 알았다. 물리력으로 공간을 깨부술 정도면 강기도 부서지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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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그걸 가능하게 만들어주는 토대가 바로 패력괴신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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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준이 권왕에게 사사한 그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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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해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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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준은 전신의 근육을 쥐어짜내며 거세게 땅을 박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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콰아아아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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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이 하늘 높이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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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상태로 황룡도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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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밑에 황룡의 형상이 어리고, 패력괴신무의 힘을 담아 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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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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콰아아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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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차게 짓밟힌 강기가 땅에 내리꽂히며 흙먼지를 피워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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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준은 입맛을 다시며 그대로 낙하했다. 공중에서 수차례 몸을 뒤집으며 안전하게 착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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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이가 없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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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장판이 된 마당을 보며 서준이 이마를 탁 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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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상 초절정 수준에서 펼치는 허공답보는 제대로 된 허공답보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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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공을 걸을 수 있으니까 허공답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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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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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준이 허공을 걷는 방식은 이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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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바닥의 용천혈에서 뿜어낸 내공으로 신발에 내공을 덧씌우고, 그곳에서 매화를 피우든 황룡을 뽑아내든 해서 그걸 밟고 뛰어다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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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 문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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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중에서 자기 발등을 밟고 다시 한 번 도약하는 것과 비슷한 셈이니 당연히 문제가 없으면 안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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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게 상식적으로 가능할 리가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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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이제 고절한 묘리와 내공의 힘으로 그 상식을 무시하는 방식이 초절정 수준에서 펼치는 허공답보인 셈이고, 되긴 되지만 큰 힘을 실을 수 없다는 한계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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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공에 내공을 고정하는 힘이 충분히 강하지 못한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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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경은 다르다. 자연지기를 다룰 수 있으니 내공의 고정력이 차원이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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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초에 그 치들은 땅과 허공의 구분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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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날아다니거나, 허공이 땅인 것처럼 편하게 뛰어다니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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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게 진정 허공답보니 능공허도니 부르는 것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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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정 시절부터 매화를 피워 허공을 쏘다니던 서준이라도 그 한계를 어찌할 수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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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우면 화경 찍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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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감한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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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지금 화경을 못 찍어서 경공을 만들고 있는 것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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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력괴신무의 압도적인 힘은 허공의 내공이 감당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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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진광처럼 공기를 밟고 뛰는 수준이라면 얘기가 다르지만, 자신이 그 정도 수준까지 도달하기에는 시간이 너무 많이 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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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그때쯤이면 화경은 찍고도 남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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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공이 다른데 그걸 뭐 어쩌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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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패력괴신무를 익히는 속도도 부전공치고는 과하게 빨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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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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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 아예 하늘 말고 땅에서 달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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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도 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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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지간하면 하늘을 날아 일직선으로 가는 편이 훨씬 빠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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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형지물이니 뭐니 신경 안 쓰고 그냥 앞으로 쭉 날면 그만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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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히 비행기가 압도적으로 빠른 이동수단인 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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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잠시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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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아? 일직선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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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준의 머리가 바쁘게 굴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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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도 튼튼해졌겠다, 될 것 같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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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시 구결을 짜맞춘다. 이미 있는 무공을 조금 변형하는 정도니 어려울 것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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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식간에 초안을 완성한 서준이 빙긋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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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쳤다. 개재밌겠다 이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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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걸 혼자 외롭게 할 수는 없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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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난 서준이 당장 사람들을 불러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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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봉, 남궁수아, 남궁명, 패진광, 남궁혁, 장극, 기타 등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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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꽤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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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독 눈에 띄는 인물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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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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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십니까. 저번에는 죄송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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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당의 무혜가 꾸벅 허리를 숙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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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번에 서준에게 머리가 터질 뻔했는데도 표정에 별다른 감정이 드러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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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히려 서준을 빤히 바라보는 눈에는 흥미가 가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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곁에 있던 남궁명이 슬쩍 눈치를 보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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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 친우들이 들렀던 터라…. 저번 일에 대해 다시 한 번 사과하고 싶다 하여 잠시 데리고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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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봉이가 괜찮댔는데 뭘. 아우가 잘못한 것도 아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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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준이 무혜를 빤히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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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쪽은…, 다음부터 그러지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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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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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선? 얘가 덜 맞았나 싶었는데, 눈은 또 진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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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게 자기 뜻대로 되는 게 아닌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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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사람한테는 내 알 바 아닌데, 내 앞에서 또 그러면 무당이고 뭐고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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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궁세가에 폐를 끼칠 수도 있지만, 괜찮다. 자신이 어떻게든 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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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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끄덕끄덕, 고개는 잘도 끄덕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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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히 조금 미안해져서 손을 내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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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번에 나도 조금 심하긴 했어. 미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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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뇨. 당연한 대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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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운이 멀뚱히 포권한다. 서준도 눈치껏 받아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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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내 혜운이 남궁명과 함께 자리를 비켜주려 하는데, 서준이 그들을 붙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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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 김에 보고 가. 개쩌는 거 보여줄게 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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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이들이 봐도 괜찮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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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될 건 또 뭐야. 봐서 어쩌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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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차피 본다고 따라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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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빛내며 자리에 착석하는 무혜와 청송, 또 월망. 