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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궁세가는 새로 들이는 무인에 대한 기준이 엄격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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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의 심성은 물론이요, 과거 행적까지 아주 약간의 미심쩍음조차 없을 때까지 검증하고, 그런 뒤에도 웬만한 재능이 없다면 남궁세가의 문턱조차 밟아볼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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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해도 남궁세가에는 항상 사람이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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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 중원에서 남궁에 몸을 담아보겠다는 꿈을 가지고 모여드는 이들이 합비를 가득 채울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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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역시 그러한 과정을 거쳐 선발된 새로운 무인들의 수가 총 3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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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희들은 이제 남궁의 식구요, 같은 길을 걸어나갈 동반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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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의 앞에 선 남궁명은 뜨거운 눈길에 내심 고소를 머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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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이들을 잘 이끌어나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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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은 이 자리에 서기에는 너무 부족하다. 이룬 것조차 없으며, 경지 역시 절정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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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나 주변의 장로들은 그를 흐뭇한 표정으로 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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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이 부담스러웠다. 남궁진천의 아들인 자신이 당연히 그만큼 해낼 수 있으리라 기대하는 것 같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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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라리 형님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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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궁명은 복잡한 생각을 내색하지 않은 채 말을 끝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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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궁에 속했음에 자부심을 가져라. 우리가 이 중원의 하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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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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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인들의 대답이 세가를 쩌렁쩌렁 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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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궁명이 그들을 묘한 시선으로 보았다. 그때, 뒤편에서 박수소리가 들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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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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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새 장로들 사이에 서준이 자리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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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바쁘게 움직이시는 만큼 괜히 번거롭게 하지 않으려 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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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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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궁명이 정중히 예를 취했다. 일순 당황했던 서준 역시 마주 예를 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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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고 많으십니다, 가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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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준은 포권하며 남궁명을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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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여라도 내가 명이보다 높다는 인식을 주면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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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 공적인 자리에서는 자신이 가주인 남궁명을 높여야 한다. 당연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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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마 싶긴 하지만 ‘절정인 가주보다 화경인 태사가 더 대단한 거 아닌가?’ 따위의 정신 나간 생각을 하는 놈이 나올 수도 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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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궁세가에서 그런 놈이 튀어나온다면 서준이 직접 그 정신머리를 고쳐놓는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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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참사는 되도록 일어나지 않는 편이 좋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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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말씀 하시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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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궁명의 말에 주변 장로들 역시 동조하는 시선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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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궁세가에서 서준의 입지는 그야말로 아이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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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준 역시 신입들의 기강을 한 번쯤 잡을 생각으로 온 것이라 빼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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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라도 보여주면 동기 부여 정도는 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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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걸어나가 자리에 서니 관심이 몰려드는 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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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히 긴장이 되진 않았다. 태연하게 말을 꺼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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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궁의 태사 이서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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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준의 시선이 무인들을 훑자 그들이 흠칫 몸을 떨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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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금의 무림에서 멸사천군 이서준의 이름을 모르는 자는 귀머거리와 천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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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흉흉한 소문의 주인공이 눈앞에 서있으니, 무인들이 긴장하지 않을 도리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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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궁의 새로운 가족들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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묘한 감회가 든다. 서준은 긴장한 듯 딱딱하게 굳은 서른한 명의 무인들을 하나하나 살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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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다로운 과정을 거쳐 선별된 무인들인 만큼 그들의 눈에는 정광이 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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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준은 그들에게 자신이 어떤 모습을 보여주어야 할지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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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분간은 제가 남궁의 그늘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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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궁명이 준비되는 그날까지. 자신이 남궁진천의 자리를 대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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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태여 말을 길게 늘이진 않았다. 대신 손을 뻗어 하늘을 가리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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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너희는 남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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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손짓에 하늘이 땅에 떨어졌다. 일대가 푸르게 물들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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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히 기운이 가시화된 것이 아니다. 서준의 영역이 일대를 뒤덮으며 땅이 하늘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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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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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이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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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황한 무인들이 허둥댔다. 땅에 발이 닿지 않는다. 눈속임이 아닌, 진실된 하늘을 이곳에 투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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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우적대던 무인들은 이내 자신들이 떨어지지 않음을 깨달았다. 알 수 없는 힘이 그들을 붙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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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남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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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가 가시자 그 자리를 경외가 채웠다. 