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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14 21:31:5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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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준은 무공을 펼치는 사내를 보았다.
일천의 칼날이 제각각 움직이며 검술을 펼친다. 그 모든 움직임이 조화롭고, 약간의 엉킴조차 찾아볼 수 없다. 그야말로 극에 다다른 이기어검술이다.
뿐만 아니다.
‘저 검 하나하나가 영역인가.
일반적인 형태의 영역이 아니다. 검 위에 자그마한 영역을 펼치던 남궁혁과도 다르다.
그의 미완성 영역과는 달리 저것은 이미 하나의 완성된 영역이다.
단순한 이기어검이 아닌, 하나하나가 극한까지 연마된 필살의 검격. 그런 칼날이 일천이다.
그것들이 공격과 수비를 완벽에 가깝게 해내니 사내의 목을 취하는 것이 쉽지 않다.
우웅-
서준은 내공을 끌어올렸다. 저 칼날들을 뚫어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우선 두드려 보기로 했다.
세게 후려쳐 보면 어떻게든 길이 보이기 마련이다.
거대한 기술을 펼치는 것은 심력의 소모를 일으키나, 서준에게 있어 내공을 다루는 것은 숨을 쉬는 것과 다를 바가 없다.
최대 위력의 공격을 몇 번이고 쏟아낼 수 있다는 말이다.
매화검법(梅花劍法).
창궁낙하성대해(蒼穹落下成大海).
패력괴신무(覇力怪神武).
세 무공을 동시에 펼쳤다.
매화가 흩날리고, 바다가 용이 되어 솟구치고, 대지가 주먹쥔 채 휘둘러진다.
태양을 베어낸 사내가 헛웃음을 흘렸다.
“그대는 혹, 위대한 존재의 화신이오?”
시체와 말을 나누는 취미는 없다. 대답 대신 공격을 쏟아부었다.
“아니, 그럴리는 없지. 세상의 이치가 그렇게까지 뒤틀렸다면 이미….”
치리링-! 일천의 칼날들이 일대의 범위를 점한다. 하나하나의 칼날들이 맡은 범위를 지켜냈다.
매화를 쳐내고, 용을 찢어발기고, 주먹을 쳐부쉈다.
‘공격 하나하나가 거대하다.
검현은 가라앉은 눈으로 상대의 무공을 살폈다.
‘그야말로 자연재해로군. 저 사내 앞에서는 머릿수가 아무런 의미가 없겠어.
허나 그렇기에 파고들 여지가 있다. 쉬익-! 검현이 허공을 박차 달려들었다.
찌이잉-!
일천의 칼날들이 공명하며 한데 모여든다. 아주 작은 하나의 점. 위력을 집중시켜 공세를 뚫어낸다.
푸화악-!
하나의 송곳처럼 모여든 칼날들이 대지의 주먹을 뚫어냈다.
검현의 눈이 빛났다. 앞으로 다섯 걸음.
우르릉-! 하늘에서 거대한 벼락이 떨어져내린다. 검현의 눈가에 핏줄이 불거졌다. 휘몰아치는 칼날들이 벼락을 베어냈다.
네 걸음.
허공에서 솟아난 강물이 뱀의 몸통처럼 사방을 죄어온다. 검을 움켜쥐었다. 서억! 예의 묘리를 극한까지 살려 베어냈다.
세 걸음.
거대한 거인이 몸을 일으켰다. 떨어지는 거대한 주먹. 일천의 칼날이 회전하며 갈기갈기 찢어냈다.
두 걸음.
아득한 곳에서 내려온 황룡이 아가리를 쩍 벌린다. 척추를 타고 전율이 내달린다. 눈을 부릅 뜬 채 검을 내찔렀다.
카가각-!
한 자루의 검으로 용의 이빨을 막아내는 사이, 일천의 칼날들이 용을 베어냈다.
마지막, 한 걸음.
콰아아아앙────────!!
불안정한 태극이 터져나간다. 공간이 출렁인다. 바다 위의 나뭇잎처럼 검현의 신형이 흔들렸다.
“흐읍…!”
째앵-! 칼날 백여 개를 희생해 버텨냈다. 검현의 눈이 빛났다. 결국 다다랐다.
“원망은 마라.”
