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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14 21:31:5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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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에는 아무도 없었다.
자신이야 수련을 재꼈지만 춘봉이는 그렇지 않았던 탓이다.
서준은 방 한가운데 가부좌를 틀고 앉아 목함을 내려두었다.
‘일단 내가 먼저 먹어보고….
춘봉과 남궁수아는 천마신단이 아닌 천인신단을 섭취하게 될 터.
하지만 애초에 천마신단의 근본이 천인신단인 만큼, 지금의 경험을 토대로 그들이 영약을 섭취할 때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다.
천인신단의 물량을 걱정할 필요는 없다.
천인신단은 애초에 신단을 양산에 가깝게 뽑아내겠다는 취지를 가지고 만들어졌고, 그 덕에 남궁세가 전체에 돌릴 생각이 아닌 이상 물량이 부족할 일은 어지간해서는 없다.
당연히 남궁명에게도 천인신단이 하나 떨어질 테고, 아마 장극 아재에게도 하나쯤 가지 않을까 싶다.
장인어른은 글쎄. 애초에 필요가 없지 않을까?
아무튼 그건 나중의 일이다.
“흠.”
생각을 정리한 뒤 목함을 들었다. 뚜껑을 열자 달콤하면서도 비릿한 향이 코를 간질인다.
서준은 금속처럼 반질반질한 천마신단을 잠시 바라보다 그대로 입에 넣었다.
꿀꺽-
입에 넣자마자 녹아내린 천마신단이 목구멍 너머로 삼켜졌다.
역천의 이치가 담긴 단약이 몸 구석구석으로 퍼져나가고, 서준은 내공을 일으켜 그 작용을 도왔다.
우드득-!
천마신단의 기가 단전으로 향해 내공을 불리는 대신 그대로 신체에 스며든다.
단약 내부에 깃든 역오행진이 육신을 역리로 이끌고, 환골탈태를 거치며 익힌 무에 걸맞게 진화한 몸이 반응해 새로운 길에 발을 들인다.
목표하는 바는 순리와 역리, 그 사이의 어딘가. 무(無)이자 유(有)라 할 수 있는 혼원.
몸의 중심에 자리잡은 내단이 균형을 잡고, 그것을 축으로 전신을 재구성한다.
그 과정에서 혼원기를 토대로 삼아 몸 자체를 혼원으로 한 발짝 이끄는 것이 주된 목표일지니.
“후우….”
긴 숨소리만이 방을 맴돌았다.
*
“으음….”
눈을 떴다. 새하얗고 보드라워 보이는 무언가. 그대로 입을 가져갔다.
“냠.”
“으갸아아악…!”
춘봉의 비명 소리가 울렸다.
정신을 차리니 잇자국이 남은 볼을 마구 문질러대는 춘봉의 얼굴이 보였다.
“뭐, 뭐 하는 건데…!”
“와…. 등선할 뻔했네.”
쩝, 입맛을 다시며 춘봉이의 맛을 기억했다. 저 볼따구를 그냥 확.
충동을 참아낸 서준이 전신에 강기를 일으켜 미세하게 흘러나온 불순물들을 태웠다.
주먹을 쥐어보자 묘하게 몸에 힘이 넘친다. 마인화까지는 아닌데, 절반 정도는 그와 비슷한 느낌.
확신에 가까운 감에 힘입어 손가락 위로 음기와 양기를 뒤섞었다.
화악-!
역천일월강기가 일순 손가락을 덮었다.
‘시간이 조금 걸리긴 하는데…, 이 정도면 나쁘지 않네.
역천일월강기를 형성하는 데 걸리는 시간쯤이야 다른 무공을 펼쳐 만들면 그만. 나름 비장의 수를 확보한 서준이 씩 웃었다.
“아아, 보아라 춘봉아. 내가 천마다.”
“너 내가 지랄 좀 하지 말랬지! 저번에도 그러다 큰일 날 뻔하고서는.”
지암대사였던가? 리버스 장발 승려.
문득 떠오른 얼굴에 서준이 픽 웃었다.
“이제 내가 개쳐바름.”
“소림을 개쳐바르겠다고?”
“그건 좀….”
아무리 거품이 아닐까 의심된다고는 해도 소림은 소림이다. 화경 대머리라도 튀어나오면 진짜 큰일나는 거다.
그러다 뭉클, 머리 위에 얹어진 묵직한 중량감에 일순 서준이 넋을 놓았다.
“후후, 아무래도 성취가 있었나 보네?”
“태, 태산압정…!”
“어때? 막 힘이 나?”
“…다른 데서는 날 것 같긴 한데.”
서준이 뺨을 긁적이자 춘봉이 발작했다.
“그, 그거 안 치워!? 파렴치하게 뭐 하는 짓이야!”
“금 매도 해줄까?”
“시, 싫어엇…!”
태산압정에 제압당한 춘봉이 평온한 낯으로 말했다.
“으음…. 아무튼 효과가 좋다니 다행이네. 언니가 먹고 정(精)을 끌어올리면 기와 신은 저절로 따라올 테니까 어쩌면 정말로 초절정까지 금방일지도….”
