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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14 21:31:5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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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육명문이라는 거대한 세력의 가주. 그런 이의 죽음은 어떤 식으로든 시대의 흐름에 변화를 불러일으킨다.

그것이 타의에 의한 죽음이라면 더더욱.

이번 만찬은 그런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일종의 회합이라 할 수 있었다.

허나 어찌 되었든 중원에 퍼져있던 십육명문의 세력들이 남궁세가라는 한 연못에 모여든 셈이다.

그들 대부분이 한 자리에 모이는 것은 아주 드문 일. 애도의 여부와는 별개로 만찬장에서 정치판이 벌어지는 것은 불가피한 일이었지만….

“오, 허도 선배도 오셨네.”

서준은 그런 흐름에서 한 걸음 물러나 만찬을 즐겼다.

그가 인간이라는 종을 넘어선 화경이라는 경지에 다다랐기에 가능한 일이다.

화경이 신경써야 할 것은 같은 화경의 무인뿐.

즉, 이 자리에서 서준이 신경써야 할 것은 그리 많지 않았다.

이곳에 모인 것은 십육명문의 문주들이 아닌 십육명문의 장로들에 불과했기에.

물론 그들의 뒤에 화경의 무인이 있기야 하지만, 서준이 그런 것을 크게 신경쓰는 성격은 아니었다.

“그래서 그 점메추니 저메추니 하는 말 있잖아요. 그게 그냥 젊은이들이 쓰는 말이 아니라 좀, 그런 말이거든요.”

“허어…. 이거 큰일이군.”

“왜요?”

“그날 이후로 하루에 한 번은 그 말을 쓴 것 같은데.”

허도진인이 당황한 낯으로 수염을 쓸어내렸다. 서준은 결국 웃음을 참지 못했다.

“아니, 그 말이 그렇게 마음에 들었어요?”

“내 비록 나이가 조금 있지만 마음만은 젊게 살고자 했네. 사실 그래야 무학에도 뭔가 발전이 있을 것 아닌가.”

“오호, 듣고 보니….”

만찬장에는 십육명문의 거의 대부분이 참석했다.

물론 십육명문의 조문객 전원이 참석하게 되면 인원이 너무 많아지기에 대표로 몇 사람만이 참석했을 뿐이다.

그래도 열여섯 세력 중 곤륜과 팽가를 제외한 열네 개의 세력이 참석한 자리다.

결코 사람의 수가 적진 않았다.

“근데 그래서, 황실은 왜 삼황자가 안 오고 그쪽이 온 건데?”

서준의 말에 황제가 실실 웃었다.

“그야 재밌어 보이잖나. 사람이 이만큼 모이면 뭔가 재밌는 일 하나 정도는 일어나는 법이지.”

“거 못난 놈.”

서준이 끌끌 혀를 차며 허공섭물로 저 멀리 있는 요리 하나를 집었다. 모두부(毛豆腐)다. 우리 춘봉이가 꽤 좋아한다.

“자, 춘부이 아~.”

“돼, 됐어.”

춘봉이 새침한 표정으로 허공에 떠있는 모두부를 제 젓가락을 이용해 집었다. 그리고는 서준을 뾰로통하니 째려보며 전음을 보냈다.

[이런 자리에서 뭐 하는 거야.]

그리고는 모두부를 냉큼 입에 넣었다.

[먹긴 먹는구나?]

서준이 삐죽 웃자 춘봉이 코웃음을 쳤다.

[넌 이거 싫어하잖아.]

[난 영 별로더라고.]

느닷없이 황제가 끼어들었다.

“그쪽은 안 먹나? 이거 맛있는데. 일부러 이것 때문에 가끔 안휘로 마실도 나오고 그런다고.”

모두부를 한 입 가득 쑤셔넣은 황제가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서준은 그냥 중지만 치켜들었다.

“거 까칠하기는.”

황제가 실실 웃었다.

속사정이야 어찌 됐건, 만찬장의 두 화경이 나름 괜찮은 분위기로 대화를 나누었기에 사람들 사이의 분위기는 꽤나 화기애애했다.

그 분위기에 용기를 얻었을까? 당가의 여인 하나가 살갑게 웃으며 서준에게 다가왔다.

보기 드문 미인이 술시중을 들겠다는데 싫어할 사내는 없다. 여인의 미소에는 긴장과, 그보다 큰 자신감이 어려있었다.

“대협, 실례가 안 된다면 혹 제가….”

술이 든 주전자를 들고 다가온 여인이 자연스레 서준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읏…!”

정확히는 그 직전에 몸이 굳었다.

서준에게 닿으려던 손이 굳어버린 것처럼 움직이지 못했다.

“아, 제가 몸에 손 닿는 걸 안 좋아해서요.”