쫘아악-! 검현의 검이 공간을 꿰뚫으며 쏘아졌다. 피하기에는 늦었다. 검이 빨려들어가듯 서준의 가슴을 찌른다.
검현은 승리를 확신했다.
“멍청한 놈.”
서준이 그를 비웃었다. 뒷짐을 진 채 사내를 지켜보다 한 손을 앞으로 뻗었다.
우드득-!
그의 관자놀이에서 뿔이 돋았다. 붉은 눈이 사내의 모습을 고스란히 담아냈다.
영역이 마에 물든다.
영역반전(領域反轉).
두륵-
영역 안 하나의 세계. 그 모든 곳에 돋아난 눈알들이 사내를 보았다.
“반이상향(反理想鄕).”
이상향이 서준이 바라는 유토피아(Utopia)를 그린다면, 반이상향은 적을 찢어발길 디스토피아(Dystopia)를 그려낸다.
푸욱-!
검현의 검이 서준의 가슴을 꿰뚫었다. 검현의 눈이 잘게 떨렸다.
“이건….”
화악-! 검에 찔린 서준의 신형이 흩어진다. 이형환위(移形換位)와는 다르다. 분명 실재하는 무언가를 꿰뚫었을 터인데….
우우웅────────!!
흩어진 분신의 뒤편. 오기조원의 다섯 고리가 회전하며 검현을 겨누었다.
피할 곳은 없다.
세계를 이루는 모든 요소가 눈을 부릅 뜬 채 검현을 바라본다. 그 모든 눈알들의 눈동자가 탁하게 물들었다.
새장 안의 새를 바라보듯, 모든 눈알들이 히죽 웃었다.
역천일월공(逆天日月功).
그물을 짜내듯 무수한 줄기의 역천일월공이 검현을 향해 쏟아져내린다. 동시에 오기조원의 고리 앞에 선 서준이 손아귀 사이에 움켜쥔 구체를 쏘아냈다.
스아아악────────
구체가 고리 하나를 통과할 때마다 기세를 불린다. 탁한 빛깔의 기운이 점차 검게 물들고, 끝내 다섯 번째 고리를 통과하며 한 점 빛조차 흘려내지 않는 순흑으로 화했다.
“허….”
검현이 헛웃음을 흘렸다.
“정도가 없군.”
무수한 역천일월공의 줄기들이 검현을 꿰뚫었다.
*
“쯧.”
서준은 허공을 박차 물러나는 사내를 보며 미간을 구겼다.
그 찰나의 순간에 어떻게든 피해를 최소화했다. 몸 군데군데 구멍이 뚫리긴 했으나, 당장 숨이 끊어질 정도는 아니다.
어찌 됐건 확실한 승기를 점한 셈이지만….
서준의 기감에 빠르게 다가오는 기척 몇 개가 잡혔다.
‘화경은 둘.
시간을 더 끌었다가는 사흑련의 영역에 고립된다. 다 잡은 놈을 이대로 살려보낼 수밖에 없다는 의미다.
서준이 붉은 눈으로 사내를 내려다보았다.
“충고 하나 하지.”
사내가 비틀대며 서준을 보았다. 몸에 구멍이 숭숭 뚫렸으나, 그의 눈빛은 여전히 차분했다.
“다시 산 속에 처박혀 수련이나 해라. 다음에 마주치면 그때는 정말로 죽어.”
우우웅-
사납게 내뱉으며 손을 뻗었다. 하늘과 땅을 붙잡았다.
건곤대나이(乾坤大挪移).
붙잡은 하늘과 땅을 뒤집었다. 영역 내의 하늘과 땅이 뒤바뀐다.
땅이 된 하늘. 무수한 눈알들의 시선을 받으며 검현이 웃었다.
“…이런.”
화악-! 영역이 흩어진다. 허나 뒤집혔던 땅의 일부는 하늘에 남았다.
아무리 서준이라도 그 드넓은 영역의 모든 대지를 하늘로 옮길 수는 없으나, 일부라면 가능하다.
콰아아아아─────────!!
하늘에 남은 땅이 떨어져내린다. 파르르-, 검현의 입꼬리가 떨렸다. 일대가 땅의 그림자에 가려 밤이 찾아왔다.
“화려하기도 하지.”
콰아아아아앙──────────!!!
