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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14 21:31:57 +09:00

447 lin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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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kdown

"회의는 잘 끝났습니까?"
드라마국 국장실.
막 자리에 앉은 하태오 국장은 이민화 PD를 바라보며 물었다.
굉장히 불만족스러운 얼굴.
회의에서 어떤 일이 있었는지는 대략 짐작할 수 있었다.
"듣자하니 백태수 PD가 꽤 본인의 드라마를 많이 어필한 모양이더군요."
"……예."
단순히 어필하다 뿐인가?
본인의 드라마를 어떻게든 황금 시간대로 배정하고 싶다고, 사실상 강제로 밀어붙였다.
다른 PD들도 백태수 PD의 눈치를 살피고 있으니, 이민화 PD로선 속이 터질 지경이었다.
물론 이 공중파에서 도전적인 드라마인 것은 맞다.
하지만, 그만큼 철저히 준비했고, 약점을 극복할 방안도 확실히 마련하지 않았나.
"다행히, 그 자리에서 모두 결정되지는 않았지만 아마 나눠 가지게 될 것 같습니다."
월화 드라마, 수목 드라마.
이런 방식으로 나뉠 확률이 높았고, 그 자리마저 백태수 PD는 집요하게 의 시간대를 애매한 곳으로 배정하고자 했다.
당연히 이민화 PD가 반발했기에, 거기까지 가지는 않았지만…….
"요즘, 백태수 PD가 유독 그런 부분이 강하네요."
이민화 PD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그런 그녀의 모습에, 하태오는 가만히 그녀를 응시했다.
최근 백태수 PD는 이전보다 그 자신의 주장을 강하게 내세우는 경향이 강해졌다.
이전에는 힘을 쓰더라도 뒤에서 조심조심 움직이는 경향이 강했다.
대표적인 게 임진하 작가의 일.
본인이 전면에 나서는 것보다, 후방에서 장기 말을 움직이는 타입.
하지만, 최근 그 태도가 달라졌다.
보다 전면에 나서며, 무리를 이끄는 리더처럼.
엄연히 드라마 국장이 존재한다는 것을 생각하면, 그 모습은 오만하다고 말하기에 충분했다.
그러니 이민화로선 어제와 같은 일이 굉장히 당혹스러웠다.
평소의 백태수 PD라면 표면상으로라도 하태오 국장이 선택한 을 밀었을 테니까.
"어제, 부사장님이 부르시더군요."
"예?"
그때, 가만히 이야기를 듣던 하태오 국장이 말했다.
개인적인 사유로 빠졌다고 들었지만, 설마 부사장님에게 불려 갔던 건가?
"곧, KMB에서 조직 개편이 있을 거라고 합니다."
조직 개편?
당황스러웠지만, 있을 수 없는 일은 아니었다.
최근 가 꽤 잘 되기는 했으나, 이전까진 KMB 드라마가 계속 힘을 못 쓰던 상황이었으니까.
"여럿 변경되는 게 있으나……, 가장 큰 건 드라마국의 변화입니다."
"저희, 말인가요."
"저희라고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습니다만."
하태오는 어제 들은 이야기를 떠올렸다.
부사장은 굉장히 심각한 얼굴이었다.
여러모로 반발이 있었던 모양이지만, 사장이 강경하게 해당 사안을 밀어붙인 탓이었다.
그 이유는 대략 짐작되긴 했다.
부사장과의 힘 싸움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함이겠지.
"드라마국이, 1국, 2국으로 나뉜다고 하더군요."
"예?!"
이민화 PD는 깜짝 놀라, 외쳤다가 입을 막았다.
드라마국을 두 개로 나눈다고?
대체 왜?
"사장님이 주장하신 건, 경쟁력의 강화라고 합니다."
드라마국 1국, 2국으로 나눠 서로 경쟁하게 만들겠다고 한다.
또한 곧 있을 OTT 드라마에 대한 대비를 위해 드라마국을 확장하고 힘을 실어주겠다.
