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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봉은 고민했다. 상당히 심각한 표정으로 고민을 이어갔기에 서준은 묻지 않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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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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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그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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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똘히 생각을 이어가던 춘봉이 문득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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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왜 이렇게 귀여운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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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봉은 돌연 두려워졌다. 자신의 귀여움의 한계를 알 수 없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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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이 귀여움 하나만으로 중원을 통일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런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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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지하게 같이 고민하던 서준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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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은 위에서 아래로 흐르고, 물건에는 고유한 질량이 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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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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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는 땅이 있고 하늘이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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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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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고들면 그 이유를 알아낼 수는 있겠지만, 과연 그게 중요한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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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를 알아냄으로써 사회가 발전할 수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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힉스 입자에 대해 밝혀내고, 그를 탐구함으로써 인간의 손이 아득한 미지의 세계까지 닿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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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결국 물은 위에서 아래로 흐르고, 세상에는 땅과 하늘이 존재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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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태여 법칙을 뒤틀지 않는 이상 당연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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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금춘봉이 귀엽다는 사실 또한 굳이 의문을 품을 필요 없는 당연한 일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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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춘봉은 어째서 이토록 귀여운가. 그 이유에 대해 파고들자면 무수한 이론을 도출해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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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타당한 근거를 통해 그것을 증명해낼 수 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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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것이 중요한가? 어차피 금춘봉은 귀여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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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준의 말에 춘봉이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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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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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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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불었다. 맑은 하늘을 떠다니는 구름이 유유히 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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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리에서 일어난 춘봉이 하늘을 올려다보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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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나는 귀여워. 그게 만고불변의 진리인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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곁에 있던 황보혜지의 표정이 오묘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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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궁 소협, 저건 뭔가 무학적인 토론인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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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음…. 그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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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궁명이 곤란한 표정으로 제 누이를 보았다. 남궁수아가 쿡쿡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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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서준이가 여기까지 올라설 수 있었던 원동력일지도 모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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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그렇군요. 과연…. 금 소저의 귀여움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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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보혜지가 눈을 반개한 채 선배의 깨달음을 곱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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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달은 자, 이서준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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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해보니까 요즘 좀 뜸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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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 뭐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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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봉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서준은 그런 춘봉을 번쩍 들어올려 능숙하게 목마 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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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사람들에게 금춘봉의 귀여움을 설파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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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 말해 춘봉과의 데이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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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준은 춘봉을 목마 태운 채 황보세가의 사람들이 머무는 전각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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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당하게 서준의 어깨 위에서 한층 높은 곳의 공기를 만끽하던 춘봉이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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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갑자기 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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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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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좀 뜬금없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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웬일로 갑자기 데이트냐고 묻는 걸까? 요즘 확실히 덜 놀아주긴 했구나, 하는 실감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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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너무 누나랑만 있었던 것 같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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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요즘 좀 그렇긴 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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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우리 춘부이가 기특하게 혼자서도 잘 있어서 다행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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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 내가 애도 아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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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마 탄 춘봉이 다리를 까딱이며 서준의 가슴을 발뒤꿈치로 통통 두드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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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먹지 말고 챙겨만 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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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말에 서준이 고개를 치켜들었다. 목마 탄 춘봉의 얼굴을 보려 했던 것인데, 어째 뒤통수에 닿는 뱃살이 말랑말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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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준이 씩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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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춘부이 살 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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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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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을 쩍 벌린 춘봉이 황급히 제 배를 더듬었다. 말캉. 묘하게 살이 잡히지만, 사람이라면 원래 이 정도는 잡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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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쪘잖아, 이 새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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콰악! 춘봉이 허벅지를 조였다. 목과 턱, 그 사이 애매한 어딘가에 적절한 압박이 가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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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준이 만족스레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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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허벅지에도 살이 좀 올랐구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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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새 금춘봉 살 찌우기 프로젝트를 진행한 지도 시간이 꽤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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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살도 볼살이지만, 소싯적의 금춘봉은 너무 말라서 꽤나 보기 안쓰러웠다. 