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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서연이 제대로 찍은 광고는 에클라 에투알의 광고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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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외에는 딱히 광고하지 않은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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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연은 방송에 나올 때, 에클라 에투알의 화장품을 늘 사용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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틈만 나면 홍보를 반복했기에, 에클라 에투알의 입장에선 굉장히 혜자 연예인이 된 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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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어느 정도는 변명 거리로 사용된 기분이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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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최근 대세 연예인이라 부를 수 있는 상황이니, 들어오는 광고의 수도 많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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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중에는, 게임 패드 광고나, 혹은 낚싯대 광고처럼 서연에겐 개인적으로 그다지 어울리지 않는 경우가 좀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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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제대로 된 광고도 있었지만, 한동안 광고를 찍을 짬이 나지 않았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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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젠 슬슬 생각하긴 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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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광고는 돈이 많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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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연예인의 이미지를 개선하는 것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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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하이퍼 액션 스타로 또 까먹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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액션 연기 오디션이라고 너무 열을 냈던 느낌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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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서연은 결승에 민도하가 올라오지 않은 게 내심 아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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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보여준 민도하의 연기력은 여러모로 자신과 잘 맞는 구석이 있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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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설마 쌍절곤을 사용하는 일본인이 결승에 올라올 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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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루미 소라, 였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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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연은 그녀의 이름을 속으로 중얼거리며 고개를 갸웃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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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야, 마땅히 생각나는 게 없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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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래저래 연예계 쪽은 검색어만 입력하면 자동으로 그 정보가 떠오르는 편이었지만, 나루미 소라에 대한 이야기는 딱히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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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돌아갔다면 모를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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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연예계 쪽은 전생에 아예 관심도 없었기에, 알 리가 없기는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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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결승에서 보여준 연기력이라면, 무명으로 묻혔다면 여러모로 아쉬운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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뭣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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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튜버 보는지 못 물어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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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딱히 볼 것 같은 분위기가 아니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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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승이 끝나 전에는 경계하는 기색이 강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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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나고 물어보려 했더니, 침통한 얼굴로 자신을 바라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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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도 좋게 가져갔는데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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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서연은 서연대로 조금 심통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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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인은 연기에서 선역을 가져가지 않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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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쪽은 또 빌런 같은 연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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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분에 서연 자신의 이미지는 또다시 살인마 차서아와 비슷한 상태가 되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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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맨날 강한 이미지 가져가는 거 안 지겹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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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슬슬 방송 접고 UFC 나가자 서연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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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글이 서연의 기사에 달릴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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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래도 신체 능력을 컨셉으로 생각하는 부류인 모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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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이 많이 박힌 것을 보면, 이에 공감하는 이들도 있는 거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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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라리 이게 나은 반응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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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 카페에선 여러 합성물들이 판을 치고 있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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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심 서연은 아직 AI 시대가 시작되기 전임에 안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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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지금 AI가 한창 판치는 시대였다면, 서연은 AI로 합성되어 실제로 온갖 적들과 싸우고 있었을 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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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하는 것만으로 몸이 부르르 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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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찰 예능도 출연하긴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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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로 관찰 예능도 촬영까진 이제 2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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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상 얼마 남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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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전에 광고 쪽으로도 하나 생각해 보는 게 좋을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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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보다는 우선 이미지적인 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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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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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연아 이 광고 어떠니? 치킨 광고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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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반년 후, 점주들에게 갑질한 치킨 브랜드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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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이것도 좋다. 이거 최근 BJ가 만든 브랜드라고 하던데 젊은 애들한테 인기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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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방송 BJ가 사업에 진출하며 만든 브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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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로 이쪽도 앞으로 1년 이내에 풍비박산 나며 망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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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광고한 배우의 이미지도 함께 나락에 간 건 당연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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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민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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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외에 무난무난한 광고도 있었지만, 대체로 딱 이거다 싶은 게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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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연은 한숨을 내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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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히려 머릿속에 정보가 있다는 게 단점이 되는 경우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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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래도 아는 게 있으니 괜히 이것저것 따지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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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아무거나 고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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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중엔 이미지를 개선하는 데 도움이 될 게 안 보이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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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나는 정우 선배처럼 명품 광고가 안 들어오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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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는 생각을 하면서도, 최근 인터넷에 잡힌 자신의 이미지를 생각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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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쩔 수 없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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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납득할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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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연이 현재 가진 이미지는 흔히 말하는 여배우의 고고한 이미지와는 영 동떨어진 상황이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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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소방서 공익 광고라도 해보는 게 날 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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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소방 도끼를 휘두르며 뛰어다니던 서연에게 공익 광고가 들어오는 게 과연 맞는 일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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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의문이 소소하게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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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더 고민해 볼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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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 그래. 