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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준은 무공을 펼치는 사내를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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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천의 칼날이 제각각 움직이며 검술을 펼친다. 그 모든 움직임이 조화롭고, 약간의 엉킴조차 찾아볼 수 없다. 그야말로 극에 다다른 이기어검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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뿐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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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검 하나하나가 영역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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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적인 형태의 영역이 아니다. 검 위에 자그마한 영역을 펼치던 남궁혁과도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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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미완성 영역과는 달리 저것은 이미 하나의 완성된 영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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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한 이기어검이 아닌, 하나하나가 극한까지 연마된 필살의 검격. 그런 칼날이 일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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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들이 공격과 수비를 완벽에 가깝게 해내니 사내의 목을 취하는 것이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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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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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준은 내공을 끌어올렸다. 저 칼날들을 뚫어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우선 두드려 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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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게 후려쳐 보면 어떻게든 길이 보이기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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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한 기술을 펼치는 것은 심력의 소모를 일으키나, 서준에게 있어 내공을 다루는 것은 숨을 쉬는 것과 다를 바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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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대 위력의 공격을 몇 번이고 쏟아낼 수 있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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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화검법(梅花劍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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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궁낙하성대해(蒼穹落下成大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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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력괴신무(覇力怪神武).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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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무공을 동시에 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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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화가 흩날리고, 바다가 용이 되어 솟구치고, 대지가 주먹쥔 채 휘둘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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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을 베어낸 사내가 헛웃음을 흘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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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는 혹, 위대한 존재의 화신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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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체와 말을 나누는 취미는 없다. 대답 대신 공격을 쏟아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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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그럴리는 없지. 세상의 이치가 그렇게까지 뒤틀렸다면 이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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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리링-! 일천의 칼날들이 일대의 범위를 점한다. 하나하나의 칼날들이 맡은 범위를 지켜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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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화를 쳐내고, 용을 찢어발기고, 주먹을 쳐부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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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격 하나하나가 거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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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현은 가라앉은 눈으로 상대의 무공을 살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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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야말로 자연재해로군. 저 사내 앞에서는 머릿수가 아무런 의미가 없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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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나 그렇기에 파고들 여지가 있다. 쉬익-! 검현이 허공을 박차 달려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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찌이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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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천의 칼날들이 공명하며 한데 모여든다. 아주 작은 하나의 점. 위력을 집중시켜 공세를 뚫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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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화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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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의 송곳처럼 모여든 칼날들이 대지의 주먹을 뚫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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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현의 눈이 빛났다. 앞으로 다섯 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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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르릉-! 하늘에서 거대한 벼락이 떨어져내린다. 검현의 눈가에 핏줄이 불거졌다. 휘몰아치는 칼날들이 벼락을 베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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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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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공에서 솟아난 강물이 뱀의 몸통처럼 사방을 죄어온다. 검을 움켜쥐었다. 서억! 예의 묘리를 극한까지 살려 베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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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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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한 거인이 몸을 일으켰다. 떨어지는 거대한 주먹. 일천의 칼날이 회전하며 갈기갈기 찢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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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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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득한 곳에서 내려온 황룡이 아가리를 쩍 벌린다. 척추를 타고 전율이 내달린다. 눈을 부릅 뜬 채 검을 내찔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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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가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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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자루의 검으로 용의 이빨을 막아내는 사이, 일천의 칼날들이 용을 베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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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한 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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콰아아아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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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정한 태극이 터져나간다. 공간이 출렁인다. 바다 위의 나뭇잎처럼 검현의 신형이 흔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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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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째앵-! 칼날 백여 개를 희생해 버텨냈다. 검현의 눈이 빛났다. 결국 다다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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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망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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쫘아악-! 검현의 검이 공간을 꿰뚫으며 쏘아졌다. 피하기에는 늦었다. 검이 빨려들어가듯 서준의 가슴을 찌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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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현은 승리를 확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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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멍청한 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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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준이 그를 비웃었다. 뒷짐을 진 채 사내를 지켜보다 한 손을 앞으로 뻗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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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드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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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관자놀이에서 뿔이 돋았다. 붉은 눈이 사내의 모습을 고스란히 담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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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역이 마에 물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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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역반전(領域反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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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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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역 안 하나의 세계. 그 모든 곳에 돋아난 눈알들이 사내를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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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이상향(反理想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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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향이 서준이 바라는 유토피아(Utopia)를 그린다면, 반이상향은 적을 찢어발길 디스토피아(Dystopia)를 그려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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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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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현의 검이 서준의 가슴을 꿰뚫었다. 검현의 눈이 잘게 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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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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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악-! 검에 찔린 서준의 신형이 흩어진다. 이형환위(移形換位)와는 다르다. 분명 실재하는 무언가를 꿰뚫었을 터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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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우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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흩어진 분신의 뒤편. 오기조원의 다섯 고리가 회전하며 검현을 겨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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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할 곳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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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를 이루는 모든 요소가 눈을 부릅 뜬 채 검현을 바라본다. 그 모든 눈알들의 눈동자가 탁하게 물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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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장 안의 새를 바라보듯, 모든 눈알들이 히죽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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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천일월공(逆天日月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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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물을 짜내듯 무수한 줄기의 역천일월공이 검현을 향해 쏟아져내린다. 동시에 오기조원의 고리 앞에 선 서준이 손아귀 사이에 움켜쥔 구체를 쏘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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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아아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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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체가 고리 하나를 통과할 때마다 기세를 불린다. 탁한 빛깔의 기운이 점차 검게 물들고, 끝내 다섯 번째 고리를 통과하며 한 점 빛조차 흘려내지 않는 순흑으로 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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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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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현이 헛웃음을 흘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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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도가 없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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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수한 역천일월공의 줄기들이 검현을 꿰뚫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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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쯧.”