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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준은 남궁일맥에 대해 고민하는 한편, 곤히 잠든 남궁수아의 모습을 관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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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흡을 따라 작게 움직이는 상체, 살짝 달아오른 두 뺨, 눈가에는 작은 눈물방울이 맺혔고, 입꼬리는 자세히 보아야 알 수 있을 만큼 아주 살짝 솟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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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근히 잠꼬대가 있는 만큼 팔다리가 이불을 몇 번 때리며 펄럭이는 소리가 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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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궁일맥에 대한 고민보다도 현재 남궁수아의 상태에 대한 답이 먼저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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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꿈이라도 꾸나 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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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몽이 아니라 다행이다. 서준은 한동안 남궁수아가 자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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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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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 남궁수아가 번쩍 눈을 떴다. 드물게도 완전히 모습을 드러낸 푸른 눈동자가 일렁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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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부스스 몸을 일으키더니, 멍하니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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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을 꿨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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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궁수아의 눈에서 눈물이 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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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꿈이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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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 문득 환하게 웃는 그녀의 모습에 서준 역시 흐뭇한 미소를 머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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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일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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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지는 남궁수아의 말은 꽤나 놀라웠다. 장인어른께서 명계의 염라를 쥐어패고 장모님과 함께 선계에 올랐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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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게 말이 되나? 따위의 생각이 들지 않는 것이 신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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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장인어른이라면 염라고 뭐고 싹 다 조질 수 있을 것 같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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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지어 장모님을 뭐 어떻게 해? 바닥에 내팽개쳤다고 했던 것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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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자살이 하고 싶었던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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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라 그 친구도 삶이 팍팍했던 모양이다. 장인어른 앞에서 장모님을 그렇게 대하는 건…, 솔직히 천마도 하기 힘든 일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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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서준도 알긴 알았다. 사실 장인어른께서 염라를 비교적 간단히 이길 수 있었던 것은 그것이 염라의 분신이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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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신도 분신 나름인지라 염라의 힘이 얼마나 담겨 있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아마 그 본신과는 상당한 힘의 차이가 있었을 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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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계에서는 본래 제대로 된 힘을 행사할 수 없다 하니 분신에 그리 큰 힘을 나눠줄 필요는 없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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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히 납득하는 서준에게 남궁수아가 얼굴을 바짝 붙여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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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작하고 있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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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 아, 짐작까지는 아니고. 어쩌면 비슷한 상황이 되지 않을까 생각은 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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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죽으면 그 혼이 명계로 향한다. 혼이란 곧 인간의 신(神).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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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경이라는 경지가 서준의 생각처럼 신에 정과 기를 편입시켜 완전한 신으로 화하는 것이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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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왜 아직도 화경에 머물고 있는 것인지 의문이었던 남궁진천의 경우 명계에서 반신의 위를 이룰 수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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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계도 사람…, 은 아니고 아무튼 영혼 같은 게 사는 곳일 거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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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곳에 남궁진천이 현경의 경지를 이룬 채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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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계의 세력 구도가 한순간에 뒤바뀌어도 이상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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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염라를 두들겨 패고 선계로 가실 줄은 몰랐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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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궁수아의 말대로라면 장인어른께서는 현경이라는 경지를 건너뛰다시피 하며 등선을 이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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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경의 무인이 등선하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한가, 명계와 하계에서의 등선 난이도가 과연 같을 것인가, 따위의 의문점이 남아있지만 그것이 터무니없는 일임을 부정할 사람은 없을 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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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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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궁수아가 안절부절 못 하며 스스로의 손을 이리저리 얽었다. 들뜬 기분이 한눈에 보이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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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경의 무인이 죽으면 명계에서도 힘을 완전히 쓸 수 있다니, 그건 좀 이상하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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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그건 아닐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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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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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했잖아. 현경이라는 경지는 신에 정과 기가 완전히 편입된 형태일 거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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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이라는 건 대충 영혼이라고 퉁쳐도 큰 문제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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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말이 무엇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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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현경부터는 육신의 제약에서 벗어나게 될 거야. 목이 잘린다고 죽는 게 아니라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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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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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을 멸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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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 완전한 소멸. 아마 그것이 현경의 죽음일 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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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 자체가 소멸하면 명계에 갈 일이 없지. 그냥 완전히 없어지는 거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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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그러면 이게 정말 꿈이 아니라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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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궁수아가 콧김을 훅훅 내쉬며 서준의 옷자락을 꽉 붙잡았다. 그녀의 두 눈이 황홀하게 반짝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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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준이 작게 웃음을 터뜨리며 그녀를 꽉 끌어안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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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나가 꿈이 아니라 했으면서 뭔 소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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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그치만…. 솔직히 이상하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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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궁수아가 스스로 본 광경이 꿈이 아니라 확신한 것은 그저 본능적인 영역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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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나 그것을 입에 담으면 담을수록 그 확신이 옅어져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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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듣는다면 아버지를 잃은 딸이 충격에 헛소리를 한다고 해도 이상하지 않은 일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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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믿어. 누나 말이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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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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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일이 아니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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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궁진천이 신이 됐다면, 어쩌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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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나도 신혈을 이은 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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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혈이라는 것이 물리적으로 이어지는 것이 아닌, 신이 된 자의 핏줄에 무언가가 깃드는 것이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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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궁진천이 신이 되기 전에 낳은 자식이라 해도 신혈을 잇게 되는 건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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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혈…?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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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궁수아의 눈이 번쩍 뜨였다. 