대략, 그런 의미였다.
"혹시, 백태수 PD가 최근 전면에 나서는 건……."
"2국, 국장으로 가장 유력한 게 백태수 PD니까요."
본래 백태수 PD는 차기 드라마 국장으로 유력했던 사람이었다.
기수도 하태오 PD와 비슷했고 실적도 준수한 편이었으니까.
하지만 하태오 PD에게 사실상 패배하며, 한발 물러설 수밖에 없었다.
"설마, 그건, 아니겠죠?"
"모르겠습니다만……, 영향이 없다고는 할 수 없겠군요."
현 KMB의 사장과 백태수는 상당히 긴밀한 관계로 얽혀있었다.
서울 백천 예술 대학.
학연.
그쪽으로 긴밀하게 연결된 라인.
백태수 PD는 사장인 황정환의 라인이었고.
하태오 국장은 부사장과 사실상 같은 라인이었다.
딱히 사내 정치질에 관심이 없는 그였지만,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된 셈이다.
"……드라마국을 나누면, 좋지 않지 않을까요."
"적어도 좋은 기사가 나올 것 같지는 않습니다만. 아무튼 앞으론 여러모로 대비해 두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하태오는 그렇게 말하며 싱긋 웃었다.
솔직히 그도 이 상황이 좋지 않다는 건 알고 있었다.
백태수 PD 때문이 아니었다.
드라마국이 분할되며 생기는 인력의 손실이 문제였다.
"하늘 정원은 걱정할 필요 없습니다. 사실상, 첫 싸움부터 지고 들어갈 수는 없죠."
그런 하태오의 말에 이민화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였구나.'
전력을 투자해도 모자랄 외에도, 백태수 PD가 맡은 드라마에 힘을 주었던 것이.
심지어 백태수만이 아니라, 그쪽 라인에 제작 예정인 드라마도 상당히 힘을 실어주는 판국.
왜 그런가 했더니, 새롭게 만들어질 드라마 2국에 힘을 좀 실어주려 했던 모양.
'황금 시간대를 빼앗으려던 것도.'
이민화는 이빨을 득득 갈았다.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았으니, 절대 질 생각은 없었다.
뭣보다, 그녀는 이번 드라마인 에 굉장히 자신이 있었다.
이번, 드라마 리딩을 보고 재차 그것을 확신했다.
'주서연.'
연기력으로는 또래에서 적수가 없다는 말이 많았다.
보통 매체에서 젊은 배우들에 대한 연기력 평가는 상당히 박하다.
지금 연기력으로 이름을 날리는 연기파 배우들도 그 나이대에는 발 연기니, 부족한 연기력으로 연기를 모욕했다느니, 그런 말을 듣는 경우가 부지기수였다.
하지만 서연은 달랐다.
'생각해 보면, 최근 젊은 배우 중에는 뛰어난 배우가 많네.'
대표적인 게 조서희, 박정우.
그리고 최근 떠오르는 샛별 같은 배우만 해도 세 명 정도 이름이 떠올랐다.
하지만, 그중 가장 눈에 띄는 건 단연 주서연이었다.
이번 대본 리딩에서, 중년 배우들도 극찬을 아끼지 않았으니까.
다만.
"아직 인물에 대한 감을 조금 못 잡은 모양이야."
"그것만 잡으면 확실히 더 좋아지겠어."
그런 대화가 들렸다.
이민화는 딱히 느끼지 못한 문제였지만, 배우들은 느낀 모양.
'어떤 드라마이든 주인공이 가장 중요해.'
하지만 이민화는 걱정하지 않았다.
서연이라면, 분명 그 문제를 단숨에 극복해 낼 것이라고.
'백태수 PD.'
그런 밉살맞은 인간에게 지고 있을 생각은 없었으니까.
그리고.
의 핵심이 될, 주서연이 지금 무엇을 하고 있었냐면.