어차피 작품 활동하느라 바쁘니까, 광고는 신중하게 정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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묘하게 시무룩한 서연을 보며, 박은하 매니저는 그런 서연을 대견하게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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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광고가 이렇게 많은데 작품 활동을 우선하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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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나저러나 박은하 매니저는 서연에게 콩깍지가 씌어 있는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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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가 보기에 서연은 대세 스타라 불리는 상황에서도 작품을 우선하는 배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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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서연이 찍은 광고는 에클라 에투알 딱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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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외에 들어온 광고는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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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얼마나 멋진 배우의 귀감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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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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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서 과거의 신비한 여배우로 돌아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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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고민을 하던 서연은 문득 하나, 떠오르는 게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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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록 자신에게 온 광고 중에는 없었지만 직접 요청해 볼 수 있는 곳이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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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은 어떤 의자 브랜드의 광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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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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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 끝나고 일주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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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후 서연은 GH 그룹에 한 번 더 방문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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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에서 큰 활약을 보이며 우승한 축하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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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의 일정에 대해 대략적으로 소개할 필요가 있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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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디션은 수고하셨습니다. 하지만, 아쉽게도 바로 촬영은 어려울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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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H 그룹의 문화사업부 이사 강태진은 그리 말하며 우선 쉬고 있으라고 이야기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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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래도 현재 주연만 구해진 상태고, 나머지 배우는 아직 구하는 중이라 그런 거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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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촬영은 빠르면 석 달 후……, 지금 촬영 중인 드라마가 끝날 무렵이겠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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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에 대해 아는지 강태진 이사는 그리 이야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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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곤, 그 옆에 있는 남성에게 눈짓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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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나는 건 처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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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서연은 그 남자를 보고, 그가 누군지 한눈에 알아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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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예건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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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생에서도 꽤 이름을 날린 감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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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도 '천재 감독' 운운하며 인지도가 있는 편이었지만, 진짜는 앞으로 몇 년 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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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TT 드라마가 대세가 된 시점부터 그의 진가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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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형 해외 OTT 드라마 사이트에서 받은 투자로, 영화와 같은 비주얼의 드라마를 만든 인물이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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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렉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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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그런 이름이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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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낙 유명해서, 이건 굳이 서연이 하나하나 머릿속을 뒤져볼 필요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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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지어 고집도 세서, 그렇게 대박이 났음에도 시즌2를 찍지 않겠다고 단언하며 하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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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하차한 시즌 2는 전작 위명의 반도 되지 않는 성적을 거뒀지만, 그건 전작이 너무 잘 된 거지 제법 준수한 성적을 거둔 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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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그런 감독이 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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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괜찮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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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 어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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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압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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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조용히 있던 한예건 감독이 입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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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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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황한 서연이 반문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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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까부터 계속 이쪽을 보고 있기에, 아나 싶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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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네. 알고 있어요. 한예건 감독님이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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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흠. 전 서연 씨 같은 나이의 배우가 알만한 사람이 아닌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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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만 들으면, 노회한 감독 같지만, 한예건은 자신이 알기로 이제 겨우 서른 중반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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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나이에 크게 성공한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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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특한 성격은 전생에도 유명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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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래저래 배우와도 많이 싸우는 감독으로 유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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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선적이고, 이래저래 고집이 센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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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능력은 있어서, 배우들이 욕하면서도 꼭 그의 작품에 출연하길 바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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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제가 전에 소개해 드렸습니다. 이번 의 감독으로 한예건 감독님이 참여하실 거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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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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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둘의 대화에 강태진 이사가 끼어들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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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연 씨를 만나면 꼭 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고 하셨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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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예.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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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예건은 능구렁이처럼 말을 이어 나가는 강태진에게 머리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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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말처럼 한예건은 서연에게 여러 가지로 하고 싶은 말이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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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보면, 역시 방송에서 보던 이미지와는 다르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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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커뮤니티의 이미지야, 조금 우스운 꼴이 되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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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어디까지나 커뮤니티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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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도 유머와 관련된 사이트에서 떠도는 이미지와는 별개로, '배우 주서연'이라는 인물의 이미지는 무척 긍정적인 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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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강렬한 이미지는 차서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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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 빌런 같은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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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말하는 저열한 빌런이 아닌 보다 느낌이 있는 악당 같은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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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비한 눈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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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두운 밤을 떠올리게 만드는 새까만 흑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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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기에 특유의 서늘한 분위기가 잘 어울리는 소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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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악역으로 쓰고 싶다는 말이 많은지는 알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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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예건도 가끔 다른 감독들과 교류하는 경우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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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최근 배우에 관한 이야기를 하면 가장 많이 언급되는 게 서연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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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여배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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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여배우 중에 실력이 있는 경우는 아주 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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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에 맡는 배우를 찾아도, 대부분 어느 정도 연령이 있는 배우들로 채워 넣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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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배우들은 아무래도 실력이 떨어지는 경우가 많으니 어쩔 수 없는 노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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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 그 연령에 맞는 실력파 여배우는 아주 드문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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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서희가 감독들에게 사랑받는 이유도 그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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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최근, 조서희와 함께 젊은 여배우 중 가장 인지도가 올라온 게 바로 주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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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주서연이 악역만 할 수 있다고? 