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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승. 최후의 승자까지 마지막 한 걸음 남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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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경덕 아나운서는 단상에 서서, 객석의 관객들을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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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여타 오디션과 달리, 이 무대 위에서 결승이 이뤄지진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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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긴 어디까지나 MC인 윤경덕 아나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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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여태 에 참여한 배우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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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표를 구매한 관객들만이 존재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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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의 결승은 이 무대 뒤에 있는 스크린을 통해, 실시간으로 중계될 예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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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룰을 말씀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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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 그 결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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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룰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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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태까지 해온 것의 모든 종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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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격전에서, 이후 벌어진 쟁탈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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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기에 각종 스턴트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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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모든 걸 활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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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대본 하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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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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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관객이 무심코 중얼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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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태 '연기'라고 말하긴 했지만, 딱히 대본이 있었던 적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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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드리브 투성이의 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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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히 제대로 연기를 할 수 있는 이들도 적었고, 연기 오디션이라기보단 액션 배우들 간의 실력을 겨루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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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예능이라 생각했을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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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본이 주어진 건, 대략 2시간 전이라고 합니다. 물론 이 대본은 후에 개봉할 의 시나리오의 예고 같은 거라고 합니다. 일부는 비슷하나, 실제 촬영 시 다양한 부분이 달라질 거라고 하더군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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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에게 주어진 대본에 적혀있는 건, 어디까지나 이라는 영화의 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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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는 영화의 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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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이번에 쓸 장면에 대한 플롯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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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초능력자는, 자신들이 실험에 참여했던 연구소에서 마지막 싸움을 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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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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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말처럼 세트장은 마치 연구소와 비슷하게 생긴 상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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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종 설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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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기에 장비들이 즐비하게 널려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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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로 인해, 이미 연구소는 폐쇄 직전이죠. 자신들을 만든 연구소를 파멸로 몰아넣은 존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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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린에 한 명의 얼굴이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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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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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작중 이름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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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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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글자의 이름이 스크린에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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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객들이 그 두 글자를 곱씹을 때, 윤경덕 아나운서가 말을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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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연구소에 남은 마지막 초능력자. 그녀의 이름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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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루미 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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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중 이름은 신아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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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유한 초능력은 신체 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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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오디션이 진행되는 동안, 소라가 사용해 왔던 초능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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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특색은 없는 초능력이었으나, 결국 결승에 올라온 건 CG 없이 활용이 가능한 재생과, 신체 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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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 관객들로선 아무래도 김이 식을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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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능력 액션이 무리라는 건 알지만, 아무래도 심심할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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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나리오는 간단합니다. 연구소를 파괴한 인물, 여화와. 그런 그녀를 쓰러트리기 위해 연구소 마지막 실험체인 신아린이 싸우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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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경덕 아나운서는 그리 말하며, 시간을 체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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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시간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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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명의 배우가 준비가 됐다는 사인이 돌아왔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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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이제 본격적으로 의 결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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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등 뒤에 있는 거대한 스크린의 화면이 빠르게 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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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방에서 연기가 치솟는 세트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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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소의 모습에, 순간 관객들은 얼이 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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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 돈을 얼마나 들인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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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영화가 완성되어 상영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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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감 나게 치솟는 연기와, 망가진 연구소의 세트장 잔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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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트장이, 의 촬영지가 될 예정이라는 걸 모두가 예측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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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고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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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결승은 영화 의 예고편이나 마찬가지라는 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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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령 내용이 달라지더라도, 영화의 컨셉이 어떤 느낌인지는 알 수 있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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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배우가 제대로 할 수 있다는 전제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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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예건 감독은 팔짱을 끼고 조용히 스크린을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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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면에 비치는 두 배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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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소에 서로를 마주하는 둘을 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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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예건은 눈을 가늘게 좁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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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정해진 것이나 마찬가지인 승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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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무한 마무리가 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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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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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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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루미 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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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태생의 배우 지망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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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는 열아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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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생이 둘이 있으며, 부모님은 평범한 직장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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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쁜 외모를 제외하면, 딱히 특별할 것 없는 그런 프로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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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대로 된 영화, 드라마에 참여한 적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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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연해 본 건 유원지에서 보이는 작은 어린이 연극인, 작은 무대에 조연으로 섰던 게 전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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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녀는 거기에 그치지 않고 한국어를 공부해서 한국까지 날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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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에 출연하게 되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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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승이 시작되기 전, 촬영한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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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방송이 진행되는 도중에 삽입될 내용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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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때, 부모님이 옛날 영화를 보여주셨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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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한 CG도 없고, 사람들이 몸으로만 펼치는 액션 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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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볼 수 없는 홍콩 영화라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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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게 너무 멋있었거든요. 