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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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준은 허공을 박차 물러나는 사내를 보며 미간을 구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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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찰나의 순간에 어떻게든 피해를 최소화했다. 몸 군데군데 구멍이 뚫리긴 했으나, 당장 숨이 끊어질 정도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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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찌 됐건 확실한 승기를 점한 셈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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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준의 기감에 빠르게 다가오는 기척 몇 개가 잡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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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경은 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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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을 더 끌었다가는 사흑련의 영역에 고립된다. 다 잡은 놈을 이대로 살려보낼 수밖에 없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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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준이 붉은 눈으로 사내를 내려다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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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고 하나 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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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내가 비틀대며 서준을 보았다. 몸에 구멍이 숭숭 뚫렸으나, 그의 눈빛은 여전히 차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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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산 속에 처박혀 수련이나 해라. 다음에 마주치면 그때는 정말로 죽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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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우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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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납게 내뱉으며 손을 뻗었다. 하늘과 땅을 붙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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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곤대나이(乾坤大挪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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붙잡은 하늘과 땅을 뒤집었다. 영역 내의 하늘과 땅이 뒤바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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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이 된 하늘. 무수한 눈알들의 시선을 받으며 검현이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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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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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악-! 영역이 흩어진다. 허나 뒤집혔던 땅의 일부는 하늘에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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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서준이라도 그 드넓은 영역의 모든 대지를 하늘로 옮길 수는 없으나, 일부라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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콰아아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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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에 남은 땅이 떨어져내린다. 파르르-, 검현의 입꼬리가 떨렸다. 일대가 땅의 그림자에 가려 밤이 찾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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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하기도 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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콰아아아아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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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바뀌었던 대지가 다시금 제자리를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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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준은 빠르게 검종문의 영역을 벗어나며 궁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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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차피 타 문파의 화경들이 언제까지고 검종문을 지킬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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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나 자신은 언제든지 검종문에 들이닥칠 수 있다. 그것이 고수의 무서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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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뚱이 하나에 수십만의 군세보다 거대한 힘을 품은 살인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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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전력의 빈틈을 그 누구보다 집요하게 노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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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시간 싸움이라는 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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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화경들이 지원을 오기 전에 검종문의 전대 문주를 죽이고 검종문을 멸문시킬 수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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놈이 자신의 말처럼 다시금 산에 기어들어 간다면 어려울 것이 없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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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럴 일은 없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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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든 놈을 단시간 내에 쳐죽여야 한다. 서준이 픽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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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분히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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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놈의 무공은 질리도록 봤다. 서준의 가장 두드러지는 강점은 기(氣)에 관한 것. 하지만 무공 창시에 있어서도 그 수준이 평범을 아득히 벗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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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놈의 무공에 대한 파해식을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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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작해야 한 번 싸워본 상대의 무공을 파해한다? 당연히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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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무인이 그따위 헛소리는 농담으로 치부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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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나 서준에게는 그것을 현실로 만들 수 있는 능력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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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지어 이미 한 번 해본 일. 두 번째는 더 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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콰지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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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준의 신형이 공간을 찢어발기며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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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궁세가에 돌아온 서준을 맞이한 것은 뚱한 표정의 춘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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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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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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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뜌땨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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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준이 한 쪽 눈썹을 치켜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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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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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뜌땨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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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봉은 강경했다. 할 줄 아는 말이 뜌땨따밖에 없는 것처럼 단호하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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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서준이 눈치껏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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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땨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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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 합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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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봉이 씩 웃으며 서준의 엉덩이를 팡팡 두드렸다. 그리고는 그의 손을 꼭 붙잡고 걸음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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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례식 준비는 거의 끝났어. 이제 문상객들만 도착하면 끝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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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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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상객들이 오는 데 꽤 시간이 걸리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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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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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해 보니 맞는 말이다. 정신 나간 넓이의 땅덩어리를 자랑하는 곳이 중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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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시간에 이곳저곳을 쏘다니는 자신이 이상한 것이지, 보통은 오가는 데만 해도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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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언니도 한가해질 거고, 남궁명 걔도 시간이 빌 테니까 자주 좀 놀아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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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가? 명이는 한동안 꽤 바쁠 것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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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준이 고개를 갸웃거리자 춘봉이 손을 휘둘렀다. 파앙-! 자그마한 손바닥이 서준의 엉덩이를 찰지게 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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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라면 하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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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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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사적으로 고개를 끄덕인 서준이 춘봉을 내려다보았다. 환골탈태를 거치며 빵실하게 부풀어오른 볼따구가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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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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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자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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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능적으로 위험을 감지한 춘봉이 슬슬 뒷걸음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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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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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뭘 믿고 이렇게 귀여운 거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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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봉의 볼이 찹쌀떡처럼 늘어났다. 그녀의 볼을 입술로 앙 깨문 서준이 고개를 뒤로 확 젖혀버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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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처럼 그녀의 볼살이 주욱 늘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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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에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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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루와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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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준의 마음에 강 같은 평화가 찾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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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원에 기이한 소문이 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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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흑련의 씨를 말릴 듯 날뛰는 멸사천군. 그가 마기를 사용한다는 괴상망측한 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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