“바로 그거지.”
서준이 고개를 끄덕였다.
야매 생사현관 타통법. 이름 붙이길 생사타통공.
이제 조금만 더 손을 보면 즉시 사용이 가능한 만큼, 분명 멀지 않은 시일 내에 남궁세가에 두 명의 초절정이 새로 생겨날 터였다.
“야, 근데 너 눈은 왜 그러냐.”
춘봉의 말에 서준이 고개를 기울였다.
“눈이 왜.”
“빨간데?”
“그래? 피곤한가?”
“아니, 눈동자가 빨갛다고.”
“뭣.”
서준이 허리춤의 검을 뽑아 제 얼굴을 비췄다. 그러자 과연, 검은 눈동자에 미약하게 붉은 기운이 섞인 것이 보였다.
그 눈으로 남궁수아를 빤히 쳐다보자 그녀가 무슨 생각을 했는지 살짝 볼을 붉힌다.
“…태극이네.”
“응?”
“붉고 푸르니까, 응. 태극. 우후후….”
얇게 떠진 눈 사이로 드러난 푸른 눈동자가 음흉하다. 눈꼬리를 휘어 웃던 남궁수아가 속삭이듯 말했다.
“누나랑 음양합일 할래?”
“으끼야아악…!”
심신의 안정을 되찾았던 춘봉이 다시 발작했다.
“언니 나가!”
“아이 참.”
“어떻게 남궁의 직계라는 사람이 이렇게 정조 관념이 없어!?”
“그치만 서준이는 서방님인걸?”
“뭣….”
춘봉이 굳었다. 덤으로 서준도 굳었다.
‘그러고 보니….
연기니 뭐니 했었는데, 이제 그냥 기정사실 아닌가?
“…여, 여보?”
“이 개새끼야!”
“커억…!”
춘봉이 드롭킥을 날렸다. 얻어맞은 서준이 쓰러졌다.
이후로 한참을 쳐맞았다.
*
춘봉과 남궁수아 몫의 천인신단은 며칠 내로 준비가 된다는 모양이었다.
잔뜩 삐진 춘봉을 능숙하게 재운 서준은 지붕 위에 올랐다.
어느새 밤. 빤히 밤하늘을 올려다보던 서준의 머릿속에 언제나와 같은 영감이 휘몰아쳤다.
꽤나 난잡해진 심상을 가다듬으며 정리하기도 잠시, 뒤로 자빠지듯 누워 희미한 깨달음의 자취를 좇아 마음 속 발걸음을 옮겼다.
‘화경이라….
터무니없는 속도로 달려 경지 자체는 초절정 후기 언저리. 허나 그만큼 놓친 부분이 꽤 돼서 조각들을 조금씩 채워넣을 필요가 있었다.
물론 아무 생각 없이 경지만 올린다면야 그럴 필요는 없겠지만…, 서준은 그보다 조금 더 나아간 목표를 그리고 있었다.
화경. 그리고 극마.
비슷한 경지임에도 다른 이름을 가진 것은 그만한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초절정까지는 정공을 익히나 마공을 익히나 아주 큰 차이는 없지만, 그 너머로 나아가면 서서히 길이 갈라진다.
정(正)과 마(魔). 꼽사리처럼 사(邪).
굳이 한 가지를 고르자면 극마 쪽이 편할 것 같긴 하지만, 굳이 그래야 할까?
애초부터 천마신단을 만든 이유부터가 중도를 지키기 위함이다.
화경과 극마, 그 사이. 이름은….
‘조화극마경(造化極魔境)? 조금 이상한가?
고민하던 서준은 이내 생각들을 털어냈다. 벌써부터 이름을 고민하는 건 조금 이르다.
대신하여 조금 더 가까운 일에 대해 고민했다. 마침 그럴 듯한 화두도 있었다.
스스로의 몸에 맞는 영약을 만들다 보니 문득 그런 생각이 든 것이다.
‘천마신단처럼, 오직 한 사람만을 위한 무공을 만들면 어떨까.
그것이 가능한 건 현재로서는 춘봉이뿐이다.
그녀의 몸을 그녀보다 더 잘 알고 있는 것이 서준이었기에.
뉴 청운신공을 넘어선 춘봉신공…!
괜히 혼자서 낄낄 웃던 서준은 춘봉신공의 개요를 얼기설기 짜내어 머릿속에 박아두었다.
몇 번의 영감을 덧대어 조금씩 깎아나가면 머지않은 시일 내에 일차적으로는 완성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괜찮네.”
만족스레 자리를 털고 일어난 서준은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슬쩍 방에 돌아왔다.
이불을 걷어차고 대 자로 몸을 펼친 채 잠든 춘봉이 보인다.
“이 자식…!”
은밀히 다가가 볼을 콕콕 찔렀다.
“으뭄….”
춘봉이 손을 휘젓다 제 뺨을 긁적인다. 서준이 씩 웃으며 춘봉의 코를 꾹 눌렀다.