그래서 언젠가 꼭 저런 액션 연기를 해봐야겠다. 그렇게 마음먹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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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거와 초능력을 다루는 는 다르지 않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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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안 쓰면 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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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그래서 '신체 강화'라는 초능력을 골랐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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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몸으로 하는 건 전부 자신 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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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는, 분명 아직 부족할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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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적어도 단순한 '액션'이라면 절대 지지 않을 자신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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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자신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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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까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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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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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을 내쉬며, 소라는 정면을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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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가 피어오르는 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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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장이라고는 생각되지 않을 정도로 정비가 잘 되어있는 세트장이 눈에 들어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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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만으로, 소라는 한국에 오기를 잘했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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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대로 액션 연기를 펼칠 수 있는 장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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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서, 소라가 하고 싶었던 액션 연기는 허락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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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게 무슨 연기냐며 매도하는 이들도 있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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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과하다고 이야기하는 부류도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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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야, 그녀가 하고 싶은 액션은 어찌 보면 시대에 뒤처진 것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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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한국도 비슷할지 모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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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어도 지금은 이걸로 충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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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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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요히, 이곳을 걸어오는 서연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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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이제 장면이 시작되면 '여화'라고 불러야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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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복장은 전체적으로 새까만 드레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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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입던 교복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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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바람이 들었는지, 새까만 드레스에 검은 스타킹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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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까맣게 차려입으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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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것이 지나치게 이질적이어서 이상할 정도로 어울리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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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새까만 흑발, 거기에 고요하게 자신을 바라보는 붉은 기가 어린 눈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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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손은 맨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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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과 달리 딱히 챙겨온 물건은 없는 모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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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만하게 보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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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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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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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태 서연이 보여준 퍼포먼스는 단순히 연기적인 측면만이 아니라, '액션' 적으로도 평범을 아득히 넘어선 상태였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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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을 쓰는 건 자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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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서연을 보면 아무래도 자신감이 죽을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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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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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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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기에 공략법이 아예 없는 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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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연은 배우이기에, '극'의 내용을 반드시 지키는 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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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하자면, 그녀가 재생 능력을 가진 이상 반드시 허점이 있을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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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생 능력이란 결국 맞아야 가능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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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연적으로 서연은 소라의 공격을 허용할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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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게 무엇일지는 모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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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액션으로, 이길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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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요한 적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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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방에서 카메라가 움직이는 소리가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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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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삐이이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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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의 시작을 알리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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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한 세트 장이었던 이곳이 폐쇄된 연구소로 변모하는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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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그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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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선공을 취한 건, 나루미 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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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연구소의 유일한 생존자이자, 1급 신체 강화 능력자인 신아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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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부 죽일 필요는 없었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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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말에, 서연은 눈을 가늘게 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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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본에는 '대사'가 지정된 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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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중 상황이 묘사되어 있고, 둘의 상황이 대략 나와 있는 '설정'에 가까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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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장인물 '여화'는 1급 재생 능력자로, 과거 연구소에서 끔찍한 실험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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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우 탈출한 후, 힘을 키우다 놈들의 위치를 찾아 초능력자를 하나하나 죽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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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수를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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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종착지가 바로 이 연구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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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아린의 경우엔 반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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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소에서 실험을 받았지만, 그녀는 착한 연구자의 도움으로 탈출하게 되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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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일상을 영위하다 소식을 듣고 자신을 도와준 연구자를 구하기 위해 온 상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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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누가 선이고, 누가 악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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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모호한 상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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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화의 입장에서 복수는 당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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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가 재생 능력자라는 걸 이용해, 끔찍한 실험을 수없이 