조금 과장을 보태서 배를 만지면 그 안의 장기가 어떻게 생겼는지도 알 수 있을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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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제는 다르다. 살이 조금 올라서 딱 보기 좋다. 이제서야 금춘봉이 정상화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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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춘붕이는 피둥피둥 살 쪄도 귀여울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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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진짜 아닐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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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봉이 질색하는 사이 황보세가 사람들이 머무는 전각에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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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에는 천장을 뚫고 들어갔지만, 오늘은 정문을 이용했다. 서준은 경비를 서는 황보세가 무인들에게 적당히 손을 흔들어주며 안으로 들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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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 문득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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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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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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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봉이 서준의 머리칼을 콱 움켜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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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소리하면 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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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모를 유발해버리겠다는 걸까? 서준은 굳이 머리카락이 재생 가능한 신체 부위인지 알아보고 싶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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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약혼식 있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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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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꼴깍. 춘봉이 침을 삼켰다. 약혼식 얘기만 나오면 은근히 긴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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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준이 픽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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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거 취소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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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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흠칫, 춘봉이 굳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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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질 짜는 금춘봉도 조금 보고 싶긴 한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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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그래도 사람으로서 할 짓이 아니다. 서준은 괜한 오해가 없게끔 빠르게 말을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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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나랑 얘기해봤거든. 약혼식 말고 그냥 혼례가 낫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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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오…. 그렇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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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 원래 약혼식 날짜에 오빠랑 결혼하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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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어…. 그렇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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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봉을 목마 태운 어깨가 묘하게 축축해졌다. 다리에서도 식은땀이 나는 줄은 처음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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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뽀뽀도 하고 다 했는데 왜 이렇게 긴장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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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당연한 거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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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흠. 맞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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묘하게 실감이 안 나지만 확실히 긴장할 일은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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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춘봉이 아내라…. 기분이 이상한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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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뭐! 싫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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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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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준은 자연스럽게 한 건물의 문을 열고 들어갔다. 앞을 지키는 무인이 있긴 했으나, 약속이 있다 하니 순순히 비켜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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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쉽게 들여보내주는 것 같지만 사실 이게 당연한 일이다. 이 안에 있는 사람이 호위를 받을 만한 사람은 아니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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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쳤다고 거짓 약속을 만들어내서 찾아오는 사람도 없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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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지금까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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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 또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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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준이 손을 휘적였다. 그 모습을 보며 황보세가주가 숨을 크게 들이쉬었다가…, 그냥 내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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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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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남궁세가 자랑거리 한 번 보여주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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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준이 춘봉에게 황보륭을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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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륭 씨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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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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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보륭. 황보세가주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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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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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봉의 몸이 굳었다. 서준의 어깨에서 내려가야 할지 말아야 할지 심각한 고민이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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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준은 태연하게 이번에는 춘봉을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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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쪽은 우리 대남궁세가의 자랑, 내 여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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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동생은 아닌가? 여동생이자 약혼자라 소개하면 뭔가 말이 이상하게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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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금춘봉이 동생이 아니라면 세상의 섭리가 어그러진다. 결코 있어서는 안 될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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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굴 눈을 굴린 서준이 말을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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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었지만 이제는 약혼자, 금춘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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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어쩌라는 거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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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번에 너무 갑자기 쳐들어온 것 같아서. 대신 우리 춘봉이 보여줬으니까 이제 네가 빚진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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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보세가주, 황보륭은 슬슬 눈앞의 상대에 대해 어느 정도 깨달았다. 확실히 제정신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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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룡봉 금희. 이번 용봉지회의 우승자라고 들은 것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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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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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봉은 또 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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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명 같은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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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아…. 한숨을 내쉰 황보륭이 선명한 갈빛 눈으로 서준을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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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진짜 목적이 뭐냐. 이런 시답잖은 얘기나 하려고 찾아온 건 아닐 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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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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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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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춘봉이 보여줬으니까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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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준이 손을 휘적휘적 흔들며 떠나갔다. 