“킁…!”
춘봉이 코를 옴찔거리다 손으로 비벼댄다.
‘나는 금춘봉을 지배할 수 있다…!
자는 금춘봉 괴롭히기에 매진하던 서준은 춘봉이 깨지 않을 적절한 타이밍에 슬쩍 옆에 몸을 눕혔다.
“히히….”
춘봉이 실실 웃으며 품에 안겨온다. 따끈따끈하다.
서준은 그대로 눈을 감았다.
딥 슬립.
그대로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
시체와 피.
산처럼 쌓인 고깃덩어리 위에 선 서준이 하늘을 우러렀다.
문득 발에 걸리는 머리통 하나. 집어들어 얼굴을 살피니 어째 낯이 익다.
이름도 모르는 사내. 사흑련 소속이었던가? 화산으로 향하던 도중 마주쳐 죽였던 놈이다.
호기심이 들어 시체를 뒤적였다.
아는 얼굴. 아는 얼굴. 이것도 아는 얼굴.
초절정에 다다른 신체는 스치듯 지나간 이들의 얼굴일지언정 희미하게나마 기억했다.
‘많이도 죽였네.
시체를 뒤적이다 어느새 시체 속에 파묻힌 서준이 머리를 긁적였다.
그래서 이건 무슨 꿈일까.
딱히 죄책감이 있는 것도 아니요, 별다른 계기조차 없이 이런 개꿈이라니.
눈을 감은 채 정신을 각성시키자 순식간에 꿈에서 깨어났다.
“으음….”
눈꺼풀 너머로 비치는 빛이 없는 것으로 보아 아직 밤 아니면 새벽.
희한한 꿈을 꾸어서인지 아직 코끝에 피냄새가 남아있는 듯했다.
‘아니, 진짜 나는데?
킁킁, 서준의 코가 예민하게 냄새를 구분했다.
유독 피냄새에 민감한 후각은 금세 이것이 현실에서 나는 피냄새가 맞다는 판단을 전해왔다.
하지만 원래 남궁세가에서는 가끔 피냄새가 나고는 한다.
무인들이 수련 중에 다치는 건 그리 드문 일도 아닌 탓이었다.
멍하니 생각을 이어가던 서준은 문득 의문을 품었다.
‘이런 밤에 수련을 한다고?
그건 아닐 것 같은데.
눈을 감은 채 밍기적거리는 와중에도 피냄새가 거슬린다.
어쩐지 바로 옆에서 나는 피냄새 같아서 더욱 거슬렸다.
옆에 있는 사람이라고는 춘봉이밖에 없는데, 피냄새가 날 리가 있나.
그렇지. 춘봉이밖에 없는데.
비몽사몽한 상태로 입맛을 다시던 서준이 번뜩 눈을 떴다.
“춘봉아!”
피냄새. 춘봉이. 순식간에 머리가 뜨거워진다.
서준의 눈이 어둠 속에서 붉게 빛났다. 그의 눈이 어둠을 꿰뚫어 춘봉을 바라보았다.
“으뭄….”
꿈에서 뭐라도 먹는지 입을 우물거리는 춘봉. 하지만 여전히 그녀에게서 피냄새가 진동을 한다.
“야, 야! 일어나 봐! 춘봉아! 야! 금희!”
“흐익…!? 뭐, 뭐야! 습격인가!?”
“야! 너 괜찮아?”
“뭐, 뭔데 갑자기!”
자다가 공중에 번쩍 들린 춘봉이 어벙한 낯으로 팔다리를 바동거렸다.
서준의 눈이 순식간에 그녀의 전신을 훑었다.
애는 멀쩡한 거 같은데, 왜 피냄새가 나는 거지?
서준은 안도하며 춘봉의 몸을 더듬거렸다. 발작하려던 춘봉은 왠지 심각해보이는 서준의 표정에 조심스레 물었다.
“무슨 일인데…?”
“피냄새가 나.”
“피냄새? 어디서. 내 몸에서?”
“어.”
킁킁, 서준의 코가 피냄새를 좇아 움직였다.
그렇게 도착한 곳은….
“야 이 씹…!”
“어억…!”
춘봉의 돌려차기에 정확하게 얻어맞은 서준의 몸이 부웅 날았다.
춘봉이 급하게 몸을 웅크렸다. 그녀의 얼굴이 새빨갛다. 정신이 없는지 허둥대는데, 눈에는 눈물까지 글썽인다.
팔로 몸을 감싼 그녀가 빼액 소리쳤다.
“빨리 안 꺼져!?”
“아니, 내 방인데….”
“나가 좀 빨리 새끼야! 좀! 제발…!”
상황을 파악한 서준이 머리를 긁적이며 방을 나섰다. 놀랐던 가슴이 진정하자 괜히 삐죽삐죽 웃음이 새어나온다.
결국 참지 못한 서준이 문 사이로 고개를 내밀고 히죽 웃었다.
“내일은 팥밥인가?”
“으끼야아아악…!!”
얻어 처맞았다. 진짜 존나 세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