자행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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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존하는 수많은 초능력자가 존재할 수 있는 건, 전부 여화가 그 실험을 감내했기 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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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신아린은, 자신을 소중히 대해준 연구자 덕에 그 악몽을 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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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 끔찍한 기억도 있겠지만, 결과적으로 그녀는 좋은 사람을 만나 행복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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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리어, 그녀의 입장에서 여화는 자신을 구해준 연구자를 죽인 살인마에 불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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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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멈칫한 서연의 기색을 느끼며, 소라는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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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리 생각해 두고 수없이 연습한 대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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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한국말이 낯선 탓에 발음이 어눌하게 새어 나올 수도 있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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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심히 구상한 보람이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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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본에 대사는 없지만, 상황과 서사는 나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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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부터 나올 내용은 전부 그에 기반한 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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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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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객들은 이런 자세한 내막과 서사를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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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명이 되어도, 두 초능력자가 맞붙은 상황이라는 것만 알고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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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세한 설명은 스포일러가 되어버리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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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 소라는 선수를 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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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금 대사로, '여화'라는 존재는 악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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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각인 효과라는 게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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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정 시간에 일어난 학습이 평생 영향을 미치는 것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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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동물이 처음 본 상대를 부모로 인식하는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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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그와 비슷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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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사람도 가장 처음 들은 말을 기반으로 생각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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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입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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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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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을 바꾸기 위해선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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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신아린'의 말은 모두 정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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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소의 인물을 모두 죽일 필요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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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한 이를 구분해서 살려두면 될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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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연구원님은 나를 구해주셨어. 실험에 참여한 아이들을 구해주시고 도와주셨다고!! 그런 착하신 분을 왜, 대체 왜 죽인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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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카로운 외침이 밀폐된 연구소를 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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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선가 불꽃이 튀는 소리만이 적막 속에서 들려왔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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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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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연은, '여화'는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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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생명으로 장난친 건 똑같은 거 아니야? 그걸, 왜 구분해야 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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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천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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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화의 발이 앞으로 내디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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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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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한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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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만 살리고, 죽이면 공평하지 않잖아? 살려주면 죽은 사람들이 얼마나 억울하겠어. 저놈도 결국 자신과 같은 연구소에서, 생명으로 장난친 건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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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가오는 여화를 보며, '소라'는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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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역이라는 이미지를 그대로 가져간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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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게 또 무섭도록 잘 어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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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런의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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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인의 이미지를 그대로 등에 업고, 여화는 신아린을 향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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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수하고 싶으면, 너도 하면 되지 않겠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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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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쾅쾅!!! 하는 발소리가 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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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하고 생각을 하기도 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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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 수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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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게 빛나는 동공이 신아린의 코앞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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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 수 미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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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분히 반응할 거리에 있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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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못할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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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아린은 날카롭게 외치며 손을 움직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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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래라면 그대로 근접 액션 연기를 펼쳐야겠지만, 본디 근접 액션은 아주 많은 연습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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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 합을 맞춰야만 서로 깔끔하게 공격을 주고받을 수 있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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촬영 시작 전, 둘에게 주어진 건 2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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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조금이라도 합을 맞춰보겠다고 다가간 그녀에게 서연은 이렇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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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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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 아니,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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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은 제가 맞춰볼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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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간, 소라는 서연의 말이 무슨 뜻인지 이해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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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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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석에서 자신의 행동을 보고 합을 맞춘다는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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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도 안 돼. 라는 생각이 들면서도 불가능하지는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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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라는 무대에서 액션 연기를 자주 한 적이 있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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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히 라이브 연기에선 실수가 나오기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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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기다 제대로 된 배우를 쓰지 않는 경우라면 더더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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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마다 소라는 순발력 있게, 반응한 적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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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연장선, 이라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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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라는 담담한 서연의 반응에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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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본인이 맞추겠다면 그리하면 그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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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게 연기가 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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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 어설픈 촌극이 될지는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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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차피 판단은 시청자가 할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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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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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라, 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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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아린이 선택한 건 먼저 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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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적으로 