무인들의 시선이 서준을 향했다. 그들보다 훨씬 먼 곳을 나아가는 위대한 무인을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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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부심을 가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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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대를 하늘로 물들인 무인이 그들을 보았다. 맑은 하늘에 몰아치는 벼락이 태사의 손 위에서 교태를 부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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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협적이지만, 따스하다. 벼락은 무인들을 해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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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 주변을 맴돌며 그들을 지키듯 유유히 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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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르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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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 일순, 벼락이 터져나오며 시야가 새하얗게 물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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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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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끈 눈을 감았다 떴을 때, 그들은 다시금 남궁세가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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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바닥에 주저앉은 서른한 명의 무인들이 넋이 나간 채 태사를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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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궁은 가족을 버리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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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을 보는 태사의 시선은 부드러웠다. 무인들의 심장이 거세게 뛰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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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흥분으로 얼굴을 붉게 물들인 채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리고는 이어질 태사의 말을 기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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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흡족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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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영한다. 이제 너희가 남궁의 일원임을 잊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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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인들이 벅차오르는 감정을 그대로 토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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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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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남궁의 목소리가 하늘을 떨쳐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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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준은 남궁명에게 다시 한 번 정중히 예를 취한 뒤 자리를 벗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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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 나간 놈이 아닌 이상 남궁명을 우습게 볼 이는 없을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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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너희가 남궁의 일원임을 잊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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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봉이 가슴을 쭉 내민 채 근엄하게 말했다. 그리고는, 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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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히히…! 멋있다 이서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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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음을 빵 터뜨리며 서준의 팔뚝을 챱챱 두드렸다. 서준이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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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나도 그렇게 생각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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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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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과 다른 반응에 춘봉이 멈칫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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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궁은 가족을 버리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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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사이, 멍하니 읊조리던 남궁수아가 서준의 팔을 꽉 끌어안았다. 누군가의 모습을 그리듯 그녀의 눈이 아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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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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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확히 뭐가 고맙다는 것인지는 몰랐으나, 서준은 일단 분위기를 읽고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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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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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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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궁수아는 눈이 부신 듯 눈가를 살짝 찡그린 채 서준을 올려다보았다. 그리고는 잠시 망설이다 그의 뺨에 살짝 입을 맞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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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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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긋 웃는 그녀의 미소가 아름답다. 서준은 간만에 보는 그녀의 환한 미소에 몸을 굳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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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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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느끼지만, 오늘따라 새삼 더욱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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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선이 맞고, 입술이 가까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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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나도 멋있다고 생각했어! 진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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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악한 춘봉이 팔짝팔짝 날뛰는 바람에 결국 입술이 맞닿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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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돌아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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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궁수아가 쿡쿡 웃음을 흘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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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시간이 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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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준은 며칠간 남궁수아와 한 방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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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일은 없었다. 그냥 얌전히 잠만 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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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혹 남궁수아가 묘하게 뜨거운 시선을 보내긴 했지만 대단한 일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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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춘봉이도 있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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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자다가 외로웠는지 슬쩍 남궁수아의 방에 와서 같이 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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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럴 거면 그냥 셋이서 방 같이 쓰면 되는 거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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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준이 묻자 남궁수아가 고개를 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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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모르니까. 첫날밤 정도는 단둘이 보내고 싶은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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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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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쩍 춘봉을 바라보자 그녀 역시 입을 쩍 벌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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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을 뻐끔대던 춘봉이 후다닥 서준의 귀에 속삭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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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뭔데. 둘이 뭐 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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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것도 안 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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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아니…. 