목마 탄 춘봉이 눈치를 보다 적당히 고개를 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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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무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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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보륭은 입술을 몇 번 달싹이다, 그저 크게 한숨만 내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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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유형의 화경이긴 하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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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가 아파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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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준은 춘봉과 함께 안휘 일대를 돌아다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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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궁세가에 살며 심심할 때마다 안휘를 돌아다녔기에 이제는 지리가 꽤 익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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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은 사이좋게 빙탕호로를 (춘봉은 양손에 세 개씩 들었다) 손에 들고 벤치에 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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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준이 ‘거리에 이런 의자 몇 개 있으면 좋지 않을까?’ 라고 말하자 며칠 내로 생겨난 벤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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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확실히 편하긴 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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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봉이 벤치에 앉아 다리를 흔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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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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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궁세가가 관리하는 물건이라 주변에 쓰레기를 버리는 간 큰 사람도 거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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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게 물든 구름을 바라보던 춘봉이 말랑한 볼을 긁적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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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거시기…, 그, 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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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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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뜬금없긴 한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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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봉이 순식간에 해치운 빙탕호로 꼬치 세 개를 소매에 챙겨넣었다. 보통 저 꼬치를 재활용해 남궁세가에서 수제 빙탕호로를 만들어 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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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가 옛날에 그런 말을 했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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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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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 너한테 별로 얘기한 적이 없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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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님 얘기는 거의 처음 듣는 것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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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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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그작! 춘봉이 빙탕호로를 야무지게 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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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그, 뭐냐. 부부라는 건 그거잖아? 연인의 절초 같은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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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초? 최종 오의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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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어, 그런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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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봉이 네 번째 빙탕호로 꼬치를 소매에 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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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략혼이 아니라면 보통 혼인을 최종 목적지로 생각하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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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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듣고 보니 그런 것도 같다. 서준이 고개를 끄덕이자 춘봉이 말을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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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게 혼인을 하고서도 부부는 몇십 년을 같이 산단 말이지. 우리 같은 경우는 몇백 년이 될 수도 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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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지? 등선까지 하면 몇백 년이 뭐야. 시간 세기도 힘들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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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선? 으음…. 아무리 그래도 그건 좀 힘든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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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봉이 뺨을 긁적이며 다섯 번째 빙탕호로 꼬치를 소매에 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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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든 같이 오래 있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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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맞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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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좀 애정 표현을 자주 해야 된대. 안 그러면 시간이 지날수록 남처럼 된다 했던가, 남보다 못 하게 된다 했던가. 그렇다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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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랑 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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흠. 춘봉이 턱을 쓰다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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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실히. 그건 아닌 것 같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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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결론이 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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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그거지. 거시기…, 그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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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정 표현을 자주 해야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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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어…. 그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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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봉의 뺨이 슬쩍 붉어졌다. 확실히 노을 때문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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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준이 씩 웃으며 얼굴을 들이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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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말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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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뭐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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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우리 춘부이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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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 짧게 입을 맞추자 춘봉이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헛기침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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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흠…! 거, 사람도 많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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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춘부이도 오빠에 대한 사랑을 보여주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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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 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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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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챱챱! 순식간에 마지막 빙탕호로를 해치운 춘봉이 빈 꼬치를 만지작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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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그, 뭐냐. 너 그거 계속할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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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봉춘봉아. 뭔진 몰라도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니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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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중요한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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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봉이 빈 꼬치로 서준을 겨눴다. 그녀의 뺨은 여전히 붉었다. 하지만 눈빛만은 진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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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끄러워서 얘기를 돌린 건 맞지만, 이제부터 할 얘기 역시 진심으로 하는 말이라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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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전에 말했지. 무림의 은원은 풀려야 풀 수 없는 실타래 같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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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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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수까지는 좋은데, 그 범위를 확실히 해야 돼. 안 그러면 잡아먹히는 건 네가 될 수도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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