결승전은 여태까지 진행된 모든 미션의 룰을 포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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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선과 같이 둘을 향해 사격을 가해, 치명상을 맞추면 그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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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화는 양손을 내리고 있으며, 아직 허벅지에 매어둔 권총을 뽑지도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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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 먼저 사격하면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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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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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구가 향하는 동시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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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방아쇠를 검지가 당기던 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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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화의 오른손이 신아린의 손을 쳐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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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간단히 떨어지는 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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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에 신아린의 눈동자가 움직이는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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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없어 보이네, 총 쓰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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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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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사를 내뱉기도 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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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시에, 서연의 행동은 거기서 멈췄다는 걸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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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눈동자가 자신을 직시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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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사적으로 신아린은 다리를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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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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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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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화는 오른팔을 그사이에 끼워 넣어 가볍게 무릎을 막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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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움직인 여화의 왼손을 이번엔 신아린이 쳐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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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러 내 시야가 닿는 곳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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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황스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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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 방금 일련의 동작은 분명 힘이 그다지 들어간 동작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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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이니 전력으로 때릴 수도 없는 노릇이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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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너무 쉽게 막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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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대로 자신은 상대가 뻔히 보이게 움직여줬기에 가능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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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은 제가 맞춰볼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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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도 안 된다고 생각한 그것이, 현실성 있게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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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지는 모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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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화의 목소리가 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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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늘게 눈을 뜨고, 요사하게 웃는 미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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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생각을 할 여유가 있나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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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순간, 그녀의 손이 자신의 가슴팍에 닿았다는 걸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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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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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순식간에 주변의 풍경이 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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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 세트장을 꾸미고 있는 소품은 기본적으로 푹신한 스펀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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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은 스티로폼같이 말랑말랑한 것들로 구성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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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렇다 해도 한 번에 수 미터를 밀려 날아가듯 넘어지면 이야기가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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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시청자가 보기엔, 마치 초능력에 당해 날아가는 것처럼 보였을 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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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능력, 있는 거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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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당한 입장에선 그렇게밖에 느껴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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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지어 상대는 자신을 가만히 바라보고 있을 뿐 추격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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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봐도 최종 보스와 같은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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를 본 적이 있었지만, 그때 차서아와는 분위기가 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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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서아가 무서운 살인자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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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마치 괴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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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식자를 눈앞에 둔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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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라는 걸 알고 있음에도, 소라는 등골이 서늘해지는 기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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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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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라는 후, 하고 숨을 내뱉으며 마음을 다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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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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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은 본인이 맞춰준다고 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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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리춤에 있던 슬립 백에서 준비해 온 물건을 꺼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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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스태프에게 확인을 받은 물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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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단단한 스펀지로 이루어진, 그것은 굉장히 낯선 무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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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저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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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하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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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을 스크린 너머로 본 관객들이 크게 술렁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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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객만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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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승전을 보고 있던 조서희도 눈을 미세하게 찌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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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절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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챙- 하는 소리와 함께 사슬의 소리가 스피커를 타고 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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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고 보니 홍콩 영화를 좋아한다고 했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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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컨셉을 살리고자, 가져온 물건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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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설프면 감점만 될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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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생각이 들면서도, 둘의 초반 교전을 떠올리면 혹시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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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교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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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 서연이 합을 맞춰준 건 맞지만, 소라의 반응 속도도 굉장히 빨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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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을 쓰는 건 자신 있다던 그 말이 확실히 와닿는 장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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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시에, 한소유를 16강에서 떨어트린 것도 납득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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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작스러운 쌍절곤의 등장으로, 관객들이 술렁이는 동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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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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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연은 고요한 얼굴로 소라를 응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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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속마음은 현재 무척 당황한 상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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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이들처럼 '설마 여기서 쌍절곤이?'라는 반응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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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인인데 왜 일본도를 안 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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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인이면 당연히 일본도로 덤벼야 하는 거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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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날 잡기 해보고 싶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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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연은 조금 실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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