남궁명 역시 활짝 웃으며 그들 곁에 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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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을 뒤로한 서준은 당당하게 자리에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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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들 봐요. 이거 진짜 경공계의 혁명이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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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숙해진 이들은 그냥 감탄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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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조금 덜 익숙한 남궁혁은 눈썹을 까딱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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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공? 갑자기 경공이 왜 나오는 게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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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 만들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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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들어…? 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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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아악-, 매화가 피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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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준은 매화를 밟고 허공에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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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몇 번 보긴 했지만 새삼 놀란 남궁혁이 침음을 흘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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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화라…. 화산의 것과는 다른 것 같긴 한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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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궁명의 손님들 역시 눈 한 번 깜빡이지 않고 집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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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준은 신경 쓰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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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뭐, 누가 무공을 베낀 걸 알아차려도 아무런 상관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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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라리 이제부터 선보일 경공에 집중하는 편이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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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하여 혼원보(混元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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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준의 발밑. 피어난 매화가 둘로 나뉘어 회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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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각 음기와 양기를 띤 기운이 하나로 합쳐지고, 그렇게 그리는 것은 태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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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빨리 전신에 호신강기를 두른 서준이 양손을 치켜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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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채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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콰아아아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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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준의 발밑에서 혼원일월공이 폭발하며 그의 몸을 쏘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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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식간에 사라진 신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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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진광이 껄껄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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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함없이 미친놈이로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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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눈으로도 좇기 힘든 속도다. 저대로 날아들면 제때 대처하기 힘들 만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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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걸 저놈은 제어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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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진광은 아니라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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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곧,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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콰아아아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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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언가 땅으로 떨어져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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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르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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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늦게 저 하늘 높은 곳에서 희미한 폭발음이 들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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뿌옇게 인 흙먼지를 걷어낸 춘봉이 기겁해 달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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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야! 괜찮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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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 속 깊숙이 파묻힌 서준. 그의 뒷덜미를 잡고 끌어낸 춘봉이 그의 등을 후려갈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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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이 새끼야! 내가 뭐 하기 전에 생각 하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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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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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개를 털어낸 서준이 씩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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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멀쩡하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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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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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매가매화처럼 폭발의 방향을 한정하고, 그걸 토대로 호신강기를 두른 자신의 몸을 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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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힘에 더해 스스로 경공까지 펼치니 미친듯한 속도가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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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공을 통해 깃털처럼 가벼워진 몸, 혼원일월공의 폭발력, 스스로 도약하는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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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가지 요소가 삼위일체를 이루어 극한의 속도를 얻어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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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이 충분히 튼튼하지 않다면 호신강기를 둘러도 온몸이 터져나간다는 부작용이 있긴 하지만, 그 정도야 사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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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차피 하늘 높은 곳에서 쓰면 어디 부딪힐 일도 없겠다, 방향을 제어하는 연습만 조금 하면 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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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로 끝내기에는 서운하잖아? 사람들도 다 모아놨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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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을 벌였으니 그 기대에 부응해야 할 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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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준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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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봐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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콰아아아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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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다시 서준의 신형이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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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를 지켜보던 사람들은 저 하늘 위에서 뭐가 번쩍이는 모습을 보며 멍하니 대화를 나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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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망 사숙조, 저게 뭡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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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궁금하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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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송은 서준의 신형을 눈으로 좇는 걸 포기하고 그냥 주변을 둘러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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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외로 태연한 반응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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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각각 다양한 반응을 보이며 감탄하고는 있지만, 크게 놀라 경악하는 이는 아무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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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만한 속도의 경공을 선보이고 있는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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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송은 검이나 주먹도 아니고 사람이 저런 속도로 날아다니는 건 난생 처음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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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게 놀랍지도 않은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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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아한 마음에 새삼 사람들의 면면을 살피니 처음 보는 얼굴들이 많다. 하지만 느껴지는 분위기로 보아하니 다들 평범한 사람은 아닐 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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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이들이 신기하다는 듯 허허 웃으며 저 모습을 구경하고 있으니 이게 뭔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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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궁세가는 원래 분위기가 이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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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했던 것과는 조금 다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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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그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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콰아아아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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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멀리서 폭발음이 울려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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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에서도 보일 만큼 거대하게 이는 흙먼지에 패진광이 껄껄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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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놈 저거 또 어디다 갖다 박았구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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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왕 선배, 지금 웃을 때가 아닌 것 같소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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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왕? 청송이 눈을 부릅 떴지만, 아무도 신경 쓰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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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궁혁이 흙먼지가 이는 방향을 가리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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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기 소림사 아니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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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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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진광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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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이들도 입을 쩍 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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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봉이 사색이 되어 당장 뛰쳐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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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이 미친 새끼가 기어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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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사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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