여인의 손을 허공섭물로 붙잡은 서준이 그녀를 묘한 눈으로 보았다.

“그래서요?”

“아, 아닙니다….”

여인이 급히 물러났다. 그녀의 낯이 창백하게 질렸다.

화경의 호의를 사는 것은 좋으나, 자칫 잘못하면 목이 날아갈 수도 있다.

그들의 사고는 보통의 사람들이 상상할 수 있는 범주 바깥에 있는 바, 당가의 여식이라는 방패가 무적은 아니다.

여인이 급히 자리로 돌아가려 하자 황제가 웃음을 터뜨렸다.

“하하! 저 까칠한 친구는 두고.”

그가 자신의 잔을 들어 단번에 들이켰다.

“내 잔이 비었는데.”

여인이 조심스레 황제에게 향했다. 서준이 그 뒷모습을 가는 눈으로 보았다.

‘가문 내에서 뭐 고달픈 일이라도 있나?

왜 굳이 먼저 나서서 술을 따라주려 드는지 모르겠다. 당가의 여식이면 공주쯤 되는 위치일 텐데.

서준이 혀를 차며 옆자리의 남궁수아에게 물었다.

“더 줄까?”

“응? 그럼 한 잔만.”

직접 술을 따라주니 남궁수아가 쿡쿡 웃었다.

“금 매가 엄청 쳐다보고 있는데?”

그녀의 말대로 춘봉이 집요한 시선을 보내고 있었다.

“춘부이도 한 잔 줘?”

“난 됐어. 술맛은 영 모르겠더라.”

춘봉은 고개를 저으며 주변을 살폈다.

오빠가 여인을 묘한 눈으로 보았을 때, 일순 분위기가 경직됐다. 대단하신 십육명문의 사람들이 화경인 오빠의 눈치를 보는 것이다.

물론 그건 딱히 알 바 아니지만 오빠의 반응이 영 걸렸다.

‘아직 여자 싫어하나?

그런 것치고는 아침마다 언니랑 껴안고 만지고 별 난리도 아니던데.

“흐음….”

춘봉이 고민하던 때였다. 종남파의 장로 중 하나가 입을 열었다. 묘하게 경직된 표정을 지은 채였다.

“멸사천군, 혹시 질문 하나 해도 괜찮겠소?”

“예? 뭐, 괜찮죠?”

서준은 아무렇지도 않게 고개를 끄덕였으나, 춘봉은 아니었다.

저 장로의 표정. 저거 그거다. 이 자리의 무언가가 굉장히 마음에 들지 않는 표정.

‘뭐 하나 터지나?

본능에 가까운 예감이 들었으나, 말리려던 춘봉은 그냥 에휴 한숨만 내쉬었다.

‘알아서 하겠지.

원래 꼭 맞아봐야 현실을 깨닫는 사람들이 있다.

종남의 장문인이 눈앞의 칼까지 막아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걸까? 아니면 스스로의 배분을 믿는 걸지도.

딱히 이해하고자 하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원래 세상에 사람은 많다. 당연히 이해하기 힘든 사람도 많고.

춘봉은 그냥 이게 세상의 이치려니, 하고 받아들였다.

“무림맹의 장로로 있던 조충이 그대의 손에 죽었다는데, 그 전말을 들을 수 있겠소?”

그런데 이게 또 꽤나 흉흉한 화제다.

장로를 죽이다니? 자신도 모르는 일이다. 춘봉이 슬쩍 곁눈질로 서준의 표정을 살폈다.

“조충?”

의아한 듯 고개를 기울이던 서준의 표정이 일순 굳었다. 그의 눈이 종남의 장로를 보았다. 차가운 시선이다.

“아, 그 버러지.”

화룡점정으로 서준의 눈썹이 들썩였다.

‘대노. 아니, 중노?

춘봉이 꼴깍 침을 삼켰다.

“그는 무림맹의 장로이기 전에 종남의 장로였소. 내게 일의 전말을 들을 자격 정도는 있다고 생각하오만.”

분명 하지 못할 말은 아니다.

허나 말에는 어투라는 것이 있다. 같은 말을 해도 어투에 따라 그 의미가 크게 달라진다.

춘봉은 저 장로의 어투를 한마디로 표현할 수 있었다.

‘자살까지 한 걸음 더 나아갔다.

춘봉이 조심스레 제 입을 틀어막았다.

“고고하게 머리를 치든 학은 일찍 죽기 마련이지.”

“그게 무슨….”

“그 병신이 지껄인 말인데, 거기까지는 못 들었나?”

정말로 듣지 못한 듯 종남의 장로가 일순 당황했으나, 그는 물러서지 않았다.