뒤바뀌었던 대지가 다시금 제자리를 찾았다.
*
서준은 빠르게 검종문의 영역을 벗어나며 궁리했다.
‘어차피 타 문파의 화경들이 언제까지고 검종문을 지킬 수는 없다.
허나 자신은 언제든지 검종문에 들이닥칠 수 있다. 그것이 고수의 무서움이다.
몸뚱이 하나에 수십만의 군세보다 거대한 힘을 품은 살인병기.
그들은 전력의 빈틈을 그 누구보다 집요하게 노릴 수 있다.
‘결국 시간 싸움이라는 건데….
다른 화경들이 지원을 오기 전에 검종문의 전대 문주를 죽이고 검종문을 멸문시킬 수 있는가.
놈이 자신의 말처럼 다시금 산에 기어들어 간다면 어려울 것이 없으나….
‘그럴 일은 없겠지.
어떻게든 놈을 단시간 내에 쳐죽여야 한다. 서준이 픽 웃었다.
‘충분히 가능하다.
이미 놈의 무공은 질리도록 봤다. 서준의 가장 두드러지는 강점은 기(氣)에 관한 것. 하지만 무공 창시에 있어서도 그 수준이 평범을 아득히 벗어났다.
‘놈의 무공에 대한 파해식을 만든다.
고작해야 한 번 싸워본 상대의 무공을 파해한다? 당연히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다.
모든 무인이 그따위 헛소리는 농담으로 치부할 것이다.
허나 서준에게는 그것을 현실로 만들 수 있는 능력이 있었다.
심지어 이미 한 번 해본 일. 두 번째는 더 쉽다.
콰지직-!
서준의 신형이 공간을 찢어발기며 사라졌다.
*
남궁세가에 돌아온 서준을 맞이한 것은 뚱한 표정의 춘봉이었다.
“어이.”
“응?”
“뜌땨따.”
서준이 한 쪽 눈썹을 치켜올렸다.
“어?”
“뜌땨따.”
춘봉은 강경했다. 할 줄 아는 말이 뜌땨따밖에 없는 것처럼 단호하게 말했다.
결국 서준이 눈치껏 답했다.
“우땨따…?”
“좋아. 합격.”
춘봉이 씩 웃으며 서준의 엉덩이를 팡팡 두드렸다. 그리고는 그의 손을 꼭 붙잡고 걸음을 옮겼다.
“장례식 준비는 거의 끝났어. 이제 문상객들만 도착하면 끝이야.”
“벌써?”
“문상객들이 오는 데 꽤 시간이 걸리겠지.”
“아하.”
생각해 보니 맞는 말이다. 정신 나간 넓이의 땅덩어리를 자랑하는 곳이 중원이다.
짧은 시간에 이곳저곳을 쏘다니는 자신이 이상한 것이지, 보통은 오가는 데만 해도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
“이제 언니도 한가해질 거고, 남궁명 걔도 시간이 빌 테니까 자주 좀 놀아줘.”
그런가? 명이는 한동안 꽤 바쁠 것 같은데.
서준이 고개를 갸웃거리자 춘봉이 손을 휘둘렀다. 파앙-! 자그마한 손바닥이 서준의 엉덩이를 찰지게 후렸다.
“하라면 하라고.”
“넹.”
반사적으로 고개를 끄덕인 서준이 춘봉을 내려다보았다. 환골탈태를 거치며 빵실하게 부풀어오른 볼따구가 보인다.
“뭐, 뭐….”
“이 자식.”
본능적으로 위험을 감지한 춘봉이 슬슬 뒷걸음질쳤다.
“뭐, 뭔데!”
“도대체 뭘 믿고 이렇게 귀여운 거냣…!”
춘봉의 볼이 찹쌀떡처럼 늘어났다. 그녀의 볼을 입술로 앙 깨문 서준이 고개를 뒤로 확 젖혀버린 것이다!
마법처럼 그녀의 볼살이 주욱 늘어났다.
“흐에엑…!”
“일루와잇!”
서준의 마음에 강 같은 평화가 찾아왔다.
*
중원에 기이한 소문이 돌았다.
사흑련의 씨를 말릴 듯 날뛰는 멸사천군. 그가 마기를 사용한다는 괴상망측한 소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