흠, 역시 그건 아닌 것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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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의 조하린은 발랄한 역이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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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도 본인의 색깔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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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차서아의 이미지에 다소 조하린이 가렸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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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예건은 주서연을 살피며 턱을 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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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 방송에서 보았을 때는 그런 느낌이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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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선부터 잡혀있던 '여화'라는 인물은 서연이 기존에 연기한 차서아와 비슷한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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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실제로 본 서연은, 뭐라고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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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발랄하지 않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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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세히 보면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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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표정으로 위장하고 있지만, 계속 움직이는 눈동자는 감정이 굉장히 풍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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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예건을 바라보며 굉장한 호기심을 드러내고 있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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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에 민감한 한예건은 무심코 웃음이 나올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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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음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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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천재 감독' 운운하며 배우들이 자신을 살피는 경우가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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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뜩이나 민감한 성격이라고 소문도 자자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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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탓에 보통 한예건은 자신을 살피는 시선을 좋아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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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어째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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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연의 시선에는 무심코 웃음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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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그런가 하면, 마치 어린 강아지들이 낯선 사람을 바라볼 때 느껴지는 그런 눈빛이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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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 순수한 호기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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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연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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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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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예건 감독은 이미 서연의 연기를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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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말도 안 되는 신체 능력도 놀라울 따름이었지만, 그건 연기는 아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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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영화에서, 제가 하고 싶은 게 많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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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지금 보여준 발랄한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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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오디션에 보여준 '여화'의 강렬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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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양쪽을 전부 보여줄 수 있도록 만들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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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 수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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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물음이 아니라 사실상 통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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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배우라면, 긴장할 그 말에 서연은 의욕이 가득 찬 눈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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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서연의 모습이, 이게 또 썩 만족스러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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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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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예건 감독을 아는 사람이라면 경악할 만큼 활짝 웃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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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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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 광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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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디즈 의자의 광고기획실, 팀장 곽현우는 방금 자신이 들은 말에 귀를 의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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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이에요, 그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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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그쪽 노바 엔터의 매니저였습니다. 분명, 주서연 배우의 매니저라고 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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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주서연 배우가 저희 브랜드 광고를 하고 싶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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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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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말에 곽현우는 재차 당혹스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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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에이디즈는 적당히 잘 나가는 의자 브랜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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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보다 경쟁 업체에 비하면 딱히 특출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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뭣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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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광고 모델을 비싸게 안 쓰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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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히 비싼 광고 모델에 메리트를 가지지 못하는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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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에 한창 대세라 불리던 연예인들을 줄줄이 섭외해서 광고했지만 딱히 효과가 없었던 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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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무명 배우, 무명 아이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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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쪽이나 큰 차이가 없었기에 에이디즈는 딱히 이름 있는 연예인을 쓰고 싶은 마음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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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휴, 요즘 한창 대세잖아요? 대체 얼마를 받으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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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지어 소속사에서 먼저 연락하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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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문 일이긴 했지만, 아주 가끔 있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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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런 건 보통 친분이 있는 경우에 가능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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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바 엔터는 과거에 에이디즈에서 광고한 연예인이 있었기에 연락을 넣을 수 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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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최근 자사 배우가 뜨니, 광고를 하나 더 밀어 넣고 싶었던 모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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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이상한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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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주서연 쯤 되면 CF가 줄줄이 사탕처럼 들어올 텐데, 굳이 에이디즈 광고를 선택할 필요가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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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거절한다고 메일을 전달해 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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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잠깐잠깐. 조금만 기다려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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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고민하던 곽현우는 팔짱을 끼고, 건들건들 몸을 흔들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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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 미팅은 한 번 해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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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 이유가 뭔지 들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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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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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디즈에 광고 요청을 넣은 이유가 대체 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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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생각해도 자신은 그 이유를 알 수 없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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