“아무리 그런 말을 했다고 한들 일 처리가 너무 성급했소. 최소한 종남에 어느 정도 양해를 구했어야 도리에 맞지 않소이까.”

꼴깍, 춘봉이 침을 삼켰다. 종남의 장로가 끝내 자살을 선언하고야 말았다.

이쯤 되자 오히려 저 장로의 사고방식이 조금 궁금해진다. 사실 힘을 숨기고 있는 화경인가?

데굴 눈을 굴리던 춘봉이 슬쩍 서준의 표정을 살폈다.

‘응?

춘봉의 눈썹이 들썩였다. 서준의 반응이 생각보다 양호하다.

당연히 극대노하여 당장 장로의 목을 뽑아버릴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는 화가 덜 났다.

‘아, 가주님이 등선하셨다 그랬지?

춘봉도 남궁수아가 꾸었던 꿈을 들었다. 그래서 며칠간 오빠의 기분이 아주 좋지 않았는가.

이 정도라면 팔 하나? 아니면 정수리가 조금 오목해지는 선에서 끝나려나.

춘봉이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서준의 행동을 기다릴 때, 누군가 크게 웃음을 터뜨렸다.

“하하하하…! 이거 걸작이로군!”

황제였다. 그는 얼굴이 벌겋게 물들 때까지 웃음을 터뜨리더니, 옆에 있던 당가의 여식에게 얼굴을 들이밀었다.

“너, 어떻게 생각하느냐?”

“예, 예…?”

황제의 손이 여인의 턱을 움켜잡았다. 여인의 낯이 희게 질렸다.

“저 주제도 모르는 놈이 날뛰는 걸 봐라. 도대체 뭘 믿는 걸까. 종남의 장문인? 제 알량한 배분? 그도 아니면 머릿속이 꽃밭이라도 되는 모양이지?”

“그, 그런 것 같습니다….”

“그래? 너도 그리 생각하는구나. 네가 원한다면 그리 하마.”

“예…?”

황제가 손을 놓았다. 다리가 풀린 여인이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황제가 실실 웃으며 종남의 장로를 향해 손을 뻗었다.

“자, 당… 뭐였더라? 아무튼 이 아이가 네 죽음을 원한다는구나.”

말과 동시에 허공에 끔찍한 열기가 한데 뭉쳤다. 극에 이른 천일양제극화신공이 허공에 작은 태양을 만들었다.

종남의 장로가 반응하는 것보다 빠르게 태양이 그의 머리를 향해 내리꽂혔다.

치이이이익─────────!!

종남의 장로가 의자째 뒤로 넘어갔다. 그의 눈이 거세게 떨렸다. 코앞에서 흩어지는 태양의 열기. 그것을 막아낸 것은 구체의 형태를 취한 하늘이었다.

종남의 장로는 숨을 몰아쉬며 서준을 보았다. 방금 그가 막아주지 않았다면 정말로 죽었다.

“이, 이게 무….”

서준이 손을 휘둘렀다. 뻐억-! 공간을 격한 손짓에 머리를 얻어맞은 장로가 자리에 쓰러졌다.

서준은 그를 향해 일말의 시선도 주지 않은 채 황제를 빤히 보았다.

“너 뭐 하냐?”

“문제될 것 있나?”

황제가 실실 웃었다.

“주제를 모르면 치워야지. 나는 오히려 궁금한데. 저걸 왜 살려두나?”

“네가 죽이려 들길래. 갑자기 아니꼬워서.”

“오호, 참말로?”

황제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는 반쯤 흘러내린 용포를 적당히 걸친 채 휘적휘적 서준에게 다가왔다.

“이놈이 왜 멋대로 지껄일 수 있는지 아나?”

옅은 황금빛 눈동자가 가늘어진 눈 사이로 요사하게 빛났다.

“네가 어리거든. 우습게 본기라. 제 눈을 가린 벽이 얼마다 큰지 모르는 거지.”

“그래서?”

“내 동포를 무시하는데 가만히 있을 수가 있나. 대신 나서줬지.”

서준이 비웃었다.

“그냥 재밌어 보여서 나선 것 같은데.”

황제의 눈이 동그랗게 커졌다.

“어이쿠, 알아봤나? 근데 빈말은 아이다. 저런 걸 가만히 두면 안 되는기라.”

“그래, 내버려두면 안 되지.”

“오오, 알아주는 건가?”

황제가 실실 웃었다. 서준도 픽 웃었다.

“그래, 일단 너부터.”

핏-!

서준의 손이 허공을 갈랐다. 허리를 젖혀 피한 황제가 크게 웃음소리를 흘렸다.

“하하…! 그것도 좋지!”

황제의 손이 용의 발톱처럼 구부러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