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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14 21:31:57 +09:00

557 lin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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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지?'
이기태 PD는 진행되는 결승을 보며 이질감을 느꼈다.
오디션이지만 예능, 분명 그런 구조로 만들어진 방송이었다.
하지만 이번 결승의 경우엔 보다 오디션, 그리고 연기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기존까지는 실시간으로 진행되는 배우의 순발력을 보는, 예능에 가까운 내용.
하지만, 결승은 사전에 대본과 함께 2시간이 주어졌다.
즉, 연기를 보겠다는 의미였다.
'동시에 최종적으로 확인할 시간.'
설정은 예선부터 지금까지 공유하기에, 어떤 식으로 진행되는지는 알고 있었을 것이다.
특정한 장소에 던져두고 미션.
그게 여태까지 의 진행 방식이었으니까.
사전에 어느 정도 교류를 했다면 미리 어떤 식으로 연기할지 구상해 둘 수 있었다.
그걸 미션에 끼워 넣으면 될 뿐.
'그렇다 해도 액션 시퀀스를 짜는 건 그 시간 만으론 어렵겠지.'
2시간.
사전에 어느 정도 이야기를 나눠둔 상태라면 마지막으로 합을 맞춰볼 만한 시간이었다.
만약 2시간에 라이브로 장면을 구성한다면, 기껏해야 한 장면, 많아야 두 장면을 구상하는 게 한계일 것이다.
그렇다면 보통 길어야 10분이다.
평범하게 생각하면 대략 5분 이내의 장면이겠지.
하지만, 그건 딱히 문제 되지 않았다.
일반적으로 영화에서 보여주는 액션 씬도 대략 그 정도니까.
그러니 액션을 뺀 배경과 서사와 관련된 둘의 연기를 보여줄 거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구성하면 대략 10분, 혹은 20분 정도의 내용을 뽑을 테니까.
만약 그렇지 않다고 해도 상관없다.
'그래서, 여러 가지를 준비해 뒀으니까.'
예를 들면 사전 인터뷰가 그렇다.
그리고 여태까지 있었던 미션들에서 둘이 활약한 모습을 보여주는 것.
그것들을 다 합쳐, 대략 40분의 구성을 짜뒀다.
결승이 시작되기 전.
끝난 후에 적절히 삽입하기 위해.
'그런데.'
이기태 PD는 시간을 체크했다.
이미 5분이 지난 상태.
첫 교전만으로 감탄의 박수를 치던 이들도 당황한 게 느껴졌다.
가벼운 공방이었지만, 2시간 연습으로 보이기 어려운 퀄리티였으니까.
이제, 액션이 아닌 다른 연기가 나오겠구나.
그렇게 생각했다.
나루미 소라가 쌍절곤을 꺼내지 않았다면.
관중들은 단순히 예상 밖의 무기가 나온 것에 놀랐지만, 관계자들은 전혀 다른 방향이었다.
'어떻게?'
무기를 사용한 액션은 단순히 맨손으로 합을 맞추는 것보다 배는 어렵다.
2시간으론 무슨 짓을 해도 할 수 없다고 자신할 수 있었다.
'단순히 한두 번 휘두르는 정도인가?'
그 정도는 어떻게 할 수 있을지도.
그런 생각을 했지만, 역시 이상했다.
뭔가, 양쪽 다.
합을 맞추기보다는…… 실시간으로 대결하는 느낌이 드는 건 왜일까.
이기태는 숨을 죽이고 보았다.
이 결승이 어떻게 될지, 그로선 이제 짐작하기 어려웠으니까.
***
호흡은 한 번.
숨을 입에 머금은 채, 쌍절곤을 겨드랑이에 낀 채 소라는 서연을 바라보았다.
이미 연기의 영역은 지나쳤다.
신아린으로 준비한 건, 이제 단순한 대사뿐.
그건 미리 상대에게도 일러주었기에 외우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거기에 액션 연기는 없다.
사전에 준비한 건 제로.
결국 이 부분은 나루미 소라로서 겨룰 수밖에 없는 부분인 것이다.
액션 연기가 아닌, 순수한 액션.
'네가 한 말이야.'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는 얼굴.
서연을 바라보며, 소라는 왼손을 앞으로 뻗었다.
익숙한 자세다.
어렸을 적 영화를 보며, 수없이 연습했던 자세였으니까.
붕붕붕!
손에 느껴지는 무게감은 실제 쌍절곤보다 한참 가볍다.