서준이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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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사실 그래서 나중에 춘봉이한테 물어보려 그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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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능할지 어떨지는 모르지만, 춘봉의 경우 뭔가 잘 맞아떨어진다면 선계에 있는 검신과 대화를 나눌 수 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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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양반은 명계 상황을 알고 있을지도 모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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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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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그랗게 뜨인 남궁수아의 눈이 별처럼 빛났다. 그녀는 으후후, 하고 조금 이상한 웃음소리를 흘리더니, 서준의 목을 꽉 끌어안은 채 침상 위로 몸을 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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털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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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베개에 머리를 누인 연인이 서로의 눈을 마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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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궁수아는 입꼬리를 삐죽대다 서준의 머리를 품에 꽉 끌어안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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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헤…,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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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무슨 상황인지 도통 알 수가 없다. 왠지는 몰라도 남궁수아의 기분이 한 순간에 한계를 돌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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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를 꽉 끌어안았다가 다시 이마를 맞댄 채 시선을 마주하고, 그러다 조금 이상한 웃음소리를 흘리며 서로의 입술을 맞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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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좋으면 된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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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안 몸을 꼼지락대며 이리저리 서준을 탐구하던 남궁수아는 자연스럽게 잠에 들었다. 서준을 꽉 끌어안은 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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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준은 잠시 코앞에서 색색 작은 숨을 내쉬는 남궁수아의 얼굴을 바라보다 눈을 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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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감아도 여전히 아이처럼 좋아하던 남궁수아의 모습이 눈앞에 그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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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입니다, 장인어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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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죽음을 맞이한 것이 아닌, 자신의 반려를 찾아내 하늘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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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언가 가슴 속에 맺혀있던 것이 탁 풀리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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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준의 입가에 희미한 미소가 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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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오랜만에 아주 깊은 잠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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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세고 좋은 아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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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일어나 남궁수아를 만지작대다 춘봉에게 난타당한 서준이 개운하게 기지개를 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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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에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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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옆구리에는 축 늘어진 춘봉이 들려있었다. 그 말랑한 볼에 마구 뽀뽀를 해댄 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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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히 서준이 금춘봉 볼뽀뽀 무공 따위로 춘봉의 생기를 갈취한 것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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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금춘봉 혼자 저항하는 척을 하느라 마구 몸부림친 탓에 지쳐버렸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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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한 날씨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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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준이 하늘을 올려다보며 흐뭇하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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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은 무슨. 흐리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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옆구리 사이에 끼워진 춘봉이 툴툴댔다. 그러자 서준이 춘봉을 들고 남은 빈손으로 하늘을 휙휙 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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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악-! 순식간에 구름이 저 멀리 밀려나며 하늘이 맑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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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한 날씨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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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얼탱 없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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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부이 뽀뽀 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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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끼야아악…! 자, 잠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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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봉의 말랑한 볼에서는 분유 냄새가 난다. 그 보들보들한 뺨에 입술을 맞대고 마구 뽀뽀하는 행복을 아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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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준은 지친 채로 축 늘어진 춘봉을 옆구리에 낀 채 땅을 박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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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에 띄는 아무 지붕 위에 올라 내려다보는 남궁세가의 모습에는 이루 말할 수 없는 정취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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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궁일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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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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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따라 지붕 위로 올라온 남궁수아가 춘봉을 부러운 듯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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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준은 문득 그녀의 커다란 가슴을 보았다. 춘봉의 볼과 비견되는 저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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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봉의 볼에 하듯 얼굴을 파묻고 마구 뽀뽀하면 기분 좋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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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밖에서 할 만한 짓은 아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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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르게 단념한 서준이 손을 뻗어 남궁세가를 가리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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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무공이야. 정확히는 하나의 맥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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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 대단한 것은 아니다. 이전에 하던 생각이 조금 더 나아갔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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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전창뢰심공이나 섬전십삼검뢰로부터 시작해 하나로 이어지는 커리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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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인에게는 하나의 인생이요, 남궁의 가족들이 공유하게 될 하나 된 무맥(武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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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창시한 무공들을 집대성한다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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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슷해. 근데 사람마다 무공에 대한 적성이 다르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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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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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나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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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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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에게는 저마다의 인생이 있다. 온갖 갈래로 뻗어나간 뿌리와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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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궁세가는 그들을 한데 모으는 기둥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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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마다의 인생을 살아온 사람들이 남궁의 품에서 같은 길을 걸어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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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각기 다른 사람이 완벽하게 같은 길을 걸을 수는 없지. 모든 사람에게는 저마다의 길이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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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의 기둥에서 퍼져나간 무수한 길이 나무의 가지를 이룬다. 더 나아가 잎을 틔우고,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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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그 가지들을 보고 전부 다른 나무라고 부르는 사람은 없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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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길을 걸을지언정, 그들은 모두 하나의 나무에서 비롯된 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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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그것이 곧 남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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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궁일맥은 그러한 나무를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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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해줄 수 있는 건 모여든 뿌리들이 가지로 뻗어나갈 길을 마련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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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의 길 하나하나에 걸맞는 무공을 전부 만드는 것도 불가능하진 않겠지만, 그것은 차근차근 시간을 들여 이루어내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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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장은 이걸로 만족할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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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은 곳에서 내려다보는 남궁세가의 안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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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준의 눈에는 여전히 보였다. 그들 한 명 한 명에게서 뻗어나온 줄기가 남궁세가의 위로 거대한 나무의 형상을 이루는 것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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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녹림대 사람들부터 찾아가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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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준이 환하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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