"서연아. 혹시 수업…… 아, 안 듣지?"
"……."
학급의 반장인 길다현에게 말로 얻어터지는 중이었다.
***
고등학생이라면 절대 피해 갈 수 없는 게 있었다.
배우인 서연도, 이것만은 어찌할 수 없었다.
'시험!!'
솔직히 말해, 서연은 시험을 그리 신경 쓰지 않는 편이었다.
고등학교에 입학한 이후, 대체로 대충대충 보았고.
어머니인 수아는 '건강하게만 자라다오.'라는 느낌이었기에, 딱히 그걸로 혼난 적은 없었다.
애초에 배우인 서연에게 시험이란 어디까지나 곁다리.
그런 느낌이었지만.
"크흠! 흠흠."
"…….왜 웃어요?"
"뭐? 웃으라고 준 게 아니었어?"
서연의 성적표를 보고 웃는 영빈에게 성적표와 그래픽 카드를 함께 압수했다.
아무튼, 이쯤 되면 오기가 생기는 것이다.
"이번 시험에선 전교 10등……은 너무 높고 30등 안에 들 거야."
서연은 지연에게 말했다.
그 말을 들은 지연이 어땠냐면.
"아, 응. 그래. 주서연. 할 수 있어."
그야말로 의식적으로 고개를 끄덕여주는 수준.
마치 얘가 또 헛소리하는구나, 대략 그런 느낌이었다.
너무해.
사실 서연이 이번 시험에 신경을 쓰는 건, 단순히 영빈의 비웃음 때문은 아니었다.
이번 에서 자신이 맡은 배역 '이유주'에 몰입하기 위해서.
그리고, 서연 본인의 이미지 관리 때문이었다.
"그건 그러네."
이지연은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
"드라마에서 나오면 싫든 좋든 화제가 될 텐데. 심지어 작중 가장 머리가 좋고, 우등생인 인물이잖아?"
이유주는 오빠의 포트폴리오를 가지고 있는 것만이 아니라, 본인도 천재에 가까운 인물이었다.
실제로 작중, 이유주는 단 한 번도 1등을 놓치지 않는 괴물.
그런 연기를 한다면, 당연히 주변에서도 서연이라는 인물에게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하늘정원에서는 우등생이었던 주모 양. 모의고사는 아래에서 세는 게 빨라…… 같은 기사가 올라올지도."
"……진짜?"
"아니라고 할 수는 없네."
기자들의 집요함은 상상을 초월한다.
거기다 비방과 관련된 거라면 더더욱.
"그리고, 경쟁 업체도 있으니까. 찌라시를 흘릴 수도 있고."
이지연은 서연보다 훨씬 오래 연예계에 있었다.
그러니 별꼴을 다 본 터라, 막연히 '그럴 리가 있나'라고 부정하기 어려웠다.
"그러니, 조금 신경을 써서 나쁠 건 없지. 네 이미지 관리 차원으로."
당장 기자가 아니라 학교에서도 관심을 가지는 이들이 생길 것이다.
심지어 당장 이 학교 내에서도 서연은 묘하게 공부를 잘할 것 같은 이미지였다.
어쨌든 외모만 보면 굉장히 똘똘해 보이는 것이다.
"너희 반에 그런 소문이 있더라."
"소문?"
"반 성적 뒤에서 두 번째가 공백이라는 말."
"……."
"대체 누구일까 소문이 도는 모양이야."
마치 괴담처럼.
그런 지연의 말에 서연은 움찔했다.
반 성적은 딱히 공개되지 않는다.
그 탓에 대체로 서로서로 물어보며 알 수밖에 없었고.
맨 뒤에서 딱 하나 앞선 순번이 비는 것이다.
"아무도 너라곤 생각 안 하던데."
"나 아니야."
"그래, 그렇구나."
지연은 믿지 않았다.
하지만 서연은 억울했다.
진심으로 서연은 절대 그 정도 성적이 아니었다.