플라스틱으로 이루어진 사슬을 제외하면, 적당히 무게를 맞춘 막대 모양의 스펀지에 가까웠으니까.
맞아봐야 조금 둔탁한 느낌이겠지.
하지만, 오히려 본래 자신이 쓰던 것을 가져왔어도 상관없을 느낌.
「홍콩 영화, 좋아하나 봐?」
그때, 여화가 말했다.
순간, 신아린에게 묻는 것인지 나루미 소라에게 묻는 건지 모르겠다.
하지만 사전에 준비한 대사 중, 이 질문에 사용할 건 없었다.
어눌한 한국말이 나올 것 같아, 소라는 그저 고개를 끄덕이며.
「응.」
그렇게만 답했다.
그러자 여화의 입가에 미소가 진해졌다.
「재밌네.」
마치 비웃는 것 같은 목소리.
이전 대사 때문일까.
마치 자신이 좋아하는 영화를 비웃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물론 괜찮다.
그런 건 소라에게 익숙한 것이었으니.
「맞으면 아픈 것으로 끝나지 않을 거야.」
이건 준비한 대사.
소라가 맡은 배역, '신아린'은 신체 강화 능력자다.
그녀가 이런 무기를 사용한다면, 단번에 뼈가 부러질 게 분명했다.
그것을 서연에게 알리는 대사.
그리고.
소라는 앞으로 걸음을 내디뎠다.
아까 서연이 그랬던 것처럼.
한걸음, 또 한걸음.
그렇게, 뜀박질로 변하며, 서연을 향해 달려들었다.
가만히 있는 서연을 향해, 왼발을 앞으로 미끄러지며 쌍절곤을 쥔 오른손이 완만한 궤적을 그리며 휘둘러졌다.
부웅!!
그것을, 서연은 허리를 숙여 피했다.
붉은 눈동자가 쌍절곤을 향해 따라 움직이며, 이어 소라를 향한다.
피했지?
마치 그렇게 말하는 것 같은 눈동자.
그 모습에 소라는 속으로 실소했다.
생각해 보면 서연은 먼저 선공을 취하지 않는다.
아까, 달려들었을 때도 선공은 소라였다.
반사적으로 날린 무릎 차기.
왜 그런 지 따져보면 간단하다.
서연, 자신은 피할 수 있으니까.
피한다는 것 자체가 합을 맞추지 않으면 불가능에 가까운 행위다.
적어도 연기에 있어선.
그렇기에 서연이 이어 공격하면 솔직히 소라는 피할 수 없다.
아까처럼 대놓고 보여주는 게 아니면야.
그러니 서연은 선공을 가하지 않는다.
그럼, 연기가 아닌 일방적인 폭력이 되니까.
합을 맞춘 것처럼 위장할 수 없으니까.
'그러니.'
소라는 떠넘겼다.
알아서 합을 맞추겠다고 한 건 너야.
대략 그런 느낌.
동시에 자존심이 상했다.
자신도 서연처럼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
그러니.
절그럭!!
사슬의 소리가 들리며, 쌍절곤의 방향이 꺾인다.
팔을 회수하며, 손목의 바깥쪽으로 스냅을 줌으로 쌍절곤은 정확히 서연의 후두부를 노리며 휘어졌다.
일반적인 무기론 불가능한 동작.
하지만, 사슬이 달린 쌍절곤은 가능하다.
뒤늦게, 그 사실을 알아차린 서연의 눈이 움직인다.
팡!!
서연의 몸에 쌍절곤이 닿은 건 바로 그때였다.
그녀가 맡은 배역 '여화'는 재생 능력자다.
하지만 두 가지 약점이 존재한다.
하나는 머리.
또 하나는 심장.
그러니, 후두부에 맞으면 위험.
경우에 따라선 사망 판정이 될 수도 있는 공격이었다.
그것을, 서연은 오른손을 끼워 넣어 막았다.
마치 강한 타격을 입은 것처럼, 서연의 몸이 앞으로 젖혀졌고.
시청자들의 입에서 탄성이 터져 나온 건 바로 그때였다.
"순간 영화 장면을 그대로 상영한 거라 생각했습니다."
당시, 관객석에서 스크린으로 그 장면을 보았던 김민우 기자는 그 순간을 떠올리며 말했다.
"그렇지 않으면, 이게 말이 안 나올 정도였으니까요."
한 손을 들어서 막은 여화는 오른팔을 축 늘어뜨렸다.
부러졌다는 것을 연출한 거겠지.
실제로 그렇게만 보였으니까.