언니 이제 괜찮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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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보다는 확실히 그렇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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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밤은 춘봉이 뭔가 생각할 게 있었는지 남궁수아의 방에 찾아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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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준은 침상에 걸터앉아 새근새근 잠든 남궁수아의 모습을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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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아신공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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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어느 정도 틀이 잡힌 건 사실이지만, 아직 완성된 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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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남궁수아가 검을 한 자루 더 쓰게 된 만큼 무공 역시 그에 맞춰 개선할 필요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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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전보다는 확실히 낫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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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 며칠 서준은 이전보다 남궁수아와 훨씬 오랜 시간을 함께하며 새로운 사실들을 알아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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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생각보다 이상한 곳에서 덤벙댔고, 의외로 잠꼬대가 꽤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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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에 능숙한 건 원래도 알았지만 알던 것보다도 실력이 더 대단했으며, 단둘이 있을 때는 목소리며 행동에 은근한 애교가 묻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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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하나 그녀에 대해 조금 더 자세히 알아갈수록 수아신공이 완성에 가까워져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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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그보다 더 남궁수아에 대한 애착이 깊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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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을 함께 할 여인이다. 알면 알수록 사랑할 수밖에 없는 여인이다. 그 애정 어린 눈동자에 비치는 자신의 애틋한 모습은 가끔 낯설기까지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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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지켜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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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인어른께서도 종종 말씀하셨다. 늦지 말라고. 잃은 뒤에 후회하지 말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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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준의 오성이 기억을 되짚으며 그의 정신을 아득한 곳으로 이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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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종문의 전대 문주 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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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펼치던 무공들이 하나하나 서준의 뇌리에 새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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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공의 흐름, 그에 따른 기의 흐름, 미세한 습관들과 그의 성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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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공의 형(形), 기(氣), 의(意)를 가장 작은 단위까지 분해해 살피고, 이어진 줄기들을 보며 맥락을 읽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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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순간이면 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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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현은 분명 대단한 수준에 오른 무인이다. 파해법 역시 어느 정도 대처할 것이 분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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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그는 검종문의 무인. 서준의 장기인 기를 통한 파해로 그를 완전히 무력화시킬 수는 없을 것이 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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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걸로 충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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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세한 빈틈. 그 찰나면 놈의 목을 베기에는 넉넉한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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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 개의 칼날. 한 자루의 검. 그 모든 검에 깃든 영역. 그의 검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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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순으로 되짚어 그의 근원을 재구성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새로운 무공을 창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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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성상 완벽한 우위에 서는 무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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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보다 더 근본적인 무언가를 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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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개한 서준의 눈에 희미한 광망이 어렸다. 그의 눈이 허공을 바쁘게 오가며 바람을 이루어줄 무언가를 찾아 헤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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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 일순, 서준의 입가에 미소가 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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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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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정도면 충분하다. 시간 내에 놈의 목을 벨 수 있다는 확신이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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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준의 눈에 어린 황금빛 광망이 내부로 스며들듯 차츰 희미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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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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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궁수아의 신음이 들려온 것은 그때였다. 놀란 서준이 황급히 그녀를 살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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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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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마며 목덜미가 식은땀으로 축축하다. 끙끙 앓는 그녀의 몸이 떨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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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몽이라도 꾸는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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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준이 그녀의 어깨를 잡고 흔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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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나. 괜찮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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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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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궁수아가 숨을 내뱉으며 번쩍 눈을 떴다. 그녀의 눈이 잘게 떨리며 바쁘게 움직인다. 그러다 시선이 서준의 얼굴에 닿고서야 긴 숨을 내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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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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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을 헐떡이며 자리에서 일어난 남궁수아가 말없이 서준의 품에 안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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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준은 그녀의 등을 토닥였다. 전신이 땀에 젖어 축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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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안해. 집중하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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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가 악몽에 시달리는 것조차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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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궁수아는 말없이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는 상체를 일으켜 서준과 눈을 맞추더니, 조용히 입술에 입을 맞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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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잔한 입맞춤 끝에 입술이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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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쯤 모습을 드러낸 푸른 눈동자가 서준의 눈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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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두운 방. 희미하게 보이는 그녀의 입술이 달싹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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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지. 조금 외로워졌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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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달리듯 가느다란 목소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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