'이 기억력은 왜 연예계 관련만 선명히 기억나는 걸까.'
아무튼 전생의 서연은 공부를 나쁘지 않게 했다.
인서울을 아슬아슬하게 실패할 정도의 우수한 성적.
그러니 그 기억만 있다면, 공부를 하나도 하지 않아도 꽤 괜찮은 성적이 나올 것이다.
심지어 연화 고등학교는 진학고도 아닌, 예체능계의 고등학교였으니.
'중학교 때까지는 괜찮았지만. 역시 고등학교는 전혀 기억이 안 나네.'
그리고 솔직히 좀 대충 본 것도 있다.
진, 진짜로.
아무튼 그런 상황이니 서연은 본인의 명예를 회복할 생각이었다.
"나? 바쁜데?"
"응?"
"오디션 이제 정말 얼마 안 남아서."
"아."
거기다 이지연은 우등생이었다.
단 한 번도, 전교 등수가 5위 밖으로 나간 적이 없었다.
'사실 이지연이 하늘정원에 나왔어야 하는 게 아닐까.'
연예인 중에선 정말 드물게 공부를 잘하는 타입.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며, 조서희에게 연락할까…… 했지만, 묘하게 조서희에게는 자존심이 상했다.
거기다 아직 서연은 삐진 상태였다.
버튜버 문제도 있으니, 조금만 더 삐져 있을 예정이었고.
그래서 선택한 게.
"어응, 공부?"
길다현은 서연을 바라보며 눈을 멀뚱멀뚱 떴다.
그녀의 주변에 있던 이들도 숨을 죽이고 서연을 보았다.
주서연!
아무튼 반에서 가장 인기인! 이라고 한다면 가장 먼저 언급되는 인물이다.
주로 관상용으로 인기인 게 문제이긴 했지만.
아무튼 등교하면 본인의 자리에서 곧은 자세로 앉아 무언가에 몰두하는 통에, 말을 걸기도 쉽지 않은 인물이었다.
그 자태만으로 그림 같이 예뻐 차마 말을 걸기 힘든 느낌.
연예인의 아우라, 그런 느낌이 엄청나게 강한 것이다.
근데 그런 인물이 갑자기 길다현에게 말을 걸었다.
"무슨 일이야?"
길다현은 의아한 얼굴이 되었다.
서연이 자신에게 말을 거는 경우는 정말 드물었으니까.
사실, '학교 축제' 이후로는 여러모로 말을 걸고 싶었던 길다현이었으나, 서연이 너무 바빠서 좀처럼 기회가 나지 않았다.
예능, 드라마, 영화.
이 세 개를 번갈아 가며 활약하니 등교 일수가 확 줄어든 탓이었다.
'이사장님은 좋아하시는 것 같지만.'
최근 학교에서 이사장님이 가장 이뻐하는 학생이 누구냐면, 바로 서연이었다.
그야 어딜 출연해도 교복을 입고 나가는 것이다.
대체 교복이 뭐가 그리 좋은지, 어디서 목격됐다 하면 전부 연화 고등학교 교복을 입고 있었다.
그러니, 연화 고등학교 홍보도 자연스럽게 되었고.
- 연화 고등학교 교복 예쁘네
- ㅅㅌㅊ
- 주서연이 입어서 예쁜 거야 돼지 년들아
- 닥쳐
연화 고등학교 교복도 예쁘다고 소문이 퍼지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그 탓에 이번 년에 연화 고등학교로 몰리는 학생 수가 크게 늘었다나.
"음."
서연은 조금 망설였지만,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의 인물들과 가장 이미지가 겹치는 이가 누구냐면, 서연은 길다현을 꼽을 것이다.
그야말로 그림으로 그린 것 같은 우등생.
그것이 길다현이었으니까.
"공부, 같이 하지 않을래?"
"응?"
그 갑작스런 제안에, 길다현은 굳을 수밖에 없었다.