그런 그녀를 향해, 신아린.
소라의 쌍절곤이 그 틈을 노려 사정없이 휘둘러졌다.
"제가 이래 보여도, 운동을 좀 했습니다."
태권도 2단. 합기도 3단.
거기에 검도도 했고.
한 달에 두어 번 이종격투기 체육관에 나가, 스파링을 하는 게 그의 취미였다.
"예? 혹시 제가 할 수 있냐고요?"
그 말에, 그는 팔짱을 끼고 머리를 갸우뚱.
"음~~~~~~~."
이어, 황당하다는 듯 웃엇고.
"하핫핫. 못하죠, 못하죠. 제가 그런 걸 어떻게 해요."
손을 좌우로 저으며 말했다.
"저렇게 빠른 속도로 휘둘러지는 무기를 어떻게 피합니까? 심지어 쌍절곤이면 이게 더 빨라요."
무기를 쥔 사람의 손은 체감상 훨씬 빠르다.
분명 맨손이 더 빠를 터인데도 그렇다.
그런데, 그것을 피했다.
자신을 향해 휘둘러지는 쌍절곤을 피했다.
어깨로 내리치는 순간.
가슴팍.
허리.
머리.
거기에 이어 몸을 반 바퀴 돌리며, 서연의 다리를 노리며 휘둘러졌다.
그 일련의 장면을 다들 숨을 죽이고 보았다.
"합을 맞춘 액션 연기라면 가능한 걸까요? 나중에 두 배우를 만나면 꼭 여쭤보고 싶네요."
대체 어떻게 그런 액션을 펼쳤는지, 진심으로 궁금했으니까.
그리고.
그런 기자의 말처럼 관객들은 홀린 듯 스크린 너머를 바라보았다.
다리를 노린 쌍절곤을 피해, 서연은 옆으로 몸을 구르며 물러섰다.
이어 재차 달려드는 소라를 향해 옆에 있던 의자를 발로 밀친다.
「윽!!」
반사적으로 몸을 옆으로 날리는 소라.
그런 그녀를 보며 여화가 깔깔 웃었다.
「홍콩 영화에서 이런 건 보통 아닌가?」
의자를 사용한 액션은 홍콩 영화에서 자주 나오는 편.
여화는 그것을 이야기하는 것 같았다.
'오른손.'
지금 보니, 여태 축 늘어져 있던 오른손을 움직이고 있었다.
재생이 끝났다는 뜻일까.
오른손은 재생했으나, 이제 왼손이 늘어져 있었다.
여화는 재생 능력자.
그것을 보여주기 위해선, 필연적으로 얻어맞을 필요가 있었다.
방금처럼 양팔.
그리고 허리 한 번.
그때마다 제대로 타격을 입은 걸 연기했기에, 소라는 자신이 예상이 옳았다고 생각했다.
「너야말로, 그렇게 얻어맞은 것 치고는 튼튼하구나?」
조금 어눌한 어조로 소라가 말했다.
이대로 입담에서 밀려 좋을 건 없었으니까.
그러자.
서연은 오른손을 들어, 옆에 있는 케이스를 손으로 부쉈다.
설탕 유리로 만들어진 케이스에 들어있던 무기.
붉은 소방 도끼.
그것을 본 여화가 입매를 비틀었다.
「너도 튼튼했으면 좋겠네.」
그것을 손에 쥐고, 그대로 여화가 소라를 향해 달려왔다.
무기!
여태 빈손으로 싸우던 여화의 손에 무기가 들렸다.
상대에게 선공을 먼저 양보하던 그녀가 이번에는 먼저 오른손을 치켜들었다.
'위험.'
미처 생각이 끝나기도 전에, 도끼의 방향이 비틀리며 반사적으로 몸을 비튼 소라의 뒤편 벽을 두드린다.
쾅!! 소리를 내며 스티로폼으로 만들어진 벽이 쪼개진다.
그 모습에, 소라의 눈매가 파르르 떨렸다.
'저거도 스펀지로 만들어진 무기 아니었어?'
조금 단단한 스펀지.
그렇다고 하지만 스티로폼을 쪼개버렸는데?
순간, 서연도 쪼개질 줄은 몰랐는지 몸이 굳은 게 느껴졌다.
처음으로 서연의 몸에 딜레이가 생긴 타이밍.
'이때다!!'
그 틈을 노려 휘둘러진 쌍절곤.
그 궤적에 따라 여화의 눈동자가 움직인다.
벽에 박힌 도끼를 벽에서 뽑아, 도끼의 날 부분으로 쌍절곤을 비켜 냈다.
마치 신체 능력으로는 이길 수 없다는 걸 아는 것처럼.
그 위력을 정면에서 받아내는 게 아닌, 틀어버린 것이다.
아마 금속 재질이었으면, 아주 미세하게 틀어졌을 방향.
하지만 푹신한 스펀지끼리 부딪친 탓에, 쌍절곤은 마치 스프링에 튕겨진 것 밀려났다.
공중으로 떠오른 그것을 여화의 손이 움직여 낚아채고.
그대로 도끼가 수직으로 떨어졌다.
빠각!!
소리와 함께 망가지며 바닥으로 떨어지는 쌍절곤.
순식간에 비어버린 양손을 움직여 소라는 여화를 노렸다.
목과, 가슴.
하지만 그것이 닿기 전, 여화의 몸이 앞으로 쏠리며 어깨로 소라의 몸을 부딪쳤다.
"……!!"
그대로, 밀려 넘어지는 소라.
푹신한 매트로 만들어진 바닥에 넘어진 그녀는, 황급히 상체를 일으키려 했다.
「아.」
코앞까지 다가온 붉은 소방 도끼가 아니었다면.
그렇게.
의 결승이 막을 내렸다.
여러가지 파란을 몰고오며.
***
영화의 주연을 뽑는 오디션으로 화제가 되었던 가 종영했다.
초반 A조를 제외하면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해 시청률은 급락.
이어 조금 반등했으나 솔직히 평은 좋아지지 않았다.
아무래도 일반적인 오디션과 다르기도 했고, 액션 연기보다는 단순한 예능처럼 다가온 탓이었다.
"뭐, 영화 홍보용으로 만들어진 오디션 예능이 다 그렇지 뭘."
"그래도 좀 재밌지 않나?"
대략 그런 반응이었지만, 그래도 시청률은 준수했다.
무려 평균 6퍼센트 이상.
이 정도면 종편 예능치고는 굉장한 시청률이었기에 모두가 만족했고.
이대로만 마무리되어도 좋다는 반응이 다수.
그런데, 마지막에 대박이 터져버렸다.
[화려한 피날레로 끝난 결승은 미리 준비된 연기가 아니었다?]
[나루미 소라 '실제로 싸우는 느낌으로 연기했어요.']
그런 기사들이 연달아 올라오며, 인터넷 커뮤니티를 말 그대로 불태웠다.
- 근데 저게 결승이면 내용 스포 아님?
- ㄴㄴ 실제 내용과 다르다던데
- 저거면 딱 좋을 것 같은데 근데 여화가 주인공임?
- ㅇㅇ 결승에서 이기면 그대로 나오겠지
여화라는 캐릭터도 당연히 말이 많았다.
아무래도 빌런처럼 묘사되었지만, 최종적으로 승자가 되었으니까.
- 나 소라 짱 응원했는데...
- 고개를 들어라 소라, 강자에게 진 건 수치가 아니다.
- 강자(진짜임)
- 오히려 주서연 상대로 저 정도면 선방했다. 난 도끼에 소라 머리 쪼개지는 줄
준비되지 않은 대사는 다소 어눌한 느낌이었지만, 이입하기에는 충분.
오히려 액션 위주로 흘러갔기에 재밌다는 평이 많았다.
대략 5분 이내를 예상했던 액션 씬이 무려 15분 가까이 나온 것이다.
온갖 짤이나, 클립으로 돌아다니는 게 당연했다.
주서연 카페에선 '역대 최강의 주서연이 나왔다' 라는 평.
- 이제 소방도끼 든 주서연이 최강이냐?
- ㅇㅇ 차서아도 머리 쪼개짐
- 근데 차서아도 도끼 쓰잖아
- 주서연이 원래 도끼 좋아해
- ?? 왜?
- 강해 보여서 좋아한다고 이번 인터뷰에서 말함
- ;;도끼가 강하긴 하지;;
그렇게 의 주연은 서연으로 결정되었고.
이에 이견을 가지는 이들은 그다지 없었다.
'배우 말고 UFC나 나가는 게 어떰?'이라는 글이 다수 올라오긴 했지만.
아무튼.
그렇게 의 주연이 된 서연은.
"서연아 공익 광고 들어왔데."
"네? 저한테요? 어디서요?"
"소방서."
"……."
갑자기 물밀듯 밀려오는 CF 요